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cite mill 인사이트 밀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차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물색 중이던 유키는

잡지에 일주일간 실험에 참가하면 시급 112,000엔을 준다는 광고를 보고 이에 응모하게 된다.  

암귀관이라는 외딴 저택에 광고를 보고 모두 12명이 모이게 되지만 광고에서 언급했던 실험은  

은근히 살인을 조장하는 비인간적인 실험이었고, 아니나다를까 살인이 벌어지는데...

 

애거서 크리스티의 명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유사한 설정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극도의 작위적인 설정으로 본격 미스터리의 재미를 잘 보여준다.  

마치 게임을 하듯 돈을 벌기 위해 모인 12명이 벌이는 살인게임은  

적나라한 인간성에 대한 실험이기도 했다.

고립된 저택과 일주일이라는 한정된 시간,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12개의 살인도구가  

각자 주어진 가운데 방문을 잠글 수 없는 상황이 주어진다.  

게다가 살인을 하면 시급을 두배로 준다는 저택 주인의 악취미는 결국 살인을 부르게 된다.  

서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내부에 감옥이나 시체 안치소 등 특별한 공간들마저 구비하고

소동을 진압할 로봇까지 배치하여 그야말로 살인실험을 할 최적의 공간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마치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에 나오는 ~관에 버금가는 공간 설정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십각관에서 미스터리 연구회 멤버들이 고전 추리소설 거장들을 닉네임으로 사용한 것과 유사하게  

이 책에선 여러 추리소설에 등장했던 살인도구들을 잘 정리하여 인간의 살인기술(?)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잘 보여주었다. 12명에게 각각 지급된 살인도구는 중요한 트릭이면서

서로를 불신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유용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이 다른 추리소설보다 더 스릴 넘치는 것은 역시 등장인물들이 시급을 받고 하는 아르바이트가  

목숨을 건 게임처럼 다뤄지고 있는 점이다. 시급을 더 받는 여러 가지 조건들,  

특히 탐정과 조수, 범인 역할에 따른 수당 지급이 참가자들을 더욱 분발(?)하게 만든다.

사실 12명이 모두 서로를 신뢰하는 가운데 조용히 일주일을 보냈으면  

각자 상당한 돈을 벌고 무사히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살인 수당 등의 조건은 인간의 탐욕을 자극해서 살인을 불러온다.  

물론 주최측이 어느 정도 살인을 유발한 점이 있긴 하지만  

인간이 얼마나 돈에 약한지를 잘 보여주는 설정이었다.

마지막의 결말이 더욱 사람의 생명보다 돈이 우선인 듯한 인상을 줘서 조금 마음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마치 리허설을 벌인 듯 살인게임을 예행연습하여 한층 업그레이드된 또 다른 살인게임을

구상하는 모습은 후속작을 기대하게 하는 점에서는 반갑지만

사람의 생명이 너무 하찮케 취급되는 느낌을 줘서 거북스런 점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추리소설의 재미를 위한 설정일 뿐이다. 

본격 추리소설에서 극도의 작위적 설정이 더욱 흥미를 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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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멜 - 할인행사
나딘 라바키 감독, 야스민 알 마스리 출연 / 팬텀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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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을 운영하는 여자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영화.

남자도 그렇지만 특히 여자들은 결혼과 사랑이란 문제에 있어 상당히 고민과 갈등이 많은 것 같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자들도 모두 사랑과 결혼이란 문제로 힘들어하면서도  

사랑과 결혼이라는 환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사랑과 결혼 둘 다 너무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걸 기대한다면 더욱 하기 힘들고  

제대로 된 상대를 찾지 못하는 것 같다.  

현실에서 자신에게 맞는 상대를 놓치기 쉬운 게 바로 사랑과 결혼에 대한 막연한 환상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달콤한 카라멜과 같이 사랑과 결혼, 그리고 인생이 달콤하기만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달콤함은 잠시일 뿐이고 부단히 달콤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쓰디 쓴 맛을 보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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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 - 아웃 케이스 없음
전도연 외, 이윤기 /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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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남자친구 병운(하정우)에게 1년 만에 나타난 희수(전도연)는 병운에게 빌려 준 350만원을  

내놓으라 하고, 병운은 여기저기 돈을 빌려 희수의 돈을 갚기 시작하는데...

 

희수가 무책임하고 바람둥이 스타일의 병운에게 하룻 동안 빌려 준 돈을 받는 과정을 그린 영화.  

느닷없이 찾아와 다짜고짜 돈을 내놓으라는 희수도 그렇지만 여기저기 여자들을 찾아가  

돈을 빌려 희수 돈을 돌려막는 병운의 행태가 정말 가관이다.  

더 웃긴건 그런 병운에게 여자들이 하나같이 잘 대해주고 돈을 기꺼이 내준다는 사실.

