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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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녀 만큼 운동의 역사가 길다 . 헬스 -요가 - 수영 - -댄스- 걷기 - 요가 이 사이클을 주기적으로 반복했다.

매번 등록해놓고 나간것은 열손가락 안에 들을 정도였고 , 매번 나의 지구력과 끈기가 없음을 탓하면서 새해가 밝아오면 다이어리에 올해는 꼭 운동에 성공해야지가 목표였다.

영어 공부처럼 인생에서 가장 오래했는데 가장 성과가 없는 것중 하나이다.

왜 매번 실패하면서 , 그렇게 운동학원에 기부아닌 기부를 하게 되는 걸까 !!

그 모든 이야기가 이책에 있다 .

우선 아래 항목에 체크를 하면 왜 이책을 읽어야 하는지 분명해진다.

 

 

 

 

내가 버린 운동화, 사물함에 오래도록 남겨진 요가복 , 재작년 등록한 요가원에서 찾아오지 못한 요가매트 등들이 막 지나간다.

그녀는 자신의 운동의 역사를 통해서 세상살아가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놓았다.

아쿠아로빅을 다니면서 벌거벗은채 모르는 아줌마들과 인사에서 부터 , 일명 운동요의 장르를 아이돌에서 트로트까지 왔다 갔다는 재미, 절친들의 운동이야기 , 그녀가 했던 많은 운동의 종류들.

운동이 이렇게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구나 하고 이글을 읽으면서 느낀다.

직장인들 대부분이 만나면 하는 이야기의 90프로가 살을 어떻게 뺐느냐, 운동을 뭘하느냐 인데 그런데 웃기는것은 결론은 항상 대부분 시간이 없어서 , 끈기있게 다니지 못해서 운동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모이면 운동이야기를 하는 무슨 기억장애가 있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나도 오랫동안 운동을 전전하다 2년 가까이 새벽요가를 자리 잡게 된 계기는 , 그냥 아무 생각없이 6개월을 버텨야 1년이라는 시간을 지나고 그리고 꾸준히 하게 되는 것 같다.

살을 빼고, 건강해지고 이것보다 꾸준히 나는 무엇인가를 하는 뿌듯함이 첫번째이다.

요가 6개월 다녀서 상자에 들어갈수 있을 만큼 몸이 유연해지지도 않고, 살이 빠지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2년이 다되어가면서 알게 되었다 . 그런데 왜 하냐고 ? 더이상 찌지 않고 체력이 좋아지고 우울감이 날아가고 정신이 건강해진다. 살을 빼기 위해서 아닌 정말 건강해진다는 것이 그것이 첫번째라는 것을 운동을 다녀봐야 알게 된다.

저자도 책의 말미에

위근우 작가의 트위터에서는 " 마감은 척주기립근으로 하는거 "

라는 말을 봤다. 내가 착각을 해도 단단히 했다.

글을 쓰든 약을 쓰든 체력은 저절로 확보되지 않고 ,

작가든 법률가든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지속 가능한 것을 ,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체력에는 요령이 없다.

250페이지

 

 

생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카드값을 꾸준히 막기 위해서는 , 우선 체력이 필요하다.

건강해야 옷도 사고 족발도 먹고 술도먹고 그리고 운동학원 기부할 돈을 벌수 있으므로 ..

우리의 운동 유목민 생활은 그러므로 계속되어야 한다.

작가가 이렇게 책으로 나 운동하러 가야 하느데 선포한것처럼.

지금 어디 요가원이나 헬스장을 끊어놓고 안가고 있는 독자라면 이책을 우선 배깔고 침대 엎드려 봐야한다.

맨처음은 죄책감과 부끄러움에 읽다가 어느새 그녀의 운동의 처철한 역사에 웃게 되고 그리고 공감하게 되고

그리고 '나도 내일 부터 가야 지 "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처럼

 

이젠 뭐 빼도 박도 못한다.

큰일 났다. 운동에세이를 냈으니 나는 앞으로 이책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

또 운태기가 와서 드러눕더라도 ,누가 귀에 대고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라고 속삭이면 벌떡 일어나 맨손 체조라도 해야하는것이다.

