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채 배우를 좋아해 보기 시작했다. (이동휘는 내 스타일은 아니고.) 


어찌보면 오래된 연인의 그렇고 그런 시시한 이별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보고나서 읭, 이거 뭥미? 했다. 그런데 또 이런 이야기가 의외로 뭔가의 여운이 있어 날아가기 전에 붙잡아 두겠다고 몇 자 적어 본다. 


솔직히 난 음식과 로맨스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음식 영화는 아무리 잘 차려놔도 먹을 수 없고, 로맨스 역시 남의 사랑 이야기라 특별히 감흥이 없다. 또 그런 영화는 MSG가 있지 않은가. 사랑은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켜내는 것도 중요하다. 로맨스 영화는 이루는데까지만 보여주는 게 대부분이니까 그 여운이 오래 가지도 않는다. 더구나 사랑의 유통기한은 짧으면 3 개월 길어야 1년을 넘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 나머지는 '사랑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문제다. 하지만 고민하려고 하지 않는다. (정말?) 


어쨌든 그러다보니 사랑을 이루는 것 보단 차라리 왜 헤어지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가 나에겐 오히려 신선하게 왔다고나 할까?


이 영화는 오프닝 씬부터가 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아영(정은채 분)이 미술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전공과 다른 부동산 중개 일을 하고 있다. 텅 빈 어느 집에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가 집을 구경하며 행복해 한다. 아영은 그것과 상관없이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한다. 그리고 그 예비부부의 뭔가의 질문에 기계적인 미소로 대답을 한다. 그 대비되는 표정에서 그녀는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걸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준호(이동휘 분)와는 CC로 만나 동거부터 시작한 아영. 시작했을 땐 행복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준호가 지겹다.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만년 공시생일뿐이다. 동창 모임에 나가도 가오가 나질 않는다. 그리고 매사 대충 좋은 게 좋은 거려니 하는 안일한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니 짜증이 난다. 뭐 그것까지도 좋다고 치자. 그녀가 못 참는 건 준호의 거짓말이다. 집에 있으면서 독서실에 있다고 하곤 백수 친구와 게임 한 판 뜰려고 하다 딱 걸렸다. 결국 그것이 빌미가 돼 준호는 순식간에 집에서 쫓겨나고 만다. 


문득 과연 동거가 결혼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동거를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살아 보고 결혼한다는 이유가 가장 크지 않을까. 합리적여 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갈수록 결혼을 안 하는 추세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혼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줄어 들 수는 있어도 여전히 결혼들은 한다. 결혼이 합리적이지 않는데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하지는 말자. 결혼은 선택이니까. 


그런데 동거는 이 영화를 보면서 달리 생각해 보게 되더라. 단순히 살아 보고 결정하는 거던가 그냥 좋아서 동거부터 한다는 건 아닌 것 같다. 특히 기우는 동거는 하지 말아야 한다. 누구의 집에 누가 들어와 살 거냐에 따라 갑을관계가 형성되고 살다가 싫어지면 일방적으로 쫓겨나야 한다. 그건 얼마나 X팔리는 일인가. 영화속 준호처럼 말이다. 그런 걸 보면 그냥 각자의 집이 있고 데이트만 하는 다소 고전적인 방법이 오히려 더 합리적이란 생각을 해 보게 되는 것이다.


아무튼 둘은 그렇게 헤어지고 또 얼마 안 있다 각자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 준호는 아영 보다 훨씬 젊고 어린 여대생과 동거를 하고, 아영도 준호 보다 훨씬 능력있고 매너 좋은 남자와 교제를 한다. 둘은 한동안 잘 될 것만 같았는데 잘 안 됐다. 무엇보다 그 능력있는 매너남은 사실은 애 딸린 유부남으로 이혼도 하지 않으면서 아영에게 껄떡대고 있었고, 준호 역시 아영 보다 좋은 상대였지만 아영에게 베풀지 않아도 되는 친절을 베푸느라 소홀히 해 놓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만들었다.


