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봉돼 많은 화제를 몰고 오며 아직도 인기를 구가중인 한국영화가 바로 '조선 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이다. 현대물이 아닌 사극이지만 그 추리소설을 풀어가는 근원적 재미와 김명민과 오달수 두 캐릭터의 호연으로 인기를 끈 작품인데, 물론 이 영화는 김탁환의 원작인 역사소설 <열녀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처럼 역사를 바탕으로 한 팩션 역사소설은 그 느낌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그런 점에서 팩션 역사서의 대가이자 나름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수광'의 신작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강호는 이미 그의 책들을 몇 권 소장중에 있고, 작년에는 <정도전> 두 권을 읽었던 기억 때문에 단박에 끌려서 지른 책. 인터파크 북피니언 2주년 기념 3월호도 받을 겸 지른 <조선 명탐정 정약용>이다. 이에 간단히 소개해 본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조선시대 최고의 실학자이자 실사적 지식인으로 통하는 그는 영·정조시대를 지내며 권력보다는 민본정치에 앞장서 나중에 유배까지 당한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면서 그가 남긴 수많은 저서들은 지금도 회자돼 그의 박학다식함을 알 수가 있는데, 그런 소스를 바탕으로 이번에 이수광이 펴낸 두 권의 '조선 명탐정 정약용'은 다산 정약용이 형조참의에 임명되어 있을 때 살인사건을 해결하고 판결하는 재판과정이 담겨 있는 소설이다. 마치 널리 알려진 중국의 명판관 '포청천'이 연상되는 시퀀스가 아닐 수 없다.

조선 최고의 실학자이자 명판관으로 변모한 조선 명탐정 '정약용'

그러면서 이 책은 정약용이 살인사건을 집대성한 <흠흠신서>와 <조선왕조실록>, <무원록>, <심리록>을 바탕으로 조선시대의 살인사건 발생에서 해결, 그리고 판결까지 살인사건과 정조 독살설을 집중적으로 다뤄 명판관으로서의 정약용의 모습을 그려내며, 조선왕조실록에 수록된 미스테리한 살인사건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소개다. 그러면서 이 소설은 사건의 해결에만 중점을 두지 않고, 살인사건의 범인이 체포되면 재판이 벌어지고,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명판관의 모습을 그리면서 개혁군주 정조의 독살설에 대한 미스터리까지 풀어가면서 흥미를 더하고 있다는 평가다. 즉 역사적 팩션소설로 최초 소개되는 조선시대 재판사건이라 볼 수가 있는 것이다.
 
바로 그것은 두 권의 목차에서 알 수가 있다.

1권
추천사 세계적인 명판관 정약용과 조선을 뒤흔든 재판사건
제1화 조선에 유령이 나오다
제2화 저수지에 떠오른 일곱 사람의 시체
제3화 삼매의 서방은 아침에는 이가, 저녁에는 장가
제4화 복수인가 살인인가
제5화 부패한 자들을 숙정하라
제6화 세 여인의 원망이 5월에 서리를 내리게 하다
제7화 한 밤에 들리는 여인의 울음소리
제8화 여자의 이빨에 물려 죽은 사내

2권
제9화 피를 부르는 살인마
제10화 법이란 공평한 것이다
제11화 부부로 산다는 것
제12화 노비가 주인을 고발하면 사형이다
제13화 임산부 살인사건
제14화 사랑이 너무 뜨거워 정염으로 죽다
제15화 속곳이 헐거운 여자
제16화 피비린내 나는 궁중 암투
제17화 꽃이 진다고 바람을 탓하랴
제18화 여리의 눈물
제19화 거인이 생의 문을 닫다
다산 정약용 연보

