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과 소설가 - 대충 쓴 척했지만 실은 정성껏 한 답
최민석 지음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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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작가의 유쾌함만을 기억하고 산 책인데,

대학내일에 기고하던 상담 칼럼인지라 연령대의 오차범위가 너무 컸다.

나이를 떠나 읽어도 상관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좀 시큰둥하게 읽어버렸다.

친절과 오지랖의 차이를 고민하는 이에게 해준 답이 마음에 남아 남겨본다.

핵심은 이겁니다. 상대가 원하는 선까지만, 도움을 줄 것. 상대가 원할 때까지만, 함께 있어줄 것. 상대가 원하는 만큼만, 대화할 것. 더 어렵네요. 상대가 도대체 ‘어디까지 원하는지’ 파악하는 게 어려우니까요. 맞아요. 사실은 이게 핵심이에요. 그래서 친절은 ‘눈치’가 필요한 것이에요. 친절은 내가 주고 싶은 대로 베푸는게 아니라, 상대가 받고 싶은 만큼만 제공하는 것이니까요. 내 기분이 아니라, 상대의 기분을 살피는 것. 사실 이게 친절의 8할이에요. 그래서 친절에는 깊은 배려가 필요한 겁니다. - 158, 친절과 오지랖

2018.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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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스 스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5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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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밀린 해리 홀레 시리즈 읽기.

애초에 발표 순서로 출간되지 않아서, 선후가 애매해졌지만, 그래도 읽는데 지장은 없다.

요 네스뵈의 작품 분위기랄까.

지치고 허무주의에 빠진 듯한 해리가 사건에 집착하고 결국 정의로운 결정을 하는 것은 어떤 위안을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울함이 깔려있다는 점은 어쩔 수 없는 스타일인지도.

그 점이 좋기도 하다.

유럽의 역사같은 배경없이 무턱대고 연쇄 살인을 하는 범죄자라서 조금 쉽게 읽히기도 하고, 조금 싱겁기도 하다.

계절적 배경으로 노르웨이의 열대야가 계속 언급되는데, 훗... 니들의 열대야 정도. 여기 와보라고 라는 심정이 된다.

근처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파키스탄 놈들을 조사해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끼 손가락을 귓속에 넣어 돌리며 경관이 말했다.
홰 하필 그들을 조사해야 한다는 거지? 해리가 물었다.
마침내 경관은 해리가 있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범죄 통계도 안 보셨습니까, 반장님? 그는 특히 마지막 단어를 힘주어 말했다.
당연히 봤지. 하지만 내가 기억하기로 상점 주인은 그 목록의 한참 아래쪽에 있어서 말이야. 해리가 말했다.
경관은 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내려다 보았다.
제가 이슬람교도에 대해 좀 아는데 아마 반장님도 아실 겁니다. 그놈들에게 비키니를 입고 돌아다니는 여자는 강간해달라고 사정하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런 여자들을 강간하는 건 의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고요.
그래?
놈들의 종교가 그렇게 가르치죠.
이슬람교를 기독교와 착각한 거 같군. - 105

마침 위의 내용이 시의 적절하고 왠지 팩트폭격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 책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방인에 대한 편견과 그를 답습하기만 하는 게으름, 무지 등등은 충분히 생각하고 논의되어야 하는 문제다. 이제와서... 라는 늦은 감이 있지만.

2018.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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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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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사소한 부탁이라고 하지만, 살면서 생각해야 할 많은 부분들에 대한 생각들이 담겨있다.

요즘의 에세이들은 재기발랄 유쾌함을 기본으로 하는 것들이 많아서인지, 비교하자면 조금은 엄근진 한 에세이지만, 무게만큼 깊게 남는 이야기들이다.

평소에 염두에도 두지 않았던 이런 모순에 갑자기 의문이 생기는 순간을 나는 문학적 시간이라고 부른다. 문학적 시간은 대부분 개인의 삶과 연결되어 있기 마련이지만, 사회적 주제와 연결될 때 그것은 역사적 시간이 된다. 그것은 또한 미학적 시간이고 은혜의 시간이고 깨우침의 시간이다. - 서문

문화를 과시하고 소비하려는 기획은 많지만, 문화의 창조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생산적 이용의 전망을 발견하기는 어려운 것이 우리 온라인의 실정이다. - 18, 차린 것은 많고 먹을 것은 없고

정말 와닿은 부분인데, 인터넷에 넘쳐나는 정보에 대해 우려와 만족을 느끼기도 하지만, 정작 문화적 컨텐츠에서의(어쩌면 비주류라고 해야할까) 정보는 턱없이 부족함을 종종 느낀다. 관심이 생긴 저자의 정보를 찾아보려 해도 국내작가라면 약력정도, 외국 작가라면 한국어 정보는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 자주는 아니지만 이런 갈증을 느끼는 사람이 나 말고도 많지 않을까 싶다.

