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쑤퉁’의 또 다른 소설선, 그 작가를 알기 위해선 역시 그의 작품을 섭렵하는 길밖에 없기에, 강호가 그런 일환으로 컬렉한 작품들이다. 이미 가상 역사소설 속에서 제왕의 생애를 문학적 수사로 풀어낸 인생무상 같은 이야기 <나, 제왕의 생애>를 비롯해서, 세 편의 중편집인 ’처첩성군’, ’이혼 지침서’, ’등불 세 개’가 담겨진 <이혼 지침서>, 그리고 중국 현대사에서 가열하게 버텨온 하층민의 가족사를 비극적이면서도 통속적 처연함으로 그려낸 <화씨 비가>까지.. 그의 작품은 역시 퀄리티가 있다. 물론 지금은 또 다른 가족사이면서 꽤 잔혹하고 질퍽한 이야기인 <쌀>을 읽고 있지만, 이후 읽을 요량으로 켈렉한 두 권의 소설. 알라딘 적립금 만료일에 맞춰서 중고로 값싸게 구했다. 그리고 여기 두 권 이야기의 화두는 바로 ’여자’다. 즉 여자에 대해서 다룬 이야기로 하나는 현대 여성들의 삶을 다룬 세 편의 이야기 <홍분>, 또 하나는 중국 최초로 여황제에 오른 <측천무후> 되시겠다. 이에 두 권의 책을 간단히 소개해 본다.



먼저 ’홍분’. 앞 표지부터 연분홍색 나무꽃에서 무언가 따스한 기운이 나는 이 소설은 여성의 삶에 관해 쓴 세 편의 중편을 묶은 작품이다. 중국의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배경으로,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운명을 극복하지도 포기하지도 못하는 여인들의 이야기로, 쑤퉁이 그려낸 그녀들의 일생과 인생에 대해서 풀어내고 있다. 즉, 거친 세상과 운명 앞에 한없이 작은 존재인 인간들의 이야기를 유려한 서사로 풀어내기를 잘하는 쑤퉁이, 그 중심에서 가장 약하고 여린 존재인 여성들의 삶을 다룬 것이다. 그래서 쑤퉁은 때로는 중국 내에서 ’여성 소설의 대표 작가’라고 하는데.. 이미 <쌀>에서 쯔윈과 치윈의 캐릭터를 보듯, 또 <나, 제왕의 생애>에서 ’황보부인’을 보듯, <처첩성군>에서 쑹렌을 보듯, 그의 이야기에서 여성은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즉 이야기의 화자임과 동시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직관적 매개체다. 

여성 이야기의 강자 ’쑤퉁’, ’홍분’을 통해서 그녀들의 인생사를 말하다.

그리고 여기서는 바로 그들을 끄집어내 여자들의 인생을 오롯이 말하고 있는 것인데, 1930년대에서 198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의 중국의 혼란스러운 시대상과 여성 三代의 삶을 담은 「부녀 생활(婦女生活)」, 인민 해방을 맞아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눈물을 안고 살아가야 했던 기녀들의 이야기 「홍분(紅粉)」, 어느 조그만 마을의 간장 가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그곳의 일상을 슬프고도 우습게 그린 「또 다른 부녀 생활(□一種婦女生活)」이렇게 총 세 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 「부녀 생활」은 장쯔이 주연의 <재스민 꽃이 피다>로 영화화된 바 있고, 「홍분」은 세계적인 여성 감독 리샤오홍에 의해 <홍분>으로 제작되어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했다. 그만큼 영화로까지 제작되어 유명세를 떨칠 정도로 그의 원작은 퀄리티가 높다. 뭐.. 여러 말이 필요없다. 남자여! 여자의 삶을 다 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가? 알면 알수록 그 복잡다난한 쏠라닥질같은 여자들의 인생사, 그녀들의 삶이야말로 우리네 인생사의 또 다른 거울이자 투영이기에 ’홍분’을 통해 조금이라도 만나보자.  



여기 또 하나의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는 현대는 아니고, 저 천년을 뛰어넘는 시공간을 달려가야 만날 수 있는 중국 최초의 여황제 ’측천무후’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측천무후를 모르시는가? 중국 최고 5걸 황제 중 하나로 꼽히는 당태종의 치세 막판에 이름모를 궁녀로 들어와 태종 사후 비구니로 전락, 당 고종 이치에 눈에 띄어 다시 궁궐로 입성, 이후 소의를 거쳐 왕후에서 황후까지..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는 소위 임팩트가 꽤 세다. 그 속에서 자신의 자식을 죽이기까지 한 그녀의 무시무시한 권력욕. 그렇기에 무측천의 이야기는 역사책이나 드라마, 영화로도 많이 나온 소재이자 중국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여성군주 캐릭터다. 그래서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제공하고 관련된 책도 많지만, 그 느낌과 색깔은 조금씩 저마다 다르다. 최고의 악처 악녀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과연 쑤퉁이 그려낸 측천무후는 어떨까?

쑤퉁이 그려낸 여황제 ’측천무후’, 새로운 역사소설적 감흥을 만난다.

바로 그 점이 궁금해서 쑤퉁을 지금 파고 있는 일환에서 읽어 볼만한 역사소설이기에 이렇게 컬렉했다. 개인적으로 무측천에 대해서는 이미 몇몇 중요 사건과 관련해 에피소드를 알고 있지만, 그런 에피소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정말 한 여자의 인생사를 역사적 기록에 입각해 작가의 상상력으로 새롭게 각색된다면 무측천에 대한 또 다른 이미지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여기서 쑤퉁은 측천무후의 대담한 행보와 파란만장한 생애에 주목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역사 소설을 창조냈다는 평가다. 예종을 폐위시키고 스스로 직접 황제가 되어 나라를 다스린 여황제 무측천. 그리고 그녀가 병이 든 틈을 타 일으킨 신하들의 반란으로 황제 자리를 내놓고 최후를 맞이하기까지, 이 소설은 그녀의 삶을 순차적으로 따라가고 있다.

그러면서 쑤퉁의 시선으로 그려낸 무측천의 이야기는 생을 단순히 따라가며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시점을 중첩시켰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특히 생모인 측천무후에 손에 의해 비극적인 삶을 마쳐야 했던 황태자들, 태자 홍, 태자 현, 그리고 예종의 시선을 그녀의 삶의 여정 사이사이에 끼워 넣어 함께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여러 말이 필요없는 쑤퉁의 대표적인 역사소설이다. 기존의 <나, 제왕의 생애>처럼 가상의 역사공간이 아닌 실제 역사적 공간 속에서 무측천이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 미천했던 한 여자에서 여황으로서 성장을 그린 이 한 편의 대서사를 만나보자. 그것은 중국사의 복습은 물론이요, ’홍분’과 달리 전제국가에서 그녀의 권력욕과 인생사, 분명 색다른 감흥을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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