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나무'
가녀려보이는 가지에 맑고눈부신 하얀꽃이 필때면 곁에 머물러 향기에 눈맞 춤한다. 봄에 하얗게 무리지어 피는 꽃이 보기에 좋아 가꾸고 싶은 나무이기도 하다.


꽃과 향기도 좋아 주목하지만 독특한 모양의 열매가 있어 꽃이 진 이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열매는 부풀어오른 반원형으로 윗부분이 2갈래로 갈라진다.


입춘 맞이 산행에서 수령이 오래되어 보이는 고추나무를 만났다. 꽃피는 때 다시가서 꽃그늘과 그 향기에 취해보리라.


잎이나는 모양과 꽃이 고추의 잎과 꽃을 닮아서 붙여진 우리말 이름이다. '한', '의혹', '미신'이라는 꽃말을 가졌다고 하나 유래를 짐작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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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매探梅' 3
정월 초하루 매화향기를 찾아 나선다. 납월홍매 피었을 그곳 금둔사가 지척이다. 볕은 이미 무르익은 봄볕을 닮았고 하늘이 푸른빛이 아득하다.

납월매臘月梅

찬 서리 고운 자태 사방을 비춰 
뜰 가 앞선 봄을 섣달에 차지했네 

*신라인 최광유가 지은 납월매의 일부다. 납월은 음력 섣달을 부르는 이름이니 꽃을 보고자하는 급한마음을 알아 한겨울에 피는 매화를 일컬어 납월매라 부른다.

봄보다 먼저 핀 꽃의 속내가 붉다. 애달픈 가슴앓이로 서둘러 피려는 마음이니 붉지 않을리가 없다. 감추지 못하는 마음이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수줍게 비치는 것은 그 단순함에 있을 것이다. 꽃그늘 기다리기엔 한참을 기다려야하지만 몇송이 이르게 핀 꽃으로 향기가 그늘을 채우고도 남는다.

납월홍매의 그 붉은 향기 흠향歆饗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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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立春'
거친 숨 몰아쉬며 바위끝에 주저 앉은다. 고요ᆞ정적, 막혔던 가슴이 터지며 시원함이 심장으로 깊숙히 파고든다. 그러나 시원함을 음미하는 것은 언제나 가슴보다 눈이 먼저다. 아스라히 먼 산은 구름다리를 놓고 건너오라는 듯 미소 짓는다. 마음 같아선 몇걸음이면 닿겠다. 날개를 잃어버린 이들이 여기서 비로소 다시 꿈을 꾼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대문에 붙이지 못한 춘방春榜을 가슴에 담는다.

만덕산 할미봉에 올라 남서쪽을 바라보며 동에서 백아산, 모후산, 무등산, 병풍산, 용구산, 삼인산, 추월산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반겨 손짓한다.

아직 깨어나지 못한 바람이 붙잡아둔 구름 사이로 땅의 봄맞이와 눈맞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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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매探梅' 2

크고 작은 가지마다 휘도록 눈이 쌓였건만
따뜻함을 알아차려 차례대로 피어나네
옥골玉骨의 곧은 혼은 비록 말이 없어도
남쪽 가지 봄뜻 알고 먼저 꽃망울 틔우네

*매월당梅月堂 김시습의 시 탐매探梅 중 한 수다. 탐매의 시작은 눈쌓인 길을 떠나 남쪽으로 길을 나서면서부터다. 

봄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눈쌓인 추위에 매화를 찾아 그 아름다움과 맑은 향기를 즐기는 것을 탐매探梅 또는 심매尋梅라 하고, 봄기운이 더 완연해진 후 만발한 매화를 찾아 감상하는 것은 관매觀梅 또는 상매賞梅라 했다.

하여, 관매觀梅나 상매賞梅는 이미 그 맑은 기운을 잃어버린 후이고 더욱 인파 속 묻혀버린 매화는 향기마져 흐트러져버린 까닭에 그 맛과 멋이 덜하다. 물론 이 또한 다 취향이니 더 무엇을 이르랴.

무릇, 매화를 보고자 함은 추위 속에서 그 향기 더욱 맑고 그윽해지는 탐매探梅가 제격이다. 

남쪽 가지 봄뜻 알고 먼저 꽃망울 틔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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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02-04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정기 등산길... 매화가 피었더군요... 전 매화를 정말 좋아한답니다... 특히 고매... ^^

무진無盡 2017-02-05 13:37   좋아요 0 | URL
이제 때 되었으니 꽃과 향기 많이 누리세요~^^
 

여천무극與天無極 하늘과 더불어 끝이 없도록

세상에 변치 않는 것이 어디에 있나.
믿었던 사람들 돌아보면 곁에 없고,
앞에서 웃던 이들 돌아서서 나를 헐뜯는다.
마음 다칠 것 없다.
아득한 그때에도 저 하늘이 저리 푸르렀듯이,
늘 푸른 마음으로 살고 싶다.

*정민 교수의 '와당의 표정'에 나오는 글과 사진이다. 2천 년 전에 사람들을 품었던 집의 기와지붕 끝자락에 걸쳐있던 수막새인 와당에 세겨진 길상문이다.

땅에 묻혔다가 다시 햇볕아래 얼굴을 내밀었다. 무엇을 전하고 싶었기에 그토록 긴 잠에서 깨어났을까. 눈 뜬 세상이라고 깨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하는 나이가 되었다. 내뱉지 못하는 말이 가슴에 쌓이고 쌓여 넘치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으랴.

마음 다칠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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