준호는 아영의 집을 나올 때 태블릿이 딸려 와 그것을 돌려 주러 잠시 나갔다 들어 오겠다며 그 동안 짜장면과 짬뽕을 시켜놓고 있으라 했다. 하지만 아영과 얘기가 길어지는 바람에 그것을 잊었는지 돌아와 보니 음식은 이미 배달 돼 먹지도 않고 개수대에 쳐 밖혀 있고 여대생 애인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 장면이 참 묘한 여운을 남긴다.


결국 헤어진 연인들은 새로운 상대를 만나도 여전히 볼온한 걸까? 그래서 다시 새로운 상대를 만나 봤자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영과 준호는 스스로가 뭔가를 뛰어 넘어야 할 것 같은데 그 굴레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런데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건 사랑은 언제 누구를 만나든 두근거려야 한다는 것이다. 즉 게임을 해야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결혼을 하거나 동거를 하면 사랑을 쟁취했다고 착각하고 안온함을 찾으려고 한다. 인간관계에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라도 뒤집힐 수 있는 게 인간관계라는 거 우린 이미 너무 많이 경험하고 살아 오지 않았던가. 있다고 해도 얼마되지도 않는다. 냉정히 말해 준호는 쫓겨날 짓을 했다. 아영의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에 재빠르게 대처했더라면 그 지경까지는 안 갔을 거다. 오히려 남의 집에 얹혀 살아도 당당하고 재미지게 살지 않았을까.        


뭐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영화는 다음은 그 보다 더 못한 사랑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는지도 모르겠다. 젊은 날에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는다고 노래했던 모 가수의 노래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것을 깨달았을 땐 늦었고 늙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진짜 인생 종친다.


영화가 단백하다. 그래서 보기에 따라선 심심할 수도 있겠다. 이렇다할 빌런도 어떤 질투도 음모도 없다. 난 때로 이런 스토리를 좋아한다. 그냥 존재만으로도 이야기가 되는 거. 물론 다 좋다는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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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4-06-04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영화가 있군요^^; 정은채 배우 참 예뻐요^^

stella.K 2024-06-04 13:02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정은채는 여러 색을 내는 배우 같아요. 청순하다가도 악녀의 이미지도 있고. 전사의 이미지도 있고. 여기선 좀 냉정하고 다소 표독스런 이미지예요. 넘 많이 알려드렸나요? 😂

페넬로페 2024-06-04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왓챠에 이 영화가 있어 보고 싶어요.
사실 지나가는 영화가 너무 많아 잘 챙겨보지 않게 되거든요.
정은채 배우보다는 이동휘 배우가 더 제 스타일이어서 한 번 보고 싶어요.

stella.K 2024-06-04 13:07   좋아요 1 | URL
앗, 이동휘 좋아하시는군요. 싫은 건 아닌데 아주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ㅎ 근데 이 영화에 캐스팅됐다는 게 좀 의외란 생각이 들었는데 괜찮긴 하더라구요.^^
 

            

이런 애니메이션이 있는지도 몰랐다. 

애니메이션을 보다 울어 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아, 국민학교 때 TV에서 <인어공주> 만화영화 보고 울컥할뻔한 적은있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울게될 줄은...ㅠㅠ    

언제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지난 2021년이면 아직 코로나가 유행할 때 아닌가. 코로나 기간 동안 영화관에 갈 일이 거의 없었으니 무슨 영화가 개봉했는지 관심도 없었나 보다.  

 

             


작화가 좋다. 아마도 그래서 더 뭉클했나 보다. 70년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하지만 보다보면 욕실 장면도 한컷 나오던데 그 시절에 저런 욕실이 어딨다고 이렇게 세련되게 그려 넣었을까 좀 오버한다는 느낌도 들긴한다.


오래 전 어느 지인한테 전태일 평전을 선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애니를 본 김에 좀 만져 보기라도 해야겠다 싶어 찾아 봤더니 없다. 어디 숨어 있는 건가 아니면 잃어버린 걸까.


지금은 노동 환경이 어떤가 싶기도 하다. 물론 전태일이 분신했던 70년대 보다야 좀 나아지긴 했겠지만...  