이렇듯 이 책의 이야기는 추리소설 단편집처럼 구성이 되어 있다. 마치 아직도 인기가 많은 셜록홈즈와 애거사 크리스티 단편 시리즈처럼 말이다. 그래서 더욱 눈에 띄고 솔깃한 이야기들이 많다. 흔한 외국 추리 단편집은 많았지만, 이렇게 '조선왕조실록'에 실제 기록된 사건을 파헤치고 팩션으로 재구성해 그려낸 책들은 보기가 힘들었다. 그런 점에서 의미있는 역사 추리소설인데, 물론 팩트와 팩션이 공존하지만 분명 매력적인 요소는 충분하다 할 수 있다. 특히나 이 소설은 위의 목차처럼 사건 별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며 명판관으로 맹활약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와 함께 다산 정약용의 일생도 더불어 조망하고 있어 눈길을 끄는데, 얼마 전 대법원에서는 세계적인 명판관으로 솔로몬, 포청천, 그리고 정약용을 꼽은 바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조선을 뒤흔든 재판사건을 다루며 명판관으로써 그의 활약상을 그린 추리소설이자 법정소설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팩션 역사서의 대가인 이수광이 써냈기에 더욱 끌리는 것인데, 역시 여러 말이 필요없는 역사적 기록과 함께 팩트와 픽션이 공존하는 흥미만점의 역사 추리소설이 아닌가 싶다. 우리에게 아직도 조선 최고의 실학자로 남은 그의 명판관으로써 활약상을 이 책을 통해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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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品格)
이라 명명된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라 일컫는 말로, 즉 품위와 격식을 통칭해서 쓰는 일상적인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알다시피 사람 뿐만이 아니라 사물이나 현상 등에 빗대어 돋보이게 하는 수사적인 뜻으로 자주 쓰인다. 무슨 무슨 품격, 어떤 품격 같이 말이다. 물론 주로 인간의 사람 됨됨이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여기 소개할 한 권의 책은 나라의 품격에 대해 말하고 있다. 최근에 들어 우리나라 사정을 보면 '국격'(國格)을 논하며 제발 좀 품위있게 처신하자는 나랏님의 언질이 있었다. 그게 처신만 잘 한다고 될까.. 현실은 시궁창이요, 국격의 근원적 원론을 논하지 않은 채 현실에 안주하는 그림으로는 나라의 품격이 단박에 바뀔 수 없음이다.

각설하고, 그런데 여기 가열하게 한 나라의 품격을 말한 책 한 권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광활한 대륙만큼이나 유구한 동양사와 문화의 중심이자 이 나라를 모르고서는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나라의 중심이라 일컫는 '중국'. 그 중국에 대한 '품격'을 전면적으로 논하며 이야기한 책 <중국의 품격> 되시겠다. 우선 개인적으로 중국사 등을 좋아하는지라 이번에 운좋게 득템한 책인데, 그렇다면 여기서 말한 '중국의 품격'이란 과연 무엇일까.. 간단히 소개해 본다.



중국을 폄하의 대상이 아닌 '품격'으로 제대로 짚은 <중국의 품격>

지금의 '중국'하면 그 광활한 대륙만큼이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민족의 지난했던 화려함은 뒤로 한 채, 개혁개방의 파고 속에서 가난과 부자가 양 극단으로 달리듯 폭풍질주하는 사회주의식 자본주의로 초고속 성장중인 중국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서 누리꾼들은 소위 '짱깨'라느니 '대륙 시리즈' 같은 패러디를 양산하며 그들을 조롱거리로 일삼으며 농지거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을 그렇게 마냥 웃음거리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그냥 그 흔한 삼국지와 초한지 몇 번 보고 읽은 것 가지고 중국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열국지는 물론이요, 대표적인 공자와 맹자 노자 장자 등, 또 근현대사의 한 획을 그은 대장정과 문화대혁명까지 그 역사와 문화의 근원적 원류에 흐르는 그 맥을 알아야 할 터. 그런 점에서 이번에 '에버리치 홀딩스'사에서 나온 <중국의 품격>은 꽤 의미가 깊은 책이 아닌가 싶다. 제목처럼 곧바로 '품격'에 대해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베이징대학교 국학연구원이자 중국에서 유, 불, 도를 유일하게 두루 이야기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유일한 석학인 '러우위리에'(樓宇烈, 77세). 이분의 신작인 이 책은 한마디로 저 띄지처럼 '동양문화'에 대한 교양서라 할 수 있다. 경제대국을 세운 중국의 문화적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동시에 전통으로의 회귀라는 국가공통적 화두를 조심스럽게 던지며, 자본주의에 떠밀려간 동양문화의 근원과 품격을 만나게 해준다는 소개다. 그것은 중국의 전통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고, 중국의 문명이 만들어낸 특유의 분위기로 발현되며, 단발적이고 수직적인 서양문물과 자본주의가 역사 속에서 잃어버린 삶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내면적 발전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인문정신이며 곧 품격이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동양문화적 자산과 품격에 대해서 초지일관 강의를 해온 도올 '김용옥' 선생이 극찬하며 추천한 책이 바로 <중국의 품격>이다. 더군다나 수십 년 전 김용옥 선생에게 있어 '러우위리에'는 사상적 은혜를 입은 지적 스승이기도 했다는 전언처럼, 이 책은 어찌보면 일맥상통하다. 그것은 위의 추천사처럼 중국의 품격이 그들만의 것이 아닌 동양문화의 원류로 관통하며 한국인의 내면적 가치까지 아우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품격>이라는 책이 더욱 끌리기도 한 것인데, 총 8강에 걸친 중국문화의 기본적인 맥락들을 통해 이들의 가치와 근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보여주고 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강추한 '중국의 품격', 동양문화의 원류를 만나다.

