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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 Graphic Novel 2017.1.2 - Issue 23 (합본호)
피오니(월간지) 편집부 지음 / 피오니(잡지)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어떤 블로그님의 글에서 중동여행에 대한 에피소드를 올려놓은 걸 읽은 적이 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히잡을 두른 여성들과 함께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은 모습이었다.
그 사진을 보기 전까지 중동에 살아가는 여성들은 성에 대한 억압을 받고 있어서 외간 남자와 대화를 나누는 게 엄하게 금지되어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글을 쓰셨던 분은 남성 블로거셨다.) 사진을 통해 보여지는 여성들은 너무나도 밝은 표정이었던게 신기해 블로거님께 댓글로 문의했던 적이 있다.
"사진에서 보여지는 여성들의 모습이 매우 밝아서 깜짝 놀랐어요~대체로 중동 국가의 여성들은 남성들과 대화하는게 금지되어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사진까지 찍으셔서 놀랐어요~"라고."
그랬더니 답글로 달아주시기를 물론 억압받고 금지된 지역도 있지만 모든 지역이 다 그런건 아니라며 히잡을 두르고 있긴 하지만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고 여행기간 동안 많은 안내와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기억이 난다. (이 이야기가 조금 조심스러운데.. 이 블로거님을 만난 적은 없지만, 나와 같은 나이였는데 저녁에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부고를 블로그에서 접하고 슬펐던 기억이 난다. )
무튼 그런 기억을 환기시켜준게 월간 그래픽 노블 1,2월 합본호다. '마르잔 사트라피 특집'이라고 실린 표지에는 한껏 수다를 떤 여성들이 밝게 웃고 있는 그림이 담겼다. 아직 마르잔 사트라피를 알지 못했던 나는 조금씩 야금야금 그녀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녀가 중동에 관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자유와 여성의 인권 그리고 성이라는 주제를 통해 중동 국가에 대한 오해를 풀고 보다 다양한 시선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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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적 이야기인 <페르세폴리스>는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 볼 수 있다. 우선 80년대 초 이란 테헤란의 생활과 문화를 보여주는 기록물이다. 사람들이 막연하게 중동에 뭉뚱그려 가지고 있는 편견을 깨뜨리는, 이란 사람들의 생활사(生活史)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동시에 79년 이슬람 혁명과 이라크와의 전쟁이라는 역사적 파동 속에서 개인이 겪는 고통에 대한 미시사(微視史)이기도 하다.
이는 자전적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둘러싼 생활 문화와 역사적 맥락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독특한 부분이다. 이런 측면에서 가장 성공한 작품이라면 <쥐>가 있을 것이다. <쥐>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지만, 홀로코스트로 뒤틀려 버린 아버지의 인격이 현재의 '나'에게까지 고통을 주고 있었다. 역사의 거대한 진동이 여진으로 남아 <쥐>를 탄생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P24)
그녀의 대표작으로 꼽고 있는 자서전격인 <페르세폴리스>를 시작으로 <자두치킨>이나 <바느질 수다><이상한 나라의 율리스>등 다수의 작품을 보유한 작가이자 자신의 작품을 직접 영화로 만든 영화 감독이기도한 그녀의 작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건 <바느질 수다>라는 책이다.
남자들이 낮잠 자는 시간대에 여자들만 모여 거침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수다의 소재는 언제나 친척이나 친구들의 이야기 라는데 그 중에서 '성'이라는 조심스러운 소재를 거릴껄없이 이야기 하는 모습을 그린다. 그런 장면을 통해 중동 국가에 대한 억압적인 분위기의 편견을 깨트리고 얼마든지 여성들도 자유로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래픽 노블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동화작가, 영화감독에 이르기까지 자유분방한 그녀의 모습은 한없이 자유로운 나라에서 살아가면서도 스스로의 족쇄에 묶여 살아가는 내 모습과 대비대는 것만 같아 부러운 마음이 한가득 들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녀의 작품을 쭉 읽어보고 싶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스타일의 잡지가 유행인가 보다. 한 작가의 작품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 하는. 그래서인지 호기심에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는데 후회가 남지 않았다. 월간 그래픽노블의 중반까지 마르잔 사트라피에 대한 특집기사와 중동에 대한 오해와 진실까지 살뜰히 챙겨볼 수 있다.
그리고 중 후반부에는 <태권브이 :더 비기닝>과 <기억의 궁전>이라는 두 편의 단편이 실렸고 '한타스'라는 우리나라 그래픽노블 작가공동체에 대한 이야기와 다양한 단편집들의 소개가 실려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래픽노블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혹은 입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볼거리와 이야기를 제공하며 길잡이 역할을 톡톡하게 한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