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할 때, 심리학 - 불안, 걱정, 두려움과 이별하는 심리전략
도리스 볼프 지음, 장혜경 옮김 / 생각의날개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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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늦여름이었나, 예스에서 ‘9월에 하고 싶은 일댓글 이벤트에 당첨되어 선물로 받은 이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그때 댓글 내용은 9월 안에 나쓰메 소세키의 원서 마음こころ을 읽겠다는 공약이었다. 번역본으로 두 번을 읽었지만, 원서는 역시 어려웠다. 부랴부랴 읽고 말일에 리뷰를 남겼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다가 요즘 이 책을 펼쳐 조금씩 공감하면서 읽다 보니 다 읽게 되었다. 묵은 숙제 끝낸 듯 뿌듯하다.

  


 이 책의 저자 도리스 볼프는 130개가 넘는 라디오방송국과 60여 개의 TV방송국 자문을 역임했고, 30년 넘게 심리치료 전문가로 활동하며, 강연과 저술로 일상을 보내는 독일의 대표 심리학자다. 남편인 롤프 메르클레와 함께 쓴 감정사용설명서10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120만 명의 독자에게 사랑을 받았고, 이 책 또한 독일 아마존 10년 부동의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흔히 하루에도 우리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걱정이나 생각이 부유하고 있다는 말을 한다. 정신적으로 큰 문제가 없더라도 우리 마음속에는 불안감이라는 편치 않은 마음과 더불어 살고 있지 않을까. 서두에 이 책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이 나와 있다. 먼저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빠른 속도로 읽고 나서 다시 읽을 때는 매일 30분씩 따로 시간을 내어 차근차근 읽어나가라고 한다. 마치 언어를 학습하듯이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는 노력을 기울이라고 한다. 이론서보다는 워크북 이니까 읽으며 흔적을 남기며 노력하는 과정에서 불안을 극복하는 자신감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야기의 구성은, 1. 불안의 탄생 2. 불안 해소를 위한 기본 8단계 전략 3. 불안의 형태와 대처 전략 4. 불안을 이겨내는 긍정의 힘 5. 불안 경험보고서까지 다루고 있다.

 


 1장에서는 불안의 본질과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 그 원인과 악순환, 불안을 막기 위한 일상의 전략들을 이야기한다. 먼저 불안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공포, 불안, 공포증, 공황으로 나타나며 이런 과정에서 신체 변화와 감정의 변화를 경험한다. 생각과 행동에도 변화가 오고 급성불안이 발생하여 만성불안으로 굳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불안은 왜 생기는 걸까.

 


인간은 불안을 느끼는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 이 능력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불안은 우리 몸의 경고시스템이다. 덕분에 우리는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죽은 척해 위험을 모면할 수 있다.’(p28)

 


 위 인용 문장에서 보듯이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고시스템 덕분에 위험한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위험한 상황이 아닌데도 불안을 느끼는 것이 문제다. 여기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나쁜 것,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등을 자연스럽게 학습함으로써 굳어진 것도 많을 것이다. 인간은 생각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편리한 세상을 만들었지만, 생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불안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아이러니인 것 같다.

 


 평생 불안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는 생각을 누구나 해본 적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상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한다. 적절한 정도의 불안은 집중력을 높이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오히려 전략적으로 배워서 불안을 극복해야 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발생 가능성이 낮은 위험에 대해 상상하거나 실재하지 않는 위험에 대한 무의미한 불안을 극복해야 한다는 거다. 인간의 뇌는 상상과 실제 경험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오지 않은 상황을 걱정하고 고민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기도 한다. 그래서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중요하다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다.

 


 2장에서는 불안을 극복하는 구체적인 방법이나 신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3가지 기술, 불안을 이기기 위한 습관을 알려 준다. 다시 말하면, 불안이란 생존을 위해서 갖고 태어난 능력이다. 우리의 생각과 상상이 불안의 원인이기 때문에 생각과 상상을 바꾸지 않으면 불안도 바뀌지 않는다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8단계 전략을 간단히 소개해 보겠다.

 


1단계 불안 목록을 작성해보자

2단계 감정의 ABC에 맞추어 분석해보자

3단계 생각을 바꿔라(생각 바꾸기 과정 1단계)

4단계 긍정적인 이미지를 상상하라(생각 바꾸기 과정 2단계)

5단계 적극적으로 모험에 뛰어들어라(생각 바꾸기 과정 3단계)

6단계 이미 불안을 극복한 것처럼 행동하라(생각 바꾸기 과정 4단계)

7단계 불안한 상황일수록 더 마음을 열어라

8단계 한 단계 한 단계 모두 노트에 기록하라

 


