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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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죽겠네..:)

걷지 않아도 될 걸음을
재촉하던 때가 있었다는 뜻이다. - 그늘 중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 남는다. - 19

나는 시간 속에 정착하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은 살 수 없는 곳이었다. 영원을 향해 몸을 돌려보았다. 발을 딛고 설 수조차 없는 곳이었다. 라는 에밀 시오랑의 문장을 종종 떠올려보기도 한다. - 50

스스로를 마음에 들이지 않은 채 삶의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나는 왜 나밖에 되지 못할까 하는 자조 섞인 물음도 자주 갖게 된다.
물론 아주 가끔, 내가 좋아지는 시간도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 시간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또 어떤 방법으로 이 시간을 불러들여야 할지 내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나 자신을 좋아하려야 좋아할 수 없는 순간만은 잘 알고 있다. 가까운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 때, 스스로에게 당당하지 않을 때 좋음은 오지 않는다. 내가 남을 속였을 때도 좋음은 오지 않지만 내가 나를 기만했을 때 이것은 더욱 멀어진다.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자책과 후회로 스스로의 마음을 더 괴롭게 할 때, 속은 내가 속인 나를 용서할 때, 가난이나 모자람 같은 것을 꾸미지 않고 드러내되 부끄러워하지 않을 때, 그제야 나는 나를 마음에 들어 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 믿는다. - 내가 좋아지는 시간

겨울 지나면 너 한번 내려와라.
내가 줄 것은 없고
만나면 한번 안아줄게. - 해남에서 온 편지 중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 157



2017.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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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녀 - 전혜린, 그리고 읽고 쓰는 여자들을 위한 변호
김용언 지음 / 반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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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린을 감정 과잉, 자의식 과잉이라고 놀린다면, 그보다 비대한 자의식과 감정 폭발을 하고 있는 남성작가들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뭐든 남성에게만 관대함의 잣대를 대는 사회 전반의 무게가 무겁다.

언제쯤 참을만 해질까.

얼마전 알게된 김명순 작가에 대한 이야기도 특히나 놀라웠는데, 이 책에서는 자세하게 언급되진 않았다. 김동인이 동료 작가 김명순을 악의적으로 조롱한 작품 ‘김연실전‘의 일부를 인용했다.

요즘의 시선으로 보면 성폭력 이차 가해, 악의적 불링. 그야말로 여혐의 교과서적 행태.
김동인.... 싫음을 넘어서는 이 우울함.
전혜린을 가장 적극적으로 우습게 만드는 인물로 언급된 고종석.

특히 이 두 인물은 진짜 싫다고 언급하고 넘어가고 싶다. ㅡ.,ㅡ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문학소녀‘의 뜻은 ˝문학을 좋아하고 문학 작품의 창작에 뜻이 있는 소녀. 또는 문학적 분위기를 좋아하는 낭만적인 소녀˝다. 그러나 여기서의 ‘소녀‘가 반드시 어린 나이대의 여자를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여성의 ‘미성숙함‘을 뜻하는 용어로도 널리 쓰이기 때문이다. 정미지는 장덕조의 단편 <해바라기>(1937년) 중 한 대목을 인용한다. ˝남편의 손을 더듬어 잡는 아내에게 ‘또 우리 문학소녀가‘라며 손을 뿌리치고 결혼이 사랑을 고백할 때와는 다른 현실임을 깨닫고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라며 울기까지 하는 아내에게 ‘저 만년 문학소녀를 어째 연극이나 소설에 나오는 소리를 그대로 실행하려드니‘라며 무시˝하는 남편이 등장한다. 그리하여 ˝‘문학소녀‘는 미성숙한 여성의 기표로서 여성으로 하여금 미완의 상태를 주지시키는 표상˝이 된다. 정미지, <1960년대 ‘문학소녀‘ 표상과 독서양상 연구>, 성균관 대학교 국어국문학 석사논문, 2011, 28p. - 10

문학소녀 카테고리를 전혜린이라는 단 한명으로 싸잡아 일컫기는 쉽다. 그러나 정작 문학소녀에 대해, 그 문학소녀 카테고리를 창조하다시피 했던 전혜린에 대해 알고 있긴 한가? 전혜린이라는 드문 개인이 어떻게 출현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또는, 과거의 인물 전혜린의 지적 허영이 지금에 와서는 유치해 보인다는게 비난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남들과 달라지겠다는 그 허영심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성장해온 출발점이 아닌가? - 18

