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것들은 어떻게든 진화한다 - 변화 가득한 오늘을 살아내는 자연 생태의 힘
마들렌 치게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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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죽이는 실체는 스트레스가 아니라, 우리가 거기에 보이는 반응이다." 게다가 셰익스피어도 이미 알았듯이, 오직 인간의 생각만이 사물을 좋고 나쁨으로 가른다. 스트레스는 그냥 스트레스다. 좋은 스트레스인지 나쁜 스트레스인지는 보는 사람의 관점에 달렸다. 나는 생물학자로서 이 모든 것을 온전히 수긍할 수 있었다. 삶은 무척 복잡해서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의 결과를 일일이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여기서 시간이 큰 역할을 한다.          p.58


진화생물학으로 살펴본 '스트레스'에 관한 일종의 탐구서 같은 책이다. 진화생물학과 스트레스라니, 한 번도 연관지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주제라 굉장히 신선한 접근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의 저자인 마들렌 치게는 석사학위를 마치고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베를린을 떠나 프랑크푸르트로 간다. 그곳에 사는 도시토끼를 연구할 생각이었다. 도심에서 야생토끼가 뛰어다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매우 신기했는데, 일명 굴토끼라고도 하는 유럽토끼가 프랑크푸르트의 도심 공원과 대학 캠퍼스 등 곳곳을 가득 채우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오페라하우스 앞 녹지에도, 고층 건물 사이 작은 공원에도, 연방은행 앞 잔디밭에도 깡충깡충 돌아다니는 실뭉치 같은 토끼가 보였다고 한다. 고층 건물 사이를 뛰어 다니는 야생토끼라니...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생명체처럼 보일 것 같다. 


문제는 야생토끼도 저렇게 행복하게 잘 지내는데, 정작 자신은 그렇지 못했다는 거다. 도시 생태를 연구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단 4년 만에 의욕과 젊은 패기를 모두 소진하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졌다고 한다. 이유가 뭐였을까. 저자는 도시로 이주해서 잘 적응하며 살고 있는 토끼들의 생태를 살펴보기로 한다. 도시의 동물 사냥꾼도, 시 공무원도 야생토끼들이 조용한 시골보다 스트레스 가득한 도심을 더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 토끼 현상에 숨은 비밀을 밝혀내기 위한 저자의 연구는 자연스럽게 '스트레스'와 '환경'의 문제로 연결된다. 세상에 스트레스 없는 환경은 없으며, 인간뿐 아니라 동식물과 미생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러한 스트레스에 대응해 나가는 저마다의 '스트레스 반응'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우리 인간을 위한 올바른 장소는 어디일까? 우리가 각자 최적의 삶을 산다면 어떨까? 우리가 행복하고 자신에게 적합하다고 느끼는 바로 그곳이 우리 자리다. 우리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곳. 각자의 능력으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는 곳. 행복하고 만족감을 누리는 사람은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고, 다른 생명체에도 이로운 풍요를 만들며, 정원을 조성하고 나무를 심고 꽃밭에 씨를 뿌린다. 나는 프랑크푸르트 생활에 에너지를 엄청 쏟아부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내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p.201


사실 책의 표지 이미지도 그렇고, 제목도 그렇고 진화와 자연 생태를 다루는 내용일 거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스트레스'에 대해 진화생물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낯설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원서 출판 당시 출판사에서 스트레스라는 단어에 부정적 의미가 담겨있으니, 제목에서 지워달라고 요청했다는 거였다. 그들이 제안한 제목은 '동물과 식물의 회복 탄력성'이었는데, 저자는 그때껏 회복 탄력성이라는 용어를 거의 들어보지 못했던 거다. 회복 탄력성이란 스트레스 요인이 누군가에게 침입하지 못하고 튕겨 나올 때 심리학에서 부르는 용어이다. 원리는 용수철과도 같아서 회복 탄력성이 있는 사람은 외부의 어떤 시련이 있더라도 오뚝이처럼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생물학에도 회복 탄력성이 있다고 말이다. 어떠한 개체자 종이 스트레스 요인 속에서도 계속 살아가는 능력을 회복 탄력성으로 본다면, 식물을 비롯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는 회복 탄력성이 있다는 것이다. 


