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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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k도 그리 마무리할 수 밖에 없었을까 싶어 

다 읽고 난 후의 편치 못한 마음이 하루이틀은 간 것 같다. 


읽다보면 그리 별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닌,

그저 밋밋한 일상의 이야기들인 듯 싶기도 하고

너무 세세하다 싶기도 하였는데, 

지루할 듯 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것이 참 신기했다.


바닷가에서 우연히 본 한 어른에게 이렇게까지 

마음이 갈 수가 있는가 싶은 의아함이 일기도 하고,

천황의 죽음을 자신의 죽음과 동일시 하는 것은

일본만의 문화겠거니 싶기도 하다. 


<마음>이라는 제목에 이끌려서 빌렸는데

정서가 우리와 비슷해서 읽기에도 좋았던 걸 보면

아마 번역이 잘되었나 보다.


마음...

나의 숙제다.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 천엔에 올려진 인물이었구나.








* 내 입을 가로막았던 더 큰 이유는 다른 사람의 고임에 빠지는 것이 싫었던 것일세. 다른 사람의 손에 놀아나는 것은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일란 말이지. 작은 아버지에게 배신당한 나는 이제부터 무슨 일이 있어도 남에게 기만당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것이네.


* 맞서야 할 상대가 나보다 강하다는 걸 깨달았을 때 느끼는 공포감, 그것이 이미 그때 내 안에 움트기 시작한 거야.


* 내가 그렇게 있는 힘껏 장모님을 간호한 것은 환자를 위한 마음에서도 그렇고,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서도 그랬지만 더 큰 의미에서 보면 인간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그랬다고 할 수 있네. 나는 그때까지도 무슨 일이든 내 능력을 펼쳐 보이고자 하는 마음은 충만했지만 언제나 날 붙잡는 그 무엇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물러나 있었던 것이지. 세상을 등진 내가 비로소 내 손을 내밀어 나 아닌 다른 이를 위해 선생을 했다고 느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네. 나는 그 행위로 얼마간 면죄를 받은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거야. 어쩌면 그러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장모님을 보살펴드렸는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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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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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살이가 영 사람살이 같지 않더니

급기야 한 쪽에서는 전쟁이다.


사는 것이 너무 재미가 없다.


자연환경조차 받쳐주지 않을 앞으로의 시대에 

우리의 아이들은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


이랬던 나의 생각이 이 책을 읽고는 생각에 변화가 왔다.


이 시절이 더 재미없는 것은, 

더 살기가 팍팍하고 힘든 것은 아니겠구나.


더 편리하고 

더 많이 가지고

더 잘 먹고 있는데 

더 힘들게 무어란 말인가.

발전을 하니

새로운 문제들이 생겨나고

처음 접하는 그 문제들로 인해 혼란이 오고

혼란 속에 한탄을 넘어 개탄도 나오고

그러면서 해결책도 나오는,

그냥 그럴 뿐이겠구나.


조선시대에 개화사상이 얼마나 센세이션했을것인가!

산업에 혁명이 일어났을 때는 또 어떻고.


그런 것 처럼 시대는 그 흐름대로 흘러가는 것이고,

사회문제는 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의 세상에 사는 것이 재미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편리한 세상에 사는 것에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 

좀더 인본주의에 가까워진 지금의 세월에 오히려 감사할 일이었다. 


더 많이 가지고,

더 잘 먹고, 

엄청난 편의를 누리는,

지금의 시절이 고마운 것임을 일깨워 준 이 책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무척이나 훌륭한 책이었다. 

그렇게도 이름을 날리던 그 옛날엔 눈에 들어오지 않더니 

이럴려고 이 책이 이제야 내게 왔나보다. 














*그는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너무나 끔찍하다고 했다. 그의 책에 의하면 지상에서는 시간을 터무닝벗이 낭비하고, 약속과 맹세는 깨어지고, 기도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눈물도 보람없이 흘려야 하고, 마음은 억눌리고 희망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제일 끔찍한 일은 갖고 있는 생각 때문에 고통을 받는 일이다. 


