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지 않는 영혼 - 내면의 자유를 위한 놓아 보내기 연습
마이클 싱어 지음, 이균형 옮김, 성해영 감수 / 라이팅하우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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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팥알 크기(?)로 시작하는 것 같아서 얼마나 흥분이 되고 읽기가 아깝던지,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분명 뭔가를 얻어건질 것 같은 흥분, 기대, 설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더니,

이제사 왔구나, 내게도 왔구나!

라는 흥분으로, 

내내 흥분으로 읽었다. 


죽비를 탁! 내리치며 

바로 이것!!!

이라고 말하던 <선으로 읽는 금강경(김태완)>도 생각나고,

오직 모를 뿐 이라던 <선의 나침반(숭산스님)>,

사띠, 사띠, 사띠만 떠오르는 <여름에 내린 눈(우조티카 사야도)>,

<영혼의 의자(게리 주커브)>,

<왓칭(김상운)>,

법정스님, 

법륜스님까지,


그러고도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는 그것!

나를 바라보는 자, 

그것!


이제 팥알 크기만큼이 보이는 것일까 싶어서 그렇게 흥분이 됐던 것이

그러던것이 책의 말미에는 거대한 우주만큼 커져서 

이건 도저히 내가 따라가내지는 못하겠구나 라는 좌절!


이것이 또한 마음이 지껄이는 소리니,

그 좌절도 보내버렸다, 놓아버렸다.

그냥 가는거다.


신과 내가 하나일 수 있는 경지.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텅 비었으며

얼마나 꽉 찰까!!!

나는 그저 내 마음이 항상 지껄이는 소리만 없어도 너무 좋겠다.


책의 표지에 깃털사진이 있다.

문득 나의 수행이 이 깃털처럼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비어있지만 견고한 뼈대,

얼굴을 부비고 싶은 보드라운 털,

가벼움.


도가 이런 것이고, 사랑이 이런 것이고, 자연이 이런 것이지 싶다.


수도 없는, 끝도 없는 마음의 지껄임,

이제는 정말 그만 듣고 싶은 강한 열망이 이 책을 내게 불러들인 것 같아 쾌재를 부르며

이 책은 구매를 한다.


읽는 내내 번역한 책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 객관적으로 관찰해 보면 당신은 목소리가 하는 대부분의 말들이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대부분은 그저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일 뿐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삶의 대부분은 당신의 마음이 삶에 대해 지껄이는 말과는 전혀 상관없이 당신의 통제력을 훨씬 넘어선 힘의 흐름에 따라 전개될 것이다. 


* 내면의 목소리가 하는 말이 그토록 부질없고 의미 없는 것이라면 그것은 애당초 왜 거기 있는 것일까? (...) 그러까 풀어내야 할 에너지가 속에 많이 쌓여 있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잘 관찰해 보면, 마음속에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에너지나 욕망의 에너지가 쌓여 있을 때는 이 목소리가 극도로 활발해진다. (...) 이것을 잘 관찰해 보면 당신은 마음이 이렇게 해설해 주는 덕분에 주변 세상에 대해 더 편한 느낌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 결국 당신이 경험하는 것은 여과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진짜 세계가 아니라 당신의 해석에 따른 당신만의 세계인 것이다. 


* 당신이 그 일을 맡겼기 때문에 마음이 그토록 끝없이 지껄였다는 것을 이제 당신도 깨닫게 될 것이다. 당신은 그것을 하나의 보호 장치, 일종의 방어 수단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그것은 당신을 더 안전하게 느끼게 한다. 


* 당신이 따라가지 않으면 그것들은 그저 사라져 버린다. 중심을 잡는다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생각이 일어나기 시작해도 당신은 거기에 따라갈 필요가 없다. (...) 중심을 잡지 못하면 의식은 그저 무엇이든 주의를 끄는 것에 딸려 간다. (...)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일어나면 당신은 그것을 알아차리고, 그러면 그것은 지나간다. 


