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의아니게 광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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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호 기차역 중 백양사라는 곳이 있다. 크게 보자면 장성이라는 곳에 속하는 그곳은 백양사라는 절이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데, 그보다 더 좋은 볼거리가 지천에 있다. 내장산이 위치한 탓에 겨울만 좀 한가하지, 평소에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봄에는 매화가 아름답게 피고, 가을의 단풍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가장 피크는 여름으로, 아무리 무더워도 시원하기만 한 그곳은 최적의 피서지이다.

내 먼 친척 중 한분은 그곳에서 식당을 한다. <장미원>이라는 곳인데, 식당은 허름해도 음식맛이 일품이다. 음식맛보다 더 큰 장점은 식당의 주변 경관. 넓기만 한 마당은 나무들로 울창하고, 담양만큼 크지는 않지만 대나무숲도 있다. 식당 옆에는 계곡물이 흐르는데, 그 물에서 아이들은 수영을 하고 어른들은 낚시를 한단다. 원두막이 여덟개인가 있어 사람들은 시원한 그곳에 앉아 밤새 고스톱을 친다나. 휴가철엔 하루에 100명-150명이 온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는가?

그분들은 우리 집에 고추와 참기름, 김치 등을 수시로 보내주는데, 그게 꼭 좋기만 한 것이 아닌지라 다른 곳에 가면 김치를 못먹는 일이 발생할 정도. 이따금씩 닭도 보내준다. 양계장에서 키우는 닭과는 달리 그 닭은 훨씬 크고 맛이 있다. 비결은 이렇다. 양계장 닭들이 손바닥만한 공간에서 양육되는데 반해, 그 닭들은 마당 여기저기를 오가며 이것저것을 주워먹고, 그게 운동이 되니 근육도 큰실해진다는 것. 갑자기 이런 주장을 하고 싶다. "닭에 대한 비인간적인 양육을 중단하라!"고.

친구와 더불어 이번 주말에 거길 다녀왔다. 내가 왔다고 상다리가 휘어지게 음식을 차려줬는데, 음식이 좋아서 그런지 술도 잘들어갔다. 모르긴 해도 내가 소주 세병 가까이 마시지 않았을까 싶다. 그게 내가 마신 1월의 17번째 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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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주인을 잃은 치아와가 우리집에 왔다. 새끼를 낳은 적이 있던 암컷, 나이는 세살. 그 녀석을 데려오느라 그전에 키우던 강아지를 다른 곳에 보내야 했기에, 나로서는 치아와가 좋을 리가 없었다. "오기만 해봐라. 당장...!" 하지만 치아와를 본 순간 그런 마음은 모두 사라졌다. 큰 눈에 그보다 더 큰 귀를 가진 귀여운 녀석이 현관 앞에서 떨고 있었으니까. 지금은 쉬츠나 마르치스, 테리어같이 이쁜 개들이 인기지만, 당시는 머리가 좋은 치아와도 꽤 인기있는 개였다.

그 다음날, 우리 가족은 모두 온천에 놀러갔고,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던 나는 빈집에 덩그라니 남았다.  침대에 엎드려 공부를 하고 있는데, 치아와가 긴 발톱을 딱딱거리며 내게로 왔다. 내가 친하게 지내려면 멀찌감치 도망가는 수줍음을 보였지만, 기본적으로 애완견들은 외로움에 그다지 익숙치 않아, 얼마 후 치아와는 내 침대에 나란히 엎드려 있었다. 다음날 우리 가족이 왔을 때, 치아와는 이미 나에게 마음을 주기로 작정한 뒤였다.

치아와와 난 잘 어울리는 한쌍이었다. 내가 엎드려서 공부를 하면 치아와는 내 등에 또아리를 틀고 잠을 자곤 했다. 모르는 사람이 찾아오면 갈색의 등 한가운데 난 검은 털을 치켜세우며 맹렬히 짖었고, 누군가 날 때리거나 하면 벤지가 그러는 것처럼 그 사람을 향해 열심히 짖었다. 난 치아와와 정말 친하게 지냈고, 누나는 치아와를 '올캐'라고 부르며 놀리기도 했다.

