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81 | 82 | 83 | 8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체인지 메이커 - 세상을 전복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변화의 창조자들
이나리 지음 / 와이즈베리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체인지 메이커는 '문제와 결혼한 사람'이다. 남들은 심상하게 넘겨버리는 것들에서 반드시 해결하고픈 문제를 찾아낸다. 유니클로는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가 "왜 옷은 라면이나 간장처럼 부담 없이 살 수 없을까"라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발명가이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짐 뉴튼은 자신처럼 '만들기'가 취미인 사람들이 좀더 쉽게 각종 장비를 빌려 쓸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다 '테크숍'을 창업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이런 말을 했다. "많은 이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에 감사한다. 사람들이 불평불만할 때야말로 당신에게는 기회다." (p.11)


초등학교 때 5월 쯤이면 학교에서 과학 상상화 그리기라는 걸 했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 미래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상상해서 그리는 것이었는데, 그때 나는 직접 걷지 않아도 자동으로 이동시켜주는 컨베이어 벨트 같은 것이 생기고, 사람마다 각자 쓰는 전화기가 있어서 그 전화기로 얼굴을 보면서 통화할 수도 있게 될 거라는 상상을 했다. 그 때만 해도 도시가 아니면 에스컬레이터를 보기 힘들었고, 집에 한 대씩 있는 전화기가 유일한 통신수단이었으며 벽돌만한 핸드폰도 드물었다. 참고로 1990년대 초중반의 이야기다. 


그랬던 것이 이제는 지하철이나 마트에서 무빙워크를 쉽게 볼 수 있고, 휴대폰을 넘어 스마트폰까지 널리 보급되어 화상 통화쯤은 간단해졌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무모해보이는 상상조차 얼마든지 실현가능한 세상이 된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 혁신을 통해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세상을 바꾼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체인지 메이커>는 IT 분야를 중심으로 각 업계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낸 '혁신 히어로' 49인을 소개한다. 세계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 혁신가들을 소개하는 책답게 낯익은 이름들이 많이 보인다. 전 세계 창업자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Y컴비네이터의 폴 그레이엄을 비롯해 이베이를 만든 피에르 오미다이어, IDEO의 데이비드 켈리, 톰 켈리 형제, <린 인>의 저자이기도 한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테슬라모터스와 페이팔을 만든 엘론 머스크, 샤오미의 레이쥔, 자포스의 토니 셰이, 에어비앤비의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 조 게비아,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등이다.


이들의 특징은 단순히 새로운 아이디어에 기술을 결합해 사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만이 아니다. 이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궁극적으로는 세상을 바꾸길 소망한다. 이베이의 창업자 피에르 오미다이어를 예로 들면, 그는 이베이가 성공하자 곧바로 자선사업가로 변신해 사회, 정치문제에 관한 발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역시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1세기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자기 혼자 잘 먹고 잘 살길 바라지 않고 사회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다 함께 잘살게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IT 기업가나 과학자, 엔지니어 외에 다른 직업군에서 변화를 만들어낸 인물들도 있다. 에드윈 리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중국계 출신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아시아계로서는 최초로 샌프란시스코 시장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변호사 시절 이민자와 소수 인종을 위한 인권 변호사로 활약했고, 정치인이 된 후에는 공간, 차, 각종 물품 등을 소유가 아닌 대여 혹은 차용하는 경제활동인 '공유 경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샌프란시스코를 세계 '공유 경제 허브'로 탈바꿈시켰다. 사업을 하거나 과학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자기 분야에서 얼마든지 변화를 만들 수 있음을 알려주는 예다. 


이밖에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각 분야에서 변화를 만들고 세상을 바꾸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IT나 과학 용어는 낯설었지만, 평상시에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기업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 있어서 흥미로웠다. 나는 과연 내가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어떤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고민해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 정여울과 함께 읽는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나는 책을 읽을 때 인상적인 구절이 있으면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책장 귀퉁이를 살짝 접어놓고 책을 다 읽고 나서 한꺼번에 노트에 적는다. 이렇게 하면 책을 읽는 동안 흐름이 끊기지 않아 좋지만, 노트에 정리할 때 무슨 생각이나 느낌이 들어 표시한 건지 기억이 안 나 곤란한 경우가 종종 있다. (문제집이나 참고서가 아닌 한) 책에 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는 건 죄악시하는 성격이고. 