스트레스와 회복 탄력성 등 자기 계발서에서나 만나던 단어들을 생물학적으로 탐구하는 것은 그 어디서도 만나볼 수 없는 관점이 아닐까 싶다. 동물과 식물, 미생물 등 모든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하며 매일 극적으로 변화하는 자연 생태계에 맞춰 자신을 바꾸고 더 나은 내일로 향해 나아간다. 매일 하루를 살아내는 힘이야말로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회복 탄력성인 것이다. 스트레스가 없는 삶이란 불가능할 것이다. 살이 어디로 흐르든, 언제나 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변화의 길잡이로 이해하고, 새로운 스트레스 요인에 잘 대처하고 그 안에서 성장할 수 있어야, 삶이 계속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달팽이나 식물처럼 언뜻 단순해 보이는 유기체 조차 스트레스에 매우 창의적으로 반응하며 적합성을 회복한다는 것을 배워보자. 생명체의 놀라운 스트레스 반응과 적응 능력을 통해 오늘 하루를 이겨낼 수 있는 노하우를 얻고, 우리 인생의 다음 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내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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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옷의 어둠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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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았다!

오늘 밤은 정말 무시무시하게 운이 좋구나. 아케요는 그렇게 기뻐하는 한편 곧 그 반동이 찾아오지 않을까, 이 행운 대신 어떤 불행에 직면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러면 어쩔 수 없지……

핵심은 균형이다. 그걸로 인생의 장부를 맞출 수 있다면 잠자코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정말 반동이 있다면 갑자기 찾아올 게 분명하다. 피하려 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게 아닐 것이다.                 p.135


미쓰다 신조가 선보이는 방랑하는 청년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의 세 번째 작품이다. 이 시리즈는 태평양전쟁 직후라는 역사적 배경 위에 미쓰다 신조의 장기인 호러미스터리적 요소와 추리를 섞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첫 번째 작품인 <검은 얼굴의 여우>에서는 마물인지 귀신인지 모를 ‘검은 얼굴의 여우’가 신출귀몰하는 가운데 탄광이라는 미지의 공간에 대한 두려움이 만들어낸 불길한 존재와 실제 현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그렸었다면, 두 번째 작품 <하얀 마물의 탑>에서는 바닷가 마을의 등대지기가 되어 민간신앙 속 하얀 마물이라는 존재를 만나게 되면서 인간의 이성을 뛰어넘는 두려움과 무시무시한 공포, 그리고 20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수수께끼를 그려냈다. 


이번 세 번째 작품 <붉은 옷의 어둠>에서는 도쿄의 암시장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모토로이 하야타는 만주 건국대학의 동창 구마가이 신이치에게서 불가해한 현상을 규명해달라는 제의를 받고 도쿄로 온다. ‘붉은 미로’라 불리는 비좁고 복잡한 암시장에서 여성들을 뒤쫓는 ‘붉은 옷’이라는 정체불명의 괴인이 존재한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었던 것이다. 신이치의 삼촌은 암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상인 조합 보스였고, 그는 하야타를 명탐정 소개받는다. 얼마 뒤 붉은 미로의 골목길에서 끔찍한 밀실 살인사건이 벌어지는데, 과연 하야타는 이번에도 붉은 옷의 괴이와 밀실을 풀어내고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 





……다른 차원의 세계.

북적이는 암시장 구석에 나타난, 정적으로 가득한 어두운 세계.

이승이라기보다 저세상에 가깝다고 여겨질 정도의, 느낌이 드는 좁은 공간.

인간이 아닌 존재가 수없이 방황하고 있는, 결코 인간은 들어가서는 안 되는 장소.

