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악산'
"도림사-삼거리-동악산 정상-배넘이재-대장봉-도림사"


한두방울 떨어지는 비를 알고 시작한 산행이다. 초입 두꺼비가 길 안내자로 나선다. 비를 피할 도리가 없을 듯하다. 노각나무 꽃이 길을 밝혀준다.


숲에 들어서며 조금씩 굵어지는 빗방울이 오히려 시원한 발걸음을 이끈다. 동악산 정상으로 가는 오른쪽 길을 택해 걷는데 초입에 보이던 사람들은 한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다른 방향으로 갔나보다. 나도 밤나무, 때죽나무, 바위채송화, 노로발, 숙은노루오줌, 노각나무 꽃이 빗속을 걷는 동안 벗이다.


숨이 턱에까지 차오를 쯤 정상을 밟았다. 인적없이 오로지 내 것인양 두팔 벌려 심호흡 한다. 안개가 포근하다. 정상을 올랐으니 이제부터는 나들이 삼아 쉬엄쉬엄 걷는다. 배넘이재를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뜸하게 만나는 사람들의 인사가 반가울 즈음 배넘이재에서 점심을 먹고 대장봉, 형제봉을 향해 걷는 종종 조록싸리, 돌양지꽃, 옥잠난초가 반기고 비는 점점 거칠어 진다. 대장봉지나 더 이상 우중산행이 불가할듯 싶어 하산한다.


길 아닌 곳을 헤매며 불어나는 계곡물이 걱정이지만 여전히 병아리난초, 산수국, 물레나물, 망태버섯이 눈을 사로 잡는다. 겨우 등산로에 접어 들어서야 안심한다.


등산에 사죽을 못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등산로 없는 곳으로 들꽃보는 산행은 자주 한다. 4시간 30분, 비는 원없이 맞으며 우중산행의 맛과 멋을 만끽한 동악산 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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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6-07-04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다. 두꺼비도 실감납니다.

무진無盡 2016-07-04 21:32   좋아요 0 | URL
선행 도중 두번 만났습니다
 

무등산의 품에 안기다.
'산장-꼬막재-규봉암-장불재-입석대-서석대-무등산옛길2구간 시작점'


얼마만일까. 무등산의 품에서 살았다고 생각했는데ᆢ그 무등산의 품을 찾은지가 기억 저편 어딘가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그 무등산을 올랐다.


산장 부근 주차장 아래에서 숲으로 접어들자 마자 노각나무 꽃잎 떨어진채로 반긴다. 그 옆 산수국도 피었다. 이 방향으로 가면 꼬막재일텐데 생각하면서도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애둘러가는 먼 길을 택하고 만 것이다. 그래도 돌아설 마음은 없다.


가파르지 않은 길을 걷다보니 노루발이 고개를 쑥 내밀고 눈맞춤하자고 한다. 때죽나무 꽃길이 반기고 매미꽃 군락지도 만난다. 박쥐나무도 자주 보인다. 산수국 필 때가 어떨지 상상만으로 꽃길이다.


오늘 무등산 행을 결정했던 이유는 함박꽃나무를 보고자 한 것이다. 서석대 밑에 있다는 소리만 듣고 무작정 찾아나선 길인데 의외의 장소에서 만났다. 한 송이 보이더니 주변 여기저기 제법 많은 개체수를 확인했다. 높은 나무라 폰카로 담기엔 아쉬움이 많다.


규봉암 암자는 그 높이 있으면서도 공사장을 방불케 한다. 잠시 앉아 숨돌릴 틈도 허락하지 않아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 나온다. 여기 어디쯤에서 점심은 먹어야하는데 마땅한 자리가 없어 흔한 너덜바위 위에 주저앉아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장불재로 향한다.


사람들 소리가 시끌벅적하다. 장불재 고개마루가 사람들 발자국을 어찌 견디고 있을까? 서둘러 입석대로 올라가면서 시끄러움을 벗어났다. 완만한 경사로 오르막길을 그리 힘들지 않고 입석대 전망대에서 바위를 향해 두손 모으고 사람들 틈을 빠져나와 서석대로 오른다.


입석대를 지나면서부터 안개가 자욱해지면서 바람이 시원하다. 해발 1100m 서석대 정상에 서서 안개에 쌓인 천황봉을 물끄러미 바라보만 볼 뿐이다. 얼마만에 오른 서석대인가. 바위에 자리잡고서 한동안 멍한 상태로 앉아 있다.


이제 무등산옛길 2구간을 거꾸로 내려간다. 꿩의다리가 배웅이라도 하듯 눈맞춤하고 국수나무도 여전히 싱싱하다. 함박꽃나무는 서석대 오기 전에 실컷 봤으니 멀리서 눈인사만 하고 돌계단을 내려간다. 무등산 제철유적, 김덕령장군 유적, 원효계곡 시원지를 지나 산장으로 내려와 출발지였던 곳에 이르러 다시 노각나무의 몸통을 만지며 다음을 기약한다.


