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品格)
이라 명명된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라 일컫는 말로, 즉 품위와 격식을 통칭해서 쓰는 일상적인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알다시피 사람 뿐만이 아니라 사물이나 현상 등에 빗대어 돋보이게 하는 수사적인 뜻으로 자주 쓰인다. 무슨 무슨 품격, 어떤 품격 같이 말이다. 물론 주로 인간의 사람 됨됨이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여기 소개할 한 권의 책은 나라의 품격에 대해 말하고 있다. 최근에 들어 우리나라 사정을 보면 '국격'(國格)을 논하며 제발 좀 품위있게 처신하자는 나랏님의 언질이 있었다. 그게 처신만 잘 한다고 될까.. 현실은 시궁창이요, 국격의 근원적 원론을 논하지 않은 채 현실에 안주하는 그림으로는 나라의 품격이 단박에 바뀔 수 없음이다.

각설하고, 그런데 여기 가열하게 한 나라의 품격을 말한 책 한 권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광활한 대륙만큼이나 유구한 동양사와 문화의 중심이자 이 나라를 모르고서는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나라의 중심이라 일컫는 '중국'. 그 중국에 대한 '품격'을 전면적으로 논하며 이야기한 책 <중국의 품격> 되시겠다. 우선 개인적으로 중국사 등을 좋아하는지라 이번에 운좋게 득템한 책인데, 그렇다면 여기서 말한 '중국의 품격'이란 과연 무엇일까.. 간단히 소개해 본다.



중국을 폄하의 대상이 아닌 '품격'으로 제대로 짚은 <중국의 품격>

지금의 '중국'하면 그 광활한 대륙만큼이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민족의 지난했던 화려함은 뒤로 한 채, 개혁개방의 파고 속에서 가난과 부자가 양 극단으로 달리듯 폭풍질주하는 사회주의식 자본주의로 초고속 성장중인 중국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서 누리꾼들은 소위 '짱깨'라느니 '대륙 시리즈' 같은 패러디를 양산하며 그들을 조롱거리로 일삼으며 농지거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을 그렇게 마냥 웃음거리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그냥 그 흔한 삼국지와 초한지 몇 번 보고 읽은 것 가지고 중국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열국지는 물론이요, 대표적인 공자와 맹자 노자 장자 등, 또 근현대사의 한 획을 그은 대장정과 문화대혁명까지 그 역사와 문화의 근원적 원류에 흐르는 그 맥을 알아야 할 터. 그런 점에서 이번에 '에버리치 홀딩스'사에서 나온 <중국의 품격>은 꽤 의미가 깊은 책이 아닌가 싶다. 제목처럼 곧바로 '품격'에 대해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베이징대학교 국학연구원이자 중국에서 유, 불, 도를 유일하게 두루 이야기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유일한 석학인 '러우위리에'(樓宇烈, 77세). 이분의 신작인 이 책은 한마디로 저 띄지처럼 '동양문화'에 대한 교양서라 할 수 있다. 경제대국을 세운 중국의 문화적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동시에 전통으로의 회귀라는 국가공통적 화두를 조심스럽게 던지며, 자본주의에 떠밀려간 동양문화의 근원과 품격을 만나게 해준다는 소개다. 그것은 중국의 전통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고, 중국의 문명이 만들어낸 특유의 분위기로 발현되며, 단발적이고 수직적인 서양문물과 자본주의가 역사 속에서 잃어버린 삶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내면적 발전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인문정신이며 곧 품격이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동양문화적 자산과 품격에 대해서 초지일관 강의를 해온 도올 '김용옥' 선생이 극찬하며 추천한 책이 바로 <중국의 품격>이다. 더군다나 수십 년 전 김용옥 선생에게 있어 '러우위리에'는 사상적 은혜를 입은 지적 스승이기도 했다는 전언처럼, 이 책은 어찌보면 일맥상통하다. 그것은 위의 추천사처럼 중국의 품격이 그들만의 것이 아닌 동양문화의 원류로 관통하며 한국인의 내면적 가치까지 아우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품격>이라는 책이 더욱 끌리기도 한 것인데, 총 8강에 걸친 중국문화의 기본적인 맥락들을 통해 이들의 가치와 근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보여주고 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강추한 '중국의 품격', 동양문화의 원류를 만나다.

1강. 중국문화, 100년간의 성쇠
중국문화, 어디로 가는가?
중국과 서구의 다툼
문화 또한 글로벌화해야 하는가?
길은 어디에

2강. 중국 전통문화의 품격, 인문정신
사람을 근본으로 여기다
천인합일天人合一
인문적 사유

3강. 중국 전통문화의 근원을 이루는 전적
삼현·사서·오경
오경의 요지
삼현의 요지
사서의 요지
불교의 구경九經·삼론三論·일록一錄

4강. 유가와 중국문화
유儒와 유가
유학의 발전
유가사상, 중국 전통문화의 근간
참된 유자란 무엇인가?
유가의 교육법

5강. 도가와 중국문화
도가의 도덕 개념
도가의 발전
도가사상의 요지
도가사상이 중국문화에 끼친 영향

6강. 불교와 중국문화
기원: 불교의 참된 모습
충돌: 중국의 풍토와 맞지 않은 불교의 교의
마찰: 발전하는 중국불교
융합: 중국문화의 중요한 지맥

7강. 중국문화의 예술정신
윤리적인 문화
예술적인 문화
중국인의 예술과 삶

8강. 중의와 중국문화
중의학 이론의 뿌리
중의의 도
중의에서 말하는 양생의 비결

위의 목차를 보듯이 중국의 역사보다는 전통문화에 치중하며 특히 유가와 도가 그리고 불교 등 그 문화적 자산과 가치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이 끼친 중국인 삶의 양식과 문화를 조망한 것인데, 어찌보면 다소 고리타분한 책이라는 느낌이 온다. 마치 대학시절 인문교양 수업을 듣듯이. 하지만 얼추 훑어봤지만 그렇게 하드한 책은 아니다. 전문적인 냄새가 풀풀 나지만 결코 이해불가의 책은 아니다. 그것은 어찌보면 우리 안의 내재된 동양문화가 알게 모르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터. 현재 중국에서는 전통문화로 회귀하려는 '국학붐'의 열기가 뜨겁다고 한다. 바로 전통에 대한 회귀야말로 문화적 자부심을 회복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문화적 자부심을 '중국의 품격'이라 말하며, 그것이 곧 동양의 품격이자 한국의 내재된 품격이라 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뭐.. 여러 말이 필요없는 다소 따분할 것 같지만, 중국의 전통문화의 가치와 근원을 통해서 제대로 된 동양문화의 품격을 만나보자.

여기 도올 김용옥 선생의 추천사처럼 말이다. 

   
 

 러우위리에의 지식은 서면상의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서 체화된 지식이다. 우리는 그가 말하는 중국의 품격이 중국인만의 것이 아니라 한국인 품격의 내면적 가치도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현재 중국고전의 재해석과 관련된 중국인문정신의 재인식은 바야흐로 중국문명의 르네상스라고 일컬을 수 있을 만큼 다각적이고도 참신한 연구성과가 도처에서 축적되어가고 있다. 더구나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에 놀라운 경제성장과 문화적 성숙도를 과시하면서 G2의 위치를 공고히 해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세계문명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새로운 문명패러다임의 주축으로서의 중요성을 획득해가고 있는 시점에 선진 인문정신이 새로운 옷을 입고 세계사상사의 무대 위에 당당히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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