 일이 잘 안 풀려서 고민스러울 때 일기를 쓰거나 메모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글쓰기가 잘 안되거나 불안한 마음이 들 때는 노트에 적거나 PC에 글쓰기를 하면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막혔던 글을 완성할 때가 많았다.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8단계 전략도 이 순서에 따라 차분히 자신의 불안한 상황을 들여다보며 기록하는 과정이었다. 부정적이었던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꾸고 이미 잘 해결된 것처럼 상상하는 것, 그 과정을 기록하면서 그 기록이 쌓이다 보면 얼마나 호전되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호흡을 조절하며 불안감을 없애는 복식호흡 등 식습관과 운동습관 기르는 방법도 알려주고 있다. 물을 충분히 하루에 2~3리터를 마시는 것이 좋으며 술, 커피, 홍차는 줄이고 담배는 끊도록 하며 지중해식 식사를 권유한다. 건강한 음식과 운동은 몸에도 좋지만 마음을 안정시키는데도 유익할 것이다.

 


 3장의 내용은 광장공포증, 공황장애, 대상과 장소에 대한 공포, 사회적공포증 등 일반화된 불안장애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알려준다. 여기에는 실제 환자의 사례와 앞에서 말한 단계별 활용사례를 통해 문제해결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각각의 공포에 대처하는 유용한 TIP도 소개하고 있다.

 


 4장에서는 긍정의 힘을 활용하여 불안을 이겨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위험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만큼 지나치게 낙관적인 태도는 문제가 되겠지만, 긍정적 자세가 긍정적 감정을 부른다는 것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여기서 소개하는 자존감을 키우는 4단계 전략을 소개하면,

 


1단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라

2단계 다른 사람이 당신을 거부하더라도 그것은 그의 의견일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3단계 새로운 자세를 매일 반복하라.

4단계 당신은 완벽하게 좋은 사람도 완벽하게 나쁜 사람도 아니다.



 4단계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기 위해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10가지 특징과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10가지 특징, 자신에게 있는 능력 10가지와 자신에게 없는 능력 10가지를 노트에 적어볼 것을 권하고 있다. 우리는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모르고 있는 부분도 많을 것이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적어봄으로써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것 같다.

 


 오늘날 우리는 물질적 풍요 속에 살고 있지만, 마음은 예전과 같지 않다고 한다. 끊임없이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심리 서적이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가 달고 사는 걱정과 불안 등은 성장하면서 학습된 부분이 많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의도적인 훈련을 통해서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은 살아있는 한 우리와 함께 할 수밖에 없는 불안, 걱정, 두려움과 이별할 수 있는 심리 전략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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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2-06 21: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단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라
2단계 다른 사람이 당신을 거부하더라도 그것은 그의 의견일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3단계 새로운 자세를 매일 반복하라.
4단계 당신은 완벽하게 좋은 사람도 완벽하게 나쁜 사람도 아니다

적어주신 1부터 4단계 정말 꼭 새겨두어야 하는 단계네요

비대면 기간이 거의 1년 가까이 지속되다보니 얼굴 보며 토론 회의 할때와 화상 카톡 기타등등 메신저로 할때 더 기분 상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얼굴 마주 볼때는 훌훌 털어버렸는데
비대면은 두고 두고 상대 반응에 민감해지더군요.

*당신은 완벽하게 좋은 사람도 완벽하게 나쁜 사람도 아니다.
이문장 단단히 새겨둘려고요 ㅋㅋ

모나리자 2021-02-06 21:44   좋아요 3 | URL
맞아요. 직접 마주하고 대화하는 것과 디지털 상황에서 대화하는 건 정말 달라요. 감정상태 표현을 충분히 할 수 없으니까요. 무뚝뚝한 사람과의 대화는 더욱 그럴 수 있지요.ㅎ

4번을 잘 활용한다면 자신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원래 우리는 자신의 약한 부분이나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은 모호하게 보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공감해 주셔서 감사해요! 남은 주말도 즐거운 시간 되세요~스콧님~^^!

붕붕툐툐 2021-02-06 21:53   좋아요 3 | URL
스콧님은 완벽하게 좋은 A...아.. 아닙니다..😁

미미 2021-02-06 21:57   좋아요 3 | URL
앜ㅋㅋ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2-06 22: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두 가지에 놀라고 갑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원서로 읽으셨다는 것과 이벤트 당첨으로 책을 선물 받았다는 것!
이런 능력자!!
저도 자존감 키우는 전략을 소중히 담아갑니다~

미미 2021-02-06 22:01   좋아요 3 | URL
툐툐님 넘 웃겨서 툐툐님한테 댓글 달았잖아요~ㅋㅋㅋㅋ이것참😳

붕붕툐툐 2021-02-06 22:15   좋아요 1 | URL
앗싸~ 미미님의 댓글을 받는 새로운 방법 득템(?)!!💆

모나리자 2021-02-06 23:14   좋아요 3 | URL
놀라실 것 까진 아니에요.ㅎ 댓글 이벤트는 가능하면 길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썼더니 당첨이 된 거예요. 원서 읽기는 제가 일본어공부를 했으니까 잊지 않기 위해서 한 달 1권 읽기를 결심하고 실천하는 중이에요. 이제 9권째 읽고 있는데 여전히 어려워요. 목표한 30권을 읽으면 좀 수월해질까 기대하고 있어요.ㅎ

댓글, 공감 감사합니다. 툐툐님~
편안한 밤 되세요~^^!
 