* 가슴이 불안해지기 시작할 때, 당신은 그 느낌을 분명히 인식한다. 그런데 누가 그것을 인식하는가? 그것은 의식, 내면의 존재, 영혼, 참나이다. 그것은 보는 자, 보는 그다. 


* 누군가 당신의 가슴을 당기는 것처럼 그 끌어당기는 힘을 느낄 때, 그저 놓아 보내고 당신은 뒤엥 떨어져 남으면 된다. 그냥 힘을 빼고 놓아 버려라. 아무리 자꾸만 잡아당기더라도 다시금, 다시금 힘을 빼고 놓아 버리면 된다. 말려드는 습관은 끈질기므로놓아 보내고 뒤에 떨어져 남으리라는 의지 또한 꿋꿋해야만 한다. 의식의 중심은 그것을 끌어당기는 에너지보다 언제나 더 힘이 세다. 당신은 다만 대어서 의지를 발동하기만 하면 된다. 


* 열쇠는 즉시 놓아 보내지 않으면 일깨워진 에너지의 혼란스러운 힘이 당신의 주의를 빨아들인다는 사실을 철저히 이해하는 것이다. 혼란 통에 당신의 의식이 말려들 때, 당신은 참나의 선명한 자리를 잃어 버린다. 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어디로 가는 듯한 느낌조차 없다. 


* 혼란된 에너지에 말려들었을 때 마음이 시키는 일 중 몇 가지를 실제로 감행했다고 상상해 보자. 실제로 직장을 때려지원ㅆ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 보라. (...) 그것이 얼마나 깊이 떨어지는 나락인지 당신은 모를 것이다. 마음속에서 혼란이 일어나는 것은 일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을 표현하도록 허락하는 순간, 그 에너지가 당신의 몸을 움직이도록 허용하는 순간 당신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하강하는 것이다. 이제 그것은 놓아 보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 에너지를 이렇게 외면화라고 나면 당신은 자신의 행동을 방어하고 정당화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것이 결코 정당하다고 생긱해 주지 않을 것이다. 


* 살펴보면 마음은 매사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끔 하려고 늘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있을 것이다. (...) 그것과 싸우지 마라. 결코 이기지 못할 것이다. (...) 마음과 싸우는 대신 그저 거기에 끼어들지만 마라. 마음이 세상과 사람들을 어떻게 고쳐 좋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발견하면 그저 거기에 귀 기울이지만 않으면 된다. 비결은 입을 다무는 것이다. 당신의 마음이 입을 다무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입을 다무는 것이다.


* 이 연습은 의식의 중심이 잡히는 순간들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은 지속적으로 중심에 머무는 의식을 지니게 될 것이다. 지속적으로 중심에 머무는 의식이 참나의 자리이다. 이 상태에서 당신은 언제나 자신이 의식함을 의식하고 있다. 완전히 깨어서 알고 있지 않은 순간이 없다. 아무런 노력도 없다. 아무런 행위도 없다. 당신은 그저 거기에 있고 당신의 감각 앞에서 세상이 펼쳐지는 동안 생각과 감정이 당신 주변에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린다. (...) 가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 모든 것이 마음mind가 아니라 가슴heart이 된다. 당신은 마음이 가슴을 뒤따른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마음이 말을 시작하기 훨씬 전에 가슴이 먼저 반응한다. 의식이 개어 있으면 가슴에서 일어나는 에너지의 변화가, 당신은 배후에서 모든 것을 인식하고 있는 자임을 즉시 알아차리게 할 것이다 가슴에서 놓아 보내므로 마음은 일어날 틈도 얻지 못한다. 


* 당신은 안전지대에 머물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사람과 장소와 사물이 당신의 틀에 맞아떨어지게끔 하려고 무진 애를 쓴다. 그것이 어긋나기 시작하면 당신은 불편해진다. 그거렴 마음이 부산을 떨며 나서서 어떻게 하면 일이 당신이 원하는 대로 돌아갈지를 말해 준다. 누군가가 당신의 기대를 벗어나는 짓을 하면 마음이 지껄이기 시작한다. (...)  하지만 당신이 결국 무엇을 하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단지 당신의 안전지대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구역은 유한하다. 거기에 머물려는 모든 시도들이 당신을 유한하게 만든다. 너머로 간다는 것은, 무엇을 당신의 한정된 울타리 안에다 가두려는 노력을 놓아 보내는 것을 뜻한다. 


