[POD] 수학 클리닉
박은숙 지음 / 부크크(bookk)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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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가르치는 사람이 시를 쓴다. 나의 통념을 깬다. 수학을 못 해 문과를 선택해야 했던 경험이 인생 방향을 결정한 나에겐 더욱 놀랄 일이다. 수학교사 출신 시인의 서정성을 느껴 보려 했다.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독자가 서정성을 제대로 느낄 수 없겠지만, 가르치는 일을 했던 사람이기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으리라 기대했다. 좋았다. 수학을 배우며 상처를 받았거나 슬픔이 남아 있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다는 시인의 머리말만으로도 나에게 충분한 위로다.

수학 교사답게 시집의 목차를 데카르트 좌표에 따라 제1 사분면에서 제4 사분면까지 74편을 점으로 뿌려 놓았다. 하나하나의 점에서 추억과 교사의 회한, 가족애, 세상살이를 펼쳐놓았는데, 어머니의 자식 사랑과 교사의 제자 사랑은 어떤 독자라도 공감할 수 있다.

 

1 사분면 : 함수가 상자, 자판기, 요술쟁이란 표현에 공감한다. ‘가정이 거짓이고 결론이 참이면 명제는 참이다란 명제를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 파이는 3.14. ‘원주율이 원의 둘레와 지름의 비율이라니. 이걸 생소하게 느끼다니 얼마나 수학이 어려웠던가. ‘고통이 없는 삶이 있는가?’ 없다고 내가 증명한다고 말한다.

영수증이란 시에서 제가 이십억이 될 때까지 일해야 한다고를 읽다가 다른 관점을 건너다니는 시인을 만나 반갑다. 독서란 다양한 관점을 갖게 하는 일이라 믿기 때문이다. ‘열려 있다에서 닫힘과 열림이란 극과 극을 한편 시에 배치하듯 비슷한 유형의 시에서 시인의 열린 마음을 본다. 교원능력개발평가에 대한 부담을 담은 시를 읽는다. 변화한 교실과 학생에게서 교사 평가 기준에 학생의 인성을 키우는 비중이 가장 커야 하는 것은 아닐까? ‘봄나들이에서 젊음은 충분조건이 아니었지 황금은 필요조건이었지는 자본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를 본다.

말할 수 있는 비밀에서 가난하다고 꿈까지 가난할 수 없어는 많은 독자들이 공감했을 거다. 시도 시인의 삶과 유리될 수 없다는 전제에서 공감하는 부분이다. ‘하늘로 가는 수학 마차에서 이카로스를 떠올리며, 이카로스에겐 욕망이 죄였으나 동생에겐 죄가 될 만한 것이 없었다고 말하고 싶다. ‘수학 애()’에서 수포자라고 연애를 포기하진 말라는 격려가 고맙다.

 

2 사분면 : 보이스피싱, 이름, 대기, 가수, 소녀의 사춘기, 농업의 기계화, 샤넬 향수와 젓갈 김치, 깨금발, 용이 시의 소재다.

 

3 사분면 :‘천사학교 개교기념일에서 세월호를 떠올린다. ‘행복의 조건에서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할 수 있음을 본다. ‘꽃무늬 블라우스와 청바지에서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고,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고에서는 있을 수 없음의 있음,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확연한 차이를 보며 세월을 떠올린다. ‘나른한 오후의 첫 연은 무게중심이 잡힌 그래프를 보는 듯하다. ‘쓸쓸한 변명을 읽으며, ‘변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치환하지 않은 선생님도 있거든요.’란 말을 전해 주고 싶다. 가정방문의 추억도 떠오른다. ‘자퇴원에서 자퇴한 제자에 대해 애틋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데 나에게도 더한 추억이 있다.

마음이 가난한 제자의 눈동자 잊히지 않아에서 무너지지 않길이란 표현은 이보다 더 선생님의 마음을 표현하는 단어는 없다고 생각한다.

 

4 사분면 : ‘학교 가기 싫어에서 땀난 노모의 말씀이 주는 위로는 요즘 학교의 모습이라 슬프다. ‘숲 속의 아버지는 때에 맞게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그런 아버지를 만날 확률은? 절대 높지 않다. 스승의 날의 주인공이 청소하는 스승이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1 사분면의 순간변화율’, 4 사분면의 배 계승 개이었다는 이해하지 못한다.

 

<수학 클리닉>2018년 한여름에 부크크에서 내놓은 박은숙 장학사님의 시집이다. 통념을 깬 시인에게 감사드리며, 시인은 퇴임 전에 책을 내거나 시집을 내려는 욕심을 부려보자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담배 두 갑이면 사볼 수 있으니 인터넷 서점에 주문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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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숙 2020-03-10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노충덕(<독서로 말하라>저자)님! 고맙습니다.
시집을 내놓고 부끄러움이 앞섰는데 격려가 되는 글에 힘을 얻습니다.

수학과 시를 접목해보는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수학은 이성적인 영역이고 시는 감성적인 영역입니다.

수학이 즐거움을 주는 때는 언제였을까요?
수학 때문에 괴로웠던 것은 시험이라는 것, 줄 세우기의 도구였다는 것을 알아채셨나요?

수학이 자유이다고 수학자들은 말한답니다.
우리들도 수학의 세계에서 논리와 평화를 느끼던 순간의 경험을 찰나적으로 했을 법도 한데 말이죠.

횡설수설 한 줄(?) 댓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