삶이 무거울 때 채근담을 읽는다
사쿠 야스시 지음, 임해성 옮김 / 안타레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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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근담(菜根譚)은 중국 명나라 말기 홍응명(洪應明)이 지은 책이며, ‘채근(菜根)’풀뿌리’, ‘나물뿌리를 의미한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채근담(菜根譚)에 대해서 많이 듣긴 했지만 제대로 읽어 본 적은 없어서 이 책을 만난 것이 반가웠다. 하얀색 표지 디자인이 단아하고 깔끔해서 마음에 든다. 요즘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계속되고 있어서 왠지 마음이 붕 뜬 듯한 느낌이었는데, 읽으면서 잊고 있던 소중한 메시지를 되새겨 주어서 좋았다. 마치 명상하는 듯한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엮은 지은 사쿠 야스시는 1944년 도쿄에서 태어나 게이오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에서 중문학과 일문학을 전공한 동양 고전 해설 전문가다. 게이오고등학교에서 좋아하는 선생님’, ‘존경하는 선생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학생들 사이에서 명망이 높았으며, 첫 책 고교생이 감동한 논어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논어해설가로서 이름을 높였다. 저서로 맹자가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등 다수 있다.

 


  이 책의 구성은 1장 사람의 품격을 생각하다 제2장 남부끄럽지 않은 삶을 생각하다 제3장 삶의 무게를 생각하다 제4장 더불어 사는 삶을 생각하다 제5장 잘 되고 싶은 나를 생각하다

 


 이렇게 다섯 가지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전집(前集) 225장과 후집(後集) 134장으로 되어있는 채근담(菜根譚)에서 전집 90장과 후집 29장을 뽑아 주제에 맞게 분류하여 119장으로 엮은 책이다. 목차를 찬찬히 훑어보니 우리의 삶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주제의 이야기가 많아서 기대감을 갖고 읽었다.

 


 한 주제의 이야기가 두 쪽으로 되어있다. 한쪽에는 원문과 직역한 내용이 있고, 옆에는 오늘날의 상황에 맞게 깊이 있는 해석을 곁들인 내용이 들어있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주제별로 5장으로 나뉘어 있지만 읽고 싶은 주제를 먼저 선택해서 읽어도 좋고 아무 곳이나 펼쳐서 마음이 가는 대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내려놓아야 나아갈 수 있다

 

공적과 명성, 부와 지위에 집착하면 오히려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도덕과 인의에도 얽매이지 않아야 비로소 성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전집33 (P25)

 


이 문장의 해설에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풀베개의 서두에 나오는 문장이 인용되고 있다.

 

이지(理智)만을 따지면 다른 사람들과 충돌한다. 타인에게만 마음을 쓰면 자신이 발목 잡힌다. 자신의 의지만 내세우면 옹색해진다. 어쨌든 사람 사는 세상은 살기 힘들다.”

 


 일본인들도 좋아하는 명문장이라고 하는데 소세키의 팬인 나도 이 문장이 아주 좋아해서 글쓰기에 인용한 적도 있다. 적당한 선에서 중용을 지키며 인간관계에서도 원만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건 알지만 모든 일에 사람의 욕심이 들어가게 되니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어쨌든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힘든 부분이다. 원래 사람 사는 세상 자체가 살기 힘들다고 인정하고 있으니 묘하게 위로되는 기분이다. 나와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너무 세세한 곳에 감정을 소비하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를 돌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경우에도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다

 

작은 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어두운 곳에서도 속이거나 숨기지 않는다.

궁지에 처해서도 자포자기 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다

              -전집114  (P80)


 

이 이부분의 해설에서 중국 명나라 말기에 최선(崔銑)이라는 학자가 남긴 여섯 가지 처세훈이라는 육연훈(六然訓)으로 소개하고 있다.


  • 혼자 있을 때는 초연할 것
  • 사람을 대할 때는 온화할 것
  • 유사시에는 단호할 것
  • 평상시에는 잔잔할 것
  • 성공할 때는 담담할 것
  • 실패할 때는 태연할 것    -(P81) 

 


 참 심플하고도 담백하다. 스스로를 속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의욕에 차서 어떤 계획을 세워놓고 작심삼일 하는 것도 해당되지 않을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과정이야말로 작은 것을 이루는 가장 기본일 것이다. 혼자 있을 때나 여럿이 어울릴 때도 이러한 태도로 살아갈 수 있다면 괴로울 일도 없고 맑은 수채화처럼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가 마음을 차분히 하고 갈고 닦는 자세가 필요하겠지.

