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것들은 어떻게든 진화한다 - 변화 가득한 오늘을 살아내는 자연 생태의 힘
마들렌 치게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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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죽이는 실체는 스트레스가 아니라, 우리가 거기에 보이는 반응이다." 게다가 셰익스피어도 이미 알았듯이, 오직 인간의 생각만이 사물을 좋고 나쁨으로 가른다. 스트레스는 그냥 스트레스다. 좋은 스트레스인지 나쁜 스트레스인지는 보는 사람의 관점에 달렸다. 나는 생물학자로서 이 모든 것을 온전히 수긍할 수 있었다. 삶은 무척 복잡해서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의 결과를 일일이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여기서 시간이 큰 역할을 한다.          p.58


진화생물학으로 살펴본 '스트레스'에 관한 일종의 탐구서 같은 책이다. 진화생물학과 스트레스라니, 한 번도 연관지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주제라 굉장히 신선한 접근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의 저자인 마들렌 치게는 석사학위를 마치고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베를린을 떠나 프랑크푸르트로 간다. 그곳에 사는 도시토끼를 연구할 생각이었다. 도심에서 야생토끼가 뛰어다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매우 신기했는데, 일명 굴토끼라고도 하는 유럽토끼가 프랑크푸르트의 도심 공원과 대학 캠퍼스 등 곳곳을 가득 채우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오페라하우스 앞 녹지에도, 고층 건물 사이 작은 공원에도, 연방은행 앞 잔디밭에도 깡충깡충 돌아다니는 실뭉치 같은 토끼가 보였다고 한다. 고층 건물 사이를 뛰어 다니는 야생토끼라니...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생명체처럼 보일 것 같다. 


문제는 야생토끼도 저렇게 행복하게 잘 지내는데, 정작 자신은 그렇지 못했다는 거다. 도시 생태를 연구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단 4년 만에 의욕과 젊은 패기를 모두 소진하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졌다고 한다. 이유가 뭐였을까. 저자는 도시로 이주해서 잘 적응하며 살고 있는 토끼들의 생태를 살펴보기로 한다. 도시의 동물 사냥꾼도, 시 공무원도 야생토끼들이 조용한 시골보다 스트레스 가득한 도심을 더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 토끼 현상에 숨은 비밀을 밝혀내기 위한 저자의 연구는 자연스럽게 '스트레스'와 '환경'의 문제로 연결된다. 세상에 스트레스 없는 환경은 없으며, 인간뿐 아니라 동식물과 미생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러한 스트레스에 대응해 나가는 저마다의 '스트레스 반응'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우리 인간을 위한 올바른 장소는 어디일까? 우리가 각자 최적의 삶을 산다면 어떨까? 우리가 행복하고 자신에게 적합하다고 느끼는 바로 그곳이 우리 자리다. 우리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곳. 각자의 능력으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는 곳. 행복하고 만족감을 누리는 사람은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고, 다른 생명체에도 이로운 풍요를 만들며, 정원을 조성하고 나무를 심고 꽃밭에 씨를 뿌린다. 나는 프랑크푸르트 생활에 에너지를 엄청 쏟아부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내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p.201


사실 책의 표지 이미지도 그렇고, 제목도 그렇고 진화와 자연 생태를 다루는 내용일 거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스트레스'에 대해 진화생물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낯설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원서 출판 당시 출판사에서 스트레스라는 단어에 부정적 의미가 담겨있으니, 제목에서 지워달라고 요청했다는 거였다. 그들이 제안한 제목은 '동물과 식물의 회복 탄력성'이었는데, 저자는 그때껏 회복 탄력성이라는 용어를 거의 들어보지 못했던 거다. 회복 탄력성이란 스트레스 요인이 누군가에게 침입하지 못하고 튕겨 나올 때 심리학에서 부르는 용어이다. 원리는 용수철과도 같아서 회복 탄력성이 있는 사람은 외부의 어떤 시련이 있더라도 오뚝이처럼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생물학에도 회복 탄력성이 있다고 말이다. 어떠한 개체자 종이 스트레스 요인 속에서도 계속 살아가는 능력을 회복 탄력성으로 본다면, 식물을 비롯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는 회복 탄력성이 있다는 것이다. 


스트레스와 회복 탄력성 등 자기 계발서에서나 만나던 단어들을 생물학적으로 탐구하는 것은 그 어디서도 만나볼 수 없는 관점이 아닐까 싶다. 동물과 식물, 미생물 등 모든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하며 매일 극적으로 변화하는 자연 생태계에 맞춰 자신을 바꾸고 더 나은 내일로 향해 나아간다. 매일 하루를 살아내는 힘이야말로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회복 탄력성인 것이다. 스트레스가 없는 삶이란 불가능할 것이다. 살이 어디로 흐르든, 언제나 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변화의 길잡이로 이해하고, 새로운 스트레스 요인에 잘 대처하고 그 안에서 성장할 수 있어야, 삶이 계속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달팽이나 식물처럼 언뜻 단순해 보이는 유기체 조차 스트레스에 매우 창의적으로 반응하며 적합성을 회복한다는 것을 배워보자. 생명체의 놀라운 스트레스 반응과 적응 능력을 통해 오늘 하루를 이겨낼 수 있는 노하우를 얻고, 우리 인생의 다음 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내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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