* 사람이 신께 바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그가 창조한 것을 기꺼이 즐기는 것이다. 

당신은 신이 행복한 사람들 곁에 있는 것을 흐뭇해 하리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비참한 사람들 곁에 있기를 흐뭇해 하리라고 생각하는가?


* 수용이란 사건이 저항없이 당신을 지나가게 하는 것을 뜻한다. 


* 삶에서 얻어야 할 유일한 것은 삶을 경험함으로써 오는 성장임을 당신이 이해했을 때 두려움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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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순이삼촌 1 현기영 중단편전집 1
현기영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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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이 무엇이길래 양민이 죽창에 무참하게 죽어가야 한단 말인가!


내가 지금껏 살아 온 날들을 둘러 보면 

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러한 것들을 경험도 못해보고 

억울한 죽임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읽는 내내 억울하고 분해서 억장이 무너졌다.

너무 처참하고 잔인해서 과연 사람이 이럴수가 있을까 하는 물음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죽창이라니!

뾰족한 죽창이라니!

그 뾰족한 것이 바로 내 가슴을 찌르는 듯한 무서움에 몸서리가 쳐진다. 


사람을 해치기 위해 누군가는 대나무를 뾰족하게 만들었을 것 아닌가!

세상에나!

그게 어찌 가능하단 말인가!


무서운 세월이었다. 

정말 무서운 세월이었어!


젖을 먹이지 못해 생후 4개월 된 아기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엄마 마음은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감당해낼 수가 있을까!

그러한 세월을 살아 낸  우리의 선조들,


지금의 이 풍요로운,

흘러 넘쳐서,

버리기를 수없이 해도 흘러 넘치는 이 시절이 오히려 죄스럽다. 









* 가마솥에 달궁달궁 삶아갖고 국물을 나눠주겠다는 거 아닌가


*마침내 사람들이 뭣에 홀린 듯 스적스적 앞으로 걸어나와 방리별로 자리 잡고 앉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그런데 한발짝씩 앞으로 내디딜 때마다 주춤주춤 커지는 듯싶더니, 솥뚜껑 앞에 당도하자 별안간 무섭게 커져올랐다. 


* 나는 잊어먹고 있던 낱말들이 심층의식 깊은 데서 하나하나 튀어나올 때마다 남모르는 쾌재를 불렀다. 이렇게 추억의 심부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내 머릿 속은 고향의 풍물과 사투리로 그들먹해지는 것이었다. 


* 귀리집은 두 눈을 슴뻑슴뻑해서 눈물을 나온 구멍으로 다시 길어넣는다. 


* 기꺼운 마음에, 가슴이 주체 못할 지경으로 왈랑왈랑 달떠오른다. 


* 풀주머니 쥐어짜듯 두 손으로 아프게 젖을 쥐어짜도 그저 젖꼭지 끝에 이슬 슴슴 맺히듯 할 뿐이었다. 


* 허기진 뱃심으로 담가를 들자니 자연 허리가 새우등 모양으로 휘고 발이 허청허청 헛논다. 


* 노형에 생긴 호열자가 다른 지방으로 전염될까봐 이 고개에다 돌을 쌓고 가시나무를 베어다 길을 차단하고 사람 왕래를 막았다. 호열자는 순구 또래의 어린것들을 무더기로 죽이고 물러갔다. 죄익사상인가 뭔가 하는 것도 딱 호열자병을 닮았다. 그건 호열자처럼 무섭게 번지고 일단 거기에 걸리면 꼭 죽게 마련인 무서운 전염병이다. 호열자 때문에 돌을 쌓아 두달 동안이나 길을 차단하던 이 도령마루에 한동안 좌익 사람들이 읍내 토벌군 차가 못 오게 여러차례 돌을 쌓더니, 이베는 토벌군 쪽에서 계엄령까지 내리고 성을 쌓아놓았구나.