1강. 중국문화, 100년간의 성쇠
중국문화, 어디로 가는가?
중국과 서구의 다툼
문화 또한 글로벌화해야 하는가?
길은 어디에

2강. 중국 전통문화의 품격, 인문정신
사람을 근본으로 여기다
천인합일天人合一
인문적 사유

3강. 중국 전통문화의 근원을 이루는 전적
삼현·사서·오경
오경의 요지
삼현의 요지
사서의 요지
불교의 구경九經·삼론三論·일록一錄

4강. 유가와 중국문화
유儒와 유가
유학의 발전
유가사상, 중국 전통문화의 근간
참된 유자란 무엇인가?
유가의 교육법

5강. 도가와 중국문화
도가의 도덕 개념
도가의 발전
도가사상의 요지
도가사상이 중국문화에 끼친 영향

6강. 불교와 중국문화
기원: 불교의 참된 모습
충돌: 중국의 풍토와 맞지 않은 불교의 교의
마찰: 발전하는 중국불교
융합: 중국문화의 중요한 지맥

7강. 중국문화의 예술정신
윤리적인 문화
예술적인 문화
중국인의 예술과 삶

8강. 중의와 중국문화
중의학 이론의 뿌리
중의의 도
중의에서 말하는 양생의 비결

위의 목차를 보듯이 중국의 역사보다는 전통문화에 치중하며 특히 유가와 도가 그리고 불교 등 그 문화적 자산과 가치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이 끼친 중국인 삶의 양식과 문화를 조망한 것인데, 어찌보면 다소 고리타분한 책이라는 느낌이 온다. 마치 대학시절 인문교양 수업을 듣듯이. 하지만 얼추 훑어봤지만 그렇게 하드한 책은 아니다. 전문적인 냄새가 풀풀 나지만 결코 이해불가의 책은 아니다. 그것은 어찌보면 우리 안의 내재된 동양문화가 알게 모르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터. 현재 중국에서는 전통문화로 회귀하려는 '국학붐'의 열기가 뜨겁다고 한다. 바로 전통에 대한 회귀야말로 문화적 자부심을 회복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문화적 자부심을 '중국의 품격'이라 말하며, 그것이 곧 동양의 품격이자 한국의 내재된 품격이라 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뭐.. 여러 말이 필요없는 다소 따분할 것 같지만, 중국의 전통문화의 가치와 근원을 통해서 제대로 된 동양문화의 품격을 만나보자.

여기 도올 김용옥 선생의 추천사처럼 말이다. 

   
 

 러우위리에의 지식은 서면상의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서 체화된 지식이다. 우리는 그가 말하는 중국의 품격이 중국인만의 것이 아니라 한국인 품격의 내면적 가치도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현재 중국고전의 재해석과 관련된 중국인문정신의 재인식은 바야흐로 중국문명의 르네상스라고 일컬을 수 있을 만큼 다각적이고도 참신한 연구성과가 도처에서 축적되어가고 있다. 더구나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에 놀라운 경제성장과 문화적 성숙도를 과시하면서 G2의 위치를 공고히 해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세계문명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새로운 문명패러다임의 주축으로서의 중요성을 획득해가고 있는 시점에 선진 인문정신이 새로운 옷을 입고 세계사상사의 무대 위에 당당히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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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3월 2주

인간의 무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열한 판타지의 세계는 그 한계가 없다. 그것이 책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표출되는 양상은 제 각각이지만 그 상상적 재미는 딱히 이 장르에 팬이 아니라도 끌리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비주얼한 스크린으로 펼쳐질 때는 시각적 쾌감을 자극하며 눈길을 끄는 게 다반사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17일부터 개봉하는 영화들, 바로 판타지 무비 4편이 있어 나름 이목을 끌고 있다. 이에 강호가 정리 차원에서 간단히 소개해 본다. 관전 포인트와 함께 재미로 봐 주시길 바랍니다. ~~



감독 : 캐서린 하드윅
주연 : 아만다 사이프리드(발레리), 게리 올드만(솔로몬 신부)
장르 : 드라마, 판타지, 멜로/로맨스, 스릴러
개봉일 : 3월 17일

줄거리
: 빨간모자야, 사랑에 빠지지마… 옛날 어느 외딴 마을에 빨간모자를 쓴 발레리라는 아름다운 소녀가 살고 있었어요. 마을의 외톨이 피터와 사랑에 빠진 발레리는 부잣집 아들 헨리와 결혼하라는 부모님을 피해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했지요. 하지만 붉은 달이 뜬 그날 밤, 어둠의 숲에 사는 늑대에게 언니가 죽임을 당하고 말았어요. 분노한 마을 사람들은 솔로몬 신부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신부는 마을 사람들 속에 늑대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숨어 있다고 말했어요. 달이 뜰 때마다 하나, 둘, 죽어가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우연히 발레리는 자신과 관계된 누군가가 늑대 인간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모든 비밀을 풀기 위해 스스로 제물이 되기로 결심하고, 달이 뜨는 밤 홀로 산으로 향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발레리 앞에 나타난 늑대인간은 바로!



