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창비시선 357
함민복 지음 / 창비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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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보지만, 시인은 보아내는 사람이다. 결국 그 사람만큼 보아내는 것. 내가 보는 것이 고작 손톱에 낀 때라면 시인은 갈퀴손톱에 물드는 봉숭아 물을 본다. 절집에 쓰였던 나무토막에서 천년향을 맡는다. 대개의 시가 아름답지만 `수직`으로 시를 지탱하는 시의 뼈로 인해 또한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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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당나귀 곁에서 창비시선 382
김사인 지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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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고요로 깊어지시라' 하였건만, 말씀 대로 고요로 깊어지지 못하고 한없이 출렁거려야 했으니, 나는 방정 맞은 독자인가.

 

 시 한 편이 아니라 시 한 줄, 거기 고요히 앉아 있는 말 한 마디, 혹은 외마디 조차 허투루지 않다.

 

 어느 대목에서인지 모르겠으나, 이 시집을 읽을 사람들이 꼭 이 시집에 사는 시처럼 순하게, 깊게, 섧게 살아갈 사람들 뿐이겠다 싶었다.

 

 모나고, 각지고, 제 가시가, 제 염치와 체면이, 반드시 남을 향하고 그들을 상하게 하는 자들이 이 시들을 읽었으면 좋겠다만, 그걸 내가 어찌하겠나.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야, 좋기만 하다.

 내가 어쩌다가라도 시를 읽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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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가 맨 앞 문학동네 시인선 52
이문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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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들은 행간에 접혀있는 말들을 읽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어떤 시는 그 시를 들고 누군가를 만나야 할 것도 같다. 시가 길어서 머무는 시간도 길지만 시가 하는 말이 귀해 오래 머문다.우리는 늘 보이는 쪽으로 향하지만 시인은 우릴 끌고 전혀 다른 곳으로 향한다. 마다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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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얼굴 문학동네 시인선 48
윤제림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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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는 할 말이 많지만 윤제림 시인의 시들은 그냥 거기에 스며들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설산에도 가고 타클라마칸 사막에도 처음인것처럼 가고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한 거북도만나고 몇몇 시인의 지인도 만난다. 세상을 만나는 길은 시에도 있는데, 생각해보라, 한편의 시가 한 세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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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야네 말 창비시선 373
이시영 지음 / 창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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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언어를 달려 가고자 하는 곳이 대체 어디쯤일까.

이시영 시인의 석 줄 혹은 넉 줄 아니면 두 줄의 시는 할 말을 다함으로써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음을, 우리가 얼마나 많은 말과 생각을 낭비하며 사는지를 증명한다.

 

머리가 쩡 갈라지는 것보다는 마음이 화끈 달아오른다.

심장이 간지럽고 손가락이 달싹거리면서

 

시끄럽게만 들리던 아침 까치소리,

아가의 숨넘어갈 듯 우는 소리,

경비 아저씨의 비질 하는 모습,

택배왔다고 외치는 소리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말로 살아난다.  

 

독자가 나름의 감상으로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을 두고 발문을 적은 이는 그것이 여백 때문이라고 한다.

여백을 채우는 건 공감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시집 곳곳에서 펄떡이는 시의 심장을 읽고 느꼈다.

 

몸이 얼었을 때 맨 살로 언 살을 덮어 몸을 녹이듯

마음이 얼었을 때 시를 읽는다면 아주 언 마음이  조금은 녹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다시 녹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이 시집을 그녀에게 보낸 것은 그녀의 언 마음을 이 시집의 시들이 스쳐 조금씩 녹여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말 때문에 받은 상처를 이길 수 있는 말이 시라고 믿는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의 심장은 그만큼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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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4-05-18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의 심장....
와, 좋아요.
뜨겁게 펄떡이는 시의 심장을 저는 왜 느끼지 못하는 걸까요.
각각의 시마다 피가 흐르고 있고 혈관이 있고 심장이 존재할 텐데...
그것을 모두 느낄 수 있을 때가 언제 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