틈만 보이면 농땡이를 피우고 싶어하는 이 운동 유목민을 감시해주세요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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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가 돌아왔다
김범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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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 백수인채 집에서 10년을 보내고 있는 동석의 집에 벨이 울린다. 10초간격으로 끊임없이 울리는 벨소리 중단을 위해 나간 그곳에 어떤 할머니가 노란 머리와 은빛반짝이 원피스, 벙거지 모자를 한 차림한 채 서있다.

그리고 던진 말 .

내가 네 할머니다.

11페이지

 

 

이게 꿈이냐 생시냐 ? , 광복 직전 염병에 돌아가신 할머니의 부활, 기뻐하기 보다는 어리둥절한채 맞이하고 그리고 그소식을 알리는데 식구들은 반응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독립운동을 한 할아버지, 오래동안 정치에 입문하려고 애쓰는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를 대신해 슈퍼을 운영하면서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어머니, 그리고 대학강사인 여동생이 최씨 집안의 구성원들이다.

하지만 , 67년만에 나타난 할머니 그옛날 독립운동하는 마을 사람들을 밀고 하고 일본 헌병이랑 눈이 맞아 일본을 간 사람으로 유명하다.

고향 마을 강경에는 " 개 잡년, 배신녀, 매국노 "로 유명해져있고, 할어버지도 할머니를 본 순간 그동안의 점잖고 세련된 모습을 버리고 욕설과 함께 할머니의 머리채을 잡으면서 구타을 한다.

그리고 고모네 식구들과 최씨네 가족들이 모두 모여 할머니에게 67년을 살다가 갑자기 왜 찾아 왔냐며 어서 꺼지라고 말하는 순간 할머니가 내뱁은 말은 .

 

일본에서서 택시 회사를 했다. 이번에 정리했더니 한국 돈으로 한 60억 되는구나.

너희들에게 물려주면 세금을 제하고도 거의 40억은 된다고 하더라 .

41페이지

 

 

60억의 발표이후 가족들 모두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한다. 시어머니 취급를 안하던 엄마는 갑자기 큰절을 올리고 , 어머니 만나기를 회피했던 아버지도 집으로 들어와 감동적인 장면을 선사하고 고모네 식구들도 모두 집결한다.

60억 이후 , 집안은 비로소 화해와 용서 , 잃어버린 67년, 감동의 대 서사시가 엄숙하게 전개되었다. 할머니 표정에 그 감동과 희열이 역력했다.

60억 이전, 할머니의 기괴한 모습들은 아마도 긴장과 공포 , 불안과 어색함이 만들어낸 갑옷이나 방패같은 것이었는지도 몰랐다.

41페이지 .

 

 

할머니가 돌아온 후 가장 힘들어하는 할아버지는 60억이후 모든 가족들에게 외면 당하고 , 모든 가족들은 할머니에게 잘보이려고 앞다투어 애를 썬다.

하지만, 얼마 못가 고모와 엄마의 뒷조사로 인하여 60억의 존재가 부정확함을 알게 되고 할머니를 추궁하게 된다.

최씨 집안의 장남 , 10년백수 인 동석도 할머니가 1억으로 PC방을 차려주겠다던 부푼 꿈에 젖어 있던 와중이었는데, 할머니는 정말 60억이 있을까? 왜 67년이 지나서 ,매국노이잔 환향년으로 손가릭질 받던 그녀가 돌아온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야기를 꿀어가고 있는 사람은 최씨 집안의 장남 10년백수에 찌질이 ,공무원 시험도 7-10급까지 죄다 떨어지고 대기업입사시험도 줄줄이 낙방한 서른 다섯, 집에서 벌레 취급을 받는다.

기다리고 , 또 기다리고 , 그렇게 기다리기만 하다가 사십되고 오십되는 거야.

넌 병원균이다. 바이러스야. 넌 의미도 존재도 없는 벌레야 . 알아들었냐?