작품이 끝까지 아름답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그래서 전태일이 분신하는 장면도 리얼함 보다는 일종의 후광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품을 어린이 카테고리에 있던데 아무래도 어린 아이들을 의식한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전태일의 삶이 숭고한 건 사실이지만 극단적이기도 해 이걸 아이들에게 선뜻 보게 할 부모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도 자라면서 한번쯤 전태일이란 이름은 알아야하지 않을까. 거기에 이 작품은 더 없이 좋은 작품임에 틀림없다. 나중에 한 번 더 보게될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장동윤이 전태일 목소리 역을 맡은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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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4-05-21 0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태일 열사의 삶과 최후를 사실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몇몇 일화(특히 전 열사의 죽음)가 어린이들이 보기 힘들 수 있어요. 너무 미화해서 표현하는 것도 단점이 있긴 한데, 이렇게 표현하지 않으면 우파 단체들이 그냥 넘어가진 않을 거예요. 우리 사회가 우파 성향 쪽으로 많이 기울어지면 교과서에 전 열사 이야기를 빼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나올 거예요.

stella.K 2024-05-21 10:54   좋아요 0 | URL
그래 그럴 거야. 영화도 있는데 그것도 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근데 법에도 명시된 일 가지고 좌파니 우파니 하는 건 우리 스스로가 국격을 깎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도 전태일과 함께하는 자들을 빨갱이로 몰거든. 그래도 지금은 많이 알려져서 교과서에서 빼는 일은 없을거야.
이 작품 진짜 예뻐.안 봤으면 함 봐.

희선 2024-05-21 2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거 만들었다는 말은 봤어요 저는 못 봤지만... 만화영화라고 해서 꼭 어린이만 봐야 하는 건 아니죠 부모하고 아이가 함께 봐도 괜찮겠습니다 일하는 곳이 예전보다 나아졌다 해도 여전히 안 좋은 일은 있겠네요 실습하러 간 학생이 사고로 죽기도 하니... 그런 일이 지금도 일어나는 듯합니다 언제쯤 없어질지...


희선

stella.K 2024-05-22 09:5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전태일은 참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더군요. 그런 따뜻한 사람은 많되 죽는 사람은 없어야 할텐데 앞으로 더 좋아지길 바라야죠.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동생 볼프강 모차르트에 가려진 누나 나넬의 삶을 그렸다. 음악성은 동생 못지 않았는데 시대를 잘 못 타고났다고 할 밖에. 그나마 (진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부모는 나름 나쁘지 않은 부모였다는 것. 

한때 부모를 떠나 독립적으로 살아 보려고 했지만 다시 돌아와 

스스로 자신의 음악적 자질을 접고 평범한 삶을 산다. 그 시대치곤 장수했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선 볼프강의 존재 크게 나오지만 이 영화에선 한낱 소년으로 나와 묘한 대비를 이루기도 한다. 



영화를 보니 갑자기 비발디의 생애가 궁금해졌다. 성직자지만 그가 음악활동을 하는 걸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았다. 특별히 오페라란 장르가 그다지 환영 받지 못했다는 건 시대 탓인 건지 아니면 비발디였기 때문에 그랬던 건지 그게 좀 모호하다. 당대의 사람들은 비발디가 성직에 충실해 주길 바랐던 것고 같고.

아무튼 이 영화를 보면 귀가 호강하는 건 확실하다. 비발디의 음악을 장면 장면마다 잘 살려서 들려준다. 




작화는 요즘에 나오는 애니메이션에 비하면 확실히 떨어진다.  하지만 누가 감히 이 작품에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아마도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본격적으로 독서를 하게된 계기가 바로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하도 오래된 일이라 가물가물하다.) 그건 나만 그러진 않았을 것 같다. 어느 시대건 여자 아이라면 누구나 자기 도서목록에 이 책 한 권쯤 끼어있지 않을까?

20년 전쯤이었나? TV 외화시리즈로 방영되기도 했는데 거의 환호하며 봤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이 작품은 '플란더스의 개'와 함께 애니메이션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그런데 재밌는 건 이번에 볼 때 난 앤 보다는 다소 무뚝뚝하고 어린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마릴라 아줌마한테 더 마음이 갔다는 것. 이거 꼭 나를 보는 것 같잖아 했다. ㅎ 

이 작품의 단점은 앤이 어린 때부터 17살(?) 때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요즘의 사춘기 17세를 생각하면 안 된다. 그 시절 17세는 이미 성인으로 진입하는 때다.) 키와 얼굴 선만 다소 성숙한 모습으로 나오고 머리 모양이나 옷 모양의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 거의 말미에 옷이 바뀌긴 한다.

