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의 자본론 - 자본은 인간을 해방할 수 있는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이재유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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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위대한 사상의 책

<자본론>이라는 숲을 여행하다

EBS books에서 나오는 '오늘 읽는 클래식' 시리즈를 좋아한다. 네권쯤 읽어봤는데 하나같이 모두 해당 고전을 읽기전에 읽어두면 좋을 아주 유익한 참고서들이었다. <스미스의 국부론- 인간노동이 부를 낳는다>를 읽고나니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아주아주 궁금해졌다. 상반되어 보이는 이 두 개념은 사실 굉장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스미스의 국부론>을 읽으며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두 책의 저자가 동일하다보니 맥락적으로 더 잘 연결되는 것도 같아서 더욱 흡족해하며 읽을 수 있었다.

'비인간적'이라고 생각되는 자기 자신의 현재 삶을 의심하고 이 삶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려면, 인간다운 삶을 위한 '의지'와 이 의지를 현실화하려는 '실천'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의지와 실천을 통해 '낡은' 자기로부터 '새로운' 자기를 생산해낼 수 있으며, 이를 '혁명'이라 한다. 마르크스는 낡은 자기로부터 새로운 자기를 생산할 수 있는 힘을 '생산력'이라고 했다. (p. 6) 앞으로 자기가 만들고 생산해야 할 '새로운 자기'는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지옥 같은 타인과의 관계에 있는 '나'가 아니다. 이 지옥같은 관계에서 벗어나 그 누구와도 '자유롭게 연대함'으로써 타인을 지옥이 아니라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는 자신의 무한한 '힘'으로 느끼고 의식할 수 있는 '나'이다. '새로운 자신'을 생산할 수 있는 출발지는 현재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과학적 분석)이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그 출발지에 대한 상세한 여행 안내서이다. (p. 7) -서문 中-

한때는 금서에 가까웠던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찾아보면 의외로 다양한 책들로 꽤 많이 나와있다. 하지만 이 벽돌책 시리즈를 원전으로 읽어본 사람은 해당 학문의 전공자들밖에 없지 않을까... 더구나 이 책의 주요 핵심사상이 여전히 조금은 불온하고 조금은 반시대적이라고 여겨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저자는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에 다가오도록 말을 건네준다. 지금까지 <자본론>에 붙여져 있던 편견들을 벗어나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출발지의 하나로 여겨보라고. 무엇보다 이 새로운 접근은 생각보다 꽤 '인간적'일 거라고.

마르크스에게 '자본'은 한편으로는 물질적인 것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적인 것을 나타낸다. 다 시말해, 자본은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이 동전의 양면을 이루듯이 결합돼 있다. 그런데 이 둘은 자본 안에서 서로 대립·모순적인 관계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종합·통일의 관계, 즉 변증법의 관계에 있다. 이런 이유로, 마르크스 사후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그의 유물론을 '변증법적 유물론'이라고도 불렀다. (다른 한편으론 '역사적 유물론'이라고도 한다.) (p. 17)

일반적으로 마르크스 유물론 사상에 영향을 준 것으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프랑스 사회주의 (생시몽과 푸리에 등의 사회주의), 영국의 정치경제학(애덤 스미스 등의 고전 경제학), 헤겔 변증법을 비롯한 독일 관념론이 그것이다. 그런데 크게 보면 두 가지이다. 왜냐하면 프랑스 사회주의와 영국의 정치경제학(고전경제학)의 철학적 세계관은 근대 경험론에 근거한 유물론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르크스 유물론에 영향을 준 두 가지는 유물론과 관념론이라고 할 수 있다. (p. 19)

마르크스는 자신의 유물론을 기존의 유물론과 관념론으로부터 '질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기존의 유물론과 관념론은 단지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세계를 이러저러하다고 해석할 뿐이지만, 그의 유물론은 '이미 주어진' 세계를 새로운 세계로 '변혁'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때, 마르크스의 유물론은 상호 대립·모순관계에 있는 기존의 유물론과 관념론을 헤겔처럼 단지 종합·통일한 것이 아니라, 이 둘을 넘어서 있는 '고차적인 단계'에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고차적인 단계에 있는 이 마르크스의 유물론을 '실천적' 또는 '혁명적' 유물론이라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p. 21)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완성되지 않은 미완의 저서이다. (p. 22) 마르크스가 말하는 새로운 세계, 즉 '각기 자유로운 개인이 서로 연대하는 사회'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단초를 <자본론>에서 살펴보는 것도 우리의 좋은 공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p. 23)