21페이지 아버지가 동석에게 한말

 

 

동석은 집에서 계급이 가장 낮은 벌레이다. 그리고 또한 몇년을 사귄 여자친구가 이별 선언 후 가장 제일 친한 친구 상우와 결혼을 해버렸다. 그리고 그둘과의 관계도 끊어야 마땅한데, 여진히 상우를 만나서 그에게서 술을 얻어먹고 유흥을 즐긴다.

그래서 그의 가족들은 그를 벌레 처럼 여긴다. 그 벌레가 사람들이 벌레라고 여기는 할머니의 귀환과 60억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기를 기대한다.

떠나버린 여자친구, 떨어져버린 자존심, 그리고 삶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 할머니의 출현과 함께 최씨집안에 숨겨져 있던 문제점과 빛들이 하나 둘씩 표면화 되기 시작한다.

모든 근원의 밑바닥에 돈이 관련되어있고, 그 돈으로 인해 모든 것이 풀릴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더 깊이 그들를 톻해 지켜보니 , 돈보다는 애정, 결핍, 자존심, 공부등 여러가지 감정들이 서로 섞여있다.

갑자기 나타난 할머니를 통해서 곪아진 염증들이 폭발 되기 시작하고, 과거의 잘못들이 스쳐지나가기고 하고 현실의 문제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가족들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계기가된다.

그리고 하나둘씩 할머니의 과거이야기를 통해서 , 일제시대에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특히 양반사회가 사라졌지만 뼈속깊이 아직도 계급사회였던 그시대에 종놈의 딸이 양반아들 최씨집에 들어가서 겪어야 했던 여성차별과 인권의식을 볼 수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 여자친구와 친구에게 복수아닌 복수 또는 회피를 하고 있던 동석에게 할머니는 말한다.

가장 어려울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순간 말이다.

사람들에겐 그런 순간이 찾아온단다.

그때 사람들은 무서워서 진실보다는 거짓을 찾게 되지. 내가 그랬어.

정말 맷돌로 갈아버리더라도, 끊는 물에 삶아 버리더라도 네 할아비를 기다리고 진실을 얘기해야 했어 . 그런데 난 도망쳤지. 그게 그땐 최선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최악이었더. 피할수 없는 길을 피하면 그 대가를 아주 오래도록 치러야 한다.

내게 그건 자식들었다. 내 자식들 , 바로 네아비와 고모를 난 67년동안 볼 수 없었다.

볼수 없다는 고통은 그래도 괜찮았다. 내자식들이 , 어미없는 자식으로 자라면서

겪을 고통을 생각하면 난 정말 숨을 쉴때 마다 아팠단다.

너도 참 어렵게 사는 것 같은데 결정적인 순간에 늘 정직해야 한단다.

피하면 길은 더 없단다.

315페이지

 

 

에이 이런 신파라니 !! , 매맞는 여성, 바람피는 유부녀, 버림당한 사랑, 남자들의 우정 등 우리가 말하는 모든 신파가 여기 있다. 뻔한 신파이지만 여전히 감동를 주는 것은 이야기의 개연성과 그속에서 느껴지는 진정한 감정을 나타내는 언어들의 유희 인것 같다.

이작가는 밍숭 맹숭, 찌질 오지랖 캐릭터 동석과 뻥쟁인듯한 할머니인데 또다른 매력을 가진 캐릭터 들을 내세워서 신파라는 소재를 신선한 이야기로 탈바꿈했다.

60억에 끌려다닐것 같은 이야기가 다 라고 생각했는데 , 그속에서 역사적 아픔과 함께 그 속에서 개인의 희생이 있었음을 그리고 지금 시대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아픔과 고민을 유머스럽고 처절하게 잘 그렸다.

끝순이 할머니의 말처럼 삶이 결국

 

돌아보면 모든 것이 행복이었다.

그꿈과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재회를 했으니.

정말 돌아보면 모든 것이 다 행복이었다.

335

 

 

행복일수 있기를 , 바라게 된다. 그러려면 이지리멸렬한 세상을 찌질하고 처철하게 살아내야 한다고 저자가 말하는 것 같다.

