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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이라는 착각 - 대한민국 양극화 쇼크에 관한 불편한 보고서
조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신간평가단 11기 마지막 달 도서가 원래는 두 권 선정되어야 하는데 사정상 한 권 밖에 선정되지 않아 내심 아쉬웠다. 그런데 한 권 받은 이 책이 두 권 못지 않은 임팩트를 가진 책이라서 괜히 섭섭했다 싶고, 좋은 책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어 뿌듯했다.

 

경제학 수업에서 소득 분배에 관한 내용을 배울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개념 중 하나가 존 롤스의 '무지의 베일'이라는 개념이었다. 롤스는 알려져 있다시피 [정의론]이라는 저서를 남긴 학자인데, 이 책에서 그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태어나게 될지 모른다는 '무지의 베일'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 개념에 따르면 사람은 부잣집에서 태어날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날지, 건강하게 태어날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게 될지 등을 스스로 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기회의 평등이 보장될 수 있게 기초적인 사회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는 이 개념에 대해 처음 배웠을 때 경제학에 '무지의 베일'이라는 - 문학적인 표현을 쓴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그 시대에 이런 급진적인 생각을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내세에는 재벌 2세로 태어날지, 섬마을 아낙으로 태어날지, 아니면 개미로 태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어떤 모습으로 태어나든 행복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니! 불교 철학도 느껴지고...) 

 

[중산층이라는 착각]을 읽으면서 '무지의 베일' 개념을 떠올렸다. 이 책의 저자 조준현은 중국 인민대학 초청교수를 역임한 뒤 현재 부산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이자 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인 경제학자이다. 현재 여러 매체를 통해 양극화와 중산층 문제를 분석하는 칼럼을 기고하고 계신 분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중산층'이라는 개념은 이제 허구라고 주장한다. 중간, 평균이라는 개념이 허구라는 지적은 이미 여러 경제학자들이 주장해왔지만, 중산층 개념이 허구인 이유는 사회가 양극화되고 있는 탓이 크다. 부자는 계속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해질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은 나는 아직 중산층이라고, 가난은 개인의 책임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부의 대물림이 고착화될수록 안 그래도 팍팍한 경제 상황은 더욱 팍팍해질텐데 말이다.

 

하우스푸어, 워킹푸어 같은 용어도 그나마 집이 있고,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토지 소유자 가운데 1%인 상위 50만 명이 전체 개인소유 토지의 57%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P.107) 강남 3구에 사는 사람들 40%가 전체 주택의 40%를 보유하고 있다. 그들의 자녀는 '그들의 자녀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유산으로, 상속으로 부모의 토지와 부동산을 물려받게 된다. 월급 타고 저축해서 집 한 채, 땅 한 뙈기 가져보는 것이 소원인 보통사람들과는 출발선이 다른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는 생각도 착각이다. 같은 1등이라도 하루에 두 세 시간 밖에 못 자고 공부한 1등과 학교 수업만 충실히 받고 놀 것 다 놀고 1등한 아이는 다르다. 1인당 국민 소득이 2만불을 넘고 세계 십 몇 위권의 경제 대국이라는 통계만 보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인 건 맞지만, 부자들의 생활수준은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오른 국가들과 별로 다르지 않겠지만, 빈곤층을 보면, 빈촌을 보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개발도상국 수준이다. 집이 없어도 열심히 돈을 모으면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으면 부동산 문제로 입씨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실업자가, 아르바이트생이, 비정규직이 행복한 사회라면 굳이 모든 직종을 정규직화할 필요도 없고 실업 문제를 고민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결과에 치중하는 사회풍조는 과정을 놓쳤고, 애먼 사람들만 고생을 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책에 답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내 생각엔 결국 정치가 답인 것 같다. 부자든 빈자든 투표장에서 주어지는 표수는 똑같다. 나만의 힘으로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것도 환상이지만, 아예 바꿀 수 없다는 것도 착각이다.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가? 시장이 못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기업은 애초부터 돈 없는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고, 복지 문제와도 무관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런 것들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기업이 바뀌길 기대하지 말고 정부를 잘 감시하는 것도 국민이 할 일이다. 마침 선거철이다. 착각은 버리고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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