관전 포인트 : 그렇다. 이 영화는 그 유명한 '빨간 모자' 동화를 원작으로 한 판타지 영화다. 이미 작년인가, 애니메이션으로 나와 인기를 끌었던 이 이야기는 빨간 모자를 쓴 소녀가 할머니를 찾으러 갖다가 늑대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모험? 이야기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성인용으로 변환되면서 각색을 해 사람들을 하나 둘 죽이는 늑대인간에 초점을 맞추면서 판타지로 그려냈다. 즉 늑대인간의 정체와 그와의 한판 대결인 셈인데, 여기서 바로 '빨간 모자'를 쓴 소녀가 이 위험천만한 여정에 동참하며 그 음습한 현장에서 활약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소녀역은 바로 강호가 나름 좋아하는 여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다.

'빨간 모자'의 성인용 판타지 '레드 라이딩 후드', 늑대인간은 누구?

2008년작 '맘마미마'의 히로인으로 떠오른 후 두각을 나타내며 인기를 구가한 아만다.. 이후 '죽여줘! 제니퍼'에서 메간 폭스의 절친으로 뿔테안경을 쓴 어리숙한 처자로 나왔지만 마지막 반전을 보여준 그녀, 그리고 '클로이'에서는 줄리앤 무어와 함께 나와 그녀의 남편 역의 리암 니슨옹을 유혹하는 섹시한 처자로 나와 매혹적인 매력을 선보였고, '레터스 투 줄리엣'에서는 작가 지망생 소피로 나와 이태리 여행에서 어느 할머니의 옛사랑 찾아주기 여정에 동참해 그 손자와 사랑에 빠지며 예쁜 풍광을 과시했던 영화까지. 그리고 '디어 존'에서도 로맨스를 그렸지만 안 봐서 모르겠고, 그리고 이렇게 이번 '레드 라이딩 후드' 에서는 '빨간 모자' 소녀로 나와 그 망토를 두른 채 종횡무진 활약한다.

큰 눈망울에 금발머리와는 상반된 강렬한 레드의 색조감이 더 어울려 보이는 배역이 아닐 수 없는데, 이 영화는 바로 '늑대'에 초점을 맞추면서 사람을 죽이는 늑대인간이 누군인지 밝혀내는 일종의 스릴러물이다. 이런 연출은 바로 그 유명한 '벨라'시리즈를 양산한 1편작 '트와일라잇'으로 흥행 반열에 오른 '캐서린 하드윅'이 메가톤을 잡으며 이번에도 그런 판타지로 일관되게 그려낸 것이다. 마치 느낌은 달라도 2001년작 나름 센셔이션을 일으킨 '늑대의 후예들'의 오마주가 생각나는 이 이야기. 과연 늑대인간의 정체는 누구일까? 설마 그녀는 아니겠지? ㅎ 아무튼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나오기에 더욱 기대가 되는 판타지 영화다.



감독 : 다이엘 반즈
주연 : 알렉스 페티퍼(카일), 바네사 허진스(린지)
장르 : 드라마, 판타지, 멜로/로맨스
개봉일 : 3월 17일

줄거리
: 그 화려함만큼 어둠이 공존하는 도시, 뉴욕. 완벽한 외모로 완벽한 삶을 누리던 카일(알렉스 페티퍼)은 한 순간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저주를 받게 된다. 창백한 피부를 뒤덮은 흉터와 문신, 남들과 다른 능력까지- 끔찍한 야수로 변해버린 그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뉴욕의 어두운 그림자 속으로 숨어든다. 그런 그에게 다가오는 단 하나의 희망, 린디. 린디를 향한 거대한 위협은 카일의 앞을 가로막는데.. 모든 것을 잃고 야수가 된 남자, 운명을 되돌리기 위해 세상에 맞서다!

'미녀와 야수'의 실사판 판타지물 '비스틀리', 야수의 피어싱이 제대로다.

관전 포인트 : 이 영화는 위의 '레드 라이딩 후드'처럼 유명한 애니메이션 동화인 '미녀와 야수'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 무비다. 그것이 실사의 판타지로 구성돼 보여지는 것인데, 여기 남부러울 것 없이 잘 나가는 한 청년이 어느 날 갑자기 저주를 받아 그로테스크한 페이스로 변모하고 만다. 위 우측의 그림처럼 말이다. 정말 임팩트한 모습의 야수가 아닐 수 없는데, 이렇게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먹은 그가 비로소 자신의 자아찾기? 게임에 빠져 든다는 게 영화의 플롯이다. 즉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남자가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올려면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한 여자를 만나야 된다는 마법같은 이야기가 바로 '비스틀리'(Beastly)다. 즉 야수처럼 야수답게 짐승처럼 변해버린 한 남자의 운명을 다룬 것이다.

