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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선생 지식경영법 - 전방위적 지식인 정약용의 치학治學 전략
정민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평점 :
18세기 보다 21세기에 더 빛나는 다산 학문
한 사람은 주로 한 가지 분야에서 기억된다. 특히, 역사적 인물 중에는 그가 남긴 다양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사실이 주목되어 그를 기억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수 천 년 우리역사에서 한 가지 분야에 특출한 업적을 남기고 그를 기억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다수다. 한글 세종, 측우기의 장영실, 화약 최남선 등과같이 기억되는 것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한 가지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기기도 어려운데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남긴 사람이 있다. 피폐해진 민생을 살리고 정치적 쇄신을 위해 정조가 활동하던 조선후기 사람으로 18년이 넘는 시간동안 유배생활을 했던 다산 정약용 같은 사람이다. 이 사람을 통해 역사는 천재가 있음을 알게 한다.
정약용(1762년(영조 38)∼1836년(헌종 2)은 조선후기 문신이며 실학자다. 그가 (1801년(순조 1))가 일어나 천주교도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거나 유배를 갔던 신유박해에 관련되어 그의 둘째형 정약전은 흑산도로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를 당한 것이다. 이 유배기간 동안 강진의 거처에서 학문을 닦고 재자들을 길렀으며 이를 통해 성장한 사람들과 다산학파를 이뤄 우리 역사에서 보기 드문 방대한 서적을 출간한다. 18년이 넘는 유배기간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와서도 그의 학문적 열정은 식지 않고 계속되어 당시 학자들 사이에 주목을 받았다. 주의 주요저서로는 매씨상서평, 상서고훈, 상례사전, 악서고존,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 등 총 500여권을 헤아린다.
하면, 정약용은 유배기간 동안 강진에서의 생활이 어떠했기에 여유당전서에 포함된 500여권에 이르는 방대한 서적을 출간할 수 있었을까? 정민의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은 바로 그 문제에 대해 주목한다. 정약용이 남긴 저서는 특정한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경전을 비롯하여 사람들이 살아가며 실제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정민은 바로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정약용의 학문하는 자세와 태도에 대해 주목한 것이다. 정민이 평하는 장약용은 한마디로 ‘통합적 인문학자’라 규정한다.
통합적 인문학자란 정약용의 저서를 분류하고 분석하면 경전을 연구한 경학자, 예론을 분석한 예학자, 목민관의 행동지침을 정리한 행정가, 아동교육의 실천적 대안을 만든 교육자이며 지난 역사의 맥을 찾을 줄 아는 역사가, 배다리와 유형거를 만든 토목공학자, 지리학자, 의학자, 법학자, 국어학자이며 시인 그리고 문예비평가로 이 모든 것은 실질적으로 정약요이 남긴 서적에 의해 관련된 항목을 찾아서 붙인 이름이다. 이렇기에 통합적 인문학자라고 한다는 것이다.
정민이 정약용의 수백 권에 이르는 방대한 서적을 살펴 그가 어떤 방법으로 그 많은 저술을 남길 수 있었는지 정약용의 공부법을 살펴 이 책에 수록했다고 한다. 정민 역시 정약용이 공부한 그 방법으로 체계를 세우고 초록을 하는 과정에서 현실에서도 매우 유용한 방법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해서 지식경영법이라 이름 붙인 것이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은 ‘다산치학 10강 50목 200결’이라는 일정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큰 줄기를 세우고 다섯 가지 방법론과 네 개의 소분류를 더해 정약용의 공부법의 핵심을 파악하고 그 방법을 공유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는 것이다. 정민은 이런 연구과정을 통해 다산의 삶과 학문이 가지는 핵심가치를 분류한다. 그것은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는 마음인 비민보세,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다는 간난불최, 실용을 우선하는 실사구시,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는 오득천조, 지금 여기의 가치를 다른 것에 우선한다는 조선중화 이 다섯이 그것이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이 다산의 편지글이다. 우선, 자식들에게 가족에게 닥친 어려움에도 굴하지 말고 스스로를 갈고 닦는 공부에 열중하라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내용과 다산이 연구하는 분야의 결과를 둘째 형이나 벗 그리고 당파를 불문하고 당대 학자들에게 검증하고자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 편지글을 통해 본 다산의 학문적 열의와 자신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굳은 믿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의 저자 정민은 이렇게 정약용의 공부법을 통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깨달음을 전해준다. 공부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등이다. 18세기를 살았던 사람의 삶이 21세기인 오늘날에도 충분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속에 진정한 공부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