이 책은 EBS books의 '오늘 읽는 클래식' 시리즈의 여타 다른 책들 처럼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실천적 유물론자 카를 마르크스'에 대해 그의 삶의 따라가보며 그의 철학이 어떻게 발전했고 그러한 그의 사상이 당대의 시대적 사상과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배경을 풀어내 준다. 2장에서 본격적으로 <자본론> 읽기에 들어가 원전의 구절들을 인용해 가며 핵심 사상들을 설명하고 3장에서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을 소개해 준다. 이 책들 속에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이 있다.

스미스에 따르면, 노동 분업에 따른 사용가치의 증대가 국부(물적 부)의 증대로 이어져 모든 국민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평화롭고 조화로운 세상이 오게 만드는 근원이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사용가치의 증대 이면에 있는 가치량의 감소가 점점 더 노동자의 임금을 상대적으로 감소시켜 노동자가 거의 대부분인 국민 성원을 고통에 빠지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미 노동의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성격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통해 암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마르크스는 스미스가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p. 94)

스미스의 <국부론>은 1776년에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1867년에 초판이 발행되었다. 이 백여년의 기간 동안 영국의 산업혁명과 식민지배는 (당연히) 엄청나게 다른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고 그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중농주의에서 중상주의로 넘어가던 스미스의 시대에는 '자본'의 힘과 '노동'의 가치가 그나마 조금은 희망적?!으로 보였을 지도 모르겠지만 마르크스의 시대에는 이미 노동자의 삶이 더이상 바닥으로 곤두박칠 수 없을 만큼 비인간적 일상으로 구체화되어 있었다. 모든 사상은 다 앞선 사상을 비판하며 발전한다. 시대가 변했다고 해서 스미스의 <국부론>이 의미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것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점들을 해석할 다른 사상이 필요해졌을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에 대한 사상은 하나만 따로 떼어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마르크스가 무엇을 왜 부정하고 바꾸려고 했는지 무엇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려 했는지 알기위해서라도 스미스의 <국부론>은 여전히 중요한 사상이었다. 아마 지금 이시대까지도.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 축적 방식, 그리고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즉, 타인 노동의 착취에 입각한 사적 소유)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 증대의 근원인 '개인 자신의 노동'에 입각한 사적 소유를 철폐해야만 가능하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는 임금노동자로부터 자기의 노동을 자기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빼앗아야만 가능하며, 따라서 이른바 국부를 증진시키기 위해 국민 대다수를 빈곤하게 만들어야 한다. (p. 151~152)

저자가 쓴 <스미스의 국부론>을 읽고 연이어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었는데, 저자의 주전공은 마르크스 쪽인것 같다. 자신의 주전공을 잘 설명하고 싶은 욕심때문인지 너무 이론적으로 본문 내용이 풀어져서 <스미스의 국부론>을 읽을 때보다는 좀 어렵게 읽히는 책이었지만, 이 두 권을 함께 읽는 것이 좋다는 것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원전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비록 참고서 격인 이 작고 얇은 책 한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국부론>으로 대표되는 고전 경제학과 이미 망한 이론이라거나 현실가능성이 없는 혁명이론으로 취급당하는 <자본론>이 왜 현재에서 유의미하게 읽힐 수 있는지 왜 함께 읽어봐야 하는지 깨닫게 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또한 미완의 책인 만큼 <자본론>의 뒷 이론이 무궁무진하게 덧붙여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앞으로도 계속 읽혀지는 책이 되겠구나...

마르크스는 스미스의 유물론적 세계관의 한 축인 노동가치설을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한축인 자본 법칙의 '관조성'과 생산자(노동자)의 '대상성(소외)'을 비판했다. (p. 187)

이 시대에 이 두 가지 고전 경제학서를 철학적으로 읽는 다는 것은 어쩌면 AI로 대표되는 비인간성을 비판할 수 있는 인간만의 인간성을 찾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자본이 인간을 해방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사유해보는 것으로도 그러한 필요성을 체감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여하튼, 마르크스의 <자본론>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핵심을 담은 이 작고 유용한 참고서라도 읽어보는 것은 인간적 '해방'에 대해 색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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