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잊혀졌던 추위가 되살아난 듯 꽤나 쌀쌀했다. 그야말로 '서'하고도 '프라이즈'한 날씨였다. 길게 이어졌던 포근한 날씨 때문에 더 쌀쌀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변덕스러운 봄날씨에 사람들은 조금쯤 겁을 집어먹은 듯 고개를 떨구고 잔뜩 웅크린 채 걷고 있었다. 봄바람에 쫓기는 듯 파랗게 질린 모습이었다.
바람이 불고 쌀쌀해진 날씨로 인해 좋아진 게 하나 있다면 아마도 청명한 하늘이 아닐까 싶다. 미세먼지로 연일 뿌옇던 하늘은 마치 가을 하늘처럼 선명하다. 그 아래, 갑작스러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봉긋봉긋 피어오른 꽃망울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꽃망울이 한껏 부푼 목련이 금방이라도 탁 터질 것만 같다. 마치 심판의 출발 신호를 기다리며 대기선에 서있는 육상선수의 심장처럼 말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목련은 하늘의 푸른빛을 배경으로 바라볼 때가 가장 예쁘다. 그러자면 사람의 눈높이에서 핀 목련보다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높은 곳의 목련이어야 한다. 비취색의 하늘과 순백의 목련이 빚어내는 조화는 봄의 절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목련이 피는 짧은 순간의 봄은 사람을 때로 미치게 한다. 올해도 아마 그럴 것이다.
얼마 전 어느 인터넷 기사에서 본 바로는 2015년 가구당 한 달 평균 책값으로 1만 6천원을 썼다고 한다. 신간 단행본의 평균 정가가 1만 7천원이 넘는 것을 감안할 때 2인 이상 가구가 한 달에 한 권도 사지 않앗음을 의미한다. 경기가 좋고 나쁨을 떠나서 너무 심하지 않은가 싶다. 나야 책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아니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나라의 장래를 생각할 때 위기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책을 읽지 않는 민족에게 밝은 미래를 기대하는 건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은 요즘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개미]를 읽느라 정신이 없다. 엊저녁 전화를 했을 때 4권을 읽고 있다고 했다. 아내도 읽지 않은 [개미]를 아들이 읽고 있다.
누가 뭐래도 봄이다. 벚꽃 만개한 거리의 벤치에 앉아 좋아하는 시 한 수 읊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春興 -정몽주
春雨細不滴하니(봄비가 가늘어 방울도 듣지 않더니)
夜中微有聲이라(밤중에 희미한 소리가 나는 듯했네.)
雪盡南溪漲하니(눈 녹아 남쪽 개울에 물이 불었거니,)
草芽多少生인고(풀싹은 이미 얼마나 돋았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