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안도는 완도에서 갈 수 있는 섬 중 보길도, 청산도 다음으로 유명한 섬이라고 한다. 보길도 들어가는 노화도 바로 옆에 있어서 동천항을 거쳐 소안도로 간다. 내가 완도에 와서 살기 전에는 들어본 적도 없는 섬이니 유명세가 좀 덜 하긴 한 모양이다. 하지만 아름답고 조용해서 며칠 쉬었다 가기 딱 좋은 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안도 가는 배 안에서 만난 소리꾼들이다. 완도군에서 배를 타고 가는 관광객을 위해 이런 서비스도 하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소안도까지 가는 40분이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다.



바닷물이 빠지는 걸 기다리는 동안 섬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여기는 소안도에 있는 미라리 해수욕장이다. 보길도 예송리 해수욕장에 비해 아주 작은 규모의 갯돌 해수욕장이었다. 바닷물도 주변 풍광도 너무 아름다워서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바로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소안 미라 펜션이다. 폐교한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천연 잔디 운동장도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가면 놀기에 그만일 것 같았다. 동네 청년회에서 운영하는데 여름 성수기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한다.


펜션 내부 모습이다. 운동장에서 기웃거렸더니 이곳 관계자인 듯한 분이 홍보 좀 해달라며 내부까지 안내를 해주었다. 콘도처럼 숙식이 가능하게 이부자리랑 주방 용품이 다 구비되어 있다. 원룸과 투룸이 있는데 여기는 원룸의 모습. 아래 사진은 펜션 베란다에 서서 내다 본 방풍숲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저 너머에 바로 그림 같은 바다가 펼쳐져 있다.

 

소안도에서는 여름이면 물때에 맞춰 개매기 축제라는 것을 한다. 개매기라는 말은 갯벌을 막는다는 뜻으로 어촌에서는 흔히 쓰는 말인 듯했다. 갯벌에 미리 그물을 쳐놓고 바닷물이 빠져 나가면 맨손으로 고기를 잡는 방법이 바로 개매기란다.

섬을 한 바퀴 둘러보는 사이에 바닷물이 다 빠진 걸 보니 물고기 잡을 욕심에 나도 모르게 흥분이 되었다. 인구 3천 명이 조금 넘는 조용한 섬에 이 날 행사에 참여하러 온 사람이 600명이 넘다 보니 섬이 들썩들썩했다. 안내해주던 지역 어르신께서 오늘 소안도가 바다에 좀 가라앉았겠다고 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욕심내지 말고 한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는 어르신의 말씀에 충실히 따랐더니 우리 같은 얼뜨기 어부한테도 잡히는 물고기가 정말 있었다. 첫 물고기는 바로 반찬 한 가지 마련해 보겠다고 벼른 아줌마의 손에 잡힌 전어였다. 물 속에서 첨벙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여기저기서 "잡았다"는 고함 소리에 덩달아 신이 났다.



우리 가족이 한 시간 넘게 잡은 물고기다. 오로지 손으로 요놈들을 잡았으니 "어이쿠, 대견해라!" 작은 전어 20여 마리에 제법 큰 숭어 세 마리랑 학꽁치도 있다. 거기에 꽂게도 한 마리 잡았다.



배삯(어른 7200원, 아이들 3100원)이랑 참가비(어른 오천원, 아이들 삼천원)가 생선값을 훨씬 넘어섰지만 너무도 신나는 경험이었다. 손 안에 잡혀서 팔딱팔딱 뛰던 손맛을 잊을 수가 없다. 아이들도 내년에 또 가자고 했을 정도로 정말 재미있었다. "하지만 아그들아, 내년 여름엔 우리가 이곳에 있을지 없을지 알 수가 없단다."

이렇게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소안도는 완도에 와서 알게 된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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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8-08-04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도도 보길도도 못 가본 제겐 소안도도 꿈나라 같네요.
바다색깔이 파란게 정말 멋져요. 가족들이랑 기억에 남을 시간 보내셨네요.^^

소나무집 2008-08-05 10:25   좋아요 0 | URL
저도 완도에 살지 않았다면 어림없는 섬여행이에요.
완도에 사는 동안 좋다는 데 다 놀러 다니는 대신 아이들 공부는 완전 뒷전이랍니다.

무스탕 2008-08-04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소나무님이랑 아가들이랑 아빠님랑 즐거웠겠어요 ^^
미라리 해수욕장은 정말 이쁘네요. 규모도 작아서 사람도 많지 않을것 같고요.
언제 가보나..

소나무집 2008-08-05 10:27   좋아요 0 | URL
정말 즐거웠어요.
단지 쉬고 싶어서 해외로 가는 분들에게 우리나라 땅끝에 있는 이런 섬으로 쉬러 가라고 권하고 싶어져요.

아영엄마 2008-08-05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고기를 직접 잡다니, 아이들이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 일이 될 것 같아요~.

소나무집 2008-08-05 10:30   좋아요 0 | URL
여름에 두세 번밖에 기회가 없는 행사라서 꼭 가야 한다고 남편이 부추겼어요.
늘 이것 저것 생각 안 하고 일을 저질러놓는 남편 덕분에 좋은 구경을 많이 하긴 해요. 아이들 데리고 한 번쯤 가볼 만한 축제였어요.

소진과준형 2008-08-07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얼굴보니 참 반갑네 ^^ 여기서야 벼르고 별러 갈 수 있는데... 그렇게 수월하게 가다니! 에구에구 부러워라~~

2008-08-08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유 2008-08-09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스런 가족들 모습을 뵐때마다 참 많이도 닮았구나..싶어요..
정말 잊지 못할 추억를 담아오셨군요..

소나무집 2008-08-12 09:48   좋아요 0 | URL
우리가 그렇게 닮았나요? 늘 예쁘게봐 주시니 고마워요.
소안도에서 물고기 잡던 추억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정말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전진 2010-08-17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완전 좋은 섬 제가 거기 출신입니다.

박찬례 2013-08-02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기대가됩니다. 소안도 큰마트도있나여? 내일 출발해여^^

신준서 2017-03-26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용~~ 전 소안도 출신 진산리 4444번지 김.봉.심 할머니 손자입니다. 저희할머니가 2016년 6월 초에 돌아가셔서 ㅠ,ㅠ 할머니 집도 돌려보고싶은데.. 힝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