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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국의 연대기 - 전쟁, 전략, 은밀한 확장에 대하여 ㅣ 걸작 논픽션 19
대니얼 임머바르 지음, 김현정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1월
평점 :
저자 대니얼 임머바르는 미국은 제국인가? 제국주의 국가인가? 에 대한 물음에 답한다. 교과서는 강대국이 군사력을 이용해 약소국을 침략하고 약소국의 자원 일체를 수탈하는 것으로 제국주의를 정의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미국은 제국주의 국가이냐는 물음에 누군가는 그렇다고 한다. 아니라고 부정하는 사람도 안과 밖에 존재한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 등이 미국은 다른 나라의 영토를 탐내지 않는다고 말한다. 미국은 교과서가 정의한 제국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미국, 제국의 연대기>는 제목에서 결론을 내고 있듯이 제국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영토를 지배해 식민지를 건설하고 자원을 수탈하고 원주민을 억압하던 제국은 아니다. 이런 유형의 제국주의는 2차 대전까지가 유효 기간이었다. 그러면 왜 저자는 미국을 제국이라고 판단하는가? 본문 595쪽 분량과 약 100쪽이 달하는 각주(근거)를 통해 설명한다. 걸작 논픽션이라는 출판사의 생각에 동의한다.
책을 읽어가며 메모한 내용을 옮기고 결론을 내리려 한다. 내용은 1부 식민지 제국과 2부 점묘주의 제국으로 구성한다.
제1부 식민지 제국
※ 미국이 영토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공화국 지도자들은 대서양에 위치한 주들의 경우 절대로 미국 서부 경계를 이루는 미시시피강 쪽으로 영토를 확장하지 않겠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서부 토지는 주 정부가 아닌 연방정부가 관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가 말하지 않아도 거짓이 되었다. 미국의 서부 진출의 바탕에 깔린 사회적 변화를 기술한다. 18세기 중반부터 식민지의 인구가 25년마다 2배로 늘어나고 있었다. 미국의 인구 증가를 인식한 사람이 벤저민 프랭클린이었다. 피뢰침과 <프랭클린 자서전>만 유명한 게 아니었다. 1790년과 1890년의 인구를 비교하니 인구가 16배 증가했다. 무단 거주자들이 서부 개척자라는 정체성을 얻었다. ‘1845년에 「미국 잡지와 민주주의 비평」은 “해마다 증가하는 수백만 인구의 자유로운 발전을 위하여 아메리카 대륙 전역으로 뻗어가도록 신이 베풀어주신 명백한 사명”이라는 강렬한 표현은 당대의 분위기를 포착한 것이다. 노엄 촘스키가 지적한 것처럼 이런 표현은 오늘날도 미국인의 의식 속에 남아 있고, 앞으로도 미국의 문제가 될 것이다.
※ 체로키 인디언이 ’죽음의 행진‘으로 불리는 강제 이주한 오클라호마는 미 대륙 전역의 인디언들이 토지를 강탈당하고 몰아 둔 곳이다.
※ 해조분에 관한 이야기는 생소하다. 해조분은 새똥으로 화학비료가 나오기 전에 토질 개선제로 사용한 것이다. 질소가 부족한 북미 농지에 해조분은 기적처럼 생산량을 늘려주었다. 영국과 페루가 세계 해조분을 독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1856년 해조분 제도법 이후 미국 시민이 없는 무인도에서 해조분을 발견할 때마다 해당 섬은 ‘대통령의 재량에 따라 미국에 부속되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카리브해와 태평양의 수많은 섬이 해조분 탓에 미국이 소유권을 주장하게 된다. 화학비료의 생산으로 해조분의 역할은 사라졌지만, 책의 후반부에 이 섬들이 미 제국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을 밝힌다.