* 누구는 편리하게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전쟁이란 으레 그런 거다, 그게 전쟁의 메카니즘이라는 것이다, 전쟁이 그렇게 시킨다, 그 사람들이 특히 잔인해서 그런 게 아니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 전쟁 통에선 어느 때 어이서든 얼마든지 일어날 수가 있는 일이다., 월남 땅 밀라이 사건을 보라, 하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전쟁 중에 일어난 게 아니다. 6. 25 터지기 두해 전 일, 그러니까 그건 전쟁이 아니라 죄익폭동 진압이었다. 폭동 진압에서 삼만이 죽었다니!


* 허울 좋은 이념 때문에 폭동을 일으켜 살인, 방화를 일삼던 장본인들의 죽음이야 자업자득이라 하겠지만, 어째서 양민의 숱한 죽음들마저 자업자득이란 말인가. 그것을 자기 박복한 탓으로, 전생에 무슨 죄가 있는 탓으로 돌리다니.

어머니의 자격지심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모든 것을 당신 탓으로만 여겼다. 천재지변과 같이 막강한 가해자들, 그들에게 분노나 증오를 품는다는 것은 마치 천둥벼락에 적개심을 품는 것과 다를바 없이 허망한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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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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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에서 여자작가란 생각이 당연시 되어 다 읽었는데,

작가의 사진이나 프로필이 이 책에는 없어서 검색해보니 어머나, 남자작가였다.

갑자기 뭔가 헝클어지는 듯한 느낌! ㅎㅎ


우리 삶이 이렇게만 풀어진다면야!!

설득이 이리 잘되고, 

감동도 이리 잘되어서, 

이해까지 이리 잘된다면야!!


결국 독고씨는 의사였다는 것에서 느껴지는 그 식상함이란...

그 엄마와 그 아들의 벽이 그렇게 삼각김밥 2개와 편지로 쉽게 허물어질까보냐 싶기도 하고...

그래서 아마도 이 책에 대한 어느 분의  "작위적이다"라는 말에 더 공감하게 되는건지도 모르겠다.


어찌하여 작가는 의사가 노숙자가 될 수 있는 그런 희박한 확률을 사용했을까?

그는 그냥 그렇게 조금 모자란 사람이었던채로였어야는게 더 보편적이고,

우리는 보편타당한 것에서 더 공감을 하고 수긍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각각의 인물들이 토해내는 삶의 힘겨움들은 잘 나타낸 것 같아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글을 엮는 방식이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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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다시 읽고 싶은 명작 2
엔도 슈사쿠 지음, 김윤성 옮김 / 바오로딸(성바오로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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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왼쪽 윗부분에 <다시 읽고 싶은 명작 2>라고 되어 있다.

내가 명작을 알아보기야 하랴만 

명작의 대열에 선 두번째 책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글 중 통역의 말이다.


"(...) 용기도 때로는 남에게 폐가 되오. 

우리는 그것을 맹목적인 용기라 말하고 있소이다.

대체로 신부들 가운데는 이 맹목적 용기에 사로잡혀 우리나라에

폐를 끼치고 있다는 것을 잊은 자가 많소."


"받기 싫은 물건을 강제로 떠맡기는 것을 뭐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바로 이렇게 강요된 물건과도 같습니다.

우리에겐 우리의 종교가 있습니다.

이제와서 외국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생각은 없소.

나도 신학교에서 신부들의 학문을 배웠지만, 

생각하건대 지금에 와서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는 도무지 생각되지 않소."


전도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들이 나에게 전도라는 목적으로 다가올 때마다 

내가 느끼는 것은

그들에게 좋은 것이 다른이에게도 반드시 좋을 것이란 

믿음에서 출발한 전도는 올바른 전도가 아니지 싶다는 것이다. 


