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식인의 죽음 - 김질락 옥중수기
김질락 지음 / 행림서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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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이 무너졌을 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의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물음의 근저엔 사람마다 다른 그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나 사회적 환경,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다름이 아니라 한 사람을 오롯이 그 사람이게 만드는 그 무엇에 대한 물음일 것이다. 역사의 변화무쌍한 변화에도 굴하지 않고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자신이 믿고 지향하던 삶을 목숨과 바꿔서라도 잃지 않았던 사람들을 기억한다. 우리는 그들의 삶 속에서 그토록 믿고 싶었던 사람의 신뢰를 보고자 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많지 않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지만 스스로를 배신하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역사는 그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며 다만, 옳지 못한 사례의 교훈으로 삼는 것이리라. 

한국전쟁 후 우리나라 1960년대는 극히 혼란스러운 시대였다. 그 혼란은 국민들의 실생활이 피폐하여 살기 힘든 것만이 아니라 민족의 장래를 두고 치열한 사상적 투쟁을 벌려나가는 시기이기도 했다. 좌우 이념대립이 극에 달하여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일도, 민족의 운명을 결정지을 통일에 대한 염원에 대해서도 안개 속에 빠져들던 그런 때였다. 그런 시대 민족의 앞날을 열어갈 희망으로 지하투쟁을 벌였던 세력들 중에 ‘통일혁명당’ 사건이 있었고 그 사건은 세간의 관심을 받다가 이내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통일혁명당’은 미제국주의 식민지 통치의 철폐와 자주적 민주정부의 수립, 파쇼독재체제의 소탕과 사회정치 생활에서 민주주의의 실현, 농어촌 세기적 낙후성과 빈곤의 일소 등 12개조의 강령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을 결성한다. 북과의 관계를 북한의 중앙당과는 형제당이라 설정하고 남한혁명은 남한 인민 자신의 힘으로 해야 한다는 자주노선을 택했다. 주요활동으로는 ‘청맥’지를 발간하고 학사주점을 중심으로 동조세력을 모으고 하부조직을 구성하였다. 통일혁명당 중앙 간부였던 김질락과 이문규는 1967년(5월 5일~5월 28일)에 목포를 거쳐 서해를 통해 월북하여 평양의 주암산 안거에서 약 20일간 머물면서 노동당에 입당하고 교양을 받았다. 주요 인물로는 김종태, 김질락, 이문규, 이진영, 신영복 등이며 김종태와 이문규, 김질락 등은 사형이 집행되었다. 

지식인은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와 떨어질 수 없다. 그것도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고 살아서는 지식인이라 마f할 수 없는 것이다. 한때 시대의 사명을 자신의 삶과 동일시하며 치열한 삶을 살았던 지식인이 그 길을 걸었던 자신의 삶을 부정한다는 것은 분명 지식인의 삶을 포기한다는 것이리라. 그 순간 그가 걸어왔던 길은 분명하게 후회가 따른다는 것은 자명하다. 무슨 말로 자신의 삶을 후회하던 그 후회 속에서 사람들이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 

