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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업적

 

자로가 묻기를 선생님께서 정치를 하게 되면 무엇부터 먼저 하시겠습니까?

공자 말씀하시길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을 것이다.

- 子路曰 衛君 待子而爲政 子將奚先. 子曰 必也正名乎. 논어, ‘자로’ 편에서


당신은 이 나라에 완전한 법치를 확립했습니다.

강자들이 약자들을 법으로 옭아매고,

약자들은 법의 선처를 바랄 수밖에 없는,

법치가 생활화된 소송만능주의를 완성시켰습니다.

정이라는 말을 법이라는 말에 사라지게 만든 당신.


당신은 이 나라를 열도(列島)로 만들었습니다.

남과 북 동과 서로, 강과 강을

땅과 땅을 또 강과 땅을 동강 내어

물과 물이 논과 논이 마을과 마을이,

사람과 사람이 따로따로 노는 자치를 확립한 당신.


당신은 새로운 언어의 사용법을 보여주었습니다.

개발을 파괴로, 녹색을 자연을 배제한 성장으로,

안전을 핵발전소가 멈추어도 터지지만 않은 상태로,

안보를 남북 평화가 아닌, 대결로 인한 군사력 강화로,

언어의 사회성보다는 언어의 자의성을 극한으로 활용한 당신.


당신은 전통을 이어 새것을 만들어냈습니다.

명박산성이라는 옛시대의 철옹성을 재현해내었으며,

왕가를 부활시켜 방통대군, 영포대군을 탄생시키고,

미국 배우들을 사대하여 고․소․영을 정치 주역으로 만든,

전통과 인습을 구별하지 않는 완벽한 복고주의자인 당신.


당신은 5년 동안

앞으로 나아갈 우리들을

오히려 한 걸음 한 걸음씩 뒤로 가게 했습니다.

이제 당신은 퇴위를 하고 야인이 되었습니다.

설마 야인의 뜻도 바꾸진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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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새들보다도 오래 난다

                                                       - 비행기 안에서

 

  언제부턴가 우린 새들보다 오래 날게 되었다.

 

  한번도땅에발을디디지않고하늘을나는새가있을까열시간내내하늘에 떠 있으면서앞으로만앞으로만나아가는새가있을까날기위해버리는새가있을까

 

  하늘에 떠 있기 위해 얼마나 많이 버려야 하는지, 지구 역사의 증인 석유부터 먹고 남긴 그릇들, 음식물들, 배설물까지 날기 위해 지구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새들보다 오~, ~, 빨리 가는 사람들이 지구를 멸망으로 더 빨리, 더 가까이 이끌고 있는지, 우리는 알고 있을까.

 

  날지

  않아야

  할

  우리가

  새들보다

  오래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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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는 공기처럼


창밖을 보니 하얗다.

투명해야 하는데

웬 흰 색깔?

연무다, 오리무중이다!

이런 날이 부쩍 많아졌다.


눈에 보이는 공기는

건강에 치명적인데,

존재를 꼭 드러내려는

정치인이 있다.

정치를 투명한 공기가 아닌,

희부연 공기로 만드는 정치인.


가장 높은 지도자는 아랫사람이 그가 있는 것만 겨우 알고, 그 다음가는 지도자는 가까이 여겨 받들고, 그 다음가는 지도자는 두려워하고, 그 다음가는 지도자는 경멸한다. 그러므로 성실함이 모자라면 아랫사람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삼가 조심하여 말의 값을 높이고 공을 이루어 마치되 백성이 모두 말하기를 저절로 그리 되었다고 한다.

(노자, 도덕경 중 17. 장일순 풀이)


공기는 보이지 않아야 한다.

정치가는 정치 속에 있어야 한다.

우리는 숨을 쉬듯이,

정치를 살아야 한다.


곧 사라질 연무를 보며

드러나진 않지만

우리와 함께 하고 있을

정치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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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냐, 기레기냐


입법, 사법, 행정과 더불어

제4의 권력이라고 했고

민중의 길잡이라고 했지


잠들어 있는 세상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어

길을 찾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어주었지


숨기려는 진실을

감춰져 있는 진실을

온 세상에 드러내곤 했었지


어느 순간

민중의 수면제가 되고

제4의 권력이 아닌,

제1, 제2 권력의 시녀가 되었지


잠들어 있는 세상

더 잘 자라고 자장가를 부르고

어둠을 밝히지 않게 등불을 꺼버리고

길 찾는 사람에게 주어진 길이나 가라고 했지


진실을 가리는 말들

깨어있지 않은 글들

이제는 

민중의 걸림돌이라고, 기자쓰레기라고,

그래서 ‘기레기’라고 자조한다지.


그러나 자조는 곧 반성,

반성은 희망의 빛을 놓지 않겠다는 다짐,

‘기레기’라 자처하는 기자들이 희망의 빛과 불로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빛과 온기를 줄 수 있다면,

그들은 또 다시 민중의 길잡이란 말을 듣게 되겠지

그래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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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정치가의 신년 기자 회담.

회담 중에 점점

정치가가 하늘로 올라간다.

그는 자꾸자꾸 높은 곳으로 가고

우리는 그를 그냥 올려다보게만 된다.


비행기를 탄 정치가.

하늘 길에서 보는 땅은

너무도 깔끔하여 모든 것이 아름답다.

거기에는 땀이 없고, 생활이 없다.

생활이 없는 아름다움,

비행기에서 보는 사람의 모습이다.


하늘 길을 가는 정치가도

선거철엔 버스를 타고,

우리 손을 맞잡고,

우리에게 기대었음을 떠올린다.

지금은 우리와 너무도 멀리 있는 그도.


그가 다시 만원 버스를 탄다면,

땀냄새, 술냄새, 세파에 찌든 냄새에,

몸도 옴짝달싹도 못하고,

사람과 사람에게 기댈 것이다.

세상의 비루함이

서로를 버티게 해주는 힘임을,

생활은 땅에 있음을

몸으로 알게 될 것이다.



자꾸만 비행기를 타고

하늘 길을 가는 정치가의

연설을 들으며,

버스를 타고

서로 기대어 함께 가는

땅에 발을 딛고 사는

그런 정치가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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