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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 하버드 마지막 강의, 마지막 질문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외 지음, 이진원 옮김, 이호욱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적성이나 전공 상관 없이 취직부터 하고 보겠다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더 이상 못 다니겠다면 이직이나 전직을 계획하거나, 유학 또는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 당장 밥벌어 살 궁리를 하다가 이제서야 적성과 꿈을 찾는 친구들을 보면 사람 마음이 참 잘 바뀐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자각 없이 십년, 이십년을 살다가 인생을 다 흘려보내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얼마나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나는 내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그런 마음으로 집어든 책이 바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이다.

 

저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하버드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이자 기술과 기업 혁신을 다룬 '혁신 이론'의 창시자이다. 경영학자로서 경영 이론을 연구하는 한편, 정치와 행정 등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일도 해오던 그는 자신의 이론을 인생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고, 그 결과를 하버드경영대학원 종강일에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했다. 마침 그 자리에 있었던 제자 제임스 올워스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편집인 캐런 딜론이 강연 내용을 책으로 만들자고 제안했고, 그 덕분에 전세계의 수많은 독자들이 크리스텐슨 교수의 명강의를 책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경험과 정보가 좋은 선생 노릇을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인생에선 어떤 일에 대해 쉽게 배울 수 없을 때가 더 많다'며(p.31) 이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언뜻 생각하기에 경영학 이론을 인생에 적용한다는 것이 무리한 발상처럼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가령 동기부여 이론의 권위자 중 한 명인 허즈버그의 위생 요인과 동기부여 요인 이론은 사람이 직업을 선택할 때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보통 돈이나 복지, 안정성을 이유로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이론에 따르면 이같은 요인은 위생 요인에 불과하고 동기부여를 하지는 못한다. 이보다는 자아성취, 꿈, 적성 같은 요인을 우선으로 해야 직업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이 밖에도 자원 할당 문제라든지(p.102), 이케아의 사례로 본 고용의 개념(p.138) 등을 읽다 보니 경영 이론이 그 어떤 취업서나 자기계발서보다 인생에 대한 적확한 조언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저자는 '창발적 혁신'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저자는 향후 5년, 10년 단위로 사회생활 계획을 구체적으로 짤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인생이라는 것은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고, 자기 자신조차 무엇을 원하고 앞으로 무엇을 원하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면 그 계획을 따르느라 유연한 사고를 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인생을 망칠 위험이 있다. 그 대신 최종적인 비전은 가지고 있으되,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유연하게 행동하는 것이 좋다. 가령 놀런 아키볼드라는 CEO는 최종적으로 경영인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남들이 좋다는 직장이나 고액 연봉 대신 처음부터 경영인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을 택했고, 결국 누구보다 빨리 경영인이 되었다. 저자 또한 처음에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경영학을 공부하여 사회에 공헌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을 깨닫고 컨설턴트, 기업가를 거쳐 교수가 되었다. 당장 좋아보이는 일에만 고집스럽게 매달렸다면 이룰 수 없는 일들이었을 것이다.

 

이 책 덕분일까. 책을 읽고나서 나도 몇 가지 귀한 경험을 했다.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되는 일이 없었고, 남들과 비교했을 때 점점 뒤처지는 것만 같은 현실에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해를 맞아, 그리고 얼마전에는 설을 맞아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니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에 끈덕지게 매달린 결과 내 생각보다는 빨리 내 꿈에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이제까지 한 일이나 살아온 궤적이, 내가 평가하기에 틀린 것 같지 않다. 인생은 오직 그 자신만이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스펙, 학벌, 연봉, 재산, 외모... 그런 것들은 남의 기준일뿐, 내가 평가하기에 부끄럽고 한심하다면 말짱 꽝이다. 나는 내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반드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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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8-16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며칠 전 시어머니가 이 책을 읽어보라고 주셨는데 바빠서 아직 손을 못대고 있었는데 오늘 읽을까봐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