※ 영국의 제국주의자 세실 로즈가 “전 세계 모든 지역의 영토 분배가 끝났으므로, 이제 이를 분할하고 정복해 식민지화하는 일만 남았다” 했다. 그러나 미국의 시각은 달랐다. 미국에서 1890년 발표된 논문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은 토지 개척이 끝난 후 바다가 열린다는 것이었다. 해상 무역과 해외 기지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파악한 것이다.
※ 1899년 제1회 미국 영토 확장 식민박람회 기획자들은 미국의 섬나라 점령지에서 온 1,000명이 넘는 원주민을 볼 수 있다고 광고해댔다. 이런 일은 제국주의 시대에 파리, 런던에서도 있었기에 생소한 일은 아니다. 확장된 영토들은 미국 지도에 표시해 두었다. 미국령이다. 그런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미국인이 아니다. ‘도서 판례’라는 것이 있는데 미국의 일부 지역이 진정한 미국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만든 법이다. 오늘날에도 준주에 사는 미국 국적자 400만 명이 투표권이 없고, 의회 대표를 내 볼 수 없다. 하기는 1857년까지 미국 내 흑인은 시민이 아니며, 될 수도 없었으니......
※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와 실상 : 식민지 주민에게 윌슨은 해방자이자 인종차별주의자였다. 윌슨의 발언은 유고슬라비아,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 등 남부 유럽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윌슨의 평화 원칙은 즉각적인 제국의 종식을 요구한 레닌의 욕에는 못 미쳤다. 일제하 조선 사람도 윌슨에 속은 것! 5.4운동 때 중국인들은 파리에 모인 연합국 지도자들을 ‘영토와 배상금 확보에 눈이 먼 강도떼’라고 불렀다.
※ 미국 최대 식민지 필리핀 지배를 둘러싼 선과 악(악이 대부분이지만), 맥아더 관련 이야기, 푸에르토리코에서 십이지장충 박멸을 위한 실험과 화학전에 대비한 실험 등을 기술한다.
제2부 점묘주의 제국
※‘킬로이가 여기 다녀갔다’는 소재로 미군이 세계 각지에 남긴 흔적이 문화로 남게 된 이야기를 소개한다.
※1940년대 메르카토르 도법으로 해결할 수 없던 항공의 시대를 연 지도가 만들어진다. 전시 지도 제작자였던 리처드 해리슨은 ‘극지 방위각 투영법’으로 지도를 완성한다. 이 지도는 1945년에 고안된 유엔 로고의 기반이 되었다.
※ 전 세계의 반제국주의적 저항은 식민지 유지 비용을 높였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 강대국들은 사람이 거주하는 영토의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고도 제국의 이점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2차 대전이 끝날 무렵 미국은 천연고무를 합성고무로 대체하며 동남아시아의 중요성을 현저하게 낮췄다. 견사, 삼, 황마, 장뇌, 목화, 양모, 제충국, 주석, 구리 동유 등을 합성 물질로 대체했다. 미국 경제 전반에서 식민지는 화학으로 대체되었다. 특히 플라스틱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1940년대에 시작된 합성 혁명은 지정학이 규칙을 바꾸었다. 원자재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식민지 건설의 이점이 더 이상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됐다.
※ 2차 대전에 참전하기 전 미국은 군수품 조달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절감한다. 항공기를 이용한 군수품 공급을 개발해 맥아더는 태평양에서 ‘건너뛰기’ 전략을 사용한다. 본토에 상륙하지 않고도 일본을 패배로 이끌었다. 항공술과 마찬가지로 무선은 공간을 건너뛰는 기술이었다. 미국이 전 세계에 건설한 수천 대의 기지는 무선 기술이 없으면 운영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영국은 세계 식민지를 해저 케이블로 연결했지만, 미국은 무선 통신을 사용할 수 있었다. 힘을 덜 들이고도 효과적이었고 안전했다. 비행기와 무선은 화물과 정보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필요한 경우 영토를 뛰어넘으며 신속히 움직일 수 있음을 뜻한다. ‘항공술과 조립식 배송 방식, 무선통신, 암호화 기술, DDT, 어떤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은 함께 사용하며 관할권이 없는 외국 영토로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기술이 영토를 대체한 셈이다.