 


채우지 말고 덜어낸다

 

인생에서 한 푼을 덜어내면 곧 한 푼을 초월한다.

사귐을 덜어내면 분란을 면한다.

말을 덜어내면 허물이 줄어든다

생각을 덜어내면 정신이 소모되지 않는다.

총명함을 줄이면 본성이 보전된다.

사람들이 날로 덜어내기를 원하지 않고 오직 더하기를

구하는 것은 스스로 삶을 속박하는 것이다.

                -(P102)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하나라도 더 채우지 못하면 불안해하는 것 같다. 집안에 물건을 들이는 것도 그렇다. 그렇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닌데도 나중에 쓸모가 있겠지 하면서 여분을 비축하려는 생각들. 덜어내고 줄이는 것은 정리의 기술에만 필요한 게 아니라는 걸 이 문장들을 보면서 깨닫게 된다. 사귐과 말, 생각 등에도 미니멀니즘을 적용할 수 있다면,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고 마음 편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많은 생각은 결정 장애를 일으키고 말이 너무 많으면 실수가 따르니 덧셈보다는 뺄셈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세상 모든 것들로부터 깨달음을 얻는다

 

새와 벌레가 우짖는 소리는 모두 마음을 전하는 비결이다

꽃과 풀의 빛깔은 모두 도를 전하는 무늬다.

배우는 사람은 마음을 맑게 하고 가슴속을 영롱하게 해서, 듣고 보는 것마다 깨달음을 얻고자 애써야 한다.

                 -후집7 (P242)

 


 항상 새소리를 듣고 살면서도 큰 관심은 갖지 못했다. 그들끼리 서로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자연의 꽃과 풀들은 돌보아주지 않아도 때가 저마다의 예쁜 자태로 피어 우리에게 기쁨을 선사한다. 자연 만물을 보면서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그것들만 제대로 받아들여도 인생은 훨씬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 뭐든 빨리빨리 하려고 서두르느라 계절의 변화를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사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누릴 줄 아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아야겠다.

 


사람의 마음은 채우기 어렵다

 

눈으로 서진(西晉)의 가시나무와 개암나무를 보면서도 칼날의 푸른 서슬을 뽐낸다.

몸은 북망산의 여우와 토끼의 몫이건만 여전히 황금을 아낀다.

속담에 이르기를, “사나운 짐승은 길들일 수 있어도 사람의 마음은 굴복시키기 어렵고, 깊은 골짜기는 채울 수 있어도 사람 마음은 채우기 어렵다.”고 하였다.

참으로 그렇다.

             -후집65 (P250)

 


 위나라를 빼앗아 세운 나라가 서진(西晉)인데, 그 나라가 망했는데도 사람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고, 사람이 죽으면 땅속에 묻힐 텐데 평생 돈만 좇는 세태를 비유한 문장이다. 99석을 가진 사람이 1석을 채워 백석을 만들려고 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사나운 짐승 길들이기와 사람의 마음을 비유한 것이 참으로 절묘하다. 이런 마음의 본성을 알고 각자 스스로 욕심을 줄이고 지금 현재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며 살아가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면 남들을 의식하기보다는 자기 본연의 삶에 충실해지지 않을까.

 


 이 책에 들어있는 짤막한 문장들은 잘 알면서도 우리가 놓치고 있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채근담이 오래된 이야기라서 어른들이 읽는 책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많은 피로감을 느끼고 산다. 경쟁과 비교의식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짧은 시간에 성과를 보려는 조급함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인 처세는 물론 조직생활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폭넓은 독자층에서 읽을 수 있겠다. 짧지만 깊은 뜻을 담고 있는 문장들을 만나면서 옹달샘 같은 맑은 기운을 느껴보기 바란다.

 

 

 

 

59~99189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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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 기린 덕후 소녀가 기린 박사가 되기까지의 치열하고도 행복한 여정
군지 메구 지음, 이재화 옮김, 최형선 감수 / 더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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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내가 해부학에 특별히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두면 번역 공부에 도움이 될까 해서였다. 역시 들어보지 못했던 해부학에서 사용되는 낯선 용어가 많이 나왔지만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또 한가지 흥미를 끌었던 것은 보통 사람이라면 엄두도 못 낼 만큼 커다란 동물인 기린을 해부하는 학자가 여성이라고 해서 놀랐고 기대감으로 몰입하며 읽었다. 역시 읽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재미있었다.

 


 저자 군지 메구는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했는데 가장 좋아했던 동물이 기린이었다. 도쿄대 1학년 때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평생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결심한 후, 운명처럼 엔도 히데키 교수를 만나게 되면서 기린 연구가 시작된다. 열아홉 살에 처음으로 해부를 시작하며 지금까지 30마리의 기린을 해부하며 연구에 몰두해 온 10년의 기록이다. 아무리 기린이 좋다고 해도 기린의 사체를 해부하는 것은 별개일 것 같은데, 기린 연구자로 살아오면서 많은 동물과 기린과 함께 한 이야기에서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맨 처음 해부를 하기 위한 과정에서 필요한 도구와 순서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먼저 동물원의 직원이 기린의 부고를 알리면 사체가 반입되고 해부를 하고 골격 표본 제작의 순서로 마무리된다.

