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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감 - 샤오미가 직접 공개하는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
리완창 지음, 박주은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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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기업의 창업 스토리를 읽는 일은 언제나 재미있다. 기왕이면 오랫동안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는 기업의 이야기가 믿음이 가고 배울 점이 많다고 여기지만, 어떤 경우에는 새롭게 떠오르는 기업의 이야기로부터 더 많은 자극을 받기도 한다. 이번에 읽은 책 <참여감>의 주인공인 중국 기업 '샤오미(小米)'가 그렇다. 아이폰의 최신 기종이 아이폰5인지 아이폰6인지도 모를 만큼 IT 기술에 문외한인 나도 샤오미의 이름만큼은 들어봤다. 이름 앞에 '대륙의 실수'라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닉네임이 붙어있었던 것도 기억한다. 이 책을 읽고나서 든 샤오미에 대한 생각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대륙의 실수 샤오미, 결코 실수가 아니었다.'



샤오미는 창업 첫해에 두 가지 사실을 증명했다. 사용자의 참여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과, 좋은 제품은 입소문을 통해 더욱 널리 퍼진다는 것. 이 두 가지는 그대로 샤오미의 핵심 이념이 되었다. 사용자와의 상호교류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입소문을 통해 마케팅의 파급력을 높이는 것. 우리는 사용자의 참여감을 통해 제품의 연구개발, 마케팅, 보급, 고객서비스를 완성하고, 샤오미를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멋진 브랜드로 만들고자 한다. 샤오미의 발전 과정을 이끌어온 이념은 "사용자를 친구로"다. (p.11)



<참여감>은 샤오미의 공동창립자 리완창이 썼다. 저자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MIUI'라는 스마트폰 운영체제 개발에 참여했고, 2011년부터는 샤오미닷컴을 책임운영하면서 샤오미의 시장 마케팅과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총괄담당하고 있다. 중국 최초로 소프트웨어 사용자 체험 디자인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그는 '신개념 마케팅', '참여감', '휴대폰 집착남녀', '미펀제' 등 인터넷 인기 신조어를 끊임없이 만들고 있는 IT 스타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샤오미의 초창기 성공 포인트로 '사용자 참여'를 든다. 샤오미는 기업이 이끌고 사용자는 따라오라는 식의 기존 제품 개발 공식을 거부했다. 사용자와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제품 개발에 반영함으로써 비약적으로 제품의 질을 개선했으며, 자신의 제안과 요구가 기업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이른바 '참여감'을 경험한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제품의 홍보 및 마케팅을 담당함으로써 연구개발, 마케팅, 보급, 고객서비스를 일원적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한창 인기 몰이를 하고 있을 때는 샤오미의 공식 웨이보에 "오늘 눈이 오든 안 오든, 두 주인공이 맺어지든 안 맺어지든, <별에서 온 그대>를 환영하는 의미에서 무료로 치킨과 맥주를 제공하며, 샤오미2S를 400위안에 할인하여 판매합니다. PS. 사장님께서 말씀하시길, 맥주를 마시다가 취한 직원은 오후에 근무 안 해도 된답니다!" 라는 글이 올라와 엄청난 바이럴을 형성했다. (P.189)



중국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인터넷과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는 키워드와 트렌드에 편승하는 전략도 큰 효과를 거뒀다.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한창 인기 있었을 때는 방영일에 맞춰 드라마 속에 나오는 치킨과 맥주를 제공하거나 특별 할인 판매를 하는 식의 이벤트를 벌여 엄청난 양의 바이럴을 형성했으며 매출도 높였다. 광고에 인기 스타를 기용하지도 않고,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하지도 않지만, 사용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서 그들이 열광하는 것 사이에 샤오미를 끼워넣었다. 참으로 영리하다. 



그 디자이너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고 싶다면, 그에게 오랫동안 유지해온 독서 습관이 있는지를 보면 된다. 인터넷에서만 자료를 찾아보기 좋아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은데, 그런 파편화된 이미지는 짧은 호흡의 영감은 불러일으킬지 모르나 체계적인 지식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나는 현역 디자이너로 일할 때에도 내가 좋아해온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하나의 축으로 삼아 그의 전작을 읽는 데 긴 시간을 투자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그 디자이너가 가진 배후의 사상과 마인드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p.300)



