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310, 28. 563.
2016년 한해 내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숫자다.


90.
읽고 리뷰를 쓴 책의 숫자다. 근 몇년 사이 처음으로 숫자 100를 넘지 못했다. 다시 회복해야할 숫자다. 여전히 관심사만 찾아 읽는 지독한 편식이지만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310.
좋아하는 식물을 만나 알아가며 느낀 감회를 공감하고자 사진을 찍고 식물이야기를 연재한 숫자다. 꽃과 열매를 구분하지 않아 중복된 이야기도 존재하지만 발품팔아 직접 눈맞춤한 식물들이기에 감회가 남다르다. 삶의 터전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서 만난 식물들이기에 더 정감이 간다. 새해에도 들꽃을 비롯한 식물여행은 계속된다.


28.
공연, 영화, 미술관 등을 찾아 호사를 누렸던 횟수다. 광주, 남원, 전주, 여수, 광양 등 전남북에 위치한 공간이 주를 이룬다. 사는 곳 인근의 공연장을 찾았던 이유다. 우리음악인 국악공연과 연주회가 주를 이루지만 이 역시 편식은 당분간 계속 될 것이다.


563.
꽃과 자연 풍경에 기대어 나 스스로를 되돌아봤던 흔적의 모음이 지나간 숫자다. 시작이야 어떻든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나의 내면과 눈맞춤은 계속될 것이다.


*올해 공연에서 마주한 처용의 모습이다. 신라시대의 설화에 나오는 기인를 형상화 했다. 그 처용에 부여한 벽사의 의미에 주목한다.


유사이래 다시없을 복잡한 한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로 맞이할 새해에 나와 내 이웃, 대한민국의 모든 이들의 안녕을 기원한다.


시작과 끝이 따로 있지 않다. 새로 맞이하는 시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뭇사람들과 어께를 기대어 함께 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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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백아산'
아직 남은 잔설이 반갑다. 홀로 걷는 산 속의 적막도 성근 나무가지 사이를 파고드는 햇살도 모두 남은 눈에 주목한다.


겨울 산을 찾는 것이 속살을 보여주는 시기라 민낮의 산과 마주할 기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떨구고 난 흔적이나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는 모두가 제 때에 제대로 
제 몫을 하는 것이기에 그곳에서 아름다움을 본다.


사람을 피해 서둘러 오른 산이지만 어느 사이 사람들의 요란스런 틈바구니에 끼었다. 백아산 정상(해발 817.6m)을 돌아 벼랑밑 양지바른 곳에 멈추고 햇볕과 만난다.


오늘 산엔 왜 올랐을까. 먼 산이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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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冬至'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어디 임 그리워하는 황진이黃眞伊 뿐이겠는가. 한 해 중 밤이 가장 긴 이 특별한 날을 그냥 보낼 수는 없었으리라.

하여, 벽사의 의미가 깃든 팥죽을 쑤어 먹었다. 팥의 붉은색으로 귀신을 내쫓고 또는 예방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또한, 긴밤을 무료하게 보내지 않기 위해 조상들은 추야장秋夜長 또는 동짓달 긴긴밤이라 해서 놀이 등을 통하여 긴밤을 보내기도 하였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세시풍속이지만, 어린시절 차가운 겨울밤 새알심이 든 동지죽을 동치미에 곁들여 먹던 그 추억을 더듬어 본다. 점심때 미처 함께하지 못했다면 저녁에라도 새알심 듬북 들어간 따뜻한 동지팥죽 챙겨보자.

하늘이 어두워지고 빗방울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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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사'

달하 노피곰 도드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데를 드디욜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 가논데 졈그랄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다시 '정읍사'를 읊어본다.
간절함이 지극정성으로 모여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꿈을 현실로 눈 앞에 펼쳐놓았다. 이제 그 힘을 바탕으로 가던길 더 굳세게 가야한다.

달하 노피곰 도드샤

나와 내이웃, 삶의 현장과 거리에서 가슴과 손에 촛불을 밝혔던 모든 이들의 머리 위에 다시금 높이 떠 환한게 비추시라. 먼길 가는 동안 맞잡은 손 더욱 굳게 잡고 모두가 같은 걸음으로 한 곳을 향해 가는 그 길에 함께 하시라.
하여, 역사를 세우고 다시 쓰는 그 일을 분명히 증명하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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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탄핵 가可, 한걸음 나아갔다. 
애썼다. 나와 내 이웃, 거리와 삶의 현장에서 촛불을 밝혔던 우리 스스로가 스스로를 토닥토닥 다독인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일이 아니다. 
다음 수순으로 굳건한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마주 잡은 손 더 굳게 잡고 태양보다 뜨거운 가슴으로 길 위에 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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