그런 역에는 얼마 전 개봉하며 나름 화제를 몰고 SF영화 '아이 엠 넘버 포'에서 바로 주인공 넘버 포를 연기한 '알렉스 페티퍼'. 이미 동명의 원작소설 '아이 엠 넘버 포'를 재미나게 읽으며, 영화 또한 '식스녀'의 매력 때문에 다음 시리즈가 기대케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비스틀리'에서 삭발투혼을 불사르며 야수로 변모한 것인데, 꽤 임팩트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벌써 모습부터가 '넘버 포'보다는 더욱 어울려 보이는 게 꽤 기대가 되는 영화다. 어찌보면 이 영화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팽배해있는 외모지상주의 대한 경종을 울리는 영화적 메시지와 함께, 관전 포인트로 과연 야수로 변해버린 그가 어떻게 이 저주를 풀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영화다.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 맷 데이먼(조지), 세실 드 프랑스(마리)
장르 : 드라마, 판타지
개봉일 : 3월 24일

줄거리 : 미국에 살고 있는 ‘조지(맷 데이먼)’는 평범한 듯 보이지만 사후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가 원하지 않은 능력 때문에 사랑하던 여인마저 떠나 보내고 남모를 고통을 겪는다. 지구 반대편 프랑스에서 갑작스런 쓰나미에 죽음의 문턱까지 가는 경험을 한 ‘마리(세실 드 프랑스)’는 그 후 사후세계를 파헤치며 보이는 사실만을 믿던 기자로서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맞이한다. 한편, 런던의 소년 ‘마커스(조지 맥라렌/프랭키 맥라렌)’는 사고로 자신의 반쪽과 같은 쌍둥이 형을 잃고 삶 저편 세계에 대한 해답을 간절히 찾아 헤맨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접하고 각자의 진실을 찾던 세 인물은 우연히 한 시점에서 만나게 되고, 죽음이 이들에게 가져다 준 세 가지 삶의 기적은 그들을 믿을 수 없는 곳으로 이끄는데…

'맷 데이먼' 주연의 드라마 판타지 '히어애프터', 삶과 죽음에 대해 그리다.

관전 포인트 : 먼저 저 포스터를 보면 '맷 데이먼'이 마치 헐크로 변하기 전 모습처럼 나와 나름 눈길을 끈다. 어쨌든 그는 얼마 전 개봉한 SF스릴러 영화 '컨트롤러'에서 젊은 정치인 역을 맡았는데, 실은 그 영화는 SF적인 면모를 가장한 어느 정치인의 로맨스를 그려냈다며 나름 혹평한 적이 있었다. 이후 이 영화에서는 평범한 노동자 '조지'역을 맡았다. 그런데 '맷 데이먼'하면 실사같은 첩보 액션을 선보인 '본 시리즈'가 바로 생각나게 되는데, 필모를 보면 은근히 다작을 하는 배우긴 하다. 여기 '히어애프터'(Heraafter)에서는 사후세계와 소통하는 특별한 능력자로 나온다. 그렇다고 초능력자는 아닐테고,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 안을 들여다 본다는 것인데, 그렇기에 판타지물이다.

이미 남아공 대통령 '넬슨 만델라'를 다룬 럭비 영화 '인빅터스'에서 호흡을 맞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다시 연출을 맡으며 눈길을 끈 영화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죽음'에 영향을 받은 세 사람, 조지와 마리, 마커스의 이야기를 다룬 초자연 스릴러영화라는 간단한 소개처럼 이 영화는 삶과 죽음에 관한 영화다. 지극히 드라마다운 영화로 여기에 사후세계를 볼 줄 아는 한 남자의 시선으로 인간의 죽음에 대해서 다룬 다소 무거운 영화가 아닐까 싶다. 이른바 죽음을 보는 남자, 죽음을 겪은 여자, 죽음과 함께 하는 아이.. 이렇게 죽음이 가져다 준 세가지 삶의 기적을 말하고자 한 '히어애프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담아낸 그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것이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무지 따분할 것 같은 이 예감은 무얼까.. ㅎ



감독 : 잭 스나이더
주연 : 에밀리 브라우닝(베이비돌), 애비 코니쉬(스윗 피), 지나 말론(로켓), 바네사 허진스(블론디)..
장르 : 액션, 판타지, 스릴러
개봉일 : 4월 7일

줄거리
: 네이버영화에 공식적인 줄거리가 없다. 이런.. 그냥 소녀들의 액션 반란쯤..ㅎ

섹시하고 매혹적인 소녀들의 액션 '써커 펀치', 눈이 호강하는 영화?!

