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若將除去無非草 약장제거무비초
好取看來總是花 호취간래총시화

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지만
두고 보자니 모두가 꽃이더라


*송대의 유학자이자 사상가인 주자朱子의 글이다.

제 눈에 안경이고 내 안에 담긴 색으로 세상이 보인다고 한다. 그러니 무엇 하나라도 내 마음 먹기에 따라 달리 다가오기 마련이다. 특별한 조건이 아닌 이상 애써 부정적인 시각으로 자신 스스로를 아프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우선, 나 스스로가 나를 따뜻한 가슴으로 품자.

사소한 말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내게로 왔다. 신 맛과는 멀리하고 되도록이면 맛보기도 싫어한다고 했더니 달콤함이 가득한 차를 나눠준다. 어찌 고맙지 않을까. 겨울 한복판에서 아침 저녁 그 고마운 마음을 마신다.


"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지만
두고 보자니 모두가 꽃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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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은 거부하지만 밖은 봐야 한다. 이 모순이 만들어낸 틈이 있어 숨을 쉴 수 있다. 산을 올라 돌을 쌓고 스스로를 가두어 살 수 있는 시공간을 확보하는 일이지만 완벽한 단절은 아니다.


바람끝이 사나운 겨울날이다. 겨울바람 특유의 매운맛을 흉내는 내지만 아직은 그 맛은 덜하다. 이제야 비로소 겨울답다. 바람이 부니 무거운 구름이 자리를 비켜주고 그 틈에 햇볕은 얼굴을 내밀고 마알간 하늘이 웃는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사람이 속한 사회적 관계나 그 관계를 이어가는 스스로가 자신과 상대를 위해 틈을 만들고 그 틈을 유지시켜 줘야 한다.


어디에도 틈은 있고 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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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고 비오던 비가 멈추었다. 구름 사이로 붉은 속내를 가진 햇살이 스며든다. 겨울이 시피봤다고 성깔을 드러내려는지 바람끝이 사납다.

구름 속 피어나는 밝음으로 오늘 하루 그대의 가슴이 온기로 가득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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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데서 바람 불어 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굳이 정호승의 '풍경 달다'라는 시를 떠올리지 않아도 좋다. 깊어가는 밤, 타박했던 겨울비 그치고 이내 바람이 분다. 서재 처마끝에 달린 풍경이 바람따라 흔들거리며 맑고 청아한 소리로 부른다. 혹 그믐달 비출까 싶어 격자문 열고 토방을 내려서는 찰라 쨍그랑 한번 더 풍경 소리 들린다. 서둘러 서툰마음에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경종을 울리나 보다. 별 두개뿐인 하늘 한번 처다보고 쫒기듯이 격자문 걸어닫고 이내 방으로 들어왔다.

가물거리는 꿈 속 인듯 가만히 풍경 소리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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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에 하루를 지우고 
그 자리에 
그대 생각 넣을 수 있어 
비 오는 날 저녁을 좋아합니다 
그리움 담고사는 나는... "


*윤보영 시인의 '가슴에 내리는 비'라는 시의 일부다. 이 시는 "내리는 비에는/옷이 젖지만/쏟아지는 그리움에는/마음이 젖는군요/벗을 수도 없고/말릴 수도 없고"라며 처절하게 열어간다. 그리움에 젖지도 못하는 마음이 내리는 비에 기대어 나도 모르게 이끌려 가고만다. 시의 힘인지 비의 끌림인지도 분간할 수 없다.


스스로 진 멍에가 버겁고, 겨울이 겨울답지 않아서 더 무거운 시기를 건넌다. 코끝이 시큰할 정도로 추워서 억지로 마알개진 정신으로 건너야할 이 겨울에 봄날 아지랑이처럼 몽개몽개 피어나는 비라니 도대체 어쩌자고 이럴까 싶다.


비로 내려 가벼워진 구름이 산을 넘어와 안개로 변하더니 헐거워진 옷깃 사이로 자꾸만 파고 든다. 속절없이 당할 판이다. 별수없이 옷깃을 여미고 마음깃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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