 


 이 책을 읽다보니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가 떠올랐는데 기린을 해부한다니 얼마나 당찬 여성 과학자인지 비교할 수도 없다. 다 자란 기린은 키가 4~5미터에 무게는 800kg에서 1,200kg나 되는 특성상 몇 개의 부위로 나뉜 사체를 받는단다. 아무리 조각난 사체라도 그것을 옮기는 것은 중노동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사체가 상하기 전에 해부를 하기 때문에 기린 부고가 오는 즉시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달려가야 한다.

 


 첫 해부를 위해 도쿄대 박물관 해부실에서 기린 니나를 마주한 군지는 망연자실한다. 겨울인데 해부실의 온도는 영상 10도다. 사체가 부패할 우려가 있으므로 난방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기린 연구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첫 해부는 무력감만 남겨주었다. 교과서에서 배운 기린 몸의 구조와 근육 이름에 연연하다가 눈앞에 있는 기린의 몸을 제대로 관찰하지 못했다는 실수를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기린의 목뼈에 대해서 연구하기 시작한다.

 

 

<기린의 척추 구조>

 

 

 이 연구의 핵심은 기린의 경추 8개설이 맞느냐 아니냐이다. , 이미 나온 논문의 요점인 기린의 제1흉추는 원래 제 7경추이다.”는 내용을 증명하는 것이다. 여러 기린을 해부하는 과정에서 제1흉추가 움직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안고 해부를 거듭하다가 목과 몸통이 절단되지 않은 기린을 처음으로 해부하면서 어느 정도 확신을 얻는다. 하지만 더 확실한 증명을 얻기 위해 아오이의 새끼를 해부하고 CT스캐너를 이용하여 결국 밝혀낸다. 원래 포유류의 경추는 최소 2억년 전부터 7개로 알려졌다고 한다. 하지만 기린은 7개의 경추 아래에 있는 제1흉추가 목 운동의 거점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기능적으로는 ‘8번째 목뼈인 셈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저자는 이 결과를 논문으로 만들어 세상에 발표함으로써 일본학술진흥회 이큐시상을 수상하게 된다.

 


다 자란 기린의 목 길이는 평균 2미터라고 한다. 포유류는 경추가 7개로 정해졌는데 기린의 목은 어떻게 그렇게 길어진 것일까, 어떤 구조의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의문을 갖고 시작된 연구는 결실을 맺으며 기린 박사가 된다. 기린의 사체를 해부하고 표본을 만들고 하는 일련의 과정을 들여다보니 정말 좋아하지 않고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와 태도가 무척 순수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하나의 장이 끝날 때마다 재미있는 읽을거리에서 해부를 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나 기린에 대한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들어있다. 기린 하면 한 가지 종류만 있는 줄 알았는데 4종류나 있다는 걸 알았다. 2016년 독일과 아프리카의 국제 연구 조직이 수많은 기린의 DNA를 채취해 유전자 특징을 조사해본 결과 4개의 집단으로 나눌 수 있었다고 한다. ‘그물무늬기린’, ‘마사이기린’, ‘남부기린’, ‘북부기린으로 일본의 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기린은 앞의 두 종류뿐이라고 한다. 다음에 동물원에 갈 기회가 있다면 유심히 관찰해봐야겠다.

 

 

기린의 종류에 따라 무늬가 다르다.

 

 

 저자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지식을 몸에 익히는 즐거움을 배웠다고 한다.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어머니가 50세 정도에 문화센터에서 향 만들기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향의 역사에 대한 책을 읽고 나아가 전문적인 과학책까지 읽어나가더니 지금은 조향사가 되어 향 만들기를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기린을 좋아했던 자신은 기린 연구자가 되었다. 학자는 아니지만 학자와 같은 자세를 지닌 어머니가 연구자로 살아가는 중요한 기본기를 다져주었다고 하는 부분에서 뭉클한 감동이 일었다. 그리고 다소 엉뚱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하는 번역 공부는 기린을 해부하는 걸 새로 배우는 것보다는 훨씬 쉬운 일이지 않나, 그러니까 중단하지 말고 열심히 해보자. 는 생각 말이다. 그만큼 무언가 열심히 해 보고 싶다고 결심하게 하는 동기부여도 해 주는 이야기다. 저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가장 옳은 것이라고 했다. 어쩌면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열정적인 해부학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세와 태도를 점검해 보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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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뇌 - 뇌는 춤추고 노래하고 운동하는 삶을 원한다
한소원 지음 / 바다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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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만나게 된 뇌과학 이야기다. 국내의 대표적 인지심리학자가 심리학과 뇌과학을 이야기한다는 것에 기대감으로 읽게 되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에서 인지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오클라호마주립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10년 동안 학생들을 지도하다가 현재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 베이스기타 교습을 받고 합창단 활동을 하며, 이른바 공부하고, 춤추고, 노래하는 삶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동안 읽었던 뇌과학 관련 저자와 달리 이런 예술 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점도 흥미를 끌었다

 

 

 

 

 

책 표지 그림이 참 예쁘다. 사람의 얼굴 모양에 들어있는 나무와 나뭇가지가 자라는 형상이 변화하는 뇌를 비유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계를 인정하면 행복해진다.