  책을 사랑하는 애서가(愛書家)들은 어떻게 책을 읽고 어떻게 읽은 내용을 정리할까.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을 읽으면서 저자 정여울의 독서법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생텍쥐페리의 명문장과 내가 나눈 대화록이다. 강연을 할 때마다 늘 받는 질문 두 가지가 있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나요?' '특별한 글쓰기 비법이 있나요?' 이 책이 그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이기를 바란다. 나에게 유일한 비결이 있다면 '잘 읽는 것'이다. (p.6) 

  이 책은 저자 정여울이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작품을 읽고 그중에서도 대표작인 <어린 왕자>, <인간의 대지>, <야간 비행>, <남방 우편기>에서 감명 깊게 읽은 구절을 골라 '아포리즘(aphorism)'의 형태로 소개한다. 아포리즘이란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금언 ·격언 ·경구 ·잠언 따위의 짧은 글'을 뜻한다(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저자는 여기에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담은 짧은 글을 덧붙여 마치 저자와 생텍쥐페리가 직접 만나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 <그림자 여행>, <헤세로 가는 길> 등 여러 권의 책과 베스트셀러를 쓴 저자는 자신의 글쓰기 비결로 '잘 읽는 것'을 든다. 잘 읽는다는 것은 책을 그저 눈으로 훑는 것이 아니라 책 속으로 들어가 작가와 대화하고 때로는 하나 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어린 왕자>를 읽으며 줄거리만 보지 말고 돈이나 물질 등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느라 마음의 눈으로 봐야 보이는 것을 보는 데에는 소홀했던 자신을 반성하고, <인간의 대지>를 읽으며 가족의 반대와 암울한 시대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생텍쥐페리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다. 

너와 나의 다름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하고, 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지성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타락하지 않는다. 때로는 '내가 이렇게 기특한 생각을 하다니' 하고 혼자 우쭐해질 때도 있지만, 나보다 훨씬 더 훌륭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만나면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난 아직 멀었구나.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이렇게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영혼은 한 뼘 자란다. 이런 깨달음은 주로 책을 읽을 때에 얻게 된다. 나에게 책은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만나는 내면의 극장이다. 책 속의 행간이 바로 영혼이 숨 쉬는 곳이다. 지은이와 대화할 수 있는 행간의 여백이 책 읽기의 눈부신 기쁨을 자아낸다. (pp.24-5) 


  이렇게 작가와 대화하며 읽는 책은 더 이상 흔해빠진 종이 뭉치가 아니다.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만나는 내면의 극장'이 된다. 1월 한 달만 해도 벌써 이십 권 가까운 책을 읽었지만, 저자처럼 작가와 내밀한 대화를 하며 읽은 책은 몇 권이 되지 않는다. 읽기에 급급해 작가의 삶을 만나고 내 삶을 들여다볼 여유를 가지지 못한 게 부끄럽다.

 

 작년에 <헤세로 가는 길>을 읽고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만났듯이 이번엔 저자의 인도를 따라 생텍쥐페리의 책을 읽어볼 참인데, 이번엔 기필코 저자처럼 작품 속에 푹 빠져 작가와 대화하는 경지의 독서를 해보고 싶다. 생텍쥐페리는 나에게 어떤 말을 들려줄까. 매우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 - 나이들수록 아름다운 프랑스 여자들의 비밀
미레유 길리아노 지음, 박미경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프랑스 여인처럼 먹어라>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다. 프랑스 여인들은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지도 않고 성형수술이나 지방 흡입 수술을 받지도 않으면서 젊어서는 물론이고 나이가 들어서도 아름다운 외모와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걸로 유명하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그 비결이 자세하게 나온다. 프랑스식 다이어트 열풍을 이끈 사람으로 작가 미레유 길리아노도 나온다. 미레유 길리아노는 적게 먹고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프랑스 여인들의 식사법과 생활습관을 소개하는 책을 써서 미국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팔았다. 미레유 길리아노는 환갑이 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날씬한 몸매와 완벽한 스타일링을 갖춰 많은 여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마침 레유 길리아노가 쓴 책 중에 <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가 번역되어 나왔길래 읽어보았다.


