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미세먼지로 목이 칼칼하고 멀쩡하던 눈마저 따끔거리는 날이 연일 이어지다 보면 과거 2,30년 전으로 되돌아가 산 위의 맑은 공기 한 바가지 퍼마시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계절은 봄꽃이 만발하여 우리를 유혹하고 차지도 덥지도 않은 기온은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데 문이란 문은 꽉꽉 쳐닫고 빗물 자국으로 꾀죄죄한 유리창을 통하여 바깥 풍경을 보고 있자니 한심한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자연을 생각하지 않는 발전은 결국 인간을 죽이고 만다. 전국의 공기 좋다는 곳을 아무리 다녀봐도 예전만 못하다. 남들은 날 보고 '기분 때문이겠지' 말하지만 완전히 기분 탓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발전이고, 누구를 위한 자연파괴인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인간이 제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 한들 자연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발전만이 능사인 줄 안다.

 

꼭 자연만 망가지는 건 아니다. 인간의 심성도 따라서 망가진다. 욕심이 자꾸자꾸 커지는 탓이다. 법무부에 근무하는 한 고위직 공무원은 넥슨 주식 80만주를 팔아 구설에 오르고 있다. 비상장 주식을 80만주나 대량으로 매입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그것도 회사와 업무 연관성이 없는 개인이 말이다. 그럼에도 그 사람은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민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뭐하러 개 돼지들한테 신경을 쓰시고 그러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영화 '내부자들' 중에서)라고 누군가 조언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양심 또한 썩어간다는 걸 그는 모를 것이다.

 

봄햇살이 저리도 따사로운데 문이란 문은 모두 닫은 채 실내에만 머무르자니 속이 터진다. 어렸을 적 이맘때면 들로 산으로 해가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쏘다녔을 텐데 말이다. 정말이지 그 시절의 공기를 어디서 구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다.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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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30 12: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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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30 16: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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