※ 미국이 제국이 되도록 한 중요한 요인 중 중요한 것은 산업 ‘표준’에 관한 것이다. 후일 대통령이 된 사무장관 후버는 나사산의 세계 표준을 만들어 낸다. 이 표준은 미목을 끌지 못했지만, 조용히 경제 성장을 견인했다. 영국도, 프랑스도 전쟁 중이라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1946년 선진 공업국 경제 생산의 60%를 미국이 차지하고 있었으니 미국은 표준화의 중심으로 입지를 굳혔다. 국제표준음, 항공업계 표준어가 된 영어, STOP 표지판도 미국의 힘이다.
※ 영어가 국제어가 된 것도 미국의 힘 덕분이다. 수십만 명의 유학생이 미국에서 영어를 배우고 자국에서 식자층이, 권력층이 되었다. 항공 교통 관제사의 역할도 중요했다. 영어의 국제화에 참여한 중요한 집단 중 하나는 과학자들이었다. 현재 과학 분야 영어 출판물의 비율이 90%가 넘는단다. 가장 거센 파도는 인터넷에 있었다. 전 세계 웹사이트의 82.35가 영어로 되어 있다. 책에 한국의 열성 부모들이 자녀의 영어 교육을 위해 ‘설소대 절제술(혀 아래에 붙어 있는 가느다란 섬유 조직을 절개하는 수술)’을 하는데 이는 L과 R 발음이 좋아지게 하려는 것이라는(P. 492에 한 문단으로 소개)......
※ 2차대전 덕분에 미국은 해외에 2000개가 넘는 기지를 건설할 수 있었다. 이는 트루먼의 미국은 식민지를 점령할 뜻이 없으나 “미국의 이익과 세계 평화를 최대한 지키는 데 필요한 군사기지는 유지”하겠다는 발언으로 미국의 제국주의 방식을 알 수 있다. 군사 기지와 관련해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 동안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었는가(군수품 조달처로서 2차 대전과 베트남 전쟁 사이의 기간에 일본의 경제는 55배 성장), 소니 등의 회사가 ‘선발자 우위’를 이용해 성장하고 후일 미국의 위협적인 경쟁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폭격기와 스마트 폭탄과는 별개로 미국은 뛰어난 기술로 전쟁의 양상을 바꾼다. 무장 드론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탱크와 육군 중심의 전쟁에서 벗어난 새로운 전쟁의 적은 국가가 아니라 GPS 좌표다. 첨병전에서의 전투는 컴퓨터 화면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 “외국의 형무소, 벽으로 둘러쳐진 수용소, 감춰진 기지, 섬나라 기지, GPS 안테나 기지국, 정밀타격, 네트워크, 항공기 및 드론 등 이 모든 것이 계속되는 테러와의 전쟁을 떠받치는 무대이자 수단이다. 이는 오늘날 권력의 모습이다. 바로 미국이 만든 세계의 모습이다. ” 세계를 연결하는 해외 기지의 형태로 제국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영국과 프랑스의 해외기지는 합쳐서 13개, 러시아는 9개, 미국은 약 800개에 달하는 기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해외 기지에 출입할 수 있는 협정도 맺고 있다. 수십 개 국가에서 미군 기지를 수용한다. 이를 거부하는 나라들도 미군 기지에 둘러싸여 있다. 그중 여러 개는 해조분 섬이었다. 19세기 해조분 열풍은 미국의 해외 제국 전체의 기반이 되었다.
<미국, 제국의 연대기>는 글항아리에서 2020년 1월 716쪽 분량으로 내놓았다. 부제가 ‘전쟁, 전략, 은밀한 확장에 대하여’이다. 저자는 노스트웨스턴대 역사학 부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