그리고 등장인물 하나 하나가 너무 지나칠 정도로 착하다는 것 앤이 학교에 처음 들어가 길버트가 앤을 홍당무라고 놀리는데 무슨 악의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냥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그랬다는 정도. 

하다못해 앤이 학교 장학금을 받느냐 못 받느냐를 놓고도 주위에 학교 친구들은 들러리처럼 앤이 안 받으면 누가 받느냐며 옹호할뿐 뚜렸한 경쟁자가 없다. 그나마 앤을 놀렸던 길버트가 경쟁자라면 경쟁잔데 그는 장학금을 받지 않는 대신 성적 우수자에게 주는 메달을 받게 되므로 앤과 공평한 행운을 누린다. 그러니 요즘의 스토리텔링에 익숙한 아이들은 싱겁다고 할지 모르겠다. 하긴 나도 바로 이점 때문에 좀 김이 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이렇게 착하게 그려도 영원한 명작으로 남을 수 있는 걸 보면 역시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작가는 어떻게 이런 작품을 쓸 생각을 했을까? 천국 가면 물어보고 싶다. 

추억이 방울방울 솟는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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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4-04-22 06: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생각해 보니 모차르트 위인전에 모차르트의 누나가 있다는 내용을 본 것 같아요. 영화든 애니메이션이든 음악이든 지금 보면 촌스럽고 무언가 부족한 점이 보여도.. 그래도 좋아요.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없지만, 한 번쯤 생각날 때마다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좋아요. ^^

stella.K 2024-04-22 09:57   좋아요 0 | URL
난 이 영화가 있다는 걸 잊고 살다 이제야 봤다. 그래도 부모가 차별해서 키우지는 않았다는 게 다행이야.
요즘 애니는 거의 실사에 가까울 정도로 입체적이잖아. 그래도 옛 정서는 무시 못하는 거 같아. 모처럼 옛 추억에 빠져 봤다. ^^

페크pek0501 2024-04-25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많이 보셨네요. 뿌듯하시겠어요.
저는 요즘 넷플릭스 영화를 안 보게 되고 유튜브 동영상을 많이 보게 됩니다. 법륜 스님과 강신주 님의 강의 그리고 심리학 강의를 들어요. TV로 볼 수 있어 좋답니다.^^

stella.K 2024-04-26 10:00   좋아요 0 | URL
ㅎㅎ 아무래도 TV로 보면 좀 편하지 않나요? 그렇지 않아도 유튭을 tv로 볼 수 있다는데 전 아직 한번도 그렇게 안 봐봤네요. ㅎ
 


장동건이 악역으로 나오는 걸 본건 이 영화가 처음은 아닐까 싶다. 이전에도 악역을 했었나? 악역이기도 하지만 변태이기도 하다. 어쩌면 자기 아내와 자식을 그런 식으로 피를 말리는지. 그런데 그 악역을 나름 괜찮게 연기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장동건 보단 류승룡을 위한 영화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부성애든 모성애든 모든 상황에서 다 용납되고 아름다운 건 아니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몰살시킨 백치 같은 악역도 있다. 그전에 실수로 달리는 차에 뛰어든 아이를 죽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니 살기를 어찌 바랄 수 있겠는가. 그는 사형수가 됐지만 사형이 집행되기 전 마지막으로 아들을 만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아들 역은 고경표가 맡았는데 촌스러운 까까머리에 고뇌를 잔뜩 뒤짚어 쓴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솔직히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류승룡의 고군분투하는 역이 하도 인상적여 별 세개 반은 줘야할 것 같다.  


난 정유정 작가를 그다지 안 좋아했는데 영화를 보니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이 그래서 그런지 낮의 밝음 보단 밤의 어둡고 음산한 이미지를 잘 살렸다. 





