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에게 '자본'은 한편으로는 물질적인 것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적인 것을 나타낸다. 다 시말해, 자본은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이 동전의 양면을 이루듯이 결합돼 있다. 그런데 이 둘은 자본 안에서 서로 대립·모순적인 관계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종합·통일의 관계, 즉 변증법의 관계에 있다. 이런 이유로, 마르크스 사후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그의 유물론을 '변증법적 유물론'이라고도 불렀다. (다른 한편으론 '역사적 유물론'이라고도 한다.) (p. 17)
일반적으로 마르크스 유물론 사상에 영향을 준 것으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프랑스 사회주의 (생시몽과 푸리에 등의 사회주의), 영국의 정치경제학(애덤 스미스 등의 고전 경제학), 헤겔 변증법을 비롯한 독일 관념론이 그것이다. 그런데 크게 보면 두 가지이다. 왜냐하면 프랑스 사회주의와 영국의 정치경제학(고전경제학)의 철학적 세계관은 근대 경험론에 근거한 유물론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르크스 유물론에 영향을 준 두 가지는 유물론과 관념론이라고 할 수 있다. (p. 19)
마르크스는 자신의 유물론을 기존의 유물론과 관념론으로부터 '질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기존의 유물론과 관념론은 단지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세계를 이러저러하다고 해석할 뿐이지만, 그의 유물론은 '이미 주어진' 세계를 새로운 세계로 '변혁'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때, 마르크스의 유물론은 상호 대립·모순관계에 있는 기존의 유물론과 관념론을 헤겔처럼 단지 종합·통일한 것이 아니라, 이 둘을 넘어서 있는 '고차적인 단계'에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고차적인 단계에 있는 이 마르크스의 유물론을 '실천적' 또는 '혁명적' 유물론이라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p. 21)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완성되지 않은 미완의 저서이다. (p. 22) 마르크스가 말하는 새로운 세계, 즉 '각기 자유로운 개인이 서로 연대하는 사회'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단초를 <자본론>에서 살펴보는 것도 우리의 좋은 공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p.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