이 책 ‘어느 지식인의 죽음’은 사형이 집행된 김질락의 옥중수기로 1991년 발행되었던 것을 재발간한 책이다. ‘비록 그때로부터 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옥중에서 처절한 후회로 써내려간 저자의 절절한 고백록을 읽게 될 지금의 독자들도 시대를 잘못 읽어간 한 젊은 지식인의 삶과 죽음에 먹먹하고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재발간한 의도가 분명한 것이다. 변절한 지식인의 모습 속에서 무엇을 봐야 하는지, 이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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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위한 물리학 - 10년 후 세계를 움직일 5가지 과학 코드
리처드 뮬러 지음, 장종훈 옮김 / 살림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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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알고 있는 사실이 가져오는 불안과 공포
현대사회의 물질적 풍요로움은 과학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그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 혜택은 과학적 상식이 그리 많지 않은 일반인들로써는 상상을 초월한 결과를 가져오는 그것이 현실의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이러한 물질문명의 혜택을 일상적으로 누리는 일반인으로써는 그 놀라운 일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또 그러한 과학적 원리들을 다 알고 있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나마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상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과학적 원리에 접근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과학적 원리를 다 알지 못해도 된다는 위안을 넘어 잘못알고 있는 사실이 주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일은 과학적 원리의 이해정도를 넘어 정치적인 이해요구와 결부되어 알 수 없는 미궁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일이 사회적 반향을 불러오는 커다란 사건과 관계가 있거나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인 지구의 운명을 결정지을만한 일일 경우라면 어떨까? 알 필요 없는 것이며 전문적인 학자들의 손에만 맡겨야 하는 것이 맞는 일일까? 지구는 인류라는 생명체를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의 운명공동체라는 것이 이제는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일반적인 생각이 되었다. 그렇기에 공동체 일원으로써 지구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일에 일정한 정도의 역할은 불가피한 일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기, 인류가 해결해야할 당면한 공통의 문제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10년 후 세계를 움직일 5가지 과학코드라는 부제를 단 책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은 바로 그런 문제에 대해 우리의 상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리처드 뮬러가 선정한 과학코드에는 테러, 에너지, 원자력, 우주, 지구 온난화가 있다. 이들 문제는 모두 한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문제를 넘어서 인류 공동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들이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우리가 사실로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정확한 사실에 기초하고 있는지, 또한 그것들이 지구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지을만한 것인지, 혹 국가의 미래를 결정지을 정책 결정자들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다른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현실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노벨평화상 수상자 버락 오마바와 관련된 지구 온난화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방사능에 대한 불안 등에 대해 저자의 시각은 우리의 상식과는 다소 어긋나는 것으로 보여 진다. 아마도 우리가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잘못된 것이리라. 이렇게 된 배경에 대해 저자의 이야기는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고 보여 진다. 이렇게 잘못된 사실이 일반상식으로 통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가 무엇이든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불안이 공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에서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이미, 지구 온난화, 남극의 오존층 구멍 등의 문제는 환경론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 원자력발전소의 문제는 방사능 유출을 넘어 인류가 사용하는 연료에 대한 모색을 하지 않으면 풀리지 않을 문제다. 이처럼 한 개인이나 한 국가의 문제는 더 이상 그렇게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지구의 운명과 직결되기에 이는 곧바로 정치적 문제로 쟁점화 되며 해결하기 까다로운 다양한 요인과 결합된다.  

고도의 과학적 원리, 물리학적 법칙을 드러내면서도 수식이나 원리에 억매이지 않고도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의 제목처럼 국가적 중요 정책 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많은 요소들 속에서 미래의 지도자들이 알고 있어야할 물리학적 법칙의 이해정도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우리는 지난 ‘천안함 사건’을 통해 익히 경험하였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되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묻히고 있다. 과학적 원리와 배척되는 어떠한 결정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결부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경험한 그동안의 정치적 사건들에 대한 정책결정의 과정을 살펴보면 짐작이 간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의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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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서재 - 한국의 젊은 지성 100명과 함께 읽는 우리 시대의 명저 철학자의 서재 1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음, 프레시안 기획 / 알렙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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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현실의 문제에 해답을 제시하다
현대인들의 삶은 버겁다. 진학, 육아, 가사, 인간관계, 사회적 지위, 경제, 직업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문제들에 직면하며 무엇을 어떻게 보고 살아가야 하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을 때가 많다. 더구나 이런 개인적인 문제라고 여겨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그렇다 치더라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개인의 가치와 사회적 정의의 실현 사이의 갈등에 임하는 사람들의 혼란스러움도 크게 한 몫 한다.  