 언젠가 일본 영화로 본 것 같기도한데 가물가물하다. 강동원과 김의성이 출연한 한국판을 봤는데 뭐하나 겹치는 게 없다. 그럼 안 본 건가? 점점 기억이...ㅠ 


암튼 영화가 시작은 좋은데 갈수록 좀 만화 같다는 느낌도 들고 신파같다는 느낌도 든다. 그래도 역시 강동원과 김의성이 고생하는 연기를 보니 나쁜 평은 하고 싶지가 않다. 특히 악역 전문 배우 김의성이가 여기선 사람을 돕는 선한 역할로 나와 좀 훈훈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엔딩이 참 인상적이다. 


누군가 나의 신분을 도용해 악당으로 만들고 나쁜 놈으로 몰아간다면 어쩔 것인가. 다소 만화 같은 소재지만 아주 불가능한 소재도 아니다. 물론 이런 일은 실제론 잘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착한 사람을 못된 놈 만들면 누가 착한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소설은 그다지 보고 싶지는 않다. 


나도 나이를 먹는지 얼마 전부터 습관적으로 시니어 토크쇼 <<황금연못>> 재방송을 보기 시작하더니 그 여파 때문일까? 괜히 노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아무래도 나의 옛 추억에 가장 근접해 있는 세대가 아닌가. 게다가 울엄니도 요즘 들어 부쩍 옛날 이야기를 많이한다. 어쨌든 그런 그런 분위기를 타고 이 영화까지 보게 되었다. 2015년 작품이니 무려 10년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그런데 워낙 노인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스토리 자체는 별로 시간을 타지 않는 느낌이다. 요즘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것 같다. 


휴먼 드라마 내지는 노인 멜로로 봐도 되겠지만 약간의 미스터리를 가미하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엔 무슨 이야기가 이렇게 불친절한가? 무슨 필름을 뚝뚝 잘라 먹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나중에 마무리는 나름 잘 됐지만. 노인성 치매에 관한 접근도 나름 나쁘지 않게 했지만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이 이런 영화도 만들다니 좀 놀랍기도 했다. 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시도가 좋은 영화란 생각은 들지만 이런 영화가 앞으로도 계속 나온다면 소재를 좀 더 다양화시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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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4-09 0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두 권 예전에 읽어서 많이 잊어버리기도 했네요 《7년의 밤》과 《골든슬럼버》... 그때는 책을 읽고 쓴 지도 얼마 안 됐을 때기도 했네요 책도 잘 못 보고 제대로 쓰지도 못했네요 지금도 못 쓰지만... 책을 봤다는 건 기억하네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희선

stella.K 2024-04-10 11:00   좋아요 1 | URL
희선님 벌써 그러시면 어쩌십니까? ㅎㅎ
어쨌든 장르소설 좋아 하시는 희선님은 벌써 읽으셨군요. 골든 슬럼버는 모르겠는데 7년의 밤은 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어요. 나중에 읽어 볼까합니다.^^

페크pek0501 2024-04-14 1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본 두 영화가 있어요. 메이 디셈버, 파묘.
영화관에서 봤는데 전자가 더 좋았어요. 파묘는 무섭기보단 약간 만화영화 같단 생각을 했어요.

stella.K 2024-04-14 20:07   좋아요 0 | URL
부지런하시네요.
저는 이제 극장에 가는 일이 있을까 싶기도해요.
극장엘 안 가니 리뷰를 써도 개봉한지 한참 된 영화를 보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옛날 영화도 본 것 보다 안 본 영화가 많아요.
월정액을 끊어서 보면 비교적 최신 영화를 볼 수도 있는데
그럼 다른 것 못하겠더군요.
이래저래 영화는 저의 애증물인 것 같습니다.ㅎㅎ

파묘가 그렇군요. 저도 감독의 전작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별로 저랑 안 맞는 것 같아 그냥 그런가 보다 해요. 근데 이 영화는
꽤 성공했던 모양입니다. 지난 번에 유퀴즈에도 나오고 그랬더군요.
 

