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어루만지는 마을, 무월리撫月里 뜰에서 달을 맞이한다. 보름 하루 지난 밤 정월달이다. 눈을 품은 구름이 달을 가려 눈맞춤하지 못한 정월대보름달의 아쉬움을 이렇게 달랜다.


"처음엔 망설였어요
손톱만큼만 보여드릴까 해서요
하지만
내 마음 감출 수 없어
그리움 가득 담아
하늘 깊숙이 매달아 놓았어요

당신 가슴 한구석 어둠을 위해
보름사리 때까지"


*송문정의 시 '보름달'이다. 달에 담긴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내보이고야 만다. 그리움이야 내놓는다고 더 깊어질리야 없다. 무너지는 가슴 속 채워질리도 없다. 그리움 쌓이고 쌓여 그 무게로 주저앉을 날이 올때까지 달이 차오르기를 반복하듯 그렇게.


방심하다 나도 '보름달' 될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칠엽수'
잎떨군 큰키나무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다. 특히, 생활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무가 아니라면 더 어렵다. 그래서 이름표 달고 있는 나무를 만나면 더 반갑게 만난다.


이 칠엽수라는 나무도 마찬가지다. 도로 중앙 인공섬이나 휴양림 등지에서나 겨우 볼 수 있는 나무다. 낙엽이 다 져버리고 긴 겨울동안 새싹을 내밀 준비를 하고 있다. 가지끝에 겨울눈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칠엽수라는 이름은 긴 잎자루 끝에는 손바닥을 펼쳐 놓은 것처럼 일곱 개의 잎이 달리므로 '칠엽수'라는 이름이 생겼다.


꽃은 5~6월에 가지 끝에 모여 달리며, 붉은빛을 띠는 흰색이다. 열매는 둥근모양이며, 3개로 갈라진다. 타닌을 제거한 열매는 식용한다.


한국에는 외국에서 들어온 서양칠엽수와 칠엽수를 공원수나 정원수로 심고 있는데, 서양칠엽수를 흔히 프랑스에서 부르던 이름 그대로 마로니에라고 부르기도 한다. 흔히 마로니에로 부르는 이 나무가 들어온 것은 20세기 초 네덜란드 공사가 고종에게 선물한 것을 덕수궁 뒤편에 심은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눈물속에 봄 비가 흘러 내리듯/임자 잃은 술잔에 어리는 그 얼굴/아 청춘도 사랑도 다 마셔 버렸네/그 길에 마로니에 잎이 지던 날..../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라는 노래로 친근한 나무는 서양칠엽수를 말한다. '사치스러움', '낭만', '정열'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탐매探梅' 5 
뒷산을 넘어온 바람과 함께 소록소록 함박눈이 내린다. 반가운 눈이기에 뒷산을 봐야하지만 시선은 한사코 앞산 자락을 넘나든다. 고대하던 설중매雪中梅 피었기에 매향을 탐하는 마음에 일은 손을 떠난지 이미 오래라 눈 앞에 어른거리는 매향을 쫒아 기어이 길을 나선다. 

"당신 그리는 마음 그림자
아무 곳에나 내릴 수 없어
눈 위에 피었습니다

꽃피라고
마음 흔들어 주었으니
당신인가요

흔들리는 
마음마저 보여주었으니
사랑인가요

보세요
제 향기도 당신 닮아
둥그렇게 휘었습니다"

*함민복의 시 '달과 설중매'다. 매화를 탐하는 마음을 이렇게 달콤하고 애절하게 노래한 이가 또 있을까.

조선 사람 강희안은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매화를 화목 9등품 중 1품으로 분류해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이라 했다. 옛사람들이 눈길에 길을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꽃을 탐하는 마음에 어찌의 선비의 고상함만 있었을까.

"당신 그리는 마음 그림자 아무 곳에나 내릴 수 없어 눈 위에 피었습니다"

설중매의 향기는 눈바람도 거스를 수 없다는듯 속절없이 가슴으로 파고든다. 아, 어쩌란 말이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단풍취'
동악산 8부능선 언저리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그후론 가끔씩 눈에 띄는가 싶더니 익숙해지니 자주 보인다. 무엇이든 그렇게 품으로 파고들었던 것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회문산 마른 겨울숲에서 잎이 지고 난 후 다른 모습으로 만났다.


여름에 피는 꽃보다 잎에 주목하는 식물이다. 잎이 단풍나무 잎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져 단풍나무와 비슷한 취나물이라고 해서 '단풍취'라고 한다. 꽃은 무더운 여름 줄기따라 하얀색으로 피고 열매는 10월에 열리고 갓털이 있어 바람을 타고 퍼진다.


봄에 어린순을 데쳐서 된장이나 간장, 고추장에 무쳐 먹거나 묵나물로 먹는다. 향기로우면서도 매운 맛이 나는 잎을 쌈싸 먹기도 한다.


괴발딱취, 장이나물로도 부르는 단풍취는 '순진', '감사'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꽃밭 속의 생각'
-문일평, 태학사

문일평文一平(1888~1939)은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이며 민족주의 사학자로, 호는 호암湖岩이다. 교육 활동과 일제 강점기 조선의 고서적, 역사에 대한 연구 등을 하였다. 그는 정인보, 안재홍과 함께 1930년대 조선학 운동을 주도한 역사학자이기도 하다.

이 책은 문일평 선생의 '화하만필花下漫筆'과 '사상史上에 나타난 꽃 이야기'를 정민 선생이 꽃에 따라 새롭게 배열하고 현대인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엮은 책이다.

"매화, 배꽃, 진달래, 철쭉, 영산홍, 동백, 해당화, 살구꽃, 복사꽃, 장미, 작약, 연꽃, 나리꽃, 봉선화, 도라지꽃, 할미꽃, 박꽃, 접시꽃, 앵도화, 백일홍, 무궁화, 목련화, 사계화, 맨드라미, 능소화, 난화, 난초, 편화, 제비꽃, 모란꽃, 서향화, 치자, 해바라기, 수선화, 옥잠화, 금전화, 패랭이꽃, 추해당, 수구화, 양귀비, 국화, 나팔꽃"

위와같이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꽃에 대해 그 연원을 밝시고 꽃을 노래한 시와 시조 등을 중심으로 꽃의 이야기를 펼쳐간다. 그냥 보고 지나치는 꽃이 아니라 사람의 일상의 주변에 있으며 그 꽃을 바라보는 사람의 감정과 의지를 담은 문한작품을 함께 만날 수 있다.

곧 꽃 피는 봄이 시작된다. 그 꽃은 평범한 일상에 마음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문일평의 글 맛과 함께 꽃이 전하는 향기를 누려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