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x - 컨테이너 역사를 통해 본 세계경제학
마크 레빈슨 지음, 김동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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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X. 컨테이너의 역사를 통해 본 세계경제학

2022. 12. 7()

우리의 경제 규모 혹은 수준인가가 세계 10위 안쪽에 있다. 누구나 A 대통령이 경제 발전을 이루었다거나, B 대통령 때 문민정부가 들어섰다거나, C 대통령 때 수직적 문화가 수평적으로 됐다느니 이야기 한다. 현재를 만든 과거 여건, 동력에 대한 논의는 학문의 영역일지 모른다. 경제지리학을 배우며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 연결의 경제, 네트워크 경제, 상품사슬, 가치사슬,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GPN)들을 개념화한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만난 이야기가 말콤 맥린이 주역이었던 컨테이너화라는 서사시다. 본문 503쪽에 부제가 컨테이너 역사를 통해 본 세계경제학이라서 평론가는 학문적이라 볼 수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대서사시다.

 

1950년대 후반 화물 운송 작업은 수백만 명이 종사하는 도시산업이었다. 이야기는 트럭 운송 산업의 거물인 말콤 퍼셀 맥린이 사업을 키워가는 흥미진진한 논픽션이다. 그는 항구, 선박, 크레인, 창고시설, 트럭, 기차, 그리고 수송과정에 대한 모든 부분이 변화돼야 한다고 통찰한 사업가다. (구글어스를 띄우고 책을 읽어가며 지명을 확인하면 공간을 느낀다)

뉴욕의 브루클린이 1971년 무역항으로 누리던 과거의 영광을 뉴저지주의 뉴어크, 포트엘리자베스 항구로 빼앗기고 뉴욕시의 빈곤 자치구가 되어 가는 과정을 밝힌다. 뉴욕의 발전과 정체 과정에 고속도로의 영향이 있었으나 컨테이너가 이끈 변화는 뉴욕 제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뉴욕은 컨테이너 산업이 도입되기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범위에 걸쳐 경제적 타격을 받은 최초의, 그리고 유일한 해운 산업 거점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유명한 하역 인부이자 철학자인 에릭 호퍼의 이야기가 나와 반갑다(p.178) 항구의 기계화 및 현대화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어야 했던 하역 인부들과 노동조합은 선사와 힘겨루기를 다룬다. 1960년대 상당수의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읽기 능력도 수학 능력도 없었다. 그저 생계에 필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학력만 있었다. 당시 생산 라인에 있던 미국 노동자들의 반이 10학년의 학력이었다고 한다.

 

컨테이너 화물 운송에서 어려운 과제 중 하나가 컨테이너의 표준화 과정이다. 컨테이너의 크기에 대한 철도회사, 트럭 운송회사, 해운회사의 표준이 달랐다. 1958년 미국 내에서 컨테이너의 1차 표준화의 기준은 너비 2.4m, 높이 2.55m 미만, 길이 문제는 보류였다. 1959, 1961, 1964, 1965, 1968, 표준화를 위한 정부와 기업 간 협의를 거쳐 1961년에 길이 3m, 6m, 9m, 12m 규격에만 정부지원금을 주었다. 1968년에 길이 6m1 TEU로 정한다. 이 과정에서 말콤 맥린은 기차, 트럭, 선박은 모두 같은 사업체, 즉 화물 운송 산업임을 파악했고 회사 경영 방침으로 삼는 안목이 있었다. 철도가 늦게 복합 운송에 합류한 이유는 lock in 효과 때문이다. 당시 베트남 전쟁으로 철도의 피기백(바퀴달린 철도 화물 수송용 대형 컨테이너) 방식이 3년에 30% 성장하는 실적을 올렸으니. 결국 트럭에 내륙 운송 수단의 영광스런 자리를 내줘야 했다.

