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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진의 헌책 - 느리고 낡고 평범하지만, 세상 가장 아름다운 추적사
이병진 지음 / 영진미디어 / 2012년 1월
평점 :
대학시절 연기를 참 잘했던 사람.
세편의 영화에 출연했던 사람.
가을을 좋아하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편안하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으로 미소 짓게 만드는 사람.
그가 바로 코미디언 이병진이다.
『이병진의 헌책』의 책장을 넘기며 책 역시 ‘그분답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치 ‘나는 가수다’에서 가수 이소라의 곁을 지키던 듬직하고 신뢰감 가득한 매니저 모습처럼 말이다.
가장 아름다운 피사체는 사람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책에는 풍경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으로 정감이 넘친다. 그리고 사진만큼이나 더욱 멋스러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만의 스토리가 있는 글이 아닐까 싶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셨다는 영어 선생님(English Teacher) 즉, 이티 선생님에 대한 일화를 읽으며 나는 과연 학창시절 어떤 선생님이 기억에 남아있나 잠시 과거를 회상해본다. 편지의 감성을 알기에 빨간 우체통에 대한 이야기도 유독 나의 눈길을 끌었다.
벌교5일장의 모습은 왠지 시장에서 들려올법한 왁자지껄한 소리마저 함께 묻어나오듯 하다.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마음을 포근하게 하는 것은 사람들의 모습인 것 같다.
사랑하는 아내의 모습, 원촌마을에서 따뜻함이 넘치는 사람들의 표정들, 무뚝뚝한 것 같지만 조금은 마음을 여신 양복점 사장님의 뒷모습까지도!!!
사진 대부분이 행동하던 찰나를 찍은 것들이라 자연스러움이 돋보여 좋았다.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표정, 자연스러운 웃음들이다.
문득 사진은 어떠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잊고 있던 생각을 떠올리는 것 외에도 때로는 마음에 ‘뭉클!’하고 무언가 샘솟는다.
그리움, 즐거움, 고마움과 감사함 외에도 좋아 하는 것에 대한 열정이나 꿈같은 것 말이다.
인간의 기억은 영원하지 않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겨보는 건 어떨까 한다.
이런 생각이 든다.
아주 힘이 들 때,
내가 갈 곳을 잃었을 때,
정체의 혼돈 속에 빠져 있을 때,
지난 사진을 들춰 보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아주 갑자기 받게 된 사진 속에서 난 그것을 발견한다.
내가 가장 뜨거웠을 때를 말이다.(p.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