60억을 가지고 어느날 나타날 할머니를 기대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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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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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보라섬 , 저기 어디 태평양 끝쪽에 있나 ? 옛날 영화에 나왔던 같기도 하고 , 확실히 어딘지 모르는 그곳에 9년을 산 이야기이다.

이글도 거기의 낭만, 슬로우 라이프의 좋은 점을 열거하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읽다 보면 보라보라 섬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아무것도 아닌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관계, 친구 ,가족,반려묘등 그리고 다시 일상을 준비하는 이야기등이 보라보라섬의 물든 해질저녁의 하늘, 바닷가,그곳의 순수한 사람들을 통해서 전해져 온다.

다들 보라보라 섬에 살면 텃밭도 가꾸고 자급자족을 기대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실상은 SNS를 좋아하고 인터넷이 없으면 힘들고 , 필요한 것을 구하기 위해 마트를 꼭 이용해야 한다면서 저자는 슬로우 미니 라이프는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

예전의 내가 의식했던 슬로우 앤드 미니멀 라이프라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삶이 아니라 남들 눈에 좋아 보이는 삶이었다는 것을 ,

여기까지 와서 타인의 욕망을 살려고 했던 거다.

물론 원하는 만큼 게으를 수 있는 삶을 살고 싶긴 하지만,

그게 사람들이 말하는 슬로우 라이프는 아닌 것 같다.

지금은 민트도 허브도 다 마트에서 사다 먹는다.

편하고 좋다. 한국처럼 배달이 된다면 금상첨화일텐데.

아 , 패스트푸드가 먹고 싶다. 부끄럽지만 나는 이런 인간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도 이 섬에 꽤나 어울리는 일이다.

254페이지

영화를 전공하고 영화시나리오 작가및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싶었지만 , 자신의 재능이 부족하고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으로 남아야겠다는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는 , 나도 모르게 그 마음이 이해가 가서 울컥하면서 그녀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꿈을 쫓아서 오래동안 공부하고 그일에 매달려 왔는데 , 그 일에 다가간 순간,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내자신이 이쪽일과 재능이 안 맞는다는 자괴감과 함께 나는 왜이렇게 쓸모가 없을까 ? 대한 너무나도 당연한 고민에 대한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인것 같은 느낌과 함께 , 그래 내가 하고 싶은 말하고 싶은 심정을 이렇게 글을 잘풀어낼수 있지 !! 하면서 " 에이 재능없다는 것 " 순전히 엄살이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간의 친구 스위치 - 아내나 남편의 역할을 내려놓고 친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시간

라는 것을 만들어 서로를 응원하는 그들의 모습, 그리고 남편의 꿈이야기를 통해서 , 그리고 설령 꿈을 이루든 , 이루지 못하든 ,꿈이 없든 살아가는 것이 모두 대단한 일이라는 그녀의 위로가 "나에게도 친구 스위치를 켜준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 . 시간 여행자 이후로 무엇을 꿈꾸었는지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20대의 좌표를 돌아보면 , 드라마틱한 꿈이 많았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실 줄곧 꿈이 없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어른을 기다려왔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그런 어른을 만나지 못해서 그냥 내가 말하고 내가 들었다.

경제적인 자립은 소중하다. 그러니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잘 해내려고 한다.

세상은 이런 걸 꿈으로 쳐주지는 않는 것 같다.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건 꿈을 이루는 사람들이 드문 세상에서도,

꿈이 없다는 사실을 말하려면 꽤나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 정도다.

꿈의 바깥에도 삶은 있다.

45페이지

사람은 아플때 가장 서럽다는 말처럼 , 너무 아파 응급비행기에 실려 타히티 대도시병원에 갖다 온날 , 한국이 그립고 가족이 그립고 ,음식이 먹고 싶으날 , 이유없이 짜증이 밀려와 , 보라보라 섬을 원망하고 남편이 미워진 그날,

남편이 건네 국적 모를 죽같은 음식을 먹고 난후 기운을 차린 이야기 속에서도 , 평상시 행복줄인줄 모르고 살았던 평범한 일상과 모습들에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항상 그런 감사함을 모르고 짜증을 내는 우리에게 건네는 그녀의 말들. 보라보라섬이 사람을 철들게 하는 것 같은 느낌 .. 