이러한 현상은 어제, 오늘에 국한된 일은 아니다. 인류의 역사와 맥을 같이하며 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관계 맺으며 사람들을 괴롭혀 온 문제이기도 하다. 인류가 살아온 각 시대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답을 찾아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노력을 경주했다. 대표적인 것이 철학자나 사상가들일 것이다. 하여, 그들의 노력에 의해 시대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하도 그와 비슷한 논의를 모아가기도 했다. 그 중심에 철학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이러한 철학자들의 노력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소위 학문이라고 하는 고유의 영역이라는 범주에 스스로를 가둬두고 때론 안주하며 그들만의 영역을 지키기에 급급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그리하여 진지하게 삶을 꾸려가는 동안 현실의 벽에 막혀 절망하고 낙담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의 외침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학문의 시작은 무엇일까? 그것은 질문으로부터 시작할 것이다. 그 질문의 출발은 사람들의 구체적인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야 한다.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방해하거나 억압하는 다양한 요인들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성찰하며 그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거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공감하며 함께 껴안을 수 있어야 진정한 학문의 의미를 다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젊은 철학자들이 모여 역사, 문학, 여성, 환경,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로 시야를 확대하고 현실과 결합된 의미 있는 문제들을 통해 철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자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주목된다. 이 단체는 1989년 ‘철학을 기반으로 한 연구자들의 자기 성찰과 실천적 모색을 통해 철학의 대중화를 지향하며, ‘이념’과 ‘세대’를 아우르는 진보적 철학의 문제를 고민하며, 좁은 아카데미즘에 빠지지 않고 현실과 결합된 의미 있는 문제들을 통해 철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자 한다. 전국에 걸쳐 300여 명의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시대와 철학’이라는 학술서를 발간하고 있다. 그간 ‘한국철학사상연구회’의 이름으로 펴낸 책으로는 ‘철학 대사전’, ‘인간의 철학적 이해’, ‘삶, 사회 그리고 과학’, ‘철학의 명저20’, ‘삶과 철학’, ‘논쟁으로 보는 한국 철학’, ‘이야기 한국 철학’, ‘지식의 바다에서 헤엄치기’, ‘철학, 문화를 읽다’, ‘철학, 삶을 묻다’ 등 다수가 있다. 

한국의 젊은 지성 100명과 함께 읽는 우리 시대의 명저라는 부제를 단 이 책 ‘철학자의 서재’ 역시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들이 ‘관점이 있는 뉴스’를 지향하는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올린 서평을 모아 발간한 책이다. 동서고전을 비롯한 우리시대에 출간된 책에서 107권을 선정하고 100명이 참여하여 900페이지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이들 책을 총 열 가지 주제로 분류하고 회원들의 서평을 엮었다. 100권이 넘는 책을 한권에 모았다는 것도 관심이 가는 것이지만 무엇보다 이 책이 주목되는 이유는 철학자들의 시각이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에서 밝힌 발간 의도를 보면 ‘철학적 사고는 대안적 상상력이 뒷받침되어야 깊어진다는 점에서 시작되었다. 즉 철학 본연의 텍스트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텍스트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철학 고전만이 아닌, 역사, 문학, 여성, 환경, 과학, 예술의 고전을 포함하였다. 또 사회의 모순, 시대의 아픔을 직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면 동서와 고금도 가리지 않았다.’ 이런 관점으로 서평하는 텍스트에 메이지 않고 폭넓고 깊은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고 있다. 

