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이러한 접근이 이 책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었다. 역사서가 너무 학문적으로만 서술되면 지루해지기 쉬운데 이 책은 구체적 행위지침들에 주목하면서 그 시대 그런 행동들을 했을 사람들이 연상되어 친근하게 읽혀졌다. 그리고 조금 스포하자면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하는 행동들이나 사고방식들은 그리 많이 변하지 않았다.
전체 6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에서 1부는 고대와 중세의 매너를 다룬다. 여기서 핵심은 '키케로'이다. 모든 사람이 갖추어야 할 덕으로서의 매너에서 '계급성'을 부여한 매너를 최초로 언급하고 강조한 인물이 키케로였다. 그리스·로마사에서 그리스를 중요시하게 여기는 사회와 로마사를 중요시하게 여기는 사회는 그리스·로마라고 한묶음으로 묶기엔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또한번 느꼈다. 로마사를 계승하고 중요시하는 사회는 권위적이고 계급적이고 차별적이다라고나할까...
2부는 매너의 새로운 이상인 시빌리테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매너를 가르쳐야 할 교육의 범주에 넣은 것은 유의미하지만 아직 프랑스 예법의 영향이 큰 매너였다.
3부에서는 프랑스의 영향에서 벗어나 영국식 예절이 탄생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이 변화는 영국식 경제적 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던 만큼 '젠틀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4부에서는 그동안의 조금은 느즛한 매너를 대체해 엄격한 에티켓이 탄생하는 원인과 과정을 살펴본다. 산업화와 더불어 새로운 부르주아 집단이 성장하자 영국의 상류층은 신흥부자들이 침범할 수 없는 배타적인 '소사이어티'를 만들었다.
5부에서는 에티켓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해 간 양상을 살펴본다. 다양한 에티켓들이 등장하는데 쇼핑에티켓까지 나타날 정도다.
6부에서는 20세기 에티켓의 특징을 살펴본다. 계급적 구분이 희미해져 가는 상황에서 사회적 구별 짓기의 단위가 계급에서 개인으로 전환되는 변화가 일어난다. 다양한 생활 에티켓들이 등장하는데 아마도 가장 현실적이면서 재미있게 읽혀질 최신 매너모음 부분이겠다.
매너라고 부르든 에티켓이라고 부르든 여하튼 서양식 예의범절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행동지침들의 시작은 서양 역사의 시작인 고대그리스·로마에서부터 출발한다. 매너의 역사가 인간의 역사와 동시적이랄까. 인간사회의 시작에 인간행동지침들이 필요했던건 당연한 것일수도 있지만, 고대그리스·로마 시대에서의 매너론은 인간이 갖추어야 할 덕으로서의 철학적 소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테오프라토스의 저서에서 확인되는 바, 그중에서도 눈여겨보게되는 부분은 이때부터 '이후 매너의 역사를 관통해 허세는 아주 경계해야 할 악덕의 지표로 꼽히게 된다. (p. 42)'는 점이다. '내면과 외양의 일치는 19세기 전까지 매너의 역사에서 예법의 절대적인 대전제였다. (...) 외적 행동이 내면적 덕과 상응한다는 오랜 믿음은 결코 생명력을 잃지 않았다. (p. 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