 

세상은 더하고 빼면 남는 게 없는 법이라더니, 보라보라섬이 딱 그런것 같다.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고 , 좋은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나쁜 일이 생긴다.

행복하다기엔 만만치 않고 , 불행하다기에 공짜로 누리는 것 투성이다.

깨끗한 공기, 따뜻한 바다, 선명한 은하수 ...

어디든 더하기만 있거나, 빼기만 있는 곳은 없을 거다.

그건 나도 알고 당신도 알고 우리 모두가 안다.

늘 까먹으니 문제지 .

그럭저럭 견딜만한 일 중 118페이지

작가가 항상 하는 " 내일의 일은 모르겠다" 는 맺음말과 함께 .. , 우리 각자 삶은 모른채로 살아가는 게 정답이라고 .

오늘의 하늘, 내곁에 있는 친구, 가족 그리고 살아내어가는 일상이 모든 순간 중요하다는 것을

그녀만이 아는 농담이 아닌 , 우리 모두 아는 그런 농담처럼 들린다. 이책의 모든 이야기가.

 

내일은 불확실한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모른다.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어제오늘과 똑같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하루가 계속될 수도 있고 ,

반대로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그 지루함이 축북이었다는 걸 알게 되겠지만, 뭐

그렇다고 별 수 있나.

무너진 자리에 다시 새로운 지루함을 만들 수밖에 없다.

오늘이 언젠가 우리만 아는 농담이 될 날을 기다리며,

내일의 일은 모르겠다.

260페이지

이책을 읽고 나면 보라보라 섬이 가고 싶은게 아니라 , 그녀(작가)를 만나고 싶다.

어쩜 이리도 나의 아프고 부끄러운 맘을 나대신 이렇게 잘 이야기할 수 있는지..

보라보라섬이 철을 들게 한건지!! , 아님 세월이 그녀를 철들게 하는건지 ..

나도 철이 좀 들고 싶다. 보라보라섬이 철들게하는 맛집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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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해자들에게 - 학교 폭력의 기억을 안고 어른이 된 그들과의 인터뷰
씨리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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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릴적 왕따는 그냥 친구가 없는 정도 였는데, 그것도 그시절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나도 초등학교, 중학교때 왕따 비스무리 했다. 왕따면 왕따지 웬 비스무리냐고 ?

친구가 없었고 같이 밥먹을 사람이 없어서 늘 누구랑 먹을지 고민했던 기억은 어렴풋이 있는데 , 그게 지금 왕따들이 겪는 아픔만큼 크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 곁에는 나를 위해 방관자가 아닌 위로하고 격려해주던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수학여행때 다른 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반에 친구가 없었던 나를 위해 버스에서 내리마자 우리반 버스로 달려와 같이 손잡고 다녔던 나의 친구 , 그녀로 인해 나는 중학교 힘든시기를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달라지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이책에는 어릴적 왕따를 당한 기억로 인해 죽음까지 생각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에게는 가해자와 방관자들만 곁에 있었다. 그래서 더욱더 오랜 동안 힘들어했다. .

2019년 4월 유튜브 <왕따였던 어른들 Stop Bullying> 영상 2편이 올라왔고 조회수가 올라가고 사람들의 댓글로 인해 유명해지면서 그것을 책으로 묶은 내용들이다.

지금 현재 왕따가 아닌 어릴적 겪었던 왕따로 인해 고통받았던 10명의 진솔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어떻게 보면 남이 내 하얀 도화지에 얼룩을 묻힌 거잖아요. 근데 그 얼룩이 내가 잘못해서 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도화지에 얼룩이 조금 튀었다고 해서 전체를 다 구겨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아요

98페이지

가끔 뉴스로 봤던 왕따 이야기들은 뉴스의 몇분의 이슈로 받아들여졌지 그렇게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뉴스에 나오는 것은 일부의 이야기로 치부했는데 , 이책을 통해서 그들이 겪은 왕따 이야기를 보는 순간 , 정말 많은 곳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일이구나 ! , 그리고 어떤 이유도 없이 가해지는 폭력의 대상이 될수 있구나를 느꼈다.

