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끝에 붙잡힌 시간들'
늦봄의 날씨 마냥 포근한 날씨에 산중에 들었다. 민낯의 겨울산에 눈은 눈대신 낙엽만 쌓여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여전히 분주한 이 시기의 생명들을 만난다.


봄을 준비하는 길마가지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철쭉, 생강나무에 가을을 붙잡고 있는 때죽나무, 생강나무 열매에 단풍잎에 여전히 푸른 이끼까지 공존하는 시간이다.


생을 보듬고자 산의 품으로 들어왔던 빨치산 산사람들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는 순창 회문산이다.


겨울은 이미 시작한듯 보이는 봄 앞에서 절망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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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사람사는 세상 "봉하마을"입니다'


2017년 새해 첫날,
그리운 사람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생가와 묘역, 부엉이바위, 추모의 집 곳곳에 다소 상기된 얼굴로 더딘 걸음의 사람들이 문득문득 멈춰서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그가 그곳에 있는 것을 확인하는듯 하늘은 바라보곤 한다.


그리움에는 너무 늦은 때는 없다. 간절함이 닿으면 지금 이 순간에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마음들이 새해를 맞는 첫날 마을을 애워싸듯 끊임없이 모여든다. '사람 사는 세상', 다시 살아 새 희망을 꿈꿔갈 위로와 용기를 얻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겁지는 않다.


그리움의 추모 발길이 용기와 희망의 발걸음으로 바뀌어 돌아가는 이들의 뒷모습에 따스함이 깃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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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310, 28. 563.
2016년 한해 내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숫자다.


90.
읽고 리뷰를 쓴 책의 숫자다. 근 몇년 사이 처음으로 숫자 100를 넘지 못했다. 다시 회복해야할 숫자다. 여전히 관심사만 찾아 읽는 지독한 편식이지만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310.
좋아하는 식물을 만나 알아가며 느낀 감회를 공감하고자 사진을 찍고 식물이야기를 연재한 숫자다. 꽃과 열매를 구분하지 않아 중복된 이야기도 존재하지만 발품팔아 직접 눈맞춤한 식물들이기에 감회가 남다르다. 삶의 터전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서 만난 식물들이기에 더 정감이 간다. 새해에도 들꽃을 비롯한 식물여행은 계속된다.


28.
공연, 영화, 미술관 등을 찾아 호사를 누렸던 횟수다. 광주, 남원, 전주, 여수, 광양 등 전남북에 위치한 공간이 주를 이룬다. 사는 곳 인근의 공연장을 찾았던 이유다. 우리음악인 국악공연과 연주회가 주를 이루지만 이 역시 편식은 당분간 계속 될 것이다.


563.
꽃과 자연 풍경에 기대어 나 스스로를 되돌아봤던 흔적의 모음이 지나간 숫자다. 시작이야 어떻든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나의 내면과 눈맞춤은 계속될 것이다.


*올해 공연에서 마주한 처용의 모습이다. 신라시대의 설화에 나오는 기인를 형상화 했다. 그 처용에 부여한 벽사의 의미에 주목한다.


유사이래 다시없을 복잡한 한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로 맞이할 새해에 나와 내 이웃, 대한민국의 모든 이들의 안녕을 기원한다.


시작과 끝이 따로 있지 않다. 새로 맞이하는 시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뭇사람들과 어께를 기대어 함께 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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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백아산'
아직 남은 잔설이 반갑다. 홀로 걷는 산 속의 적막도 성근 나무가지 사이를 파고드는 햇살도 모두 남은 눈에 주목한다.


겨울 산을 찾는 것이 속살을 보여주는 시기라 민낮의 산과 마주할 기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떨구고 난 흔적이나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는 모두가 제 때에 제대로 
제 몫을 하는 것이기에 그곳에서 아름다움을 본다.


사람을 피해 서둘러 오른 산이지만 어느 사이 사람들의 요란스런 틈바구니에 끼었다. 백아산 정상(해발 817.6m)을 돌아 벼랑밑 양지바른 곳에 멈추고 햇볕과 만난다.


오늘 산엔 왜 올랐을까. 먼 산이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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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冬至'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어디 임 그리워하는 황진이黃眞伊 뿐이겠는가. 한 해 중 밤이 가장 긴 이 특별한 날을 그냥 보낼 수는 없었으리라.

하여, 벽사의 의미가 깃든 팥죽을 쑤어 먹었다. 팥의 붉은색으로 귀신을 내쫓고 또는 예방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또한, 긴밤을 무료하게 보내지 않기 위해 조상들은 추야장秋夜長 또는 동짓달 긴긴밤이라 해서 놀이 등을 통하여 긴밤을 보내기도 하였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세시풍속이지만, 어린시절 차가운 겨울밤 새알심이 든 동지죽을 동치미에 곁들여 먹던 그 추억을 더듬어 본다. 점심때 미처 함께하지 못했다면 저녁에라도 새알심 듬북 들어간 따뜻한 동지팥죽 챙겨보자.

하늘이 어두워지고 빗방울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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