 

컨테이너 보급의 막강한 후원자는 베트남 전쟁을 치르던 미군이다. 1969년 기준, 54만 명이라는 미군을 먹이고 재우고 생필품을 보급해야 했다. 말콤 맥린의 기업가적 감각은 베트남에 화물을 내리고 가는 텅빈 컨테이너선을 일본에 들러 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는다. 1968년이면 일제 TV, 스테레오를 컨테이너에 가득 채워 태평양을 건넌다. 1950년대에 미국 해운업은 기차와 트럭의 맹공격으로 쓰러졌으나 컨테이너 상선이 정박하는 뉴어크, 잭슨빌, 휴스턴, 산후안과 푸에르트리크는 번창한다. 또한 컨테이너화는 지역적 한계를 탈피할 기회를 주어 서부의 시애틀, 오클랜드,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가 신식 부두를 건설해 성장을 따라간다. 유럽에선 런던과 리버풀은 무역항으로서의 역할이 줄고, 로테르담이 빠르게 성장했다. 아시아에서 요코하마, 고베, 도쿄, 홍콩이 항구의 컨테이너화에 동참했다.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 이후 전폭적인 투자로 동참했고, 2005년에 일반 화물 취급 규모 세계 1위가 되었다. 5,000군데 국제 회사가 싱가포르를 화물 무역 중심지로 사용했다.

 

1969년 컨테이너 화물 운송의 아버지 격인 말콤 맥린은 시랜드사를 완전 매각한다. 60년대 말 70년 대초가 되면 전쟁 잉여 선박인 군함을 개조하거나, 일반 상선을 부분 개조한 것에서 벗어나 순수 컨테이너 화물선이 주류를 이룬다. 한편, 컨테이너선의 폭증은 해운사 간 운임요율 전쟁을 유발한다. 여기에 오일 쇼크까지 겹치자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

 

말콤 맥린은 1977년 그의 주식을 모두 팔고 돼지농장을 만들었으나 돈이 되지 않았다. 1978년 유나이티드 스테이츠라는 해운사를 새로 인수한다. 규모가 더 크고, 속도는 좀 느렸던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쳤으나 1986년 회사는 파산한다. 타이완의 에버그린 해운선사는 1982년에 2,700 TEU의 컨테이너를 싣고 세계 일주 화물 운송 서비스를 시작한다. 그러나 그 이후 해운업계는 더 큰 컨테이너 화물선이 건조되고, 1분에 1개 컨테이너를 옮길 수 있는 대형 크레인이 속출했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게 된 것이다.

 

컨테이너 화물 운송비를 좌우하는 요소는 하역비와 화물을 배송하고 빈 상자로 돌아오는 경우 맡아야 했던 재정 부담 등의 고정 경비였다. 1969년 제2세대 화물선의 디자인으로 비용은 낮아지고, 70년대 초반 화물 운송 능력이 브레이크 벌크 화물선의 실적보다 4배가 늘었고 속도로 빨라졌다. 70년대 오일 쇼크는 업계에 충격이었다. 화물운송비 파악은 쉽지 않으나 정기선인 컨테이너선과 비정기 벌크 화물선인지가 중요했고, 환율, 인플레이션, 연료비 등의 요인이 작용한다.

 

1980년대 ‘JUST IN TIME 시스템’(적기생산방식)은 경제적 효율과 품질 향상을 이루어낸다. 이는 컨테이너 화물 운송 없이는 불가능했다. 게다가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JIT가 수월해졌다. 컨테이너 화물선은 세계 경제를 연결한다. 경제의 세계화, 노사 관계와 고용, 통상과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한민국이 무역 국가로 성장하게 된 요인 중 하나는 단순한 12m 길이의 직육면체 BOX 컨테이너가 낳은 수많은 결과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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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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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5.()

그놈이 그놈인 세상, 내가 뭘 어쩔 수 있는 상황도 아닌 현실, 모래처럼 흩어진 채로 꾸역꾸역 살아가는 삶에 그러지 맙시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거울로 봐야 자신의 모습을 보고, 외국에 가보면 쉽게 한국의 모습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독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의 삶을 걸러내 돌아보는 김누리의 강연록이다. 유학한 경험을 힘으로 권력으로 투사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에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60년대 출생, 50내 남자에게 뜨끔하게 다가온다.