*아버지가 꿈꾼 세상은 모두에게 할 일을 주고, 일한 대가로 먹고 입고, 누구나 다 자식을 공부시키며 이웃을 사랑하는 세계였다. 그 세계의 지배계층은 호화로운 생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아버지는 말했었다. 인간이 갖는 고통에 대해 그들도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사랑의 상실로 공인하고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네 집에 내리는 햇빛을 가려버리고, 바람도 막아버리고, 전깃줄도 잘라버리고, 수도선도 끊어버린다. 그런 집 뜰에서는 꽃나무가 자라지 못한다. 날아 들어갈 벌도 없다. 나비도 없다. 아버지가 꿈꾼 세상에서 강요되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자식을 키운다. 사랑으로 비를 내리게 하고, 사랑으로 평형을 이루고 사랑으로 바람을 불러 작은 미나리아재비꽃줄기에까지 머물게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그린 세상도 이상 사회는 아니었다.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을 벌하기 위해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법을 가져야 한다면 이 세계와 다를 것이 없다. 내가 그린 세상에서는 누구나 자유로운 이성에 의해 살아갈 수 있다. 나는 아버지가 꿈꾼 세상에서 법률제정이라는 공식을 빼버렸다. 교육의 수단을 이용해 누구나 고귀한 사랑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다섯시가 이미 넘었는데도 어두웠다. 여느 때면 내 방 창에 첫 밫이 와닿고 커튼이 그 빛을 올 사이사이로 빨아들여 방안의 어둠을 밀어버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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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충격의 미래 한국 - 인구 변화가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꾸는가!
전영수 지음 / 프롬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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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읽는데 한참이 걸렸다.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썩 재미스러운 것도 아니어서일까.


근육을 포기한 남성거세, 그로 인한 여성시대, 

자립을 위해 고립을 선택하는 중성 청년,

돈도 없고 꿈도 없는 가난숙명의 감축성장,

미래불안, 

없는 살림 축내는 착취구조의 시장재편,

일찍 불가능을 깨달은 무념무상 방관세대,

없으면 버리고 있으면 반기는 도시 블랙홀,

노인포류,

죽어야 바로소 끝나는 고단한 일의 숙명 - 평생근로.


뭐하나 긍정스러운 면이 없어서

읽는 내내 마음이 불안하고, 걱정스럽고, 염려되고...

내가, 남편이, 내 아이들이, 

우리 사회가, 우리 나라가, 이 세계가, 이 지구가!!!


그랬던 것이 

다른 이의 독후감으로 겨우 좀 진정을 하고

다소 편안해진 마음으로 이 독후감을 적을 수 있어 어찌나 고맙다.


그냥 살밖에!

그 옛날에는 더한 전쟁과 기아에 허덕이지 않았나.

지금이야 

흘러넘쳐서 사단이 나고, 

너무 편리해서 사단이 나는 시대이니 뭐 대수랴.

그냥 살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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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순이삼촌 2 현기영 중단편전집 1
현기영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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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 길을 야간열차를 타고 자다 깨다 하며 수면 속을 자맥질 했다."


수면속을 자맥질했다라니!

어떻게 이런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죽어 있는 마을, 소등해버린 자정 이후의 먹칠 같은 어둠으로 지워진 마을, 노형리 함박이굴이라는 지리상의 대견한 장소에서 조그만 반점으로 응축되어 내 상상 속으로 옮아와버린 지금, 고향이란 게 대체 무얼까? 아이시절의 그 여름밤같이 새깜깜한 망각이 고향의 윤곽을 헐고 안으로 함몰시킨 뒤 최후로 운동장의 흰 반점만을 나에게 남겨주듯이 여겨진다. 오랜 방학으로 텅 비어 있던 운동장, 불타버린 마을을 벗어나며 마지막으로 본 그 희디희던 운동장 말이다."


이런 문장은 만들어진 것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생각과 느낌을 그대로 글로 잘 표현한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까닭이 무얼까?

무엇이 이 글은 글로 잘 표현한 듯한 느낌이 들고,


어떤 글은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드는 것일까?


또하나의 의문은,

삼촌이면 남자를 뜻하지 싶은데

순이삼촌은 여자였다. 


전체적인 내용이 상당히 고달프고 무거워서 읽는 내내 나도 고달프고 무거웠다.

이제 다 읽었으니 가볍고 싶다. 어서 빨리 가볍고 싶다.


오늘은 현충일,

오전에 싸이렌이 울려서 벌떡 일어나 묵념을 했다.

제주 4.3 사건의 희생자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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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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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라는 글을 보고 

참 글도 잘도 만들었다 싶었다, 이것도 재주겠지 싶었다.

이 책은 위의 문장을 만든 사람의 것이었다.


어떤 글은 잘 적었다 싶은 것이 있고,

어떤 글은 잘 만들었다 싶은 것이 있더라.

이 책은 잘 만들었다, 글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잘 만들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처럼!


책의 말미에 2005년에 쓴 <권정생>의 유서가,

전쟁은 없어야 한다던 그의 호소를 무색하게 하는 전쟁 중인 지금인지라

이것이 더욱 부각되어 남는다.

<권정생>의 글은 만든 것이 아니라 그냥 쓴 것이라 더 크게 남는다.







*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 떠나야 돌아올 수 있다.

 (나는 이 문장을 바꾸고 싶다. "돌아오기위해서는 떠나야 한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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