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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 먼 산들이 모여 골을 이루고 그 사이사이를 안개가 드리웠다. 화순 백아산에서 남쪽을 바라본다. 그 품이 넉넉하고 아늑하다.

어쩌면 산에 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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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서재 책장을 둘러보는 사람들 중 조심스럽게 책을 빌려보기를 청하는 경우가 있다. 기꺼이 응하지만 돌아오리란 기대는 크지 않다. 그렇게 책을 빌려간 분이 책을 돌려주며 책 사이에 담아온 물건이다.

잘 다듬어진 나무의 결이 살아있다. 얇고 매끄럽고 단단하다. 가볍고 부드러워 손에 착 감겨든다.

하여, 책을 읽는 동안 손에서 떠나지 않은 놀잇감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다양한 책갈피를 만나봤지만 이렇게 마음이 가는 책갈피를 만난적이 없다.

완물상지玩物喪志라고 했던가. 쓸 데 없는 물건을 가지고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소중한 자기의 의지를 잃는다는 뜻이다. 상지喪志하지는 말자.

썩 마음에 드는 완물玩物 하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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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이나면서부터 꽃 피워 절정으로 살다 질 때까지 수고로움이 담겼기에 꽃 지고 말라버린 후 불에 타면서도 향기와 함께 한다.

다양한 종류의 국화와 구절초, 작약, 꽃범의꼬리 등 꽃이 지고 난 흔적을 정리하고 텃밭에서 태우고 다시 생명을 키울 땅으로 돌려보낸다. 게으른 이가 조그마한 뜰을 가꾸며 한 해를 마무리해가는 일 중 하나다.

지고난 꽃 태우니 꽃향기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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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는 일'
부드럽다. 막 피어나는 꽃처럼 은근함이 베어난다. 무심하게 바라보는 표정이 애써 마음낸들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는듯 천진난만이다. 허나, 가슴에 박아둔 커다란 멍애는 무엇이란 말이냐.

대상에서 형상을 불러내 눈앞에 세우는 것, 이것은 바라보는 이의 마음자리가 드러나는 일이며, 자르고 깎고 다듬는 손길이 시간을 겹으로 쌓아온 나무의 그것과 눈맞춤하는 일이다.

돌을 앞에 둔 석공은 돌 속에 감춰진 마음을 깨워 형상으로 나타낸다고들 한다. 나무를 만지는 목수 또한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될법한 말인가. 다 제 마음 속 간절함을 돌이나 나무에 투영시켜 형상으로 다듬어 내는 것이지.

사람과의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 마음 속 간절함을 상대에게서 찾고, 그렇게 찾은 그것을 깨워 함께 나누며 더 밝게 빛나도록 하는 것. 이것이 사람 관계의 근본일 것이다. 

저절로 피어나는 미소는 억지스러움을 넘어선 마음자리의 자연스러움이다. 간절함을 담아 나무를 다루었을 거친 손길과 서툰 마음이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화가는 그림으로 작가는 글로 음악가는 곡과 연주로 자신의 본래 마음자리와 만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으로 나를 마주할 것인가. 어슴푸레 나무조각의 번지는 미소를 통해 짐작만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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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궁기'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꽃을 볼 수 없는 겨울철 꽃을 보고 싶은 마음의 한 표현이리라. 여전히 습관적으로 꽃을 찾던 버릇이 남아 어디를 가던지 두리번 거린다. 

휴대폰 갤러리 사진을 뒤적이고, 식물사전을 보며 눈공부도 하며, 햇살드는 언덕을 찾아가고, 그래도 채워지지 않은 꽃에 대한 갈증을 해결할 길이 없다. 하여, 꽃궁기에 허덕이는 이들끼리 그 마음을 다독이며 서로를 위로한다.

꽃이 없으니 꽃진자리를 서성인다. 열매를 보고 수피를 만지고 봄을 준비하는 꽃눈에 눈맞춤 한다. 그 사이 계절이 수상하여 서리꽃이나 눈꽃도 만나기 힘든 시기를 건너는 길을 묻는다.

눈길을 헤치고 탐매探梅의 길을 나선 옛 사람들의 마음을 알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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