 

광장 민주주의를 통해 외국에 소개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1등 국가다. 트럼프, 아베, 푸틴이 끌고 가는 선진 강대국보다 우리 광장 민주주의가 우월하다는 독일 주간지의 칼럼(디 차이트; 이제 미국과 유럽은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배워야 한다는 취지)이 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광장 민주주의(탄핵을 외친 촛불 집회)와 일상 민주주의는 다르다. 대통령은 비판하나, 소속된 사장을 대놓고 비판하지 못하는 사례에서 괴리가 큼을 안다. 독일 경제 성장의 바탕에 있는 노사공동결정제를 소개한다. 노동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기업과 귀족화된 노조, 열악한 비정규직이 공존하는 현실의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

여러 페이지에 걸쳐 유럽의 68혁명을 소개한다. 1960년대 후반 유럽에서 부조리한 세상이니 모든 형태의 억압을 거부한다라며 세상을 바꾸자는 혁명이다. 왕은 신으로부터 권력을 부여받았다고 믿던 세상을 바꾸고 근대를 이끈 계몽사상과 같은 맥락이다. 유럽인들의 시대정신이라고 해석한다. 과거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교양 사회를 만들어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는 시대 분위기다. 우리에겐 이런 시대정신을 받아들일 기회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 김누리 교수의 판단 기준이다.

 

왜 한국에만 68혁명이 없었는가와 60년대 이후의 현대사를 자신의 기준으로 해석한다. 60년대 출생, 80년대 학번의 정치적 성취와 함께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착각이야말로 위험하다고 말한다. 이미 기득권이 되어버렸다는 평가에 공감한다. 물론 도덕적 우위는 정치에서 약자에게 버팀목이 되지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기득권에 만족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쟁하는 교육으로부터 인권과 성, 자기계발이란 이름으로 윤색된 자기착취’(독자는 성취적인 삶의 자세로 동기화돼야 한다고 믿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소외의 문제를 풀어간다. 자신이 만들었으나 가 그것에 종속되는 현상으로 소외를 정의한 것은 쉽고도 교수답다.

 

역사의 악순환이란 고리를 끊기 위해 연결 고리를 찾는다. 우리의 자화상으로 높은 자살률과 경제적 불평등, 경쟁에 내몰린 학생과 노동에 혹사당하는 어른을 이야기한다. 한국전쟁이 계급을 없앴으나 새로운 계급으로 학벌이 탄생했다고 본다. 여의도 국회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자본주의를 야수 자본주의라 부르며 악순환의 뿌리로 파악한다. 한국사회에서 정권 교체는 보수 대 진보라는 거짓으로 포장한, 수구와 보수 간의 기만적 기득권 싸움이라고 본다. 더불어 미국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님에도 영혼의 미국화란 단어를 내놓고 한국이 변수에서 상수로 서자고 말한다. (덧붙인 지도를 보면, 중동에서 한국을 그렇게 보기도 한다. 중국에 나이스라니, 어불성설 )

 

마지막 장에서 독일 통일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몇 가지 에피소드로 소개한다. 이를 통해 남과 북이 다치지 않고 손잡는 법이란 이름으로 나름의 생각을 밝힌다. ‘천문학적 통일 비용이란 교도 통신이 의도적(악의적)으로 만든 것을 조선일보가 퍼 날랐다고 한다. 동독의 유권자가 독일 통일 이후 정치의 방향타가 되었음을 기억하고 고려해야 할 듯하다.

 

독자가 보기에 퇴장하고 있는 60년대 출생, 80년대 학번에, 앞만 보고 왔으나 손에 든 것을 펼쳐보고, 두고 떠나온 길을 돌아보자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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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사람 2023-03-23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실천 해 보려니 막막하네요.
 
50 이후, 인생을 결정하는 열 가지 힘 - 하버드 심리학 거장의 마지막 강의
B. F. 스키너.마거릿 E. 본마거릿 E. 본 지음, 이시형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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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이후, 인생을 결정하는 열 가지 힘

 

2022.12.3.()

첫 문장 “50대 이후의 인생 후반에 관해 생각하기 기장 적당한 시기는 바로 젊은 시절이다.”에서 이미 늦었다는 느낌과 동시에 오늘이 남은 날 중 가장 젊은 날이란 시구를 떠올린다. 학부 평점 C였던 교육심리학 강좌에서 파블로프와 B.F 스키너를 처음 만났으니 38년 전의 일이다. 최근 교육학을 다시 공부하며 당시 관심 두지 않았던 강화의 개념과 행동교정, 행동강화 기법을 익힌다. 저명한 미국 행동심리학자의 조언이기에 우리와 사고와 행동 방식이 달라 어색한 부분이 있으려니 생각하며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시공을 결합하면 노년이란 낯선 나라와도 같다. 나이 드는 것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으며, 어느 정도의 계획을 세운다면 더 나은 인생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졸작 독서로 말하라에서는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라고 말했음으로 서로 통하는 이야기리라. 스키너는 신체적 노년의 대비 외에도 즐기려면다른 종류의 계획을 세우자 한다.

