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는 믿고 보게 된다. 그런데다 구병모 작가라니 당장 읽어야지 하고 신나게 시작한 책인데.... 털썩... 매우 진절머리나는 이야기 아닌가. ㅋㅋ오늘을 버텨낸 당신에게 라는 친필 사인을 보니 더더욱 이 책과 어울렸다.각각의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젊은 부부들이 모여살게 되는 실험공동주택.일단 공동 생활이 베이스가 되는 출산 육아를 실험하는 주택이라니, 왠지 새끼빼는 개농장같은 느낌을 지울수가 없고, 그 공동주택 진입로에 풍기는 축사의 악취가 그 느낌을 배가 시킨다. 사람과 부대끼며 살게 되면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오지랍이 한층 업그레이드되고 그로테스크하게 그려져 있다. 뭐 이런 과장이...라는 느낌보다는 이런 배경에 있을 법한 에피소드들이라서 더 소름끼친다고 할까.가족, 이웃, 공동체... 이것들이 얼마나 허울 좋은 관념인가 생각하게 된다. 반드시 누군가의 희생과 노력을 딛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태어난 시율이를 품에 안고 요진은 먼저 출산한 친구들이 습관처럼 했던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아이를 낳아 봐야 진짜 어른이 돼. 그 전에는 결혼하고 둘이 잘 살아 봤자 소꿉장난이고. 처음 요진은 그 말들이 저마다 스스로를 향한 격려인 줄 알았다. 출산과 함께 인생의 궤도가 틀어졌고 개성이나 욕망을 삶의 가장자리로 밀어 두는 데 익숙해졌지만 적어도 세상에 값진 생명을 내놓은 생산적인 인간이라는 성취감을 느끼고자 이를 악무는 위안의 제스처인 줄 알았다. 그러나 실상 그 말들은 자기변호에 가까웠다. 어린이 된다는 것은 수치심을 모르는 인간, 모르지 않는다면 그것을 엉성한 뚜껑으로 덮어 두거나 나일론사로 봉합하는 인간이 된다는 뜻이었다. - 822018. 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