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의 심리학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박현주 옮김 / 지식여행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협상을 위한 만남, 친목을 위한 만남이 될 것이다. 협상은 말 그대로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것으로 맞선이나 면접 또는 계약이 주를 이룬다. 그에 반해 친목은 연인, 친구, 동호회 모임과 같은 것이 되겠다. 나는 진정한 만남이란 협상의 단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수록 그 관계가 깊어지고 비로소 친목의 단계로 넘어감으로써 성립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하나 있다. 바로 낯선 사람과의 첫 만남이다. 그중에서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마도 첫인상이 아닐까. 어떤 이유로 만나느냐에 따라서 서로를 향한 말과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은 누구나가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라면 적어도 상대방에게 자신의 모습이 좋게 보이기를 기대한다.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취업준비생, 짝사랑하는 연인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 준비하는 청년,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친구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고 싶은 학생, 직장 선후배에게 잘 보이고 싶은 신입사원, 부푼 꿈을 안고 식당을 개업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처음 만나는 상대방에게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 이후에 형성될 자신의 이미지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지에 대하여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물론 첫인상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러나 인간의 선입견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잘 보여서 손해 볼 것 없다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에 저자는 <첫인상의 심리학>에서 왜 첫인상이 중요한가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처음에는 좀 밉상으로 보일지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의 진가를 보여주면 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업무상으로 만난 사람, 한번 보고 안 볼 사람일지라도 사람과 사람이 만났다는 사실만큼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또한, 그 사람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될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은 장기적인 만남을 위한 첫인상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이 첫인상을 만드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한다. 첫인상을 좌우하는 요소를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의 논문을 소개하면서 인간의 전체적인 인상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것에는 외부적 요인도 있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성격, 즉 공감력과 경청하는 자세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완벽한 사람은 상대방에게 부담스럽고 낯선 존재일 뿐이다. 그리고 마치 콜센터 직원과 대화하는 듯, 사무적이고 기계적인 말과 행동은 상대방의 마음을 굳게 닫히게끔 하는 치명적인 실수라는 것이다.

 

 

 

「인간의 만남은 어떤 의미로 연극이라 할 수 있다. 이쪽이 이렇게 말하면 상대는 이렇게 답을 하는 것과 같은 시나리오는 사회적, 문화적으로 대개 결정되어 있는 것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그런 시나리오를 스크립트라고 부른다. 인간의 만남이 연극이라면 시나리오가 꼭 필요하다. 즉 첫 번째 만남을 어떻게 진행해 나가는가라는 시나리오를 잘 써 두는 것은 첫대면을 성공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다.」- 본문 중에서

 

인간의 만남이 연극이라면 그것은 심리학을 기초로 하는 고난도 작업임이 틀림없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색상의 옷을 입거나 쾌적하고 조용한 장소를 지정하여 만나는 것도 다 이유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우리의 긍정적 가치와 호감도 상승을 도와줄 요소로 가득한 공간에서 미리 준비한 시나리오에 따라 말과 행동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저자는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때야말로 다음을 기약하며 만남을 끝내야 한다는 틈새 공략을 소개한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아쉬움이 느껴지게끔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끌 수 있다면 그 만남은 성공적이라는 것, 곧 우리의 첫인상도 성공했다고 보면 된다. <첫인상의 심리학>은 잔머리를 잘 굴리는 재치있는 인간으로 거듭나야지만이 첫만남을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유도하는 것 같아서 좀 석연찮은 구석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건 우리 모두 잘 아는 사실이다. 이것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하나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것도 능력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첫 만남에서 어떻게 행동하였는가.'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는데, 저자가 말한 첫인상의 기술에 다소 못 미치는 미약함이 적지 않았음에 괜히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책은 혼자 간직하고 필요할 때마다 읽고 싶어진다.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꾸준히 연습한다면, 좀 의도된 것일지라도 나의 첫인상이 제법 놀라운 성과를 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그 내면에는 진정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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