이곳은 원래부터 그런 곳이 아니었을까…….          p.351


모토로이 하야타는 패전 후 혼란기의 일본, 청운의 꿈을 품고 만주 건국대학에 들어갔지만 조국의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학교를 나온다. 이후 신문사나 출판사에서 일거리를 찾아 다니며 입에 풀칠을 하다 그마저도 그만두고 방랑여행을 떠난 결과, 노동자의 밑바닥이라고 불리는 탄광부가 되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가 부흥에 기여하고 싶다는 결의를 다지게 된다. 탄광에서 일하며 마물인지 귀신인지 모를 정체를 만나게 되는 것이 이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도쿄의 암시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번 작품은 전작에서 잠시 언급했던 이야기인데, 시간상으로 보면 두 번째 작품인 등대로 가기 전에 들렀던 곳이라고 보면 된다. 시리즈로는 세 번째 작품이니 스핀오프 같은 작품이라도 봐도 좋을 것 같다. 비좁고 복잡해서 길을 잃기 쉬운 암시장에서 여성들의 뒤를 쫓는 정체불명의 괴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나서는 이 작품은 일본 근현대사를 압축한 듯한 풍경 묘사도 압권이다. 극심한 식량난과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서민들의 생활상이 극에 밀도를 높여주어 더욱 몰입감있는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미쓰다 신조가 그려내는 호러 미스터리는 오싹하고 기분 나쁜 기운 자체는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그려져 있는데, 사실 그 악의 기원을 따지고 보면 극도로 현실적인 배경에서 시작한 거라 그만큼 등줄기가 서늘해지고 공포감에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동일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시리즈이지만, 전작을 읽지 않았더라도 내용이 연결되는 것은 아니므로 각각 별개의 이야기로 읽어도 좋다. 미쓰다 신조는 ‘도조 겐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하기 위해 ‘모토로이 하야타’를 탄생시켰다고 하니, 도조 겐야 시리즈 만큼이나 길게 이어질 것 같은 이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 될 새로운 무대를 벌써 낙점했다고 하니 어서 빨리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미쓰다 신조의 작품들은 아무도 없는 조용한 장소에서, 시계 초침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밤에 읽으면 몰입도가 배가 된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밤에 시작하기 딱 좋은, 혹은 오늘처럼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씨에 읽기 딱 좋은 작품이다. 싶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참혹한 역사적 배경, 붉게 물든 미로같은 거리의 밀실 수수께끼까지... 오싹하고 서늘한 호러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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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독학 스페인어 첫걸음 - 왕초보부터 A2까지 한 달 완성 GO! 독학 시리즈
조혜진 지음, Pedro Pombo 감수 / 시원스쿨닷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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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는 전세계적으로 4번째로 많이 쓰는 언어이다. 그래서인지 스페인어 사용 국가를 배경으로 촬영되었던 예능 프로그램들이 꽤 있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숙박을 했던 <스페인 하숙>, 멕시코 마야 문명 유적지를 탐험했던 <형따라 마야로>, 시코 바칼라르에서 분식집을 운영했던 <서진이네>를 비롯해서 <트래블러>의 쿠파, 남미의 여러 나라를 보여주었던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등등 재미있게 본 티비 프로그램에서 자주 스페인어를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한 번 배워봐야겠다 마음먹었던 것이 스페인어였는데, 이번 기회에 시작해 보려고 한다. 




이 책은 왕초보부터 왕초보부터 A2까지 한 달 만에 완성할 수 있도록 구성된 스페인어 교재이다. 알파벳 발음부터 시작해, 회화와 문법, 패턴까지 정말 딱 한 권으로 끝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독학을 위한 유료 동영상 강의를 시원스쿨닷컴에서 구매해서 볼 수도 있고, 각 챕터마다 QR코드를 통해 듣고 따라하기를 해볼 수 있는 MP3파일도 제공되어 원어민 성우의 정확한 발음으로 반복 연습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한 달 만에 스페인어 기초 표현을 독학으로 익힐 수 있다니, 매번 외국어 공부를 시작하고 작심삼일로 포기했다거나, 학원을 끊어놓고도 며칠 가다 말았던 이들이라면 이 책부터 시작해봐도 좋을 것 같다. 




전체 스무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 커리큘럼은 분량이 많지 않지만,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 네 가지 영역을 매일 학습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좋았다. 게다가 길지 않은 분량의 회화들을 통해 다양한 상황별 표현과 어휘를 배울 수 있어 재미있게 그날의 분량을 할 수 있었다.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생생한 스페인어 표현을 통해 말하기 중심의 커리큘럼이라 당장 이 책 한 권만 끝내더라도 스페인어 권 나라로 여행을 갔을 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중간중간 스페인어권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해주는 부분이 별도로 있어서 스페인어권 국가들의 역사, 음식, 전통, 예술, 관광명소, 주요 기념일 등 다양한 문화 요소와 현지 정보들도 얻을 수 있다. 