지쿠고노가미의 치를 떨게 하는 극악무도한 고문이 있는 이런 곳으로

그것도 몰래 잠입해서,

나의 생명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의 생명까지 담보로 해가며

선교를 해야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도 들어서 

통역의 말도 일리는 있겠다 싶었다. 


아름다운 것은 멀리멀리 퍼져나가는 것이 아닐까.

그들이 자신의 나라나 그 주변부터 

서서히 그들의 선과 사랑을 퍼트리다보면 

언젠가는 모두에게 가 닿게 되지 않을까.

그 시기가 좀 늦는다고 하여 하느님이 역정을 내실 분은 아니지 않나.

무고한 죽음이 많아서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것을 순교라는 이름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 할말이 없기도 하다. 


고난과 역경이 올 때마다 신부는 예수님 삶의 수난을 떠올리고,

그분의 얼굴을 떠올리며 용기를 내는 장면은 나를 경건하게 만들었다.

구원이 어디 달리 구원이겠는가!



책의 마지막 장에서

나는 하느님의 침묵을 마음으로는 이해하게 되는 듯도 해서 뭉클했다.


"(...) 성직자들은 모독적인 행위를 몹시 책할 테지만, 

나는 그들을 배반했을지 모르나 결코 그분을 배반하지 않았다.

지금까지와는 아주 다른 형태로 그분을 사랑하고 있다.

내가 그 사랑을 알기 위해서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는 이 나라에서 지금도 최후의 그리스도교 신부다.

그리고 그분은 침묵하고 있었던 게 아니다.

설령 그분은 침묵하고 있었다 해도 

나의 오늘날까지의 인생이 그분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니까."




아주 오래 전에 본 영화 <미션>이 떠오른다.

그 내용은 너무 오래여서 대부분 잊었지만 

그때 밀려오던 그 숭고한 감동만은 기억에 생생하다.

이 책을 읽고 보니 다시한번 그 영화가 보고싶다.







* 신앙은 결코 한 인간을 이런 겁쟁이나 비겁자로 만들지 않습니다.


* 수많은 일본 신자와 신부가 같은 기분으로 자기 발 앞에 놓인 성화를 대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이 불쌍한 세 사람에게 요구할 수 있겠습니까?

"밟아도 좋아요. 밟아도 좋아요."

이렇게 소리친 뒤에야 나는 내가 신부로서 입 밖에 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 (...) 당신은 그들에게 용기를 주시지 않고 이 어둠처럼 왜 그저 침묵만 지키고 계셨습니까? 왜?


*욕설과 모멸에 견디는 얼굴이 인간의 표정 중에서 가장 고귀하다는 것을 그에게 가르쳐 준 것은 그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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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지상에 숟가락 하나 2
현기영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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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퍽도 들어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갈 형편이 못될 때는 

집에 있는 책들을 읽어야 하리라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도서관에 갈 형편이 못될 정도면 

책을 읽을 수 있을 시력도 안될터이지만 어쨌거나

그럴 때 우리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책들이 있고,

그런 생각이 드는 책은 사고 싶다. 

이런 연유로 이 책은 사고 싶은 책이다.


오줌을 쌌을 때의 표현이나 사춘기의 성에 대한 심경, 

부끄럽고 창피한 느낌이 들 때의 표현등등,

수많은 표현들이 나는 너무 좋아서, 

내게도 있을 그 기억들을 나의 기억보다 더 생생하게, 

더 실감나게, 더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는 작가의 

표현력에 경이감이 느껴져 감탄이 얼마나 나던지,

아, 이 책이 너무너무 좋다. 


나 또한 혹독하고 지독한 가난을 보낸 듯,

그만한 사춘기를 또 보낸 듯한 착각이 든다. 

두 권의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것은 아니지만 내것인양 느껴졌던 그의 시련이 나를 무겁게 만든다. 

조금 성장한 듯하다.

그라면 더 정확하고 멋드러진 표현으로 

나의 지금 이 요상한 기분을 아주 잘 나타낼 수 있을텐데!


그의 <순이삼촌>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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