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음악제]
제11회 화엄음악제 ‘알아차림’
HwaEom Spiritual Music Ritual ‘Awareness’


10월 14일 [전야제] 
원 일, 전인정, 박석주

10월 15일 [화엄 콘서트]
사이먼바커(Simon Barker), 파티마 미란다(Fatima Miranda), 에릭 보스그라프(Erik Bosgraaf), 젠 슈(Jen Shyu), 홍신자, 허윤정, 박경소, 음악그룹 나무

10월 16일 [야단법석 콘서트]
김사월 X 김해원, 노선택과 소울소스, 주스 프로젝트


공연 일시: 10월 14일~16일
공연 장소: 전라남도 구례군 화엄사
주최: 대한불교 조계종 화엄사
주관: 화엄음악제집행위원회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라남도 구례군


*극과 극이 공존했던 시간,
하늘로만 열린 공간에서 자연을 벗어난 인간의 소리,
앞 산을 넘어온 달의 그 아취雅趣를 넘어선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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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악산'


사수암골(청계동매표소)-청계동 갈림길-동악산(736.8m)-중봉 삼거리-배넘이재-도림사


비가 올거란 예보에도 길을 나섰다. 지난 여름 폭우로 중간에 포기했던 동악산 등반이 몹시 아쉬웠기 때문이다. 청계동매표소에서 출발 도림사로 넘어가는 길을 선택했다.


지난 며칠 내린비로 계곡에 물이 제법 불어났다. 계곡을 건너기 위해서는 등산화를 벗고 건너야할 정도다. 오늘은 가파른 길을 오르기에 몹시도 버겁다. 쉬어가는데 꽃을 보는 것보다 좋은건 없어 보인다.


꽃이 귀한 시기로 접어드는 것을 실감한다. 며느리밥풀, 산박하, 잔대, 흰산박하, 구절초, 미역취, 애기바위솔, 분취, 단풍취, 참취ᆢ. 기회를 놓기만 했던 단풍취 꽃 핀 것과 하얀꽃을 피운 산박하를 만난 것이 오늘의 행운이다.


그곳만 가면 예정했던 길을 벗어난다. 오늘도 역시 마찬가지다. 첫 산행에 나선 산악회 회원들의 어수선한 틈바구니에서 길을 잘못 들어서고 말았다. 목적지에 가는 길임은 맞지만 예정했던 길이 아니라서 몹시 아쉽다. 그 더분에 하얀색의 산박하를 만나긴 했다. 오늘도 못 간 길이 있기에 다시 찾아가야 할 동악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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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모여 꽃으로 피었다.

페이스북 '친구에게 들려주는 우리 꽃이야기' 모임에서 만든 등산용 스카프다. 1000명이 훌쩍 넘는 회원들이 활동하는 모임이다. 그 중 본인이 원하는 100 여명이 넘는 회원들이 사연이 담겨있는 직접 찍은 사진을 모아 꽃을 피운 것이다.


다 큰 어른들이 이 스카프 한장을 놓고 개구장이 아이들이 된다. 머리에, 모자에, 목에, 허리에ᆢ별의별 다양한 모습으로 인증샷을 올린다. 올린사람이나 그것을 보는 사람이나 그 순간 모두가 활짝 핀 꽃이다.


꽃은 이처럼 사람을 변화시키고 공감하게 만들며 소통을 이끌어 낸다. 꽃이 피고 지며 열매맺는 과정을 겸허하게 들여다 본 결과일 것이다. 꽃과 눈맞춤하는 모두가 꽃으로 피어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하여, 나는 오늘도 꽃과 눈맞춤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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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6-09-24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너무 예뻐요!

무진無盡 2016-09-25 21:31   좋아요 1 | URL
사람들의 마음이 모인거라서 더 이쁜 것 같습니다 ^^
 

옥과 설산


'옥과미술관-고인돌바위-세갈래소나무-쉼터-설산정상-금샘-괘일산입구-수도암'


우중산행, 길을 들어서자 멈췄던 비가 다시 시작한다. 많은 비도 아니고 먼 길도 아니라서 그냥 걷는다. 이곳에 터를 잡고 난 후 두번째 설산 산행이다.


설산은 전남 곡성군의 서북쪽 옥과면 설옥리와 전북 순창군 풍산면의 경계에 있는 고도 553m의 산으로 멀리서 보면 눈이 쌓인 것처럼 정상부 바위 벼랑이 하얗게 빛나 설산이라 부른다. 도림사를 품고 있는 동악산은 일출이, 수도암의 설산은 낙조가 장관이다.