107권의 이르는 책이 열 가지 주제로 분류되어 있지만 이 속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아찾기, 성찰, 비판, 소통, 연대, 전복 등으로 일정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즉,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현실과 자신의 삶에서 무엇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그렇게 찾아낸 원인들에 대해 어떤 방법을 통해 극복해 가야 하는지, 그 방법은 있는지 등에 대해 학자들의 솔직한 심정이 드러나고 있다. 그들이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현실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느끼는 것에 충실하다. 그들도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며 더욱, 철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훈련된 시각으로 사회의 모습이나 개인들의 생활을 직시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학문하는 사람들의 기본 정신으로 회귀가 반가운 것은 학문이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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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일본 속의 한국문화답사기
이윤옥.김영조 지음 / 바보새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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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보아야 할 일본 속 한국문화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나라와 사이가 불편하다는 것은 세계화가 대세인 오늘날의 정서로 본다고 해도 좋을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지금 당장 무력을 통해 이웃나라를 침범하는 것이 아니지만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오랫동안 양국의 사이는 민족 감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일이 일어났었고 현재도 벌어지고 있어 이는 지난 일만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이야기다. 이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의해 자행된 침략과 약탈이 우선적인 요인으로 볼 수 있지만 그 후 이에 대한 역사적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우리에게도 일정정도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야할 이웃나라이면서도 지속되는 불편한 감정은 어디로부터 시작된 것일까? 새로운 국제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당연함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양국 간의 해결되지 못했거나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는 양국의 국제관계에서 무엇을 우선적으로 살펴야 할까? 하여, 정상적인 국제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으로 귀결되어야 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굳이 학자나 전문가들의 특수한 학문적 영역이나 정치인들의 정치적 협상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이미 양국의 진보적인 지식인이나 국민들 사이에서는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그것은 과거의 일에 대해 솔직하고 진심이 담긴 인정과 반성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이 그것이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은 그 어떠한 관계도 지금 우리가 가지는 감정을 해소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한국과 일본의 민간차원에서 진행되고 있기에 그리 불투명한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의 기나긴 역사적 관계는 한반도가 일본열도에 미친 영향으로부터 시작된다. 일본의 역사서들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이 역사적 사실은 시대가 바뀌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왜곡되거나 은폐되고 말살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숨길 수 없는 사실은 아직 일본 내에 존재하는 한반도의 영향의 흔적일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양국 역사를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 이것으로부터 출발하여 양국이 다가오는 미래의 정상적인 국제관계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 내의 자발적 움직임이 중요한 일이다. 이웃나라를 무력으로 침략과 약탈을 지행했던 과거사를 인정하면서 반성과 그 책임을 다하려는 것이 우선인 것이다. 하지만, 이를 순리대로 진행되기만을 기다린다고 해서 되는 것 또한 아님을 알고 있다. 피해의 당사국인 우리의 적극적 활동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임을 그간의 역사는 증명해 주고 있다. 하여, 침략자 일본 내에 존재하는 침략과 약탈의 역사나 영향을 주었던 역사적 흔적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신 일본 속의 한국문화답사기’는 그런 시각에서 볼 때 대단히 의미 있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의미 있는 행보를 걷고 있는 이윤옥의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나 김영조의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와 같은 연구 활동이 주목받는 것이 바로 그러한 이유다. 잊혀져 가는 우리문화의 흔적이 더 사라지기 전에 현장을 확인하고 실태를 파악해 역사적으로 양국 간의 관계를 올바로 정립하는 일이 가지는 의미는 강조하지 않아도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일본 내 산재한 한국문화유적을 답사를 통해 올바른 역사이해를 이끌고 있는 활동에 박수와 격려를 보내는 마음을 보태고 싶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토와 도쿄 지역을 중심으로 살핀 것으로 모두 일본 내에 존재하는 한국문화의 흔적을 담았다. 저자들이 답사회원들과 발품을 팔아 살핀 곳들이다. 이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사람이나 지명들이 나오 긴 하지만 대부분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지명들이다. 고야신립, 하타, 후시미이나리대사, 기온마츠리, 하네코신사 등이 그것이다. 이들 모두가 백제나 신라 그리고 고구려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나 그 사람들의 흔적이 있는 곳들이다. 그나마 미륵보살반가상이나 왕인박사, 윤동주, 정지용, 이봉창, 김지섭 등은 친숙한 이름들이어서 다행이다.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찾아 나선 답사 일행들은 한결같이 무거운 발걸음이다. 그것은 이미 사라졌거나 일본정부가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있는 장소들이며 그 의도가 심해 불손해 보이기 때문이다. 머리말에서 밝힌 “앞으로 일본 여행을 떠나실 분, 그리고 다녀왔지만 그곳이 어떤 곳이었는지를 뒤돌아보고 새로운 여행을 꿈꾸는 분” 들에게도 유익한 책이겠지만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 관심이 있거나 양국의 관계를 올바로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대단히 유익한 정보를 담고 있어 누구나 읽어볼 책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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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인생론 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33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지음, 사지원 옮김 / 홍신문화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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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라보는 쇼펜하우어의 시각
좀처럼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다. 인류의 철학사나 사상사의 모든 결과물이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데 그 사색의 결과는 어디로 갔을까?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에 남아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다. 수천 년 전을 살았던 사람들의 고민이나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민에 별다른 진전이 없어 보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세상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변한 것도 없는데도 말이다. 

