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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으로 출근한다 - 정년 없고, 해고 없고, 상사 없는 오피스리스 워커가 되는 법
박용후 지음 / 라이팅하우스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스티브 잡스는 아침이 기다려지는 일을 하라는 말을 남겼지만, 내게 아침은 지겨운 하루의 시작일 뿐이다. 오늘 아침도 이불을 부여잡고 십 분만 더, 오 분만 더를 외치다 겨우 출근했다. 분명 내일도 그럴 것이다. 더 끔찍한 건, 이렇게 다니기 싫은 회사조차 오래 다닐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나보다 먼저 취업한 친구들이 하나둘 회사를 그만두는 모습을 보면 가까운 미래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그 후 어떻게 살지를 생각하면 더 막막하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리 중 절반은 오피스리스 워커가 된다
실직과 생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의 본성을 억누른 채 하얗게 질려가고 있다면, 한번쯤 곰길이를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두려움에 질린 채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출근할 오피스가 없어졌을 때, 백수가 될지 오피스리스 워커가 될지는 그때까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었느냐에 달려 있다. (p.10)
다음카카오, 선데이토즈, 데상트코리아 등 국내 유수의 기업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며 '한 달에 13번 월급 받는 남자'로 유명한(지금은 16번으로 불어났다) 국내 유일의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의 충고를 들어볼까. 그의 두 번째 책 <나는 세상으로 출근한다>에 따르면 고정적으로 출근하는 사무실 없이 일하는 '오피스리스 워커'가 전 세계에 2200만 명 있으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바야흐로 일과 조직이 분리되고, 개인은 조직을 떠나 자신의 일, 나아가 업을 추구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저자 역시 한때는 직장에 다녔지만, 관점 디자이너로 일하고부터는 회사에 들어오라는 권유, 심지어는 사장이 되어달라는 부탁도 죄다 거절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굳이 조직이나 지위를 고집해야 할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관점을 바꾸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같은 것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본 것이 공감을 얻으면 그 공감의 크기만큼 가치가 됩니다.
어떤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서 정답을 암기하고 그 조직이 원하는 말뚝이 되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이제는 기업들조차 고정된 모양의 말뚝을 원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새로운 질문을 던질 인재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숙련된 기술보다 본질을 꿰뚫는 능력을 갖춘 오피스리스 워커는 자신이 일할 일터를 자유롭게 선택할 자유를 얻게 된다. (p.82)
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회사에 취직해 조직을 위해 몸을 바쳐야 하는 줄로 믿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지금으로서는 퍽 과감한 주장이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없고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은 조직을 떠나 성공한 사례는 의외로 많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을 대표하는 지성인이자 언론인 다치바나 다카시이다. 도쿄대학 불문과 졸업 후 일본을 대표하는 저널인 <주간문춘>의 기자로 활약하던 그는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도쿄대학 철학과에 입학해 자신의 지적 욕구를 충족하는 시간을 가졌다. '보다 많은 것을 보기 위해 조금은 덜 보기로 결심했다'고 퇴사의 변을 남긴 그는 몇 년 후 대학마저 중퇴하고 자기만의 공부를 했다. 학위나 학교 간판, 인맥을 얻기 위해 억지로 공부하는 '척' 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인생을 산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당장 직장을 그만 둘 수는 없는 일. 직장에 다니면서 오피스리스 워커처럼 사는 방법도 있다. 첫째는 돈보다 혼을 추구하는 것이다. 시키는 대로만 일하는 사람, 시간만 채우는 사람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둘째는 직이 아니라 업을 추구하는 것이다. 저자는 기자 시절 베스트셀러 순위에 있는 책을 다 사와서 제목만 보고 공통된 키워드를 찾는 특별 트레이닝을 받았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좋아하고 욕망하는 것이 뭔지를 찾아내는 기술을 터득했고, 이를 이용해 기자를 그만둔 후에 관점 디자이너로서 일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일을 직장 내 부서, 업무, 직함에 한정짓지 말고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각오로 한다면 분명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배짱, 그 안에 천재성이 있고, 파워가 있고, 마술이 있습니다. - 괴테
아인슈타인은 '똑같은 생각과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남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관점을 갖고 일을 대하는 한, 단지 열심히 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끝난 것이다. (pp.161-2)
나는 아직 경력도 짧고 혼자서 일할 만큼의 기술과 지식을 가진 것도 아니라서 당장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다. 그렇다면 선택은 하나.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오피스리스 워커처럼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시키는 일을 그저 열심히 하는 것에 급급했지만, 앞으로는 오피스리스 워커라면 어떻게 할지 생각하며 보다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일해야겠다. 그렇게 하는 것이 회사에도 좋고 궁극적으로는 나한테도 좋을 것이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나도 나만의 일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내일은 오늘보다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벼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