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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순이삼촌 2 ㅣ 현기영 중단편전집 1
현기영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평점 :
"천리 길을 야간열차를 타고 자다 깨다 하며 수면 속을 자맥질 했다."
수면속을 자맥질했다라니!
어떻게 이런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죽어 있는 마을, 소등해버린 자정 이후의 먹칠 같은 어둠으로 지워진 마을, 노형리 함박이굴이라는 지리상의 대견한 장소에서 조그만 반점으로 응축되어 내 상상 속으로 옮아와버린 지금, 고향이란 게 대체 무얼까? 아이시절의 그 여름밤같이 새깜깜한 망각이 고향의 윤곽을 헐고 안으로 함몰시킨 뒤 최후로 운동장의 흰 반점만을 나에게 남겨주듯이 여겨진다. 오랜 방학으로 텅 비어 있던 운동장, 불타버린 마을을 벗어나며 마지막으로 본 그 희디희던 운동장 말이다."
이런 문장은 만들어진 것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생각과 느낌을 그대로 글로 잘 표현한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까닭이 무얼까?
무엇이 이 글은 글로 잘 표현한 듯한 느낌이 들고,
어떤 글은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드는 것일까?
또하나의 의문은,
삼촌이면 남자를 뜻하지 싶은데
순이삼촌은 여자였다.
전체적인 내용이 상당히 고달프고 무거워서 읽는 내내 나도 고달프고 무거웠다.
이제 다 읽었으니 가볍고 싶다. 어서 빨리 가볍고 싶다.
오늘은 현충일,
오전에 싸이렌이 울려서 벌떡 일어나 묵념을 했다.
제주 4.3 사건의 희생자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