관전 포인트 : 그렇다. 무시무시한 소녀들이 들고 일어섰다. 왜 들고 일어선 것일까? 찾아보면 여기에도 내용은 있다. 어미를 잃고 양아버지 밑에서 갖은 폭력에 시달린 한 소녀가 아비를 향해 총을 쏘고 잡혀온 어느 정신병원. 그곳에서 험난한 생활과 가혹한 처사에 그녀는 친구들과 그곳을 탈출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탈출한 불가능한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서 어느 한 남자를 만나고, 그 남자는 자유를 얻기 위해선 다섯 개의 아이템을 찾으라 지시한다. 그러면서 소녀와 그 친구들은 각기 무장한 채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며 판타지 세계를 엣지있게 경험한다는 게 이 영화의 시놉시스로, 아주 심플하니 좋다.

즉 소녀들의 자유를 향한 몸부림을 판타지 세계와 접목시켜 매혹적이고 섹시한 액션을 선보인다는 게 이 영화의 플롯인 셈. 그렇다면 이것은 수많은 남성팬들이 '닥본영'할 무비가 아닌가 싶다. 아직도 소녀의 로망에 빠진 남자들에게 가열하게 펼쳐질 이 액션 판타지는, 2004년 데뷔작이자 좀비물의 수작으로 남은 <새벽의 저주>를 연출한 '잭 스나이더'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물론 그는 이후 스파르타 용사들의 무용담을 담은 <300>으로 기존의 액션을 뛰어넘는 탁월한 감각을 선보이며 흥행몰이를 한 전력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헐리웃이 주목하는 신인 여배우를 5명이나 총출동시켜 섹시함과 매혹적인 소녀들로 무장시켜 이렇게 액션 판타지를 선보인 것이다.

뭐.. 여러 말이 필요없는 꼭 봐야할 판타지 영화가 아닌가 싶다. 특히나 색감이나 그림 자체가 실사스러운 애니틱한 면이 보여 마치 액션 게임을 보는 듯 한데, 전작 '300'같은 아우라를 보여준다면 정말 기대가 되는 판타지 영화 아니 '소녀들'이 아닌가 싶다.  자.. 그럼.. 누가 가장 섹시하고 기대되는지 골라 보시길.. ㅎ

써커 펀치 트레일러 : http://www.youtube.com/watch?v=KrIiYSdEe4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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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문학에서 또 다른 거장의 반열에 있는 작가 중 한 사람 '박범신'. 학창시절 그의 몇몇 작품을 본 기억이 이제는 가물가물해져 잊혀진 그였지만, 작년에 그의 작품 중에서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의 삶을 아주 문학적으로 조망한 <고산자>를 읽고서 새로운 감흥을 받은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그의 작품을 알아보는 중에.. 작년 말 신작으로 나온 두 권의 소설이 있어 이렇게 컬렉하게 됐다. 물론 적립금 만료일에 맞춰서. 어쨌든 한참 중국작가 쑤퉁의 소설에 빠져 있는 강호지만, 우리나라 말글의 향연을 직접 작가로부터 오롯이 느껴보고 싶은 발호심에 컬렉한 두 권의 소설, 간단히 소개해 본다.



박범신 신작 장편소설 <은교>와 <비지니스>, 사랑과 삶에 대해서 말하다.

먼저 '은교'라는 소설은 대충 알기론 한 소녀와 할아버지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다. 얼추 '로리타'가 생각나는 플롯이지만, 작가는 소설 <은교>에서 '남자란 무엇인가. 여자란 또 무엇인가. 젊음이란 무엇인가. 늙음이란 또 무엇인가. 시란 무엇인가. 소설은 또 무엇인가. 욕망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또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인 질문을 계속해서 던진다. 그러면서 박범신 스스로도 "이 소설로 나는 내 안의 욕망이라는 게 여전히 눈물겹게 불타고 있음을 알았다!"는 말처럼 꽤 의미심장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사랑과 욕망, 남자와 여자,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이면서 존재론적인 메시지를 풀어낸 줄거리는 이렇다. 

위대한 시인이라고 칭송받던 이적요가 죽은 지 일 년이 되었다. Q변호사는 이적요의 유언대로 그가 남긴 노트를 공개하기로 한다. 그러나 막상 노트를 읽고 나자 공개를 망설인다. 노트에는 이적요가 열일곱 소녀인 한은교를 사랑했으며, 제자였던 베스트셀러 <심장>의 작가 서지우를 죽였다는 충격적인 고백이 담겨 있었던 것. 또한 <심장>을 비롯한 서지우의 작품은 전부 이적요가 썼다는 엄청난 사실까지. 이적요기념관 설립이 한창인 지금, 이 노트가 공개된다면 문단에 일대 파란이 일어날 것이 빤하다. 노트를 공개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진 Q변호사는 은교를 만나고, 놀랍게도 서지우 역시 기록을 남겼다는 사실을 듣는다. 은교에게서 서지우의 기록이 담긴 디스켓을 받은 Q변호사는, 이적요의 노트와 서지우의 디스켓을 통해 그들에게서 벌어졌던 일들을 알게 되는데…

