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읽게 된 알랭 드 보통의 책

현대인들의 불안 심리의 원인과 해법을 알랭 드 보통 특유의 화법으로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그는 문학, 철학 등 여러 분야에 광범위한 지식과  

통찰력을 자랑한다. 물론 책을 쓰기 위해 조사하고, 연구했을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내공을 쌓지 않은 상태에선 이 정도의 내용을 담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은 늘 나를 감탄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 알랭 드 보통은 불안, 특히 지위로 인한 불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누구나 높은 지위에 올라 많은 것을 가지고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하지만 그런 높은 지위를 얻는  

사람은 극소수에다가 설령 그런 높은 지위를 얻었다 해도 이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현재 지위가 높은 사람은 이를 잃게 될까봐 불안하고,  

현재 지위가 만족스럽지 못한 사람은 이를 얻지 못한 것에 불만을 갖게 된다.

알랭 드 보통은 이러한 불안의 원인으로 크게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을 든다.

먼저 사랑결핍은 다른 사람의 사랑을 잃을까 두려워 하는 마음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사랑을 원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사랑을 잃는 것보다  

우리가 불안에 떨게 만드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지위와 인간적 가치를 동등하게 생각하는 속물근성 때문에  

우리는 높은 지위를 얻기를 갈망한다.  

높은 지위에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인격적으로도 훌륭하다는 것을 내포한다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이 가진 속물근성이어서 다들 이를 충족시키지 못해 불안에 떠는 것이다.

우리의 높아진 기대 또한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과학문명의 발달에 따라 과거에 비해 절대적 빈곤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지만  

높아진 기대 수준은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켜 불안감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선 능력이 곧 그 사람의 가치로 직결되기 때문에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이 된다.  

예전에는 가난한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지만 요즘에는 가난은 곧 무능력과 불성실로 연결되어

물질적인 생활의 어려움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을 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불확실성은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의 가장 큰 불안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대표적인 고용 불안을 비롯해 당장 내일 어떻게 세상이 바뀔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사람들은 살고 있다.

주식이나 환율 등 널뛰는 경제 지표를 보면 우리가 불안에 떠는 것이 어쩌면 당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이러한 불안에 대한 해법으로 알랭 드 보통은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를 제시한다.  

다소 추상적인 면이 없진 않지만 나름 경청할 만한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먼저 철학은 우리가 지위 등을 기준으로 하는 가치판단의 정당성 여부를 따질 수 있게 만든다.

세상의 잣대로 바라보면 자신의 가치가 보잘 것 없거나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어도  

자신만의 주관으로 볼 때 정당하게 판단된다면 결코 불안할 필요가 없다.

다음으로 삶에 대한 비평이라 할 수 있는 예술은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비극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삶을 보다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고,  

희극을 통해서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풍자하고 조롱하며 통쾌한 기분을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 정치적인 관점은 기존 질서가 무조건 정당하다는 시각을 깨줄 수 있다.  

흑인이나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관점이 이제는 대놓고 통용될 수 없게 된 점을 보면  

어느 정도 흑인과 여성의 불안을 해소하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알랭 드 보통은 기독교를 불안의 해법으로 제시하지만 굳이 기독교라는 특정 종교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죽음이라는 인간의 숙명 앞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아무리 부유한 자도, 높은 지위에 있는 자도 결국에는 한 줌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어떤 불안함도 종교의 힘으로 어느 정도 치유가 가능할 것이다.  

세속적인 가치는 인간의 인식 범위를 넘어 선 곳에선 한낱 무용지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보헤미아는 한 마디로 기존의 관습과 물질적인 가치가 아닌 보다 인간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삶을 사는 것인데 이런 삶을 선택한다면 세속적인 가치를 위해 아둥바둥 살아야 할 필요가 없다.

당연히 그런 가치들을 소유하고 유지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되는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

 

알랭 드 보통의 책들을 읽으면 평면적으로만 보았던 세상이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기분이 든다.  

그가 다룬 여러 주제들인 사랑('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여행('여행의 기술'),  

건축('행복의 건축) 등에 대해 내가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단편적인 생각들이  

그의 책과 접하게 되면서 엄청 풍요로워진 느낌을 받는다.

그 전에는 전혀 생각도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게 되고,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되는 등  

내가 세상을 보는 시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줬다고 해도 그리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불안의 원인과 해법을 다룬 이 책도 막연하게 느끼고 있던 불안의 정체에 대해  

알랭 드 보통은 인류의 지적보고에서 잘 추출해낸 지식과 자신의 생각을 잘 버무려서 제시하고 있다.  