그 행복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우리집에 하얀 진돗개 한마리가 생겼다. 보배라는 이름의 얌전하게 생긴 숫놈이었는데,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성격이 흉포해, 우리 앞집에서 기르는 애완견을 물어죽이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온 나에게 어머님은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 주셨다. "치아와랑 보배가....했다"

그 큰놈이 저 조그만 치아와랑? 난 지하실로 보배를 끌고 가 두들겨 팼는데, 내 생애에서 개를 때린 건 그게 유일하다. 아버님도 화가 나셨는지 보배를 내쫓으셨는데, 난 그런 걸 말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사 돌이켜보면 그건 너무도 잔인한 행위였다. 집안에 여자가 있고, 자기는 몇년을 굶었다. 이런 경우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명약관화하지 않는가? 보배는 몇번이나 우리집 대문 앞에 있었지만, 그때마다 아버님은 막대기를 휘둘러 보배를 쫓아냈다 (그 광경을 본 건 아니지만 그게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왜 그렇게 보배에게 가혹했던 걸까? 그전에 있던 조리라는 개는 우리 할머니를 물고, 여동생 친구를 물어 부모님으로 하여금 그집에 가서 머리를 조아리게 만들었지만, 쫓겨나지는 않았는데. 누나가 그랬던 것처럼, 아버님도 치아와를 며느리로 생각했던 걸까? 아무리 그가 잘못을 했더라도, 그 사태를 수수방관한 나도 참 잔인한 놈이었다. 내가 아버님께 사정을 했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몇달 후, 치아와는 새끼를 두마리 낳았다. 그 조그만 녀석이 어떻게 그런 큰개 두마리를 품고 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물론 그 녀석들은 치아와를 전혀 닮지 않은 완벽한 잡종이었어도, 어린 동물이 다 그렇듯이 무척이나 귀여웠다. 치아와는 그 녀석들과 같이 머무르며 강력한 모성애를 과시했지만, 그 둘은 결국 다른 집으로 보내져야 했다. 또 얼마가 지나서, 치아와는 아프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병원에 다녔지만 별로 나아지는 건 없었다. 그다지 신뢰하지 못할 가축병원 의사는 치아와가 '자궁암'이라고 했다. 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암이라니? 아픈 와중에도 치아와는 날 보면 몸을 일으켰고, 꼬리를 쳤다. 그로부터 며칠 후, 학교에서 왔더니 치아와가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죽었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남을 줬다"고 했다가 횡설수설하셨는데, 가장 신빙성 있는 주장은 누나가 말한 건데, 어딘가에 버렸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난 치아와와 이별했다.  집안은 허전하기만 했고, 그럴 때마다 난 그녀 생각을 했다.

지금 내 곁에는 치아와 대신 벤지가 웅크리고 자고 있다. 난 치아와가 버려졌다는 누나의 주장을 믿는다. 힘이 없던 그땐 내가 치아와를 지켜주지 못했지만,  "집 나간다" 혹은 "밥 안먹는다"는 주장이 어머님께 그대로 먹히는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16세, 기력이 쇠했다는 이유로, 그보다는 내 앞길을 막는다는 이유로, 어머님은 벤지를 안락사 시키자고 하지만, 난 절대 그럴 생각이 없다. 모르겠다. 벤지가 많이 아프고, 그로 인해 괴로워한다면 생각해 보겠지만, 우렁차게 짖는 모습은 아직도 변함이 없는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그를 버려야 하겠는가? 이별이 예정된 생명체와 인연을 맺는 것은 참으로 마음아픈 일이기에 앞으로는 개를 기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벤지는 내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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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들어 배우기'의 속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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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으로부터 온갖 구박을 받아가면서도 두달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컴퓨터 학원을 다니셨던 어머님의 노력은 수포로 결국 돌아갔다. 다른 일로 너무 바쁘신 어머니가 학원서 배운 바를 한번도 복습을 하지 않았던 것도 이유가 되지만, 학원서 가르치는 종목이 어머니에게는 별반 필요가 없는 것들이었던 게 더 큰 원인이었다. 엑셀을 하고, 그림파일을 올리고, 그림그리기를 하고, 챠트를 만들고.... 이런 것들이 전혀 필요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내 생각에 어머니께서 그 모든 걸 아실 필요는 없었다. 컴맹인 내가 아무 불편없이 인터넷에 글을 쓰고 읽는 것처럼, 자신에게 꼭 필요한 한가지의 기술이면 충분한 게 아닐까? 학원을 두달 다닐 게 아니라 그 시간에 인터넷에 실린 여러 자료들을 읽고, 이메일을 주고받고, maxmp3로 음악을 듣고, 프리챌에서 만들어진 엄마의 홈피에다 글을 쓰는 게 훨씬 더 남는 장사일 수 있다는 거다.

아는 것도 없고, 그나마도 잘 가르쳐 주지 않던 내게 어머님은 이러셨다. "너 내가 컴퓨터 잘하게 되면 너랑 안놀아" 학원을 다닐 때만 해도 그렇게 꿈에 부풀었던 어머니는 회의를 느끼셨는지 두달의 마지막 일주일을 나가지 않으셨다. 늘 하던대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어머니는 이제 컴퓨터를 잊은 듯했다. 그러던 어느날, 다급하게 날 부른 어머니는 한글의 표만들기를 통해 만들어진 전화번호부를 보여주셨다.

