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나들이 1

             - 출발


  일본하면 떠오르는 것들.

  게다, 쪽바리, 정신대, 망언, 생체실험, 야스쿠니, 다케시마, 자위대, 후쿠시마, 천황, 신사, 창씨개명, 관동대지진, 토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노구치 히데요, 오에 겐자부로, 미야자키 하야오...

  좋은 말보다는 안 좋은 말이 먼저 나오고, 뒤에 생각하다보면 나오는 긍정적인 인물들, 이게 일본에 대한 내 인상의 전부.


가깝고도 먼 나라.

지리상 가깝지만

정신상 너무도 머언 나라.

한때 문화를 전파했지만

한때 그들 식민지였기에

더욱 자존심 상하게 하는 나라.

유럽에선 선진국이라 인정하는 나라라지만

우리에겐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반성할 줄 모르는 뻔뻔한 나라,

그런 나라. 일본.

비록 비자 없이 다닐 수 있는 나라지만

지문까지 찍으며 여행하고 싶지는 않는 나라

그래도 한 번 간다면,

그 나라에 간다면

수도인 도쿄가 아닌

교토로 가리라 다짐했던

나라.

적어도 교토는 과거의 일본이리라

우리와 가까운 일본이리라 여기고

눈 딱 감고 추진한 교토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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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떨기나무


뉴스, 날씨 예보

홍대 거리에 서 있는 기상캐스터

그 뒤로 환하게 밤을 밝히는

밝고 붉은 나무들

활활 타오르고 있는 나무들

순간, 펼쳐진 출애굽기 떨기나무

불타는 나무, 타지 않는 나무

노예의 땅, 죽음의 땅, 애굽에서

주인의 땅, 삶의 땅, 가나안으로 보내준다는

약속의 나무, 희망의 나무

불타는 떨기나무는

해방의 약속, 희망의 약속, 삶의 약속.


홍대 거리 불타는 나무는

숨 쉴 수 없는, 잠 잘 수 없는 나무

전선으로 칭칭 감겨 자연을 거슬러 내는 빛

환락과 낭비의 소돔과 고모라,

과소비로 불타는 불야성의 나무

부나비를 부르는 불처럼

우리를 불태워 버리는 불타는 나무

해방, 희망, 삶의 땅이 아닌,

주지육림의 나락에서 허우적거리게

우리를 부르는 나무

우리가 걷어내야만 할 불을 지닌

불 없이 빛나는 불타는 나무


21세기 떨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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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사랑이란

늘 한 사람 곁을 에두르는 것

직접 다가가지 못 하고

주변에서 빙 빙

머뭇머뭇하며

한 사람만을 바라보며

지내는 것

세상의 중심에 한 사람이 놓여

말소리, 향기, 몸짓

그 모든 것들이

오직 한 사람에게만 있는 것

그리하여 사랑이란

가슴 시린 그리움을

가슴 한 켠에 고이 쌓아두고

사랑이었네라

사랑이었네라만을

반복하는 것

언제든지 그리울 때면

가슴 속에서 꺼내

사랑에 감싸일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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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릉이 된 내 배


볼록한 내 배를 만지며

똥배네 하니

무슨 소리

이건 왕릉이야 받아친다.


완만한 경사로

부드러운 곡선으로

경주 시내 곳곳에

볼록볼록 나와 있던 왕릉

그런 왕릉 같은 내 배

나잇살이라고

이제는 빼도 안 빠진다고

그냥 인덕이라고 둘러대지만

언뜻 내 배는

진짜 왕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왕이 죽으면

온갖 존재들이 함께 묻히는

묻혀서 더 이상 나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부풀어만 있는

왕릉

내 뱃속에도

먹을거리들이 순장당해

쌓이기만 해

둥글고 볼록하게 나오기만 하는 걸까


자본의 무한증식으로

지구가 일곱이 되어도 모자란다는

물질들을 순장해 쌓아두기만 하는

자본주의 시대

왕릉이 된 배가

인덕이 아니라

탐욕임을

왕릉은 자랑이 아니라

부끄러움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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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1-27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말로 발상의 전환이군요!^^

kinye91 2016-01-27 10:1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knulp 2016-01-2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을 놀래킬 비유네요. 멋집니다.

kinye91 2016-01-27 12:14   좋아요 0 | URL
과찬입니다. 감사합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독재자들의 말


1


입을 

막아야 한다.

진실을 가려야 한다.

부정 속에서 긍정을

찾을 생각조차 없으니

세상 말들을 가둬야 한다.

핵폐기물 보관소

보다 더 두텁게, 

더 크고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말들을 가두게,

 오직 내 말들만,

날 따르는 말들만

나오게 해야 한다.

나는, 임금이므로,

내 귀, 당나귀 귀

사람들이 알아서도,

말해서도 안 된다.


2


세상 무식한 쥐들은 지들이 늘 밤 말을 주워들으면서도 말을 가두려고 한다. 핵폭탄보다 더 센 말들을. 볕이 들어도 잠시란 걸 알 수 없어 영원을 꿈꾼다. 그러니 쥐지.


우리의 독재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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