마음, 환경, 생각, 일상, 관계, 과거, , 감정, 태도, 역할 부문으로 나누어 조언한다. 몇 가지를 옮겨 마음에 새기려 한다.

 

마음 : 노년을 풀어야 할 숙제로 보고 과감하게 정면으로 부딪혀보라.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을 구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인생을 즐기는 데 건강이 중요하듯이, 건강을 위해서는 인생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 : ‘집 안에서의 생활부터 즐거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라. 집안 전체를 단순하게 꾸며라. 마음을 써서 집 안을 다양하게 변화를 주어라. 공간의 안전성을 높여라(누가 당신의 가방을 잡으면 팔을 다칠 위험을 부단하지 말고 그냥 가로채게 놔두는 편이 현명하다. 94세 어머니의 경험과 같은 이야기다). 일부러 규칙을 지키는 일과를 만들어라(내 경우는 만 보 걷기와 폐문 독서다). 시간을 죽이는 일은 하지 마라. 고급 취향을 기를 만한 좋은 기회다.

생각 : 생각을 분명하게 하라. 횡설수설은 늙어가는 증거다. 생각을 기록하라.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일은 곧 자신감을 갖추는 일이다. 정신적 피로를 알아채고, 휴식을 가져라.


일상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여생을 보내는 것은 절대 달콤하지 않다. 시간의 측면에서 노년은 부유함인 동시에 빈곤함이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관계 : 젊은이들을 비판한다고 해서 그들을 변화시킬 수 없다. 부탁받지 않는 한, 10년 넘게 지난 개인적 경험에 관해 이야기하지 마라. 노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려면 젊은 시절의 자랑을 아예 하지 마라. 누가 차를 태워주면 운전에 대해 말하지 말고 경치나 감상하라.

과거 : 기억 나는 순간,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 기록하라. 무엇이든 한 장소에 놓아두어라. 잊어버리기가 얼마나 쉬운지 절대 잊지 마라.

: 감각이 둔해질 것이다. 시력은 감퇴하고, 청력은 상실될 것이며 맛과 냄새에도 둔해질 것이다. 손가락의 감각도 점점 둔해진다. 미끄러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감정 : 언제나 기분 좋게 지내라. 분노의 일부는 실패로부터 온다. 분노의 원인을 제거해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라. 노년의 성애는 죄악시하지 말라. 설렘을 유지하라. 나이 탓에 굴욕감을 느낄 때, 진실한 겸손이 필요하다.

태도 : 하늘은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늙음을 주었고, 우리를 편히 쉬게 하려고 죽음을 주었다(장자) 유언장을 써 두되 죽음에 대해 더 생각하지 마라.

역할 : 멋진 노년의 역할은 평안함, 현명함, 자유, 품위, 유머 감각이 필요하다. 자기 나이처럼 보이고 행동하고 말을 해야 성공적으로 품위를 지킬 수 있다.

 

#50이후, #인생을 #결정하는 ##가지 ##스키너 #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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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출 자본주의 - 복잡한 세계 경제가 낳은 잔혹한 현실
사스키아 사센 지음, 박슬라 옮김 / 글항아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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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세계 경제는 네트워크화되어 뉴욕의 증시가 코스닥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이 석유와 곡물에, 스타벅스와 햄버거, 코카콜라가 연결되어 있다. 양극은 서로 통한다고 한다. 극단에 있는 사례들로부터 통계자료와 경험적 연구를 통해 축출(expulsion)’이란 개념을 꺼내고 자본주의를 분석한 사스키아 사센을 만난다.

 

개념적으로 체제적인 지하 동향’(아직 이론화하지 못했다는 고백이다)을 파악하려 시도한다. 국가가 주도하던 케인즈주의와 평등, 공정사회 확립이라는 가치가 사라져가고 있다. 서구에서 시작된 다()국적기업의 성장이 전통적 자본주의와 다른 새로운 자본주의를 만들어간다. 이는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의 문제라는 지역적 관점은 과거의 시각이며, 문제는 연결되어 있고 전 세계로 확산한다. 국가의 역할이 줄어들고 다국적기업의 활동이 세계의 경제를 이끌어 간다. 여기서 생기는 난제와 폐해는 비용의 사회화, 이윤의 사회화와 무관하지 않다.