 

 심리학과 뇌과학 이야기 외에도 저자가 유방암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과정이라든가 개인적인 경험이 곁들여진 이야기라서 더욱 감동적이었던 것 같다. 흔히 암 진단을 받으면 그 자체로 공포심을 느낀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저자는 흔히 있을법한 하필이면 왜 내가? 라는 원망 한번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물론 충격적이었지만 현실을 직시하며 인정하기로 한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강의를 계속하였고 합창단 활동이나 악기 연주를 하는 동아리 활동을 꾸준히 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바로 한계를 인정하고 초긍정의 마음으로 목적있는 삶을 살았기에 건강과 행복을 되찾았다고 생각되었다. 자주 회자되고 있는 메멘토 모리를 떠올리게 했다. 우리의 삶은 유한하기에 항상 죽음을 기억하는 자세와 태도로 살아간다면 현재에도 충실할 수 있고 그만큼 행복을 느끼는 횟수는 증가할 것이다.

 

뇌는 불확실함을 먹고 자란다.

 

 우리의 삶은 수많은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편한 것보다는 편안한 것, 불확실한 것보다는 확실한 것을 추구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예일대학교 뇌과학자들이 원숭이들을 연구한 사례에서는 불확실한 환경에서 뇌의 전두엽이 더 왕성하게 활동한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불안정한 환경과 안정적인 환경 두 가지 실험 중 불확실한 환경 조건일 때 두뇌의 활동을 더 활발하게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 아닐까. 이것은 뇌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메커니즘이었다니 불확실한 환경에 놓이더라도 긍정의 마음을 갖고 헤쳐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뇌가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는 얘기를 뇌과학을 접하고 알았다. 생각하는 것에 따라 외모를 바꿀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서 병을 치료하기도 하고 병이 심해지기도 한다는 것을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UCLA에서 심리학과 면역체계를 연구하는 스티브 코울 교수와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사회심리학자 바바라 프레드릭슨 교수팀은 쾌락적 행복의미 있는 행복이 각각 면역과 유전자 발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놀랍게도 쾌락적 행복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오히려 스트레스 상황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반면, 의미 있는 행복을 추구하는 집단은 면역과 유전자 발현에서 더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이 연구 결과는 저자의 경우로도 충분히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과정에서도 강의를 계속하고 평소처럼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목표가 있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노화와 관련된 연구 결과 뇌는 스스로 자신을 보완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와 관련된 최근의 연구들은 좀 더 질적으로 성공적인 노화를 추구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독일의 심리학자 폴 발테스(Paul Baltes)는 성공적인 노화를 위한 전략으로 선택, 최적화, 보완을 제시했는데 영문의 첫 글자를 따서 SOC이론으로 불린다. 생명의 한계를 인정하게 되면 많은 일 중 최적의 것을 선택하고 뇌는 스스로 알아서 보완을 한다는 내용이다.

 

뇌는 춤추고 노래하고 운동하는 삶을 원한다.

 

 운동이 건강에도 좋지만 뇌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험을 통해 인지능력이 향상되었던 유산소운동을 꼽고 있으며 적어도 30분 이상을 해야 한다. 또 육십이 가까운 나이에도 아름답고 정열적인 댄서로 살아가는 지인의 이야기나 머리에 총탄을 맞아 언어 능력을 상실했지만 피나는 재활 훈련과 음악치료를 통해서 단어를 연상하는 능력을 찾아냈다는 사례를 얘기한다. 그의 재활을 담당했던 음악치료사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뇌 영역은 뇌 전체에 있기 때문에 실어증 환자도 잃어버린 단어를 찾아 뇌를 다시 재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뇌의 어떤 부위가 손상되었어도 손상이 되지 않는 다른 부위 주변으로 새로운 경로를 만드는데, 그 능력이 바로 뇌 가소성(neural plasticiy)이라고 한다. 뇌 가소성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나는 기분이 가라앉을 때나 틈만 나면 음악을 들으려고 노력한다. 경쾌한 음악이든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음악과 춤, 리듬을 뇌가 그토록 좋아한다니 더 자주 듣고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죽기전까지 발전한다.