그 과정에서 희수의 얼어붙은 마음도 서서히 녹아드는데  

대책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남자 병운 역의 하정우의 능청스런 연기가  

칸의 여왕 전도연에게 전혀 뒤지지 않았다.  

사실 빚을 받아내는 힘겨운 하루였지만 희수에겐 옛 사랑에게 가졌던 미운 감정을 풀어내는  

멋진 하루였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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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대경DVD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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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아이를 맡아달라는 중국인 가정부의 부탁을 받은 미리는

중국인 가정부가 나타나지 않자 그녀를 찾아나서는데...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와 사랑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던 여자가 만나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엄마를 찾아나서는 과정이 잘 그려진 영화.

'중앙역', '콜리야' 등 부모를 잃은 아이와 감정이 메말랐던 어른이 만나 서로를 아끼며  

사랑의 의미를 되찾는 영화는 보는 사람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어주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도 스튜어디스인 미리는 낯선 이국 땅에 엄마를 잃어버리고  

혼자 남은 중국인 소년을 돌보면서 본국으로 추방당한 엄마를 찾아가기 위해  

여행용 가방에 소년을 숨기고 비행기에 오른다. 그리고 극적인 모자간의 상봉까지 추운 겨울날  

아직까지 사람간의 따뜻한 정이 있음을 확인하게 해주는 마음이 따뜻해지게 만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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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 - 말의 권위자 다카시가 들여다본 일본 소설 속 사랑 언어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윤정 옮김 / 글담출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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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름 일본 소설이나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인데 일본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사랑의 모습을 보면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문학부 교수인 저자는 같은 동양 문화권이면서도 묘한 이질감을 가진 일본 문화를 대표하는  

현대소설 10권을 통해 일본인들의 사랑 방식을 잘 정리하고 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세 편이나 등장한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상실의 시대'를 비롯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까지  

하루키의 소설 속 사랑은 다른 소설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하루키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의 표현들이 돋보인다. '상실의 시대'에서 자신을 얼마만큼  

좋아하냐는 미도리의 질문에 와타나베는 '봄날의 곰만큼 좋아'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헤어스타일이 괜찮냐는 질문에는 '온 세상 숲에 있는 나무가 전부 쓰러질 만큼 멋져'라고  

대답하는데 이런 그만의 표현방식이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한 것 같았다. 

이런 표현을 실제로 구사한다면 맘이 움직이지 않을 여자가 없을 것 같다. ㅋ

이 책에 소개된 하루키의 작품 중엔 '상실의 시대'밖에 읽어 보지 못했는데  

다른 책들도 꼭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하루키의 소설 속 인물들의 사랑이 쿨한 사랑이라면 다음으로 소개된

'금각사', '산시로', '겐지 이야기'의 나오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나쁜 남자들이다.  

'금각사'에는 안짱다리라는 장애를 이용해 여자들의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가시와기라는 인물이 등장하고,  

'산시로'에는 극단적으로 위축되어 여자 맘을 제대로 모르는 둔한 남자 산시로가 등장한다.  

'겐지 이야기'의 주인공 겐지는 애정결핍증에 걸려 수많은 여자들을 사랑을 한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것은 이런 나쁜 남자들을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상처주는 행동과 말을 일삼고 다른 여자에게 한 눈을 파는 이런 남자에게  

여자들은 오히려 매력을 느낀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그다지 납득이 가지는 않지만  

그래서 사람의 맘은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고 하지 않나 싶다.

 

마지막으로 '보통 사랑'의 카테고리에 있는 소설들은 내가 영화로도 재밌게 본 소설들이 대거 포함되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전차남', 그리고 '선생님이 가방'이 실려

있는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여러 가지 장애가 있는 다쿠미와 그런 다쿠미를 사랑으로 감싸주는 미오의  

사랑이 너무 예쁘게 그려진다. 전형적인 최루성 멜로인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진부할 수 있는 내용임에도 가슴을 울리는 뭔가가 있었다.

앞의 두 소설과 마찬가지로 좀 부족한 남자인 전차남이 인터넷 친구들의 응원에 힘입어 사랑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전차남'과 60대 스승과 30대 여제자가 엄청난 나이차를 극복하고 조금씩

다가서는 과정을 그린 '선생님의 가방'까지 보통 사랑이라기보단 특별한 사랑이란 이름이  

어울릴 만한 소설들이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 10권 속에서 발견한 사랑의 언어와 이미지는  

현실 속의 무미건조한(?) 사랑의 감정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만 했다.

나같이 감정표현에 서툰 사람들에겐 소설 속 사랑의 표현들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내가 재밌게 읽었거나, 영화로 본 소설들을 맛깔스런 해설을 곁들어 보는 재미가  

솔솔했던 책이었다. 이 책 한 권으로 일본의 모든 소설을 다 읽은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좀 과장이라  

하겠지만 그만큼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들이 표현한 사랑의 정수만을 모아놓아  

일당십의 가치가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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