이렇게 보듯 한 늙은 시인의 죽음 뒤에 남겨진 사실들, 열일곱 소녀를 사랑하게 된 한 남자의 고백, 그 속에서 다른 사람까지 죽이게 된 사연 등..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꽤 그림이 그려지는 게, 무언가 순수하면서도 갈망과 욕망의 경계에선 우리네 사랑에 대한 그림을 그려낸 것 같다. 그것이 과연 어떤 결과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박범신이기에.. 마냥 끌리는 '은교'다.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모순과 비판 그리고 자조적 비애감 <비지니스>

그리고 또 하나의 소설은 바로 올해 나온 신작 <비지니스> 다. 제목만 봐서는 마치 기업소설?의 느낌이지만 정작 그렇지 않다. 제목처럼 비지니스로 점철된 우리네 사회에 대한 모순을 담고 있다. 서해안에 위치한 ㅁ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설은 천민자본주의의 비정한 생리에 일상과 내면이 파괴되어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서늘한 만큼 날카로우면서도 가슴 저리게 그려내고 있다는 소개다. 그러면서 작가는 우리의 삶을 옥죄고 있는 전 세계적인 자본의 폭력성에 힘없이 쓰러져가는 사람들을 통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곳'의 현실을 가감 없이 담아냈고 있다는 평가다.

즉 자본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과 자조 섞인 비애감이 드는 작품 같은 느낌이 든다. "자식의 과외비를 벌기 위해 오욕이 가득한 화류항(花柳巷)으로 나가는 어미들이 있는 유례없는 나라가 내 조국이고, 그 어미의 채찍질을 사랑으로 받아들이며, 세습되는 ‘귀족’들의 앞길을 열어주기 위해 오진 약육강식의 정글 속을 헤쳐 나가는 전사로 길러지는 아이들의 나라가 내 조국이었다.” 여기 말처럼 자본주의 사회의 개발 지향에 따른 자본주의적 비애(悲哀)를 물씬 풍기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끌리는 소설 '비지니스'

더군다나 이 소설은 박범신의 신작 장편소설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문예지 『소설계』 에도 최초 동시 연재돼 화제가 되고 있다. 역시나 여러 말이 필요없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박범신 그만이 뿜어낸 필력이 어떠한지, 과연 이 가열한 자본주의 세대를 어떤 비판과 자조로 담아낼지 기대가 되는 장편소설 '비지니스'다. 매혹적인 앞 표지의 문구 "이제 세상의 주인은 ‘자본’이고, 삶의 유일한 전략은 ‘비즈니스’다!"처럼 또 매혹적인 한 여자의 뒷태처럼 매력적인 소설이 될지, 그 비지니스 현장을 당장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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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쑤퉁’의 또 다른 소설선, 그 작가를 알기 위해선 역시 그의 작품을 섭렵하는 길밖에 없기에, 강호가 그런 일환으로 컬렉한 작품들이다. 이미 가상 역사소설 속에서 제왕의 생애를 문학적 수사로 풀어낸 인생무상 같은 이야기 <나, 제왕의 생애>를 비롯해서, 세 편의 중편집인 ’처첩성군’, ’이혼 지침서’, ’등불 세 개’가 담겨진 <이혼 지침서>, 그리고 중국 현대사에서 가열하게 버텨온 하층민의 가족사를 비극적이면서도 통속적 처연함으로 그려낸 <화씨 비가>까지.. 그의 작품은 역시 퀄리티가 있다. 물론 지금은 또 다른 가족사이면서 꽤 잔혹하고 질퍽한 이야기인 <쌀>을 읽고 있지만, 이후 읽을 요량으로 켈렉한 두 권의 소설. 알라딘 적립금 만료일에 맞춰서 중고로 값싸게 구했다. 그리고 여기 두 권 이야기의 화두는 바로 ’여자’다. 즉 여자에 대해서 다룬 이야기로 하나는 현대 여성들의 삶을 다룬 세 편의 이야기 <홍분>, 또 하나는 중국 최초로 여황제에 오른 <측천무후> 되시겠다. 이에 두 권의 책을 간단히 소개해 본다.



먼저 ’홍분’. 앞 표지부터 연분홍색 나무꽃에서 무언가 따스한 기운이 나는 이 소설은 여성의 삶에 관해 쓴 세 편의 중편을 묶은 작품이다. 중국의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배경으로,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운명을 극복하지도 포기하지도 못하는 여인들의 이야기로, 쑤퉁이 그려낸 그녀들의 일생과 인생에 대해서 풀어내고 있다. 즉, 거친 세상과 운명 앞에 한없이 작은 존재인 인간들의 이야기를 유려한 서사로 풀어내기를 잘하는 쑤퉁이, 그 중심에서 가장 약하고 여린 존재인 여성들의 삶을 다룬 것이다. 그래서 쑤퉁은 때로는 중국 내에서 ’여성 소설의 대표 작가’라고 하는데.. 이미 <쌀>에서 쯔윈과 치윈의 캐릭터를 보듯, 또 <나, 제왕의 생애>에서 ’황보부인’을 보듯, <처첩성군>에서 쑹렌을 보듯, 그의 이야기에서 여성은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즉 이야기의 화자임과 동시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직관적 매개체다. 