책에는 샤오미의 창업 스토리 말고도 저자가 디자이너로서 생각하고 구상하는 것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저자는 디자이너를 채용할 때 제일 먼저 그가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즉 용모와 패션을 눈여겨보고, 그런 다음에는 평소 무엇을 하며 노는지, 무엇을 보는지를 물어본다. 여기까지는 예상가능한 질문이다. 그런데 그 다음으로 '평소 무엇을 읽는지'를 묻는다. 이른바 '깊이 있는 독서 습관'을 하는지 보기 위해서다. 책 내용으로 미루어 보건대, 저자는 하라 켄야, 나가오카 겐메이 등 일본 디자이너들로부터 주로 영감을 받은 것 같다. 기술은 미국, 디자인은 일본... 이런 식으로 각 분야의 세계 최고를 철저히 학습하고 자신들의 것으로 소화하고 있는 중국 기업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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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평판이 부를 결정한다 - 평판으로 승자가 되는 법
데이비드 톰슨 & 마이클 퍼틱 지음, 박슬라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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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未來]' 날을 일컫는다. 아직 오지 않은 날을 알기 위해 이 땅의 선조들은 별을 보기도 하고, 사주팔자라는 걸 만들기도 하고, 밤새 꾼 꿈에서 조짐을 읽으려 하기도 했다. 외국에선 거북이 등껍질이 갈라지는 모양을 보기도 하고, 타로 카드로 점을 치기도 하고, 신에게 계시를 받았다는 인물의 말을 듣기도 했다. 그렇게 하면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오늘날의 사람들은 어떨까. 당장은 몰라도 가까운 미래의 사람들은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개인용 기기로도 쉽게 미래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온라인 평판 및 개인정보관리 기업 레퓨테이션 닷컴의 설립자 마이클 퍼틱이 쓴 <디지털 평판이 부를 결정한다>에 따르면, 첨단 디지털 기술은 온라인 상에 있는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를 저장하는 수준을 넘어 수집, 추출하고 분석, 배포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으며, 한동안 전세계를 휩쓴 빅데이터 열풍은 이제 수집된 정보와 자료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거대 분석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개인의 미래는 사주팔자나 타로 카드가 아닌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물으면 금방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가 당신에게 어떤 변화를 미칠지 알고 싶다면 이미 많은 기업들이 (당신과 같은) 소비자와 관련된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라. 그런 결정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신용카드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카드 사용 내역 중 이례적인 활동을 적발하는 등)에서부터 꽤 충격적인 것까지 아주 다양하다. 이를테면 보험회사는 보험 계약자의 온라인 활동을 바탕으로 보험료 지급을 거부할 수 있고, 고용주는 컴퓨터 분석을 통해 직원의 고용과 승진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며, 어떤 사람은 스마트폰 앱으로 방금 술집에서 만난 이성을 뒷조사할 수도 있다. (p.19)



개인이 온라인 상에서 하는 모든 활동이나 온라인 상에 기록된 모든 개인 정보가 분석, 저장되고 일종의 '평판'으로 자리매김하는 사회를 저자는 '평판경제' 사회라고 부른다. 온라인 평판이 일상화되면 기업은 자사의 제품을 살 수 있는 구매력과 살 만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선별해 그에게 맞는 광고와 홍보 활동을 할 것이다. 또한 자사에 필요한 인재를 공개채용이 아닌 특별한 방식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늘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온라인 상에서 한 활동이나 온라인 상에 기록된 나에 관한 정보가 곧 내가 구매하고 사용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결정하고, 취업하는 직장을 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연애, 결혼, 인간관계마저도 온라인 평판이 결정하며, 한 번 온라인 상에 기록된 정보는 웬만해선 지워지지 않는다. 아찔한 일이다. 



다행히도 디지털 평판을 역으로 이용하는 방법이 이 책에 나와 있다. 가장 단순한 건 평판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것이다. 자신에 관한 부정적인 정보가 온라인 상에 남아있는 경우, 이를 완전히 지우기는 힘들지만 긍정적인 정보를 더 많이 뿌려서 상쇄할 수 있다. 취업하고 싶은 기업이나 직업적 경력과 관련된 단어를 블로그 등 개인 미디어 상에 자주 언급함으로써 연관 검색어나 태그 노출을 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세계적인 록밴드 저니의 보컬 아넬 피네다는 원래 필리핀에서 활동하는 작은 밴드의 뮤지션이었는데, 유튜브에 저니의 히트곡 중 하나인 '페이스풀리(Faithfully)'를 부른 영상을 올린 게 저니 멤버의 눈에 띄어 보컬로 합류하게 되었다. 잘하면 벼락 스타가 될 수도, 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디지털 평판 시대를 알고 대비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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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MBA - 비즈니스 성공의 불변법칙, 경영의 멘탈모델을 배운다!
조쉬 카우프만 지음, 이상호.박상진 옮김 / 진성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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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에서 정치외교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전공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최근들어 경영학 개론이라도 한번 들어둘 걸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취업을 하고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정치외교학과나 경제학과보다는 경영학과에서 배우는 지식이 필요한 때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경영학과로 편입을 할 건 아니고, MBA를 할 것까지도 아니다 싶던 차에 <퍼스널 MBA>라는 책을 만났다.