 

 4부의 내용에서는 사람은 죽기 전까지 발전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흔히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비유한 예를 자주 보았던 것 같다. 하지만 기능적인 설명을 위한 것일 뿐 뇌와 컴퓨터는 전혀 다르다고 했다. 아마도 뇌는 변하지 않는다는 오해가 고정관념으로 굳어졌기 때문에 이런 비유가 생긴 건 아닐까. 뇌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으며 뇌의 일부가 손상되어 신경세포들이 죽으면 그 손상된 세포의 기능을 다른 뇌세포가 맡아서 한다는 의미가 뇌 가소성이다. 뇌 가소성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뇌의 부위는 학습이나 기억과 관련된 해마다. 이 해마에 관련된 사례는 런던의 택시 운전사들의 해마가 일반 사람들보다 더 크고 운전 경력이 증가할 때마다 해마의 크기가 더 크다는 연구 결과는 참으로 흥미롭다. 또 절반의 뇌를 갖고 있던 천재 미셀 맥(Michelle Mack)의 사례는 기적이라고 할 만큼 경이로운 이야기였다. 태내에서부터 뇌졸중을 앓다가 좌뇌 없이 태어났는데, 재활 훈련을 통해서 직업도 갖게 되었고 자택 근무를 하면서 정상인처럼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 손상된 좌뇌의 역할을 우뇌가 맡아서 한 결과라니 인간의 뇌가 얼마나 유연한가를 전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뇌졸중을 앓게 되면 팔다리가 마비된다. 몸을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리는 기관이 손상되었으니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바꾸어 생각하면 끊임없이 반복해서 몸을 움직이는 훈련을 통해 재활이 이루어지는데 뇌가 다쳐서 팔다리를 못 쓰게 되었지만 반대로 팔다리를 움직이는 훈련을 통해서 뇌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뇌의 유연성을 설명하는 좋은 예가 되겠다.

 

  

 과거 어느 때보다 의학과 과학이 발달했음에도 왜 치매 환자는 더 늘었을까. 우리의 정서로는 남을 너무 의식하거나 참고 살았던 문화적 분위기 탓도 있지 않았을까. 치매는 뇌와 관련이 아주 깊은 부분이니 뇌에 대해서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뇌는 경험을 통해서 계속 변한다고 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회적 만남과 학습, 운동 등 움직임을 통해서 최적화 된다고 했다. 뇌는 우리 몸의 일부이지만 삶의 총체적인 주인이나 마찬가지다. 뇌에 대해 제대로 알고 활용한다면 우리의 삶을 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뇌과학에 흥미가 있거나 뇌와 마음의 관계를 알고 삶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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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연애와 같아서 - 번역을 하고 가르치고 공부하며 사는 날들
이상원 지음 / 황소자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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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들어 세 번째 읽게 된 번역가의 책이다지난 4월에 읽은 권남희 번역가의 에세이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는 30년 동안 일본문학 번역을 하면서 경험했던 에피소드나 가족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이야기였다또 김고명 번역가의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는 12년차 영어 번역가로서 버티게 해주었던 일상의 루틴이 된 좋은 습관 이야기다그에 비하면 이 책 저자는 20년차 번역가로서 번역을 가르치고 공부하는 이야기가 들어있는보다 내밀한 번역계의 실상을 알게 된 책이다. 1998년 출판번역을 시작하여 성서 그리고 역사,홍위병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등 90여 권의 번역서를 출판했다.(맨 나중 책은 내가 읽어 본 책이어서 반가웠다시간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고 자신이 한 일을 기록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세 권 저자의 공통점은 번역을 무척 좋아하다 못해 사랑한다는 것번역은 연애와 같다는 말에 미소가 절로 떠오른다.

 

여기서 담고 있는 이야기는 1부 번역을 하다 2부 번역을 가르치다 3부 번역을 공부하다 이다.

 

1. 번역을 하다

 

처음 시작하는 이야기의 제목이다. 번역 일에 대한 느낌을 이렇게 간결하게 표현했다.

 

멋있는 일과 골 빠지는 일’ 사이의 어딘가

 

 나도 번역에 대한 관심으로 원서 읽기를 하고 있어서 너무나도 공감되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책을 펼치면 항상 새로운 단어가 보여서 주눅이 든다그래도 몰랐던 것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에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곤 한다.

 