약간 추상적인 면도 없진 않았지만 기존에 내가 알던 불안이라는 녀석의 정체를 이번 기회에

보다 제대로 파악하게 된 것만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었다.

'행복의 건축' 이후 그의 신간이 출간되고 있지 않은데 새로운 주제에 대한  

알랭 드 보통 특유의 지적 통찰을 빨리 만나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5년 10월
구판절판


불안은 현대의 야망의 하녀다. 생계를 유지하고 남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면 적어도 다섯 가지 예측 불가능한 요인이 뜻대로 따라주어야 하는데, 이것은 사회적 위계 내에서 자신이 바라는 자리를 얻거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다섯 가지 이유가 되기도 한다.
-------------------------------------------------------
여기서 다섯 가지 예측 불가능한 요인을 변덕스러운 재능, 운, 고용주,
고용주의 이익, 세계 경제로 들고 있다.
--------------------------------------------------------
지위가 성취에 의존한다면 성공에 일반적으로 필요한 것은 재능과 그 재능을 믿을 만하게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활동에서 재능은 우리 마음대로 부리는 것이 불가능하다.-124쪽

비극은 실패나 패배에 대한 단순화된 관점을 버리게 하고, 우리 본성이 풍토병과 같은 우둔과 일탈을 너그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21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이아몬드를 쏴라
크리스 버 위엘 감독, 크리스찬 슬레이터 외 출연 / 크림DVD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탈옥수 핀치(크레이찬 슬레이터)는 자신이 위조한 신분증의 인물로 오해한 마피아가 보낸  

킬러 짐(팀 알렌)에게 잡혀 죽음의 위기에 처하지만  

고전영화광인 짐에게 영화같은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면서 위기를 모면하게 되는데...

 

고전영화광 킬러가 등장하여 그를 만족시켜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정말 고전영화의 장면이나 대사가 인용되는 부분이 많았다.  

마술같은 다이아몬드 탈취에서부터 탈옥과 숨겨둔 다이아몬드를 찾으러 다시 교도소로 들어가는 등  

핀치의 파란만장한 얘기가 짐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결국 이에 마음이 움직인 짐이 그를 풀어주게 되는데  

나름 아기자기한 스토리가 잘 짜여진 영화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루레이] 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펄의 저주 (2disc)
올랜도 블룸 외, 고어 버빈스키 / 브에나비스타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저주받은 해적선 블랙 펄의 선원들은 저주를 풀기 위해선 훔친 황금과 빌의 피가 있어야 해서

주지사의 딸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를 윌 터너(올란도 블룸)로 오인해 납치해 가는데...

원래 블랙 펄의 선장이었던 잭 스패로우(조니 뎁)와 엘리자베스를 사랑하는 터너는  

그녀를 구하러 떠나고 과연 블랙 펄의 저주는 풀릴 것인가...

 

보름달만 보면 해골로 변신(?)해 죽지 않는 저주에 걸린 블랙 펄의 해적들이  

휘영청 떠오른 달빛에 수시로 해골로 변신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해적으로 변신해도 멋진 조니 뎁과 해적이 되어 납치하고픈(?) 키이라 나이틀리

시원한 카리브해를 배경으로 펼치는 이들의 모험은 경쾌하기 그지 없었다.

카리브해엔 갈 수 없어도 캐리비안 베이라도 갈까? 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루레이] 에이트 빌로우
브루스 그린우드 외, 프랭크 마샬 / 브에나비스타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남극기지에서 돈독한 우정을 나누던 제리와 8마리의 썰매개들은

지질학자인 데이비스가 죽을 위기에서 구해주는 등 각별하지만

때마침 불어 닥친 폭풍우 속에 연구팀은 썰매개들을 두고 떠나는데

 

8마리의 썰매개들이 극한 상황에서의 생존력을 보여 준 영화

어찌 보면 인간보다 나은 썰매개들의 투혼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자신들이 생명까지 구해주지만 인간들은 그들을 극한 상황에 버려두고 떠난다.  

물론 제리가 다시 개들을 데리러 돌아가려 했다

날씨 등 여러 악조건으로 인해 못한 이유도 있지만 개들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배신감과 함께 비참함을 느꼈을 것 같다.

그래도 개들은 다시 찾아 온 제리 일행에게 한마디 불평을 안 한다. 오히려 그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각종 나쁜 욕은 개를 들먹이는데 사실 개만도 못한 모습을 인간은 수없이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역시 8마리의 위대한 썰매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