어느 예리한 설교자가 “악마의 가장 교묘한 술책은 그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사람들에게 믿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결코 잊지 말라”고 말했을 때였다. 이 말은 악이 늘 평범한 얼굴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들이 온갖 미명을 동원하여 받들고 있는 제도와 관습 속에 교묘하게 숨어들어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은유일 것이다. - 72, 악마의 존재 방식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어떻게도 되지 않았다. 다만 김수영의 <봄밤>이 쓰인 이후 이 시가 가장 고양된 마음으로 읽혔던 한순간이 남고, 그 고양됨이 남는다. 이 고양됨을 두고 거짓된 반응이라고 말하지 말라. 거짓된 반응도 참된 반응도 끝내 가라앉는 것은, 그래서 또다시 추켜올려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권여선이 인용하지 않았지만, 김수영의 <봄밤>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요/오오 봄이여”.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자는 것은 그 애태움을 그치자는 뜻이 아니다. 저 애타는 마음을 오늘도 내일도 날마다 간직해서 무거운 몸을 조금 떠 있게 하자는 것이다. 무거운 몸에서 그 무거움을 가능한 한 많이 지우자는 것이다. 현실을 조금 덜 현실이게 하자는 것이다. 영경은 초현실주의자들처럼 현실 너머에서 다른 현실을 발명하지 않았다. 그녀는 모파상처럼 사물에 대한 인식을 전복하지 못했다. 그녀는 랭보처럼 현실을 지우는 황금빛과 황금빛을 지우는 현실을 동시에 바라본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 모든 문학적 시도들이 김수영의 <봄밤>을 타고 들어와 그녀에게서 남편의 죽음을 지우고, 남편을 지우고, 그 지우기가 가짜라는 사실을 지웠다. 그녀는 저 자신이 지워져서 현실 너머에 있다. 간절하게 바라보는 현실은 현실 보다 조금 덜 현실이다. - 252, 작은, 더 작은 현실 - 권여선의 <봄밤>을 읽으며

너무 좋아하는 권여선의 <봄밤>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인상 깊어 남겨본다.

2018.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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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서배스천 배리 지음, 강성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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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증오가 난무하던 시절을 통과해온 눈부신 아름다움을 지닌 로잔느의 일생을 다룬 이야기.

기대가 있었는데, 아일랜드 배경이라는 설정 말고는 너무나도 예상 가능한 이야기 전개에 좀 시들해져버렸다.

병동 신축으로 기존 환자들을 재심사 해야하는 중년의 정신과 의사,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거의 백살에 가까운 로잔느. 그리고 노인 로잔느를 지키는 존 케인.

그 둘을 중심으로 교차되는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와 존 케인으로 인해 밝혀지는 비밀.

전형적 악당인 곤트 신부를 포함해 다수의 남성 캐릭터에 짜증이 유발된다.

낯설고 긴 인생에서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을 만큼 행복해지면 안 될 이유가 무엇인가? 내 생각에 행복해지는 건 우리의 정당한 권리다. 결국 세상은 아름다우니까 말이다. 우리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라 할지라도 우리는 그 다른 존재로 계속 행복할 것이다. - 21

2018.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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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의 식탁 오늘의 젊은 작가 19
구병모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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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는 믿고 보게 된다. 그런데다 구병모 작가라니 당장 읽어야지 하고 신나게 시작한 책인데....

털썩... 매우 진절머리나는 이야기 아닌가. ㅋㅋ

오늘을 버텨낸 당신에게 라는 친필 사인을 보니 더더욱 이 책과 어울렸다.

각각의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젊은 부부들이 모여살게 되는 실험공동주택.

일단 공동 생활이 베이스가 되는 출산 육아를 실험하는 주택이라니, 왠지 새끼빼는 개농장같은 느낌을 지울수가 없고, 그 공동주택 진입로에 풍기는 축사의 악취가 그 느낌을 배가 시킨다.

사람과 부대끼며 살게 되면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오지랍이 한층 업그레이드되고 그로테스크하게 그려져 있다. 뭐 이런 과장이...라는 느낌보다는 이런 배경에 있을 법한 에피소드들이라서 더 소름끼친다고 할까.

가족, 이웃, 공동체... 이것들이 얼마나 허울 좋은 관념인가 생각하게 된다. 반드시 누군가의 희생과 노력을 딛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태어난 시율이를 품에 안고 요진은 먼저 출산한 친구들이 습관처럼 했던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아이를 낳아 봐야 진짜 어른이 돼. 그 전에는 결혼하고 둘이 잘 살아 봤자 소꿉장난이고. 처음 요진은 그 말들이 저마다 스스로를 향한 격려인 줄 알았다. 출산과 함께 인생의 궤도가 틀어졌고 개성이나 욕망을 삶의 가장자리로 밀어 두는 데 익숙해졌지만 적어도 세상에 값진 생명을 내놓은 생산적인 인간이라는 성취감을 느끼고자 이를 악무는 위안의 제스처인 줄 알았다. 그러나 실상 그 말들은 자기변호에 가까웠다. 어린이 된다는 것은 수치심을 모르는 인간, 모르지 않는다면 그것을 엉성한 뚜껑으로 덮어 두거나 나일론사로 봉합하는 인간이 된다는 뜻이었다. - 82

2018.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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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8-07-04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저랑 느낌이 똑같! ㅎㅎ

hellas 2018-07-05 00:45   좋아요 0 | URL
읽는 내내 으으으 하는 느낌이었네요 ㅋㅋㅋ

레삭매냐 2018-07-04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 좋아요 그리고 독후 다시 읽어 보겠습니다.

hellas 2018-07-05 00:46   좋아요 0 | URL
:):):)

유부만두 2018-07-05 0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절머리.....ㅎㅎㅎㅎ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hellas 2018-07-05 08:42   좋아요 0 | URL
작가의 의도가 그것이었겠지만.... 답답... 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