 통번역대학원 졸업생 모임에 갔다가 우연히 출판번역을 하고 공부하며 가르치고 있으니 저자 말대로 그런 행운이 없겠다하지만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번역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편집자와의 관계힘들게 번역을 하고도 출판되지 못한 번역들번역으로 버는 수입초보 번역가 시절에 번역한 책이 다른 출판사에서 출판되면서 혹독한 평가는 저자가 뒤집어쓰게 된 아픔 등 소회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이외에도 번역하면서 자신이 바나나의 속성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겉모습은 동양인이지만 머릿속 생각이나 성향은 백인이나 다름없는 이민 2,3세대를 비아냥거리며 바나나라고 부른단다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다우리의 역사나 지리 등 전통을 얼마나 안다고 자부할 수 없는 걸 보면그래서 번역을 하다 보면 그럼 우리는?’을 생각하게 되고 다른 눈과 외부로부터의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게 된다고 했다남을 통해서 즉 번역을 통해서 자기 스스로를 발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어느 날은 번역에서 벗어날 그 날을 꿈꾼다고 했다매일같이 번역을 하고 번역 걱정을 했다고 한다언제나 마감일이 떡 버티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그래도 끝없이 번역에 매달리는 것은 책 속에서 만나는 여러 세상이 재미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결국 저자나 인물에게 공감하는 것이고 공감을 위해 만사 제치고 매달리는 것상대가 던진 한 마디의 속뜻을 추측하며 고민에 빠지는 것이기 때문에 연애와 다르지 않다고 결론 내린다.

 

2. 번역을 가르치다

 

 번역을 가르치는 이야기는 강의실 풍경을 상상할 수 있어서 실감이 났다과제를 내주면 학생들은 서로 그에 대한 토론을 하면서 번역을 배워나간다번역을 직접 해 보는 과정에서 학생들마다 다양하게 나오는 것을 접하면서 번역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 간다번역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선입견을 버려야 하는 것해석 연습을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대부분의 번역은 소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번역문이 원문이라는 굴레에서 크게 벗어나게 된다고 했다나는 평소에 원서 읽기와 뉴스 기사 해석을 하면서 번역 공부를 하고 있다특히 문학작품 원서를 읽으면서 번역본과 대조해 보면 원문과 번역문이 많이 다른 걸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그래서 아래의 문장을 만나면서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아무래도 문화와 정서 차이에 따라 대체할 수 있는 언어 차이의 한계도 있지 않나 수긍하게 된다.

 

이후 수업이 진행되고 직접 번역을 해보거나 동료들의 번역을 읽으면서 차츰 깨달아 간다서로 다른 두 언어예를 들어 영어에서 한국어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원문을 그대로 보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번역문 독자들은 일일이 원문을 찾아 대조하며 읽을 정성이나 능력이 업으면 번역문만으로 소통하기 원한다는 점을.(P101)

 

3. 번역을 공부하다

 

 여기에서는 우리나라가 번역 공부의 천국이라는 것을 시작으로 직역을 옹호하는 분위기에 대한 생각채식주의자에 대한 번역 소동영상 번역을 시작으로 한 공짜 번역이 나오게 된 배경 등 번역가의 지위인공지능이 번역 업계에 미치는 영향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공짜 번역의 첫 신호탄은 2010년을 전후로 등장한 팬들의 열정 때문이었다외화나 외국 드라마를 번역하고 자막을 입혀 수요자들이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번역이 골 빠지는 일이라고 강조하는 저자 입장에서 이런 아이러니가 있을 수 없는데 팬심의 열정을 누가 말릴 수 있겠나 싶어 웃음이 났다.

 

 이 중 내가 전부터 궁금해 하던 인공지능이 인간 번역기를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나와서 흥미로웠다기계 번역은 이미 1950년대에 시작되어 역사가 꽤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결론은 공식화된 계약서보도 기사문사용설명서 등은 기계 번역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질 거라고 했다이로써 인공지능이 맡는 번역과 인간이 맡는 번역이 분리 될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전에 과학 관련 책에서도 본 적 있는데 인간의 정서를 교감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라면 몰라도 문학작품의 영역은 힘들거라는 생각도 든다번역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안심이 되는 부분이었다.

 

 저자는 드물게 번역학을 가르치면서 글쓰기 강좌를 15년째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그래서 번역과 글쓰기의 차이를 이야기하면서도 둘의 공통점을 찾아 상관관계를 말하고 있다.

 

글쓰기와 번역을 하려면 열심히 읽어야 한다글이 어떻게 구성되는지글쓴이가 독자와의 긴장된 상호작용을 어떻게 끌고 가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읽기만으로는 충분치 않다쓰기 경험이 필요하다그리하여 글쓰기와 번역의 두 번째 공통점은 지속적인 쓰기 연습이 요구된다는 것이다.‘(P217)


글쓰기와 번역의 공통점은 둘 다 치열하고 치밀한 글 읽기와 지속적인 쓰기 연습이라고 했다.

 

 현역 번역가로서 공부하고 학생을 가르치는 이야기를 통해서 한층 더 자세하게 번역 업계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앞서 언급한 두 권의 책을 읽고 나서는 나도 번역가가 꼭 되어야지 마음먹었다면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과연 내가 될 수 있을까의심도 생기고 겁이 났다.

너무 자세하고 생생한 번역 업계의 고충과 실상을 알아버렸다고 할까하지만 원서 읽기는 술술 편하게 읽을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하기로 했다나중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번역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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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 발견했습니다.


P106  맨 위쪽에 있는 번역문 인용 문장


'결찰관의 신발 바닥에 붙은…' →경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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