왜 아이들은 점점 자신의 친구들에게 이런 행위를 하는것일까 ?

안타까움과 이런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기성세대로서의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왕따가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조금씩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놓치않는 모습에서 우리에게 아직 희망이 있음을 느낀다. 유투버 올린 영상에 달린 수많은 댓글과 응원, 그리고 이런책을 내놓으려는 출판사 그리고 이책을 읽으면서 지금 사회의 고통을 알아가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병을 고칠 기회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아픔이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는 길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가장 큰 예로 ‘인종 차별’이 있잖아요. 오랫동안 피 흘려 싸워 왔다지만, 인종 차별은 아직도 남아 있잖아요. 하지만 그래도, 지금도 싸우고 있잖아요. 왕따 문제도 아직 싸워야 할 게 많아요. 제가 겪어 왔고 조금이나마 알기에,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라 좀 더 앞에 서서 싸우고 있는 거죠. 다음 세대 역시 싸우게 되더라도, 지치지 않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 주고 싶어요

113-114 페이지

 

 

왕따가 부끄러움이 아닌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당당히 이야기 할수 있는 그런 사회이길 희망해본다.

어릴적의 아픔이 성인이 되어서 까지 그것이 인생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 가해자가 알수 있다면 그런 무서운 짓을 하지 않을텐데 ..

하지만 어릴적 생각해보니 미래보다는 그때의 현실밖에 몰랐던 기억이 난다.

가해자도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데 피해자가 그 고통을 당하면서 미래을 생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책을 통해 알았다.

흔히 하는 말로 " 다 지나간다", 죽을 힘으로 살아라"라는 말이 얼마나 무의미 했음을 느낀다.

고통이 너무 버거워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게 죽음뿐이라 생각하며 죽으려는 이에게 "죽을 힘으로 살아 "라고 말하는 건 너무 가혹하고 잔인해요.

그러니 그저 안아주세요.

자살 또는 자살 시도를 한사람들을 프레임을 씌우고 바라봐서도 안돼요 .

현재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을 응원합니다.

우린 행복할 의무가 있고 충분히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같은 시간을 걸어온 그리고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한사람으로서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

273

왕따가 시작되면 우선 그 부끄러움과 두려움 때문에 그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다.

그럴때 그들곁에는 수많은 방관자들이 있다. 그들이 조금씩 나선다면 왕따 문제도 조금씩 나아질텐데.

그방관자들은 같은 반 친구도 있고, 학교 선생님들, 학원강사들등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닌 어른들도 개입되어 있음을 이책의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서 볼 수 있다.

모든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방관자가 되지 않을 용기, 가해자가 되지 않을 용기, 좋은 어른이 될 용기 등등

나도 어릴적 잠깐 방관자 역할을 했던 부끄러운 기억이 난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서 오지랖을 떨면서 사람들의 이야기에 정의를 외치는지도 모른다.

이책에 나와있는 10명의 이야기들을 보면서 정말 힘들고 외로워겠구나를 실감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책을 보고 왕따피해자들의 슬픔과 두려움을 같이 공감했으면 싶다.

세상에는 꼭 읽어야 할 책이 있는데 , 이책도 그러한 책중의 하나인것 같다.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 우리가 선 자리가 어디쯤인지 알고 개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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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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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과 조선이라 너무나 안 어울릴 것 같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역사를 안다며 그당시 천주교박해가 가장 심했던 시대라고 역사는 전한다.

 

소설의 시작은 두명의 천주교 신자의 순교로 시작된다.선비 윤지충과 권상연이 전라도 진산군에서 조상의 제사를 거부하고 천주교식으로 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잡아서 나라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죄목으로 형벌을 가한다. 두 선비를 단죄하는 자리에 정조의 최측근 최무영이라는 사람이 내려가고 그는 그 두선비의 죽음으로 내몰려고 하지 않치만 그당시의 노론들이 그들을 죽일것을 청한다.