<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는 나이 들수록 아름다운 프랑스 여자들의 비결을 마음가짐, 스타일, 피부, 메이크업, 네일 스타일링, 운동, 휴식, 음식, 보충제, 일, 관계 등 다방면에 걸쳐 소개한다. 프랑스 여인들이 오랫동안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첫 번째 비결은 마음가짐이다. 프랑스 여인들도 나이가 들면 살이 찌고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기미나 검버섯이 생긴다. 단, 자기가 나이 먹는다는 사실을 부정하거나 불쾌하게 여기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십 대나 이십 대처럼 예쁘고 상큼한 매력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삶의 연륜에서 묻어나는 원숙미와 어떤 주제를 놓고도 열띤 토론을 벌일 수 있는 지성을 가지게 된다. 프랑스 여인들은 자신의 외면보다 내면에서 우러나는 아름다움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 결과 내면의 아름다움이 외면에도 드러나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고 외적인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패션은 물론 피부, 메이크업, 네일 등 외모와 관련되는 부분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아니 나이를 먹을수록 부지런히 관리해야 한다. 단, 억지로 젊어 보이려 하거나 자기만의 개성 없이 유행만 따르는 건 프랑스 여인들의 방식이 아니다. 프랑스 여인들은 자기가 '입고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바가 자신의 스타일에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겉모습만 가지고 판단해선 안 되지만, 많은 경우 겉모습은 자기를 표현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가치를 믿고 어떻게 살고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를 외모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젊어서부터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패션, 헤어, 메이크업뿐 아니라 스타일의 토대가 되는 몸의 관리도 중요하다. 프랑스 여인들은 날씬한 몸매를 만들기 위해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거나 헬스클럽에 다니거나 지방 흡입을 받는 대신 '날마다 조금씩' 관리하는 방법을 택한다. 이들은 초콜릿이든 뭐든 먹고 싶은 걸 먹는 대신 몸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적당하게 먹는다. 평소에 물을 많이 마시고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으면 고기나 탄수화물로 된 음식을 급하게 많이 먹는 걸 방지할 수 있다. 운동을 대놓고 하지 않는 대신 일상 속에서 몸을 자주 움직이거나 산책을 하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집에서 TV를 보며 늘어져 있는 대신 가족이나 친구, 이웃들과 모여 가벼운 스포츠를 즐긴다. 저자는 요가와 수영을 꾸준히 하고 '페탕크'라는 게임을 하며 몸을 관리한다(게이트볼과 비슷한 것 같다). 


  저자는 나이 들수록 아름다운 프랑스 여인들의 마지막 비결로 일과 관계를 든다. 프랑스 여인들은 나이가 들어도 자기 일을 가진다. 저자의 경우 루이비통 계열사 CEO로 재직한 다음 작가로 '전직'해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보내고 있다. 일을 하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사회와 연결되어 있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일이 아니라 취미, 봉사활동이어도 좋다. 항상 할 일이 있는 것은 삶의 만족도를 높여준다. 가족과 애인, 친구, 이웃 등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면과 내면, 사회적 관계 중 무엇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과 함께 아름답게 나이든다는 프랑스 여인들의 철학이 참 멋지다. 저자가 실천하는 물 자주 마시기, 복식 호흡하기, 틈틈이 운동하기부터 당장 실천해봐야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피북 2016-01-19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티비 프로그램에서 실험하는걸 봤는데요. 우리나라 사람과 외국 ( 아마도 프랑스쪽이었던거 같아요)사람의 식사시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했는데 우리나라 사람은 `살찔텐데`하는 스트레스를 스스로 만들면서 섭취하니까 스트레스가 비만을 유발하게 되는거고, 외국사람은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먹어서 스트레스가 없이 건강하게 즐긴다는 결과를 본 적이 있어요. 키치님의 글을 보니 그 프로그램이 떠올랐답니다^~^

키치 2016-01-20 13:35   좋아요 0 | URL
먹으면서 죄의식을 가지고 스트레스 받는 것, 참 안 좋죠. 저는 죄의식이 너무 없어 마구 먹는 게 탈이지만요 ^^;;;; 소중한 덧글 감사합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단순히 물건을 버리고 덜 소유하는 것만이 아니라, 내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년 전 곤도 마리에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읽고 '인생이 빛나는' 경험을 했다. 그때까지 생각 없이 사들인 책과 CD를 처분했고, '설레지' 않으면서 본전 생각에 버리지 못한 옷을 모두 버렸다. 틈만 나면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쇼핑을 하던 버릇도 없앴고, 쇼핑에 쏟아부었던 시간을 책 읽기, 영화 보기, 사람 만나기 등 경험으로 채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뭔가 부족했다. 현재의 생활이 전보다 나아진 건 분명하지만 꿈꾸던 삶은 아니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그러던 중 트위터에서 사진 한 장을 보았다. 모델 하우스를 연상케 하는 단정하고 깨끗한 이 방의 주인은 일본에 사는 오후미와 티 부부. 두 사람은 필요한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이거나 중요한 것을 위해 그 외의 것을 줄이는 '미니멀리스트(minimalist)'이다. 물건을 130킬로그램이나 버렸다는 이들은 현재 가장 소중하고 필요한 물건만이 남아있는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산다. 아아, 이는 내가 꿈꾸던 삶이 아닌가. 정리를 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물건을 끌어안고 있는 것이 문제였던 것일까. 어떻게 하면 이들처럼 살 수 있을까.  