 

케인즈주의적 논리는 노동자이자 소비자로서 인간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고 자본주의 발전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21세기의 자본주의는 금융의 세계화를 무기로 단순한 진보, 발전, 진화가 아닌 약탈적이라는 특성을 가져 많은 사람이 노동자와 소비자로서의 가치를 잃고 사회적으로 배제(축출)되며 궁핍해진다. 금융은 체제적 논리의 위기를 유발하는 원인이다.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남반구 후진국들은 다국적기업에 국가 경제를 열어두다 보니 외채 상환을 우선 과제로 삼아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다. 기업이 사들인 해외토지가 급격히 늘어 국가가 경영하기보다는 기업이 자원을 착취하는 공간이 되어 간다. 이렇게 21세기 자본주의 경제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땅과 물이 방대한 규모로 죽어간다.

 

축출이란 지난 20년 동안 많은 사람과 기업, 장소가 우리 사회 경제의 주요 질서로부터 퇴출당하였다는 의미로 쓰고 있다. 축출은 고도로 발전한 선진경제와 첨단기술의 산물이다. 다시 말하지만, 사스키아 사센이 축출의 동력원으로 보는 것은 금융의 세계화이다. 중국과 미국은 투자 지향적인 금융 제도와 초고수익에 대한 열망이라는 시대정신을 따른다. 80년대부터 시작된 역사적 변화로 선진국의 아웃소싱 방식(신국제분업이란 단어는 등장하지 않으나 독자는 생산기능의 아웃소싱이 일반적인 신국제분업으로 이해한다)과 금융의 변화를 주요 변수로 본다. 과거에 은행은 자신이 보유한 자산을 외부에 판매한 것에 비해 현재 금융회사는 그들의 수준에 없는 것을 판매한다. 파생상품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는 케인즈식 경제 성장과 결을 완전히 달리하는 것이다. , 성실한 노동 계층과 중산층의 확장을 기반으로 성장하던 시대와는 확연하게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영향력은 커가고 탈산업화, 금융의 국제화로 중산층이 몰락하고, 오직 글로벌 도시, 세계도시만이 권력과 힘을 발휘한다.

 

논지를 펴기 위해 80년대 이후 자본의 본원적 축적 구도가 변화되고 있음을 서술한다. 거대한 부의 편중으로 중산층이 성장하고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더 번창할 수 있는 체제적 역량은 사라졌다. 개인의 능력보다 복잡다단한 약탈 구조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해 세계에 불평등이 만연하고 있다. 더불어 극단적인 대규모 실향(refugee), 자연재해, 무력분쟁이라는 동향이 새로운 유형의 사회적 축출을 일으킨다. 선진국의 수감인구 급증이라는 독특한 현상을 분석한다. 1천만 명이 넘는 수감자는 출소한다고 해도 밑바닥의 삶을 살게 되니 축출의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하는 거다.

또한, 사센은 80년대 이후 무역장벽 철폐와 민영화를 통해 새로운 글로벌 시장으로서의 에 주목한다. 외국인의 땅 매입은 대규모 축출을 일으키고 상품화되어 주권국가의 영토가 국제 시장의 판매대에 진열된다. IMF, WTO, 세계은행의 역할은 지역 경제를 변화시키고 주권국가의 영토권을 훼손하고 있다. 한국에서 느끼기 어려우나 외국인이 매입한 땅은 아프리카, 동남아, 남미에서 플랜테이션으로 전락하고 있다.

 

끝으로, 다음과 같은 지구적 난제도 불평등의 심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이미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과 생소한 것을 나열해 본다. 미국의 땅 1/3이 과학적 기준으로 볼 때 실제로 황폐해지고, 지구의 5개 환류가 쓰레기 소용돌이로 변해 바다를 질식시키고 있다. 생명이 삶의 공간에서 축출된다. 수많은 통계치와 사례들(뉴기니의 옥테미 광산, 시베리아 치타 광산, 납 오염, 채광 및 자원 추출 산업, 물 자원의 수탈, 해수면 상승 등)을 들어 지하 깊숙이 흐르는 보이지 않는 개념적 동향(‘축출’)은 국가와 장소를 초월한다. 지구 생태계는 삶의 공간에서 점점 더 축출되고 땅과 물은 죽어간다.