천주교 순교 정도로 여기는 세상의 이목과 달리 , 그뒤에는 조정의 권력, 왕권의 약화, 사대부들의 아귀다툼이 깔려있다. 그당시 수원화성의 마무리 건축을 하고 있던 정약용은 그 소식을 듣고 그 두선비의 죽음 뒤에 자신에게 다가올 피바람을 예상한다 .

그리고 자신이 믿는 천주교에 대한 생각과 함께 신과 가족등 여러가지 생각이 많아진다.

 

“순교란 조용하고 무거운 길이다. 길 끝에 천주의 세상과 마주할 것이다. 허나 그 길이 천주의 길이란 말인가?”

답할 수 없는 물음을 던져 놓고 약용은 깊이 시름했다.

42쪽

“약현, 약전, 약종 형들을 향한 조정의 탄압이 두려웠고, 자신을 겨냥한 노론의 사찰이 두려웠다.

46페이지

 

 

그리고 발견된 한점의 그림, 예수와 열두제자들의 그림이라고 하는 "최후의 만찬 " 모사화 . 조정대신들은 모두 그림을 불태워 버리라고 간언하지만, 정조는 그 그림의 특별함과 함께 그속에 담긴 어떤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은 마음을 떨칠수가 없다.

그리하여 김홍도를 불러 그림에 대해 면밀히 조사해서 보고 하라고 한다.

이처럼 이책은 , 역사와 미술 ,그리고 권력, 철학 등을 버무린 특이한 역사소설이다.

뒤쥐속에 죽은 아버지를 둔 정조 , 천주교를 믿게 된 정약용, 조정대신들의 끝없는 대립과 갈등 , 유교와 천주교의 사상적 대립을 최후의 만찬이라는 그림을 통해서 색다르게 이야기 한다.

특히 김홍도라는 천재 화가를 내세워 "최후의 만찬"이 조선의 역사와 만났을때 가지는 매력을 독특하게 풀어냈다.

거기에 , 원한을 가진 여섯 서학인들의 복수는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 역사소설이 아닌 미스터리하면서 액션적인 면을 부가하는 요소가 된다.

문체가 특이하고 고어들이 많아서 맨처음 읽을때는 다소 어렵다. 고전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읽다보면 내가 조선의 거리를 걷고 말하고 이야기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 것같다.

정조에게 "최후의 만찬 "그림을 본 김홍도가 그 그림속에 비밀을 품고 있다는 말에 , 정조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불과 물과 바람과 쇠와 붓을 다스리던 아이들은 여전히 불가사의였다.

천둥과 번개를 불러오던 아이는 감이 오지 않았다.

시간을 건너뛰고 꿈속을 걸으며 심미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이 문장으로 전해왔으나 여전히 실존과 허상 사이에 돌았다.

돌연변이 아이들은 시대마다 나라를 흔드는 망조에 불과했다.

세상을 구하기도 했고, 세상을 위태롭게 하기도 했다.

시대마다 친화할 수 없는 적으로 배척되었고 ,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했다.

시간을 뚫고 아이들은 출몰한다는데, 어떤 방식으로 과거 시간에서 현재로 건너오는지 알 길이 없었다. 아이들은 모두 달빛사제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시대마다 치정으로 얽혀 있는 아이들의 존재를 긍정해야 할지 부정해 할지 알 수 없었다.

 

 

신비로운 존재에 대한 정조의 두려움과 현재의 노론들의 암투에 대한 불안함과 불편함이 묻어있다.

단순하게 미워해서 죽인다. 누군가를 살해한다 라는 평범한 문체들보다는 위의 문장들처럼 몇번을 읽고 곱씹어야 나타나는 속내가 있다. 그런 표현들로 이루어진 역사소설이라니 !!

평범하지 않아서 , 아니 평범한 이야기를 시적문장으로 표현한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뒤에 심사위원를 맡은 원로 소설가의 말이 나에게도 팍 와닿았다.

 

이 작가의 감성은 무지갯살처럼 아름답다.

난해하고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문장은 시적이고 환상적이다.

같은 작가로서 시샘이 날 정도이다.

심사위원 중에서 ..

 

 

가을에 읽기 좋은 , 철학적이면서 시적인 역사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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