저자인 조쉬 카우프만은 MBA가 없다. 대학 재학 중에 세계적인 대기업 P&G에 입사한 그는 동료나 상사 중에 MBA 학위가 있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미 직장에서 일을 잘 하고 있는데 고가의 자격증을 얻는 것을 무의미하게 느꼈다. 마침 상사로부터 "MBA를 마치기까지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만큼을 회사일 잘하고 자신의 기량을 갈고 닦는 데 쏟아 붓는다면 오히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조언을 받고 비즈니스 스쿨에 가지 않기로 결심했지만, 경영 공부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수년에 걸쳐 수천 권이 넘는 경영 서적을 탐독했고, 수백 명의 경영 전문가를 인터뷰했다. 그 결과 MBA 학위 없이 직장에서 큰 성과를 낼 수 있었고, 사업도 시작했다. 



MBA가 가지는 필터링 효과는 실제적이며 한 개인이 극복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경영 컨설턴트, 국제 재정전문가 혹은 포춘 50위 기업에서 승진가도를 밟는 것이 꿈이라면, 15만 달러짜리 면접 기회를 구매해야 할지 모른다. 이 과정을 밟는다면 지원하기 전에 정확히 이것이 당신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단 인생을 저당 잡히고 나면 빚 때문에 나중에 이 결정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중략) 일류 MBA 과정에 합격할 만한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면 그리고 졸업 후에도 학벌과 상관없이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경영대학원을 가지 않고 경영에 대한 근본 원리들을 혼자 습득하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서 얻는 것이야말로 당신 인생을 좌우할 가장 현명한 판단이 될 것이다. (pp.58-9)


 

조쉬 카우프만은 MBA에 가는 대신 독학으로 배운 경영 지식을 이 책에 정리했다. 책의 주요내용은 실제로 사업을 운영하는 방법, 효과적으로 창업하는 방법, 기존에 하고 있던 사업을 더 잘 되게 하는 방법, 경영 기술을 활용해 개인적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 조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성과를 내는 방법 등이며, 저자는 각각의 내용을 248개의 키워드로 정리해 가치 창조, 마케팅, 영업, 가치 전달, 재무와 회계, 인간의 마음, 자신과 일하기, 다른 사람들과 일하기, 시스템의 이해, 분석, 개선 등의 장에 나누어 소개한다. 저자 자신이 혼자서 공부한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해 다시 전달하는 성격의 책인 만큼, 글 한 편의 길이가 짧고 문장과 내용이 어렵지 않아서 책이 두꺼워도 읽기는 쉽다.



저자가 혼자 연구하고 분석한 내용도 나온다. 저자는 비즈니스를 운영하기 위해 가치 창조, 마케팅, 영업, 가치 전달, 재무와 회계 같은 기존의 경영 지식을 배우고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비즈니스의 대상이며 원리이기도 한 '사람'과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인지 심리학 등을 공부하며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배웠고, 시장은 물론 산업, 사회, 그리고 개인의 생활에도 적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개선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한 사람이 다년간 공부하고 경험을 통해 확인하기까지 한 지식을 책 한 권을 통해 배울 수 있다니. 공부하는 사람, 책 읽는 사람, 성공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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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계획의 철학 - 미루는 본성을 부정하지 않고 필요한 일만 룰루랄라 제때 해내기 위한 조언
카트린 파시히.사샤 로보 지음, 배명자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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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책상서랍을 정리해야지' 하고 마음 먹은 지 한 달째다. 서랍을 열 때마다 펜이며 메모지며 포스트잇 같은 자질구레한 것들이 뒤엉켜 있는 것을 보면 기분까지 엉망이 되는데도, 막상 정리를 하려니 엄두가 안 난다. 일단 뭐라도 버려야겠고, 생활용품점에서 정리용품을 사와야 할 것 같고, 애초에 책상서랍이 작은 듯 하니 책상서랍을 바꿔야 할 것 같고, 그럴 거면 책상을 바꾸고 싶고, 가구, 방배치, 아니 방 자체를 바꿔야 겠다 싶고... 이렇게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정리고 뭐고 다 미루게 되고, 엉망인 기분으로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틀렸다면? 독일 베를린 소재의 디자인 에이전시 ZIA의 대표 카트린 파시히와 사샤 로보가 공저한 <무계획의 철학>에 따르면 '힘들게 자기 삶을 바꾸지 않고도 예전보다 더 기분 좋게' 사는 일은 가능하다. 미루기의 고수인 저자들에 따르면, 일상은 물론 일에 있어서도 제때에 맞춰, 계획적으로, 완벽하게 임하는 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불필요하다. 업무와 의무에 얽매이지 않고도 충분히 돈을 벌고 커리어를 개발할 수 있으며,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다. 사례도 널려 있다.



