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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파산하는 날 - 서구의 몰락과 신흥국의 반격
담비사 모요 지음, 김종수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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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알다시피 몇 주 전까지 미국 뉴스 최대의 이슈는 부채협상이었다. 협상 기한을 열흘, 닷새, 사흘 앞두고도 해결을 못 보다가 결국 기한이 거의 다 되어서야 양당이 극적으로 타협하여 파산 위기는 넘겼다는 보도가 나왔고 그제서야 사태가 겨우 진정되는 듯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미국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고, 미국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그 여파로 우리나라 주가까지 폭락하여 쓴맛을 보았다는 분들이 주변에도 많다. 더 큰 걱정은 부채 한도를 단기적으로 늘렸을 뿐이지 완전히 청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이보다 더 큰 위기에 빠질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담비사 모요의 <미국이 파산하는 날>을 읽었다. 원제는 'How the west was lost', 해석하면 '서구는 어떻게 길을 잃었나' 정도인데 구체적으로 '미국 파산'을 거론하다니, 국내판 제목을 시의성있게 잘 지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제목 덕분에 부채협상 문제와 함께 이 책이 언론에서도 많이 언급된 모양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어제 오늘일은 아니다. 2차 세계대전으로 미국이 명실상부한 패권국으로 자리잡고 마셜플랜 등 자유진영 국가에 대한 원조를 시작했을 때부터 미국 경제는 적자 지향이었다. 미국이 세계 경제의 최대 채무국이라는 부담을 감수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수출을 동력으로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학계에서도 지배적인 견해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의 국내 사정을 지적한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경고되어 왔던 금융계의 도덕불감증, 그리고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주범인 주택시장 버블, 과도한 복지정책 등 미국내에서 바로잡아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들이 현 상황을 낳은 것이라고 비판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부상, 브릭스의 성장 등 탈냉전 이후 일극 체제에서는 생각지도 않았던 위기 요소들이 현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과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제조업의 부흥'이다. 저자는 제조업을 중국 등 신흥 공업국에 내주고 금융 등 서비스업에 비중을 두게 되면서 경제가 허약해졌다고 지적한다. 1차 산업인 농업, 2차 산업인 제조업에 이어 3차 산업인 서비스업으로 경제 중심이 이동해야 나라가 발전하는 것이라고 초등학교 사회 시간에 배웠던 것 같은데, 저자의 발언은 사뭇 신선하게 들린다. 

하지만 비단 저자만의 주장이 아니다. 요즘 미국 뉴스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내용이 바로 이 제조업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방송사인 ABC에서는 아예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라는 타이틀로 미국내 제조업 현황을 조명하는 코너까지 만들었다. 

나는 이 말을 미국 뉴스에서 들을 때마다 기분이 묘해진다. 만약 미국이 수출을 줄이고 자국내 제조업을 육성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는, 그리고 세계 경제는 어떻게 될까? 자국이 소비할 것은 자국이 생산한다는 식으로 가는 것은 이제까지 미국이 주장해온 자유무역과는 거리가 멀다. 이렇게 미국이 자유무역으로부터 등을 돌리면 유럽은, 그리고 아시아는 어떻게 될까?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 중국의 부상 등은 이제까지 많은 책에서 다루어졌으니 사실 그렇게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 파산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그러들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 읽어두면 좋을 책이다.

'경제활동은 단순히 잘 산다는 것뿐만 아니라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경제력은 아마 가장 중요한 힘의 원천일 것이다. 주요 국가 사이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세상에서 경제력은 국가 간의 우위를 결정하는 데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미국인들은 현재의 도전에 대해 우려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새뮤얼 헌팅턴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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