비 내리는 안개 속 숲은 상쾌함이 가득하다. 미처 옷을 적시지도 못할만큼 내리는 오늘 비는 산행의 운치를 더해줄뿐 방해꾼은 못된다. 능선으로 올른 후 정상을 향한 길은 오솔길이다. 시야를 가로막는 안개로 먼 곳 보다는 발 밑 친구들에게 주목할 수 있어 다행이다.


며느리밥풀이 지천으로 하얀 속내를 드러내고, 비로 인해 습기가 많아지자 제철 각종 버섯들이 우산을 펼쳐들었다. 하얀 참취꽃에 노란 사데풀, 삽주, 나도송이풀, 산박하, 닭의장풀, 무릇, 광릉갈퀴, 벌개미취, 쑥부쟁이가 눈맞춤한다. 구절초는 이제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숨겨두고 가끔 걷고 싶은 길이 끝나는 곳에 설산의 자랑 낙조가 장관이 그곳이 있다. 문득 그리운 이가 가슴에 담기는 날 그곳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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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취하다'
묵취향서墨醉香序
-이옥(李鈺)

나는 책을 좋아하고 또 술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거처하는 지역이 외지고 이 해는 흉년이기도 하므로, 돈을 꾸어다 술을 사올 길이 없다. 바야흐로 따듯한 봄기운이 사람을 취하게 만들므로 그저 아무도 없고 어떤 집기도 없는 방안에서 술도 없이 혼자 취할 따름이다. 

어떤 사람이 내게 술단지에다 '시여취詩餘醉' 한 질을 넣어 선사하였다. 그 내용은 곧 '화간집花間集'과 '초당시여草堂詩餘'였고, 편집한 사람은 명나라 인장鱗長 반수潘叟(潘游龍)였다. 

기이 하여라! 먹은 누룩으로 빚은 술이 결코 아니고, 서책은 술통과 단지가 결코 아니거늘, 이 책이 어찌 나를 취하게 할 수 있으랴? 그 종이로 장독이나 덮을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면서 그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렇게 읽기를 사흘이나 오래 하였더니, 눈에서 꽃이 피어나고 입에서 향기가 머금어 나왔다. 위장 안의 비린 피를 깨끗이 쓸어버리고 마음에 쌓인 먼지를 씻어주어, 정신을 기쁘게 하고 온 몸을 안온하게 하여 주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하유의 곳으로 빠져들었다. 아아! 이것이 술지게미 언덕 위에 노니는 줄거움이니 제구虀臼에 깃들어 살아감이 마땅하도다. 

무릇 사람의 취함이란 것은 어떻게 취하느냐에 달려 있지, 꼭 술을 마신 뒤에야 취할 필요가 없다. 붉은 색과 초록빛이 현란하고 아롱져 있다면, 사람의 눈은 그 꽃이나 버드나무에 취하게 된다. 연지분과 눈썹먹으로 그린 눈썹이 화창하다면, 사람의 마음은 혹 그 아리따운 여인에게 취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책이 거나하게 취기가 돌게하여 사람을 몽롱하게 만드는 것이, 어찌 한 섬 술이나 다섯 말의 봉급만 못하겠는가? 

시여의 장조長調와 단결短闋은, 즉 달 아래서 석 잔 술로 축수祝壽하는 것과 같다. 시여에 있는 자가 구양수歐陽脩, 안수晏殊, 신기질辛棄疾, 유영柳永은 바로 꽃나무 사이에 함께 노니는 여덟 신선의 벗이다. 이 책을 읽어서 묘처를 터득하는 것은, 그 짙은 맛을 사랑하는 것이다. 읆조리고 낭송하면서 감탄하여 마지 못하는 것은, 취하여 머리까지 적시는 것이다. 때때로 운자韻字를 밟아서 곡조에 맞추어 지어보는 것은, 극도로 취하여 토해내는 것이다. 이 책을 베껴서 책상자 속에 보관하는 것은, 장차 이것을 도연명陶淵明의 차조 밭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나는 모르겠다. 이것이 책인지 아니면 이것이 술인지? 오늘 날에 또한 누가 능히 이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옥(李鈺, 1773~1820), '묵취향서(墨醉香序)라는 글이다. 이 글은 '선생, 세상의 그물을 조심하시오'(이옥 저/심경호 역/태학사2013 초판 4쇄)에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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