노련하게 미루는 프로들은 종종 훌륭한 업적을 남긴다. 리누스 토발즈는 컴퓨터 운영체제 리눅스를 개발하느라 전산학과를 졸업하는 데 8년이나 걸렸다. 아이작 뉴턴은 책을 읽느라 어머니가 시킨 농장 일을 게을리했다. 로베르트 슈만은 전공인 법학 공부는 하지 않고 피아노만 쳤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궁정 화가로서 맡은 업무를 제때 끝내지 못했다. 기하학이 훨씬 더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조엘 코엔과 에단 코엔 형제가 (1991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톤 핑크> 시나리오를 쓸 수 있었던 것은 <밀러스 크로싱> 시나리오 작업에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p.90)



저자들은 무계획의 삶을 그저 예찬하고 옹호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속하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그 중에 가장 좋았던 건 '모든 걸 동시에 시작하기'다. 이는 일반적인 멀티태스킹의 개념과는 살짝 다르다. 멀티태스킹이 많은 일을 동시에 함으로써 최단시간에 처리하는 것이라면, '모든 걸 동시에 시작하기'는 일단 여러 가지 일을 저질러 놓고 그때 그때 관심이나 호감이 생기는 일을 하는 것이다. 멀티태스킹에 비해 일의 진척이 상당히 느리지만(마무리되지 않는 일도 더러 있지만), 한 번에 하나의 일에 집중하는 게 힘들거나 완결을 못 지을 게 두려워 좀처럼 시작을 못 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제럴드 와인버그라는 작가는 이를 통해 수많은 책을 쓰기도 했다.



"나는 하나의 원고를 끝내고 다음 원고를 쓰기 시작하는 법을 모른다. ...... 지금 작업 중인 원고들, 즉 현재 진행 중인 작품 목록을 보면 대략 이렇다. 지금 쓰고 있는 이 원고를 비롯해 30개가 넘는 원고들이 마무리 단계 혹은 미완성 단계다. 그리고 매달 한 편씩 써야 하는 칼럼에 필요한 글이 36개, 다양한 매체와 약속되었거나 아직 게재할 곳이 정해지지 않은 글이 27개나 된다. 뿐만 아니라 어디에 필요할지 모르지만 메모처럼 기록하고 있는 개괄이 불가능한 수많은 짧은 글들이 뒤죽박죽 쌓여 있다. 언젠가는 이것들의 용도를 찾게 될 것이다. 아닐 수도 있고," (p.98)



나는 책을 읽을 때 '모든 걸 동시에 시작하기'를 실천한다. 요즘 나는 <행복해질 용기>, <마더 나이트>,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책 먹는 법>, <벚꽃, 다시 벚꽃>, <대성당> 등의 책을 동시에 읽고 있다. 한 달 넘게 읽고 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무계획의 철학>처럼 몇 시간만에 후딱 읽은 책도 있다. '모든 걸 동시에 시작하기'는 읽기 시작한 책이 재미가 없어도 빨리 읽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부담 없이 조금씩 읽어나가도 죄책감이 안 들고, 그때 그때 기분이나 흥미, 관심사에 맞춰 읽는 책을 정하거나 읽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는 책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 업무에 있어서도 이 방법을 실천해 봐야겠다.