여성 이야기의 강자 ’쑤퉁’, ’홍분’을 통해서 그녀들의 인생사를 말하다.

그리고 여기서는 바로 그들을 끄집어내 여자들의 인생을 오롯이 말하고 있는 것인데, 1930년대에서 198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의 중국의 혼란스러운 시대상과 여성 三代의 삶을 담은 「부녀 생활(婦女生活)」, 인민 해방을 맞아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눈물을 안고 살아가야 했던 기녀들의 이야기 「홍분(紅粉)」, 어느 조그만 마을의 간장 가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그곳의 일상을 슬프고도 우습게 그린 「또 다른 부녀 생활(□一種婦女生活)」이렇게 총 세 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 「부녀 생활」은 장쯔이 주연의 <재스민 꽃이 피다>로 영화화된 바 있고, 「홍분」은 세계적인 여성 감독 리샤오홍에 의해 <홍분>으로 제작되어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했다. 그만큼 영화로까지 제작되어 유명세를 떨칠 정도로 그의 원작은 퀄리티가 높다. 뭐.. 여러 말이 필요없다. 남자여! 여자의 삶을 다 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가? 알면 알수록 그 복잡다난한 쏠라닥질같은 여자들의 인생사, 그녀들의 삶이야말로 우리네 인생사의 또 다른 거울이자 투영이기에 ’홍분’을 통해 조금이라도 만나보자.  



여기 또 하나의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는 현대는 아니고, 저 천년을 뛰어넘는 시공간을 달려가야 만날 수 있는 중국 최초의 여황제 ’측천무후’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측천무후를 모르시는가? 중국 최고 5걸 황제 중 하나로 꼽히는 당태종의 치세 막판에 이름모를 궁녀로 들어와 태종 사후 비구니로 전락, 당 고종 이치에 눈에 띄어 다시 궁궐로 입성, 이후 소의를 거쳐 왕후에서 황후까지..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는 소위 임팩트가 꽤 세다. 그 속에서 자신의 자식을 죽이기까지 한 그녀의 무시무시한 권력욕. 그렇기에 무측천의 이야기는 역사책이나 드라마, 영화로도 많이 나온 소재이자 중국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여성군주 캐릭터다. 그래서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제공하고 관련된 책도 많지만, 그 느낌과 색깔은 조금씩 저마다 다르다. 최고의 악처 악녀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과연 쑤퉁이 그려낸 측천무후는 어떨까?

쑤퉁이 그려낸 여황제 ’측천무후’, 새로운 역사소설적 감흥을 만난다.

바로 그 점이 궁금해서 쑤퉁을 지금 파고 있는 일환에서 읽어 볼만한 역사소설이기에 이렇게 컬렉했다. 개인적으로 무측천에 대해서는 이미 몇몇 중요 사건과 관련해 에피소드를 알고 있지만, 그런 에피소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정말 한 여자의 인생사를 역사적 기록에 입각해 작가의 상상력으로 새롭게 각색된다면 무측천에 대한 또 다른 이미지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여기서 쑤퉁은 측천무후의 대담한 행보와 파란만장한 생애에 주목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역사 소설을 창조냈다는 평가다. 예종을 폐위시키고 스스로 직접 황제가 되어 나라를 다스린 여황제 무측천. 그리고 그녀가 병이 든 틈을 타 일으킨 신하들의 반란으로 황제 자리를 내놓고 최후를 맞이하기까지, 이 소설은 그녀의 삶을 순차적으로 따라가고 있다.

그러면서 쑤퉁의 시선으로 그려낸 무측천의 이야기는 생을 단순히 따라가며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시점을 중첩시켰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특히 생모인 측천무후에 손에 의해 비극적인 삶을 마쳐야 했던 황태자들, 태자 홍, 태자 현, 그리고 예종의 시선을 그녀의 삶의 여정 사이사이에 끼워 넣어 함께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여러 말이 필요없는 쑤퉁의 대표적인 역사소설이다. 기존의 <나, 제왕의 생애>처럼 가상의 역사공간이 아닌 실제 역사적 공간 속에서 무측천이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 미천했던 한 여자에서 여황으로서 성장을 그린 이 한 편의 대서사를 만나보자. 그것은 중국사의 복습은 물론이요, ’홍분’과 달리 전제국가에서 그녀의 권력욕과 인생사, 분명 색다른 감흥을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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