애초에 <여자계>나 <신여자> 발간을 주도했던 재일 조선 여성 유학생들이 <세이토> 동인들로부터 강하게 영향 받아 ‘여성해방운동을 추구하는 의미‘로서 ‘신여자‘라는 명칭을 즐겨 썼다면, <신여성>의 (남성)필진들은 ‘신여성‘을 ‘조선 사회를 문명화시킬 개조의 주체‘라 호명하며 자리매김했다. 적어도 창간 초기엔 신여성을 두고 ‘자각이 잇고 의뢰성이 업는 노예적 근성을 버린 사람‘으로서 ˝‘낡은 습관‘, ‘낡은 제도‘, ‘낡은 도덕‘과 싸우는 존재이며, 그래서 ‘금일의 현실생활‘을 ‘부정 혹은 항거‘하려는 ‘청년남녀‘의 일원˝이라는 ˝선구자이자, 메시아, 순교자˝로 찬사를 바쳤다. 그러나 1920년대 중반에 이르러 ‘모던걸‘이라는 호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 139

당대의 ‘아프레걸‘ 여대생들이 ˝대중잡지만 읽고 시사지, 학술지를 읽지 않으며 전후파적인 내용의 소설이나 일본에서 판매 금지되었던 <차타레 부인의 연인>과 같은 소설을 유입시켜 읽는다는 비난˝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특히나 소녀 및 주부들의 독서 모임에 양서 목록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했다.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펄 벅의 <숨은 꽃> 등이 여성 대상 독서 목록 앙케트에 계속 이름을 올렸던 것은, 그녀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이 책들을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들에게 지속적으로 제시된 책들이 이 목록이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하지만 여학생들은 일껏 이 권장 도서를 읽더라도 남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언제나 지성이 부족한 것으로 폄하되었다. 안 읽으면 더욱더 경멸받고 훈계를 들었지만, 막상 읽더라도 의심을 받았다. 독서에 대한 사랑의 강도가 또 지나치거나 혹은 교양-문학에 지나치게 함몰되는 것 역시 금지되어 마땅한 감정이었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하고 불안정한‘ 여학생들에게는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할 열정이었다. 당시 여학생 교육 관련 도서로 각광 받았던 김용호의 <여학생의 심리>의 한 구절을 보자.
[여학생들은 자기의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하여서도 자기의 감정에 맡겨 관념상의 세계를 그려보며 미래의 세계에 대하여서도 감정에 움직이어 꿈과 같은 세계를 그려본다. (.......) 무엇이든지 자기의 기분을 알아줄만한 것에 자기를 맡기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거기서 고금의 시가를 찾게 되고 현대문학에 취미를 갖게 되며 그 중에 자기의 기분과 같은 것을 노래하고 혹은 쓴 것을 ㅏㄹ견하면 대단히 기뻐하며 몰두해 읽는다. 그러는 가운데 점점 여기에 흥미를 가지게 되어 소위 문학소녀가 되어버린다.]
독서에의 몰두, 탐닉, 열렬한 환상은 오랜 세월 동안 여성의 전유물처럼, ‘사랑과 낭만‘에만 매달리며 현실이 아닌 꿈만을 좇는 물정 모르는 ‘미성숙한‘여성의 태도인 것처럼 배제되어 왔다. 문학 고전을 읽으며 교양을 쌓는 소녀의 이상적인 모습이 점점 열광적인 도취 상태에 빠지는 철없는 ‘문학소녀‘로 바뀌는 순간이다. -151

<리라기>와 <태양의 계속>등을 쓴 소설가 손소희(1917~1987)는 소녀 시절 친척 오빠로부터 ˝너는 그 떼까단적인 인생관을 버려라.˝하는 편지를 받았고, 등단하고 나서도 어떤 문단 선배로부터 ˝당신은 그 떼까단적인 니힐한 면을 버리시오.˝하는 주의를 받았다면서, ˝실로 무거운 우수가 거미줄같이 나를 열거매여놓고 종시 놓아주지 않는 때면 나는 꾸밈도 거짓도 아니고 진정 산다는 것이 싫다.˝고 푸념한다. - 166