별책부록 핸드북도 활용도가 높다. 필수 동사 150개를 들고 다니면서 가볍게 마스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작고 가볍게 만들어진 책자라 주머니에 쓱 넣고 다니면서 외우면 딱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동사 변화표 쓰기 노트 PDF, 듣기 트레이닝 PDF 등 자료를 시원스쿨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을 수 있으니 놓치지 말고 활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독학으로 외국어 하나쯤 마스터해보고 싶다는 로망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나 스페인어는 사용하는 국가들이 많고, 티비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접하게 되는 언어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제2외국어로 공부해보면 어떨까. 네이티브들이 실생활에서 쓰는 스페인어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실전에서 활용도도 높은 데다 지루하지 않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한 문법들도 한눈에 쏙 들어오도록 깔끔하고 간결하게 설명되어 있고, 그림, 사진들도 많이 삽입되어 있어 암기와 학습에 도움을 준다. 스페인어 공부를 쉽고, 부담없이, 그리고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다. 한 권으로 스페인어 독학을 해보고 싶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보자!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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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량&홍챠 인피니티 1 : VS 랜덤 대결 플레이
말량&홍챠 원작, 한효재 글, 최원선 그림, 샌드박스네트워크 감수 / 다산어린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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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로블록스 유튜버 '말량&홍챠'의 첫 책이다. <말량&홍챠 인피니티 1: VS 랜덤 대결 플레이>는 말량&홍챠의 압도적 1위 콘텐츠, ‘VS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차원을 넘나드는 말량, 홍챠의 밸런스 게임 미션이 펼쳐지는데, 만화를 통해 보여지는 다양한 상황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만든다.


학교 구석에 있는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된 말량은 홍챠를 데리고 직접 확인해보기로 한다. 밤늦게 지나가면 수상한 빛이 번쩍이고, 갑자기 쾅 하는 소리가 나서 가보면 또 아무도 없다는 등 도서관에 귀신이라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소문이 아이들 사이에서 돌고 있었던 거다. 




아이들이 모두 하교한 뒤, 아무도 없는 도서관으로 향한 말량과 홍차는 빛이 나는 책 속에서 봉투를 하나 발견한다. 봉투를 열자 '반드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주의 문구가 있다. 


이들의 첫 번째 미션은 바로 꿈 vs 현실이다. 말량은 꿈이 밥 먹여주냐며 현실을 선택하고, 꿈 속에서도 맛있는 케이크를 먹을 수 있다는 홍챠는 꿈을 선택한다. 각자 선택을 하자마자, 대결이 시작되는데.. 현실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잠만 자는 홍챠를 깨우기 위해 말량은 홍챠의 꿈속으로 들어간다. 꿈의 하수인이 낸 수수께끼를 풀고, 음식들 사이에 숨어 있는 유령들을 찾아내고, 잠과 관련된 속담 퀴즈와 꿈의 비밀에 얽힌 퀴즈를 모두 풀어내야 한다. 자, 과연 말량은 홍챠를 깨워서 무사히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두 번째 미션은 원시 vs 미래, 그리고 마지막 미션은 마법사 vs 퇴마사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두 개의 선택지가 있고,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밸런스 게임 자체도 흥미진진하지만, 게임이 시작되면 퀴즈, 상식 문제와 미로 찾기, 다른 그림 찾기 등 본문 만화와 연계된 다양한 놀이 등을 직접 해볼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미션을 클리어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다. 




유튜브 영상의 재미는 그대로, 알찬 상식과 퀴즈를 더한 귀여운 콤비 유튜버 말량&홍챠의 ‘로블록스 미션 챌린지북’을 통해 아이들이 책을 읽는 재미를 느끼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초판 한정으로 말량 & 홍챠의 인쇄 사인본을 만날 수 있고, 스폐셜 굿즈 2종인 미니 L홀더와 캐릭터 스티커도 받을 수 있으니 놓치지 말아야겠다. 





유튜브 영상 누적 조회 수 2억 뷰, 평균 조회 수 45만 뷰 기록한 유튜버 답게 말량&홍챠의 매력 넘치는 입담과 다채로운 세계관이 담겨 있어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도 기대가 된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신비의 섬 배드랜드로 모험을 떠난다고 하니, 외딴섬에서 이들에게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진다. 말량과 홍차의 주변을 맴돌며 랜던 플레이에 개입하는 도서 감상부 동아리장인 배이권의 역할도 호기심을 자아낸다. 로블록스 게임만큼 재미있는 말량과 홍차의 티격태격 귀여운 미션 챌린지북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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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이나경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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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은 분명 특이한 즐거움을 준다. 생물의 잔해이다 보니 누구나 화석에 매료되는 건 아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오래전 죽은 사체를 손에 쥐고 있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게다가 지금 세상의 생물도 아니고, 상상하기도 어려운 먼 과거의 생물이다. 그래서 나는 화석에 끌리면서도 비늘과 지느러미가 뚜렷한 화석 물고기 수집을 더 좋아한다. 매주 금요일에 먹는 생선을 닮아서 현재의 일부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메리 애닝과 그 가족을 처음 접하게 된 건 화석 때문이었다.            p.25