              

그러고보니 한때 조폭 영화 제작 열풍이 불었던 때가 있었다. 나는 그게 영 탐탁치가 않았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조폭이 뭔가 조폭이 하며 혀를 끌끌 찼었다. 그러다 어제 이 영화를 보니 조폭 영화 열풍은 여전히 마땅치 않은데 사람이 왜 조직의 일원이 되길 바라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조폭이라기 보단 고등학교 불량써클에 관한 이야기다. 그것도 14,5년 전 영화다. 지금도 일진회 같은 불량써클이 있는지 모르겠다. 워낙에 개인주의가 팽배해 있는 사회를 살다보니 불량써클도 없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저 영화가 만들어졌을 당시는 무전기만한 휴대폰과 삐삐가 함께 사용되어졌던 때다. 아무래도 불량써클에 입단하게 되면 학교가 주는 그 답답함에서 뭔가의 일탈이 좀 더 용이하니까 그런 것 아니겠는가. 공부를 안 해도 같이 안하고, 뭘 해도 집단으로 움직이니 뭔가 심리적 안정감 같은 것도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고등학교에 들어간 짱구(정우 분)가 어떻게 불량써클에 가담하게 되고 졸업할 때까지 3년을 지내왔는가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처음 들어 가 꼬붕에서 2년차인 중간자 즉 후배와 선배를 함께 다스리고 섬겨야하는 입장과 위에 더 이상 선배가 없는 3년차를 차례로 보여준다. 스토리 자체가 좀 오래되고 조폭 영화라 별 기대는 하지 않고 보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볼만한 요소가 많아 끝까지 보게 됐다. 


아무래도 오래된 영화는 지금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배우들의 성장기를 보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특히 주인공을 맡은 정우라는 배우가 어떤 필모를 쌓으며 지금까지 왔는지, 배우로서 탄탄한 성장 스토리의 한 대목을 볼 수 있어 옛 영화가 주는 향수를 느껴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마치 빛바랜 앨범을 꺼내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찡한 느낌도 든다. 


특히 요즘 이웃집 아저씨나 어느 회사 대리 뭐 이런 식의 조연으로 나오는 배우들이 이 영화에서 고등학생으로 나오는데 이름은 잘 몰라도 척 보면 알만한 사람들이다. 이때는 좀 슬림하게 나오긴 했지만 그때나 이때나 얼굴의 변화는 거의 없다. 그런 배우들을 고등학생으로 분한 건 좀 심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 시절 고등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이 봤다면 이건 고등학생을 모욕하는 거라며 반기를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ㅋ 


또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든 힘은 음악에도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청춘 영화인만큼 젊은 감각의 음악을 쓸 법도한데 놀랍게도 거의 대부분 국악을 사용했다. 특히 가야금. 이 묘한 조합이 희안하게도 영화를 보는 힘을 끌어준다. 재밌는 건, 영화 초반에 짱구를 비롯한 네 명의 아이들이 요주의 인물이 돼서 결국 선생님한테 대걸레자루로 엉덩이를 흠씬 쳐맞는 장면이 나오는데 얼마나 웃기고 실감나던지 웃음이나서 혼났다. 역시 학창시절하면 빠지지 않는 추억이 이런 거 아니겠는가. 어떤 선생님한테 어떻게 맞았는가 하는. 지금은 선생이 애들 건드리면 큰일나는 세대가 되었지만. 


아무튼 이 영화 별 네 개도 줄 수 있는데 난 반 개를 깎았다. 아무래도 조폭은 내 정서상 그다지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고 빛바랜 감이 있어서. 그래도 추천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홍길동의 이미지 때문에 주인공의 신출귀몰한 활약상을 기대했다면 접어두길 바란다. 코믹 액션 느와르를 표방하지만 오히려 실수를 연발하며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로 나온다. 영화가 좀 길고 아무래도 느와르인만큼 사람을 어떻게 하면 많이 멋있게 죽이느냐가 관건인지라 뒤로 갈수록 좀 피곤한 느낌을 살짝 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는 80년대 빈티지한 느낌과 만화적 느낌을 살려 그 점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 등장인물도 만화적이지만 나름 멋지고 그럴듯하게 나온다. 주인공 역을 맡은 이제훈은 정말 그를 위한 영화가 아닐까 싶게 연기를 잘한다. 이런 내공을 쌓으며 드라마 '모범택시'까지 왔겠구나를 생각하면 이젠 정말 믿고 보는 배우가 되지 않았나 싶다. 