김명순, 김원주, 나혜석 등 1세대 여류 문사들이 남성들의 구경거리이자 조롱의 대상이 되어 비극으로 치달았던 것과 달리, 수적으로 많아진 2세대 여류들은 (남성)문단내에 위치하는 새로운 조류로 비춰졌고, 일종의 ˝문단 유행어˝로서 ‘여류‘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175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여류‘의 뜻풀이는 ˝어떤 전문적인 일에 능숙한 여자를 이르는 말˝이다. 즉 여류 문인/여류 작가라는 말은 글을 쓰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글 쓰는 일에 능숙한 여자라는 뜻이며, 일반적인 여성에게는 적용될 수 없지만 특수한 재능을 갖고 있는 여성에게는 허용된다는 배제와 차별의 원리가 작동하는 단어다. - 177

2017.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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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페미니스트 선언, 그날 이후의 페미니즘
윤김지영 지음 / 일곱번째숲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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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제까지 읽은 여성주의 책 중 가장 시의적절하고 가장 국내 현실을 반영한 책이 아닐까 싶다. 다루는 내용들의 범위도 책 한권에 담기에 모자람이나 넘침이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 개론적이지 않은 것, 다층의 독자를 염두해 두지 않은 점도 좋았다.

어지간한 문단은 모두 인용해도 좋을 만큼 내가 쓰고 싶은 말과 듣고 싶은 말이 많은 책.

그래서 독자에 따라서는 매우 취향을 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매우 추천.

한국사회의 특징은 혐오의 대상이 여성에게 집중되고 특화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한국사회의 식민지 남성성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본 남성에 의해서 자신의 국토와 주권을 모두 빼앗겼던 한국 남성은 전형적인 강자로서의 남성성이 박탈당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남성성을 복원하는 길은 내국인 여성에 대한 착취와 폭력이라는 경로를 따랐지요. 해방이후, 독재정권, 군사정권을 통해 비대해진 남근성을 가진 ‘아버지의 이름‘이 사회 곳곳에 설치되었습니다. - 24

현실을 뒤흔들기 위해서는 ‘불화‘를 피할 수 없겠지요. 모순은 불화를 통해서만 드러납니다. 불화를 가시화하는 일은, 새로운 일상의 관계성과 친밀성의 구도를 재조직할 것을 요구하고, 상상하고, 실천해 나가는 일과 분리되지 않습니다. - 29

스스로 헬페미니스트라고 명명하는 한 활동가는 ‘남아선호사상‘이라는 용어에 담긴 위선에 대해서도 폭로합니다. 특정한 젠더를 가진 사람을 선택적으로 죽이는 문화가 마치 논리와 이성의 산물인 ‘사상‘인 것처럼 포장되어 온 것을 ‘여아살해풍조‘라는 용어로 대체해 버립니다. 한국사회에서 여아가 태어나기 전부터 대대적으로 행해진 젠더사이드에 대해 명명함으로써 기존의 용어가 어떤 진실을 가리는 장치였는지가 드러난 것이지요. 여아 살해는 여성의 개인적 선택일 수 없습니다. 부계혈통을 전수할 도구적 몸으로 남편의 친족으로 편입된 여성에게 여아 살해는 강요된 의무의 결과였을 뿐이지요. - 42

헬페미니스트는 ‘경단녀(경력단절 여성)‘라는 용어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이것이 구조적 현상에 대한 사회학적 용어가 아니라, 뭐뭐녀라는 여성혐오적 의미계열에 속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경력단절상태를 여성 노동자의 표준형으로 설정할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는 것입니다. 경단녀라는 용어 대신 ‘임신, 출산해고 대상자, 육아해고 대상자‘로 명명하라는 제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경력단절 현상의 젠더화는 여성의 자발적 선택이나 모성본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강요된 선택, 즉 사회적 해고임을 전략적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지요. - 44

헬조선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로 지속적으로 소환되는 ‘출산율‘ 저하라는 사회문제 역시 문제가 있는 프레임이라는 점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출산율 저하라는 용어는 곧장 의무와 본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가임기 여성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이는 여성을 아이 낳는 재생산 기계로만 한정하려는 여성혐오적 인식의 전수방식이기도 하지요. 이러한 맥락에서, 헬페미니스트는 출산율이 아닌 ‘출생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길 적극적으로 제안합니다. natality rate나 birth rate이라는 단어들ㅣ 출생율이 아닌 출산율로 번역, 사용되어온 것 자체가 임신과 출산, 양육의 문제를 여성 개인의 본성과 책임으로 돌리는 사회구조를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요. 출생율이라는 용어가 도입될 때에야 비로소 출생율 저하는 곧 태어나는 자의 감소라는 인구학적 현상으로 읽히며, 이 현상을 사회구조적 맥락에서 다각도로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 45

2017.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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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7-23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너무 좋았어요. 평소에 보고 듣고 생각하고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라고 느꼈어요.

hellas 2017-07-23 17:0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적확한 국내현실반영:)
 

신간이 나올 때마다 반가운 마음이 드는 애정하는 작가.