 

자본에 의해 기획된 축출’. 그것이 만들어 낸 헤테로토피아적(주류사회의 밖에 있거나 주류사회에 반하는 다양한 문화로 구성된 공간) 공간을 파악하고 거대한 파괴에 대비하려면 지형적, 표면적 사실로부터 실재와 개념 사이의 공간을 사유해야 한다. 이 책은 그 공간에 대한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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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든스의 『제3의 길』 읽기 - 시대 전환에 발맞춘 정치 전환 세창명저산책 95
정태석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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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의 길

2022.11.30

7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의 파고는 경제의 세계화란 물겨에 올라탄 이후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경제 공황의 대책으로 통제라는 방식을 제안하여 자본주의의 성장을 이끈 케인즈 경제학 못지않은 폭과 깊이를 갖게 되었다. 80년대 후반 소련의 붕괴와 동유럽의 민주화는 공산주의의 몰락과 자본주의의 승리라는 평가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는 다르지만 사회성, 공동적인 것의 우위성을 옹호한다는 차원에서 공유하는 지점이 있다. 따라서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국가들에게 성찰을 요구한다. 이런 맥락에서 앤서니 기든스가 말하는 제3의 길을 살펴본다.

 

포괄적 복지에서 근로 복지로의 이행을 거쳐 적극적 복지를 지향하는 제3의 길이 내게로 온 것은 경제지리학을 공부하면서다. “복지가 소득의 재분배였다면 제3의 길은 노동의 재분배라는 문장이 정답이었기에 명백하게 이해한 줄로 알았다. 이해의 수준은 기준점 아래에 있었다. 정치나 경제학 분야의 책 읽기는 퍼즐 맞추는 재미가 있다. 근대 이후 경제 사상의 큰 줄기는 잡았으나 책을 소개받아 읽을 때마다 봄날 새순이 돋아나듯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이들이 적지 않고 때로는 낙엽처럼 떨어지는 것들도 있다.

 

하이에크가 노예의 길을 통해 계획경제는 종국에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예견한 일은 결과적으로 앤서니 기든스의 3의 길에 비해 간결하고 쉽다. 3의 길은 접합개념(conjunctive concept)이다. 기든스의 사상은 동양식 사고로 보면 중용이 길이기 때문이다. 흑백논리가 중용을 지켜내기보다 쉽다. 누구처럼 밀턴 프리드먼의 책을 읽었다면 자유를 말하는 식의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를 바라며......

 

3의 길은 좌파에게 백기를 든 것 같다고, 우파에게는 악의 근원인 복지국가에 집착한다는 비난을 받는다. 좌우를 극복하자는 제안이기 때문이다.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기까지 발전국가의 불균형 전략을 펼쳐 온 우리의 입장에서 고민해볼 과제가 아닐까. 3의 길은 경제 영역에만 제한된 사고가 아니다. 정치, 경제, 교육, 시민사회, 가족제도 등 여러 개념을 결합한 접합 개념이다. 정치는 세계화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다. 민주주의의 민주화를 말한다. 3의 길은 평등, 약자 보호, 자율성으로서의 자유, 책임없이 권리 없다, 민주주의 없이 권위 없다, 세계주의적 다원주의, 철학적 보수주의라는 가치를 지향한다. 특히 경제 영역에서는 신혼합경제(new mixed economy)를 지향한다. ‘사회투자 전략이란 개념이 생소하나 적극적 복지를 강조하는 말로 이해한다.

 

3국가와 시민사회에서 적이 없는 국가는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이전보다 휠씬 더 국가의 리스크 관리 능력에 의존하게 된다.”는 문장이 있다. 이태원 참사를 떠올리며, 이미 20년 전 기든스의 견해를 빌리면, 현재 상태에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3의 길이 제안하는 평등의 개념이 신선하다. “새로운 정치는 평등을 포용(inclusion)으로, 불평등을 배제(exclusion)으로 규정한다(p.168).

독자가 책에서 핵심으로 고른 문장은 노동이 자존심과 생활 수준의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 노동에 대한 접근은 기회의 주된 맥락 가운데 하나이다. 교육은 또 다른 기회의 맥락이다.” 그런데, 콜린스는 학벌주의 사회’, 도어는 졸업장 병이라며 학력 인플레이션을 경계하자는데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하는가? 많은 이들은 학력이 지위 획득의 수단이라고 하고 혹은 그런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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