(출처 : 오후미 블로그 http://mount-hayashi.hatenablog.com/entry/2015/12/28/185352)



마침 이들의 이야기가 실린 책이 있어서 읽어보았다. 제목은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저자 사사키 후미오는 원래 더 많이 가질수록 행복하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직업이 출판사 편집자라서 책 욕심도 많고, CD, 카메라 등 취미로 수집하는 물건도 많았다. 그렇게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서 더 많이 가지길 원했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일 중독자가 되었고, 자기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을 부러워했다. 자연히 몸은 물론 정신까지 피폐해졌다. 연애도 잘 안 되고 인간관계도 소원해졌다.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미니멀리즘을 알게 되었다.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모든 것을 버렸다. 집이 깨끗해졌다. 물건이 없으니 청소가 쉬워져 매일 청소하는 습관이 생겼다. 욕심도 사라졌다. 더 많은 것을 바라는 대신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게 되었다. 무리해서 일하지 않아도 일의 효율이 높아졌고 그 결과 직장에서 승진도 했다. 방에서 멍하니 TV를 보는 대신 명상을 하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았고, 인간관계도 개선되었다. 행복해졌다.


  필요한 물건은 전부 갖고 있으면서도 내게 없는 물건에만 온통 신경이 쏠려 있으니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다. 저것만 손에 넣으면 나는 행복해질 수 있는데, 저것이 없어서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만 들었다. (p.48)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스트는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물건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이 소중한지를 알고 그 외의 물건을 과감히 줄이는 사람이다.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소중한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미니멀리즘에 정답은 없다. (p.52)   



(저자 사사키 후미오를 취재한 EBS <하나뿐인 지구> 물건 다이어트 편)



  필요 이상으로 많은 물건은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 책상 위에 물건이 가득하면 본래 책상에서 해야 할 공부나 일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반대로 꼭 필요한 물건만 남기면 물건을 사고 정리하고 치우고 버리는 데 쓰는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그렇게 아낀 돈으로 꼭 가지고 싶었던 물건을 살 수도 있고, 여행이나 취미 활동을 할 수도 있다. 물건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지도 알 수 있다. 수건 한 장, 티셔츠 한 벌이 귀하고, 추운 밤 몸을 녹일 따뜻한 방이 있고 비바람을 막아주는 지붕이 있다는 사실에도 행복함을 느낄 것이다. 


  책에 '인생이 가벼워지는 배움의 기술 55'라는 것이 있길래 하나씩 실천해보았다. 여러 개 있는 물건은 버리라고 해서 책상 서랍 한 칸 가득 있던 포스트잇, 메모지, 책갈피 따위를 하나씩만 남기고 버렸다. 일 년 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버리라고 해서 몇 년 전에 사놓고 본전 생각에 버리지 못한 원피스와 스웨터를 버렸으며, 이제는 좀처럼 쓸 일이 없는 USB도 버렸다. 한 번 더 사고 싶지 않다면 버리라고 해서 효과는 없으나 아까운 마음에 발랐던 화장품을 버렸다. 버리기 힘든 물건은 사진으로 남기라고 해서 앨범과 학창시절 상장, 성적표, 대학 때 과제물 등은 조만간 전부 사진으로 남기고 실물은 버릴 참이다. 오늘도 얼마쯤 버렸는데 마음이 서운하기는커녕 개운하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조언을 따라 웬만큼 버렸지만 여전히 버릴 게 많다. 아직 뭐가 필요하고 소중한 지 잘 몰라서 한 번에 버리지 하고 상자를 마련해 생각나는 대로 조금씩 버리고 있다. 그 결과 일주일 만에 책장 하나를 비워서 책장을 방에서 뺐고, 책장이 사라진 자리에는 베란다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요가 매트를 깔았다. 겨우내 찐 살을 열심히 뺄 생각으로.

  어쩌면 '미니멀 라이프'는 단순히 물건을 버리고 덜 소유하는 것만이 아니라, 내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 진지하게 생각함으로써 버릴 용기, 덜 소유할 용기를 내는 일련의 과정을 강조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번에 내가 책장 하나와 그 안에 있던 물건을 모두 버림으로써 날씬하고 건강한 몸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 것처럼 말이다. 책장 하나를 빼도 이런데 아직 방에 있는 책장과 책상, 침대를 모두 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 정말 필요한 게 뭔지 알게 될까. 궁금해서라도 미니멀리스트의 생활을 실천해봐야겠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81 | 82 | 83 | 8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