그나저나 책상서랍 정리는 언제 하나. 일단 <무계획의 철학>에 나온대로 미룰 수 있을 때까지는 미뤄봐야겠다. 어쩌면 그 사이에 책상을 바꾸거나 이사를 가는 일이 생길 수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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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9-07 2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게 필요한 책 같아요. ㅎㅎ
모든 걸 동시에 시작하기,가 해답이군요
 
센스의 재발견 - 센스란 무엇인가?
미즈노 마나부 지음, 박수현 옮김 / 하루(haru)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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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맞아 그동안 사둔(정확히는 '쌓아둔') 경제경영 서적을 내리 읽고 있다. 맨처음 읽은 <센스의 재발견>은 선착순으로 주는 쿠마몬 에코백이 탐나서 구입했는데 막상 받아보니 에코백이 별로였다(ㅠㅠ). 사이즈만 조금 더 컸어도 그냥저냥 쓸만 했을 텐데, 욕심이 너무 컸나 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책은 괜찮았다. 저자 미즈노 마나부는 구마모토현 공식 캐릭터 '쿠마몬'을 비롯해 다수의 브랜드, 상품기획, 인테리어 디자인, 컨설팅 등을 성공시킨 디자이너. 내가 좋아하는 일본그룹 SMAP의 ANA 'travel Smap' 캠페인도 이 분의 작품이라고 한다(!!).



저자는 게이오대학에서 특별초빙 준교수로 교편을 잡고 있는데, 학생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센스란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사람의 것 또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탄생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참신한 아웃풋을 내기 위해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터무니없는 일에서 센스를 발휘해야 한다는 생각'을 경계하는 저자는 오히려 착실하고 평범하게 인풋을 투입해 철저히 단계적으로 생각하는 과정에서 센스가 태어난다고 설명한다. 센스와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공부, 평범하고 단순한 것에 대한 관찰, 유행과 거리가 먼 과거의 것에 대한 연구야말로 가장 기발하고 참신하며 세련된 아웃풋을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센스 있는 가구를 고르고 싶은데 고를 수가 없다'는 사람은 원래 인테리어에 딱히 대단한 지식이 없다. 그런데 인테리어 가게 몇 군데를 보고 기껏 5~6권의 잡지를 읽은 정도로 "난 도저히 모르겠어"라고 말한다. 그러나 휙 보기만 해도 센스 있는 가구를 고르는 사람은 아마도 인테리어 잡지를 100권이나 200권은 읽었을 것이다. (중략) 

센스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자기가 사실은 얼마나 정보를 모으지 않았는지, 자신이 가진 객관적인 정보가 얼마나 적은지를 우선 자각하자. 아무리 짧은 시간 내에 사물을 최적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의 센스는 감각이 아니라 막대한 지식의 축적이다. 센스란 다시 말해 연구를 통해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결코, 타고난 재능이 아니다. (p.96)



센스는 '감각이 아니라 막대한 지식의 축적'에서 나온다는 문장을 읽으니, 어떤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적어도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일만 시간의 법칙'이나, 발표 자료를 하나 만들더라도 백 편, 이백 편씩 남의 것을 보고난 다음에 만들었다는 박신영의 '삽질 정신'이 떠오른다.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세상이지만, 양보다 나은 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공부와 치열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가르침에 정신이 번쩍 나는 듯 하다. 그야말로 센스의 '재발견'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매일 서점에 가는 습관을 들였다는 저자의 서점 이용법도 흥미롭다.

 


서점에 가는 것은 하루에 한 번이면 된다. 근무 도중 매일 서점에 들러서 5분 만에 한 바퀴 돌아본다. 10분이라도 상관없지만 가능한 한 신속하게 서점을 둘러보고 '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읽어보자. 이상적으로는 물론 사서 읽어야 하지만, 지갑에 여유가 없으면 서서 읽어도 괜찮다. 이 습관을 통해서 단순한 계산으로는 지식이 일 년에 365개 증가한다. 계속하다 보면 '지식을 익힌다'는 기분이 아니라 '알고 싶다'는 지적 호기심의 문이 열릴 것이다. (p.163)



우선은 관심 있는 책이나 잡지를 보고, 서점 내부를 무작위로 어슬렁거리다가 한순간이라도 눈길이 멈춘 책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읽어본다. 특이한 건 '전혀 보고 싶지 않은' 책도 '신경이 쓰이는' 책으로 치고 일단 손에 들어 본다는 점. 그런 책을 보다 보면 '이런 세계가 있군' 하는 생각과 함께 지식의 넓은 바다로 배를 띄우는 기분이 든단다. 읽고 싶은 책만 읽고, 읽고 싶지 않은 책은 쳐다도 보지 않는 '편식성 독서'에 길들여진 내게는 새로운 독서법이다. 한번 시도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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