꽃과 눈맞춤하느라 7시간 걸렸다. 꼬막재로 방향을 잡은 것이 잘한 일이다. 애둘러 먼 길을 걸었기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꽃과 눈맞춤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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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6-06-1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 무등을 올랐을때... 그 전날 밤 눈이 내려 정말 환상적이었지요... 여름 무등을 한번 더 가까이 하고 싶어지는 글 입니다...^^
 

'봄비 속 숲 나들이'
조금은 아쉬운듯 내리는 봄비다. 그래서 다행이다. 숲을 향하는 발걸음을 막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비를 품은 숲이 전해주는 매력을 마음껏 누린다.


곡성 동악산, 악산이다. 가파르고 바위투성이 산이지만 생명과 사람의 마음까지 품은 그 숲은 넉넉하다. 옛사람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겨진 원효계곡에 들어선다.


봄비는 안개를 부르고 숲은 그 안개 속에 안겼다. 연분홍 진달래, 올해 처음 만나 색과 모양에서 반해버린 히어리를 여기서 다시보니 탄성이 절로난다. 남산제비는 단체로 원정왔고, 비자나무도 꽃을 피우고, 지난 초여름 계곡을 환하게 밝혔던 산수국도 새순을 내는 중이다. 알싸한 그리움의 노오란 생강나무 건재하다.


봄비 속에 길을 나선 이유는 다른데 있다. 바람난 여인이라는 얼레지를 만나기 위해서다. 며칠간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 가까운 곳 자생지 소식을 접하고 첫만남을 위한 발걸음인 것이다. 꽃잎을 뒤로 발라당 졌힌 화려한 사진 속 얼레지는 없었다. 봄비 탓이리라. 다소곳이 고개 숙여 햇볕 눈부신 날을 기다리는 얌전한 여인들만 무리지어 있다. 다행이다. 그 많은 여인들이 떼로 달려들지 않아서 말이다.


볕 좋은날 다시 찾아가 바람난 여인들을 떼로 만나리라. 난ᆢ봄바람난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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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봄이 여물어가는 숲에는 생명들의 환희로 아우성이다. 그 아우성은 자세를 낮추고 마음을 열어서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제 맛과 멋을 알 수 있는 사람들에게 자연이 들려주는 봄의 환상곡 그것이다. 누굴 보고 싶은건지 알고 가는 길에는 반가움이 더한다.


조금 흐린 하늘에 바람에 찬기운이 감도는 날씨다. 부족한 햇볕에 이른 봄꽃들이 얼굴을 보여줄 수 있을까? 불갑사 저수지를 왼쪽으로 끼고 숲으로 들어선다.


앙증맞고 귀여운 모양의 현호색들이 무리지어 반긴다. 여린 산자고도 고개를 내밀고 해를 맞이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계곡으로 들어서면서 흰털괭이눈과 연노랑 얼굴의 중의무릇, 점박이 개별꽃, 각종 현호색들이 계곡을 수놓고 있다.


연신 고개를 흔드는 조그마한 만주바람꽃과 꽃잎을 앙다물고 속내를 보이지 않은 꿩의바람꽃은 보고싶어 달려온 속내도 모른척 바람에 흔들리기만 한다. 제대로 본 모습을 보지 못한 아쉬움으로 발길을 돌린다.


나날이 사세를 확장해가는 불갑사는 돌의 굳은 표정에 갇혀 뭇 생명을 안고 보살퍼야하는 종교의 본성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듯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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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또다른 얼굴인 잔뜩 흐린날이다. 만덕산(萬德山. 해발 575m)의 넉넉한 품을 찾아가는 길이다. 가파른 산을 오르는 동안 눈비가 내린다. 더위를 식혀주기에 충분하다.


그 길 어느 모퉁이를 환하게 밝혀주었던 널 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볼 수 있고 없고는 너의 마음에 달렸으니 나는 길을 나서기만 하면 된다.


헉헉대는 오르막 길에 생강나무가 노오란 얼굴로 반긴다. 사람 사는 곳 산수유 피니 산중에 사는 너도 피어 산을 찾는 사람을 반긴다. 길마가지나무의 향기에 돌을 쌓듯 마음을 담은 돌탑 앞에 발걸음 쉬어간다. 할미바위에 머리를 숙여 고하고 마음 먹었던 하산 길로 접어들었다.


꽃보고 싶은 욕심이 과했나 보다. 자꾸 등산로를 벗어나 길을 만들며 유난히 힘들게 내려간다. 문득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싶을 때 이렇게 발길을 이끌었다는 경험이 있어 기대감으로 따라간다. 그 끝에 복수초 네가 있었다. 새로운 군락지의 발견이다. 숲을 밝히는 등불을 켜기 시작했다. 네 모습 보여주려고 힘든 발걸음을 걷게 했나 보다. 널 볼 수 있어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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