흔히들 염세주의자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사고의 구체적 내용을 알기 전에 우선 그를 분류하는 교과서를 통해 알게 된 것이 거의 전부가 아닐까 싶다. 그를 대표하는 염세주의는 무엇일까? 염세주의는 비관주의 또는 페시미즘(pessimism)이라고도 하며, 세계는 원래 불합리하여 비애로 가득찬 것으로서 행복이나 희열도 덧없는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세계관이라고 한다. 이렇게 본다면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사고의 핵심이 무엇일까 하는 점에 다가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는 1788년 폴란드의 사업가인 아버지와 작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당시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이를 바탕으로 평생 철학과 저술활동에 몰두할 수 있었다. 독일 괴팅겐 대학에서 자연과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는 헤겔을 중심으로 하는 독일 관념론이 철학적 사주로 맹위를 떨치던 19세기 초반이었다. 칸트의 인식론과 플라톤의 이데아론, 인도 베단타 철학의 범신론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쇼펜하우어의 사상은 독창적이었으며, 니체를 거쳐 생의 철학, 실존철학, 인간학 등에 영향을 미쳤다. 주요 저서로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1819년), ‘인생을 생각한다’(1851년), ‘의지의 자유에 대하여’, ‘독일 철학에 있어서의 우상 파괴’ 등이 있다. 

염세주의자라는 시각으로 쇼펜하우어를 본다면 어떨까?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길 기대해 본다. 크게 두 가지 분류로 나뉘어 있다. 자아, 처세, 나이 등을 통해 자아를 이야기하는 ‘인생의 예지를 위한 잠언’과 철학, 법과 정치, 죽음, 삶의 허무, 고뇌, 자살, 학자, 사색, 독서, 여성, 교육 등에 대한 철학적 사색의 결과를 담은 ‘철학적 소고’가 그것이다. 

염세주의를 세계는 원래 불합리하여 비애로 가득찬 것으로서 행복이나 희열도 덧없는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세계관이라 하기에 이 책 ‘쇼펜하우어 인생론’에서 느껴지는 색채는 그런 염세주의의 특유의 느낌과 더불어 그와는 상반되는 색채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의 삶에 대해 좌절이나 허무감을 대신하여 삶은 살아갈만한 희망을 찾을 수 있게 하는 느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쇼펜하우어가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기본적으로 자신의 내부의 힘을 믿고 그 힘에 의거하여 살아가야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물질적인 조건이나 사회적 환경에 매몰되어 자신의 내적 힘을 잃어버리지 않았을 때 행복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동양 철학의 핵심적인 내용과도 일맥상통하는 느낌이라 친근함마저 든다.  

하지만, 철학적 소고에 담고 있는 그의 이야기는 대단히 무겁다. 사회나 사람들의 삶을 살필 때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 부분이 함께 존재하는데 쇼펜하우어는 부정적 측면을 보다 강조하며 이를 극복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그의 글은 대단히 부정적인 느낌을 전해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 속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오히려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직 하나인 삶을 깨달아 인생의 참된 의미가 무엇일까에 대한 성찰을 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점이 ‘쇼펜하우어 인생론’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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