예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시니컬하고 어른답고 반면 어른답지 못하면서 뭔가 차별화되는 비범함이 있고 비밀스럽지만, 구지 무엇인가를 은폐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

유머를 잃지 않는 캐릭터들이라서 편한한 점도 있지만,
이데아며 메타포며 상당히 시각적으로 쉽게 캐릭터화해버려서 그게 좀 웃기는 지점이랄까.

조금 늘어지는 묘사가 지루하게 만드는 포인트이고, 아무래도 하루키가 아니었다면 그냥저냥이네..라는 감상을 남길 수도 있겠다.


내가 원한 것, 혹은 필요로 한 것은 그곳에서 긍정적으로 반짝이는 의지였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확고한 열원 같은 것이었다. 내겐 무척 친숙하지만 아직 부족한 것이었다. - 49

숲의 정적 속에서는 시간이 지나고 인생이 흘러가는 소리마저 들려올 것 같았다. 한 사람이 가고 다른 사람이 온다. 한 생각이 가고 다른 생각이 온다. 한 형상이 가고 다른 형상이 온다. 나 자신조차 반복되는 나날 속에서 조금씩 무너졌다가 재생된다. 무엇 하나 같은 장소에 머물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은 상실된다. 시간은 내 등뒤에서 조금씩 죽은 모래가 되어 무너지고 사라진다. 나는 그 구덩이 앞에 앉아 시간이 죽어가는 소리에 마냥 귀를 기울였다. - 369

하얀 저택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오늘 저녁 그곳에서 일어난 모든 것이 꿈속에서 겪은 일처럼 느껴졌다. 뭐가 정상이고 뭐가 정상이 아닌지, 뭐가 현실이고 뭐가 현실이 아닌지 점점 구분하기 힘들어졌다.
눈에 보이는 것이 현실이야, 기사단장이 귓전에 속삭였다. 두눈 똑바로 뜨고 봐두게나. 판단은 나중에 하면 돼. - 474

선생님은 그림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잠시 침묵을 지키던 마리에가 문득 생각난 듯이 말했다.
고마워. 나는 순순히 감사를 표했다. 그렇게 말해주니 무척 용기가 생기는구나.
선생님도 용기가 필요해요?
물론이지. 용기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거야. - 538

아무리 큰 고통이 따른다 해도. 어차피 여기 있는 모든 것은 연관성의 산물이지 않은가. 절대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 고통도 무언가의 메타포다. 이 촉수도 무언가의 메타포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다. 빛은 그림자고, 그림자는 빛이다. 그렇게 믿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은가? - 425

이 세계에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는지 몰ㄹ. 내가 말했다. 하지만 적어도 무언가를 믿을 수는 있어.
그녀가 미소지었다. 그날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그녀는 지하철을 타고 돌아갔고, 나는 먼지투성이 코롤라 왜건을 몰아 산머리의 집으로 돌아왔다.- 584

2017.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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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제일 싼 프랑스 문학과지성 시인선 498
서정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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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조금 낯설었으나, 곧 완전한 취향임을 깨달음.

피식피식 웃음이 남.

의도한 것이 그것이라면 진짜 취저. 추천해요.

이상하게도, 삶은 지속된다. 편집되지도 않고, 축약되지도 않고, 머물지도 않는다. 꽤 세월이 흘렀고,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상할 따름이다. 이게 왜 이상한 일인지 가끔 생각해볼 때가 있다. 살면서 이 순간이 이 삶의 하이라이트이란 걸 다들, 어떻게 알아채는지. 여긴, 배경음악도 없고, 특수효과도 없고, 플롯도 없고, 하여간 아무것도 없다. 그저 이상하다. - 시인의 말 중.

밤은 멀고, 우리는 봉지를 하나둘, 씩 뜯어 물을 붓는다. 왜, 너희끼리 사랑하지 않느냐고 묻지 마라. 사랑은 그런게 아닌 걸 우린 너무 잘 안다. - 인스턴트 사랑주스 중.


2017.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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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7-07-13 1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강추 :)

hellas 2017-07-13 18:35   좋아요 0 | URL
진짜 계속 웃으면서 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