<진주 귀고리 소녀>, <뉴 보이> 등의 작품으로 만났던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미번역 작품이 출간되었다. 영국의 화석수집가이자 고생물학자인 메리 애닝의 일대기를 소설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메리 애닝은  ‘공룡’이라는 말이 생겨나기 무려 30년도 더 전에 최초의 어룡 화석을 발견하고, 다윈의 진화론에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상 가장 과소평가된 과학자이자 최초의 고생물학자라고도 불리는 메리는 열두살의 나이에 어룡 화석의 두개골 부분을 최초로 발견했고, 스물넷에 거대 수장룡 플레시오사우루스의 완전한 골격을 최초로 발견했으며, 스물아홉에 익룡 프테로사우루스의 온전한 골격을 최초로 발견, 그리고 서른에 상어와 가오리의 특징을 모두 가진 멸종 물고기의 화석을 최초로 발견했다.


하지만 당시만해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런던지질학회의 회원이 될 수 없었으며,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칠 수도, 심지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 그 어떤 과학 단체에서도 공식적으로 여성이 활동할 수 없는 시대였기에, 그녀의 놀라운 발견들은 모두 남성에 의해 발표되어야 했다. 2010년에 이르러서야 영국왕립학회가 과학사에 길이 남을 10명의 영국 여성 목록에 메리를 선정했으며, 현재 런던자연사박물관에는 메리 애닝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화석 사냥꾼 메리와 화석을 수집했던 엘리자베스, 두 여성의 우정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현대로 다시 불러온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이야기 자체는 허구의 작품이며, 실존 인물이 다수 등장하지만 소설가의 개입으로 만들어진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소설로서의 매력도 충분한 작품이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너처럼 본능적으로 아는 사람은 없다, 메리. 네가 아는 건 독학으로 배운 것이고 책이 아니라 경험에서 온 거지만, 그렇다고 가치가 없는 건 아니다. 너는 표본을 가지고 많은 시간을 보냈어. 해부학을 공부하고 그 종류와 섬세한 차이를 봤다. 익티오사우루스가 우리가 상상한 그 무엇과도 다른 독특한 존재인 것을 알아봤지."

하지만 나는 나나 화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별이 너무나 많아서 셀 수 없었다. 그 숱한 지식 아래, 땅에 누워 있는 내 자신이 아주 작게 느껴졌다.              p.269



노동자 계급의 가정에서 태어난 메리는 교회에서 배우는 읽고 쓰기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뼈와 화석에 대해 궁금한 게 너무 많았기에, 책을 빌려 읽고 과학 연구 보고서를 베껴쓰고, 자신이 찾아낸 것들을 그림으로 옮기고 설명을 빼곡히 적어 넣기도 했다. 오빠와 함께 바닷가와 절벽을 탐험하며 조개껍데기며 화석들을 찾아 판매하고 수집했다. 가파른 절벽과 험한 산도 기어올랐고, 절벽 아래 묻혀 있던 고대 지층을 발견했으며, 어떤 위험도 마다하지 않았다. 메리가 수집한 뼈들은 대부분 수집가들에게 판매했는데, 먹고 살 돈을 마련해야 하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끊임없이 탐구하고 연구했던 메리 덕분에 고생물학이라는 학문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스스로는 과학자라는 인식도 없었고, 시대적으로 인정받을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이 작품은 실존 인물의 일대기를 그리면서도, 나이대와 배경이 완전히 다른 두 여성의 우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 굉장히 드라마틱하다. 서로 협력하고, 때론 경쟁하기도 하면서 특별한 우정을 이어간 메리와 엘리자베스, 두 여성의 연대가 이 작품을 정말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이 작품에는 원서에 없는 네 점의 화석 삽화가 실려 있다. 작가와 저작권사의 허가를 받아 한국어판에 특별히 수록한 것으로, 작품 안에서 주요하게 등장하는 화석들을 클래식한 펜화 스타일로 작업해 그려 넣어 더욱 의미가 있는 판본이 되었다. 겉표지를 벗겨내면 속표지와 표지 안쪽 면에 모두 화석 도감이 수록되어 있는데, 굉장히 아름답다. 19세기 사회의 풍경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작품의 매력이고, 화석처럼 평범하지 않은 것에 관심을 보이는 재능있는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도 아주 흥미로웠다. 뛰어난 두 여성 과학자의 찬란한 삶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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