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같은 바다다. 구강포를 흘러온 땅의 기운이 대양으로 향한 긴 여행을 위해 마지막 숨을 고른다. 몰아쉬던 숨을 천천히 내뱉고 속도를 줄이고 품마져 넓혀 침잠하기에 제격인 곳이다.
아침과 저녁의 노을이 다르지 않고, 달빛이 부서지는 밤바다의 울렁거림으로 각인되었던 바다는 그후로 내게 더이상 바다가 아니라 달을 품은 호수다. 어느때 무슨 마음으로 찾아오든 포근히 안아주는 벗이다.
초하루의 분주함을 내려 놓으니 깊어가는 밤의 적막을 깨우는 등대의 숨소리 조차 삼킨듯 고요가 깊다.
호수같은 바다 마량항, 그곳에서 비로소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