2016년작이다. 그때 벌써 이런 영화를 만들 정도라면 홍콩하면 느와르라고 하지만 우리만의 K 느와르를 개척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감독이 예전에 송중기, 박보영이 나왔던 <<늑대소년>>을 만든 조성희 감독이다. 나는 옛날 감독 몇명은 알아도 요즘 감독은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던데 영화가 감독의 예술인만큼 이 감독 정도는 기억해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크게 감동할 영화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영화 수준이 여기까지 왔구나 새삼 확인차 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영화에서 말순 역을 맡은 조그만 김하나 배우가 이제는 사춘기 소녀가 되었다. 영화에서 결코 아이답지 않은 대사를 지나치게 되바라지지도 않으면서 어린 아이의 순수함을 잃지 않고 있어 인상 깊었다. 하지만 이 작품 이후에도 몇 작품에 출연 했지만 아직 챙겨보지 못해 어떻게 성장해 갔는지 모르겠다. 

별 세 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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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3-05 12: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은 영화를 많이 보시니 글쓰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저는 요즘 영화를 볼 시간이 없네요. 짬짬이 유튜브 시청은 합니다. 영화는 두 시간 이상을 잡고 봐야 해서 부담스러운 면이 있어요.
조폭 영화를 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이런 것 아닐까요? 우리가 그런 세계를 잘 모른다는 점. 모르는 세계를 영화를 통해서나마 접할 수 있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stella.K 2024-03-05 12:58   좋아요 1 | URL
ㅎㅎ 그나마 요즘은 드라마를 못 보니 영화라도 보자는 쪽으로 기울어져서 그래요. 드라마는 더 시간 걸리잖아요. 영상소설 본다는 셈치고 보려고 하는데 그러다보니 책 읽을 짬이없네요. 영화를 보고 일케 짧게 감상기를 남기는거랑 본격적인 영화 에세이를 쓰는거랑 다른것 같아요. 마침 그걸 가르쳐 주는 곳이있던데 가볼까하다가 주저하게 되네요. 가만히 생각하니까 제가 이제 나이가 많아 그런거 등록하기가 조심스러워지는 거예요. 어쩌면 좋습니까? ㅎㅎ

아, 영화 바람 재밌어요. 이순원 작가의 작품도 생각나고.

레삭매냐 2024-03-09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바람> 짤이 하도 많이 돌아서
볼까 싶기도 한데, 제가 요즘 지긋하
게 앉아서 영화 보는 인내심이 극도
로 떨어지는 바람에 그만.

<듄2>도 보러 가야 하는데 돌비 극장
입장료가 19,000원이라는 말에 그만
호곡.

stella.K 2024-03-09 10:08   좋아요 1 | URL
헉, 진짜요? 와~ 글치않아도 요즘 관람료가 어떻게 되지? 평일 낮이면 15000쯤하지 않나 했더니 돈없는 사람 극장도 못 가겠군요. 충격입니다.ㅠ

언제고 기운없는 날 바람 보세요. 나름 재밌습니다.

transient-guest 2024-03-19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에서 손호준배우가 100만원인가 받았다는 얘길 전에 응사로 유명해지고 어느 예능에서 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여러 번 본 영화인데 정우배우보다는 최근 ‘거란전쟁‘에서 양규장군으로 나온 지승현배우가 더 유명해진 것 같습니다.ㅎㅎ

stella.K 2024-03-19 11:10   좋아요 1 | URL
엇, 바람을 아시는군요. 저도 영화 꽤 보는 축에 속한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보고 의외로 좋았습니다. 한 15년쯤 전 영화고 손 배우 신인이었을테니 그래도 100만원이면 싸긴 싸죠? ㅋ 거란을 아직 못 봤는데 조만간 봐야겠네요. 😂

transient-guest 2024-03-19 11:55   좋아요 1 | URL
내 광상 김정완이다 대사가 유명하죠 ㅎㅎ

2024-03-24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24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