"모임 같이하는 엄마 친구가 이걸 자기가 만들었다고 나누어 줬어. 어찌나 충격을 받았는지..."

학원에서 표만드는 걸 배우셨지만, 아무것도 만들 줄 모르는 어머님으로서는 어머님 또래분이 주소록을 만든 게 쇼크일 법도 했다.

그때부터 내 삶은 조금 귀찮아졌다. 뭔가를 좀 하려면 어머님은 "x아!" 하고 특유의 우렁찬 목소리로 날 불러댔으니까.

"칸을 하나 없애려고 하는데, 안된다"

"칸을 키워야 하는데 아무리 해도 안돼"

"칸에다 슬러시를 어떻게 만드냐?"

뭐, 뒤늦게 뭔가를 해보려는 건 좋은 일이고, 어머님께 많은 것을 받은 나로서는 열심히 가르쳐 드리는 게 그 은혜를 갚는 한가지 길이었다. 문제는 어머님의 수업 태도가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것.

어머님은 아는 분이 많았다. 평소에도 무슨 약속이 그리 많은지 달력이 스케줄로 새까맣게 변할 정도다. 아버님의 장례식 때, 나름대로 친구가 많다고 자부하던 나는 어머님을 뵈러 온 인파를 보고는 질려 버렸다. '이상하다... 유머감각도 별로 없고, 목소리도 아주 큰데....그렇다고 술을 드시는 것도 아니고...' 내가 술을 같이 마심으로써 친구들을 관리한다면, 어머님의 관리수단은 전화였다. 단둘이 사는 우리집은 전화가 정말 많이 왔다. 내 친구들이야 휴대폰으로 하니, 집으로 오는 전화는 100% 어머님 전화였다. 하루에 30-40통 정도는 오는 것 같았고, 다들 끈질겨서 한번 안받아도 세번, 네번 계속해서 전화를 했다 (발신자 번호가 뜨니까 알 수 있다). 어머님도 휴대폰이 있지만, 다들 장시간 통화를 하고자 하는지라 일반전화로 전화를 했다. 혼자 있을 때 그 전화벨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정신병에 걸릴 것 같았다. 하여간 어머님은 댁에 계실 때 언제나 전화통을 붙들고 사셨다. 한시간, 두시간, 가부장적인 아버님 때문에 눈치를 보며 전화를 해야 했던 한을 푸는 것이리라,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내가 컴퓨터를 가르쳐 드리는 와중에도 전화벨은 수시로 울렸다.

"그러니까 컨트롤 버튼을 누르고 화살표로 크기를 조정하는...따르릉! 따르릉!"

20분, 혹은 30분 후 어머님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린다.

"x아! 좀 가르쳐달라니까 또 어딜 갔어?"

하지만 오래지 않아 전화가 울려댄다. 장시간 통화중이었으니 얼마나 안타까웠겠는가.

성당에서 결성된 무슨 모임의 주소록을 어머님이 만드시겠다고 자청한 엊그제, 난 밤 12시까지 대충 열번도 넘게 컴퓨터방과 내방을 왔다갔다해야 했고, 어머님은 이쁜 주소록을 만들 수 있었다.

가끔은 어머님이 학자의 길을 걸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60이 훌쩍 넘은 연배에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줄 알고, 스팸밖에 오지 않을지라도 이따금씩 메일을 확인하시는 멋쟁이, 배우려는 욕망이 참으로 강한 분이시니까. 내가 어머님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면 좋은 학자가 될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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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2-01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고스톱으로 컴과 친해진 우리 엄마. 가끔 돈 좀 잃었다고 욕설을 날리는 사람에게 한 마디 해 주려다가 피박광박을 쓰신답니다. 자판 들여다보며 띄엄띄엄 치다 보면 패 볼 시간이 없어서...^^
맞고 쳐서 돈 따고 나갈 때 "미안해요, 바쁜일이 있어서~ 다음에 다시 좋은 시간 가져요~"하고 나가는 기특한(?) 것들이 있으면 화면을 바라보며 "나도 안녕~" 하고 인사한다는 귀여운 엄마입니다.^^

sooninara 2004-02-07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표만들기가 약해서...님의 어머님과 같은 세대가 되버린듯..^^
 

* 삼국지 퀴즈를 내봤는데요, 많은 분께서 도전해 주셨습니다. 참여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일단 답과 해설을 싣습니다.

1. '전풍'이라는 사람이 있다. 관도대전에서 패한 후 국론분열의 혐의로 옥에 갇혀있다 처형된 이 사람은 누구의 모사일까?

1) 조조
2) 원소
3) 유비
4) 손권

답; 2
관도대전은 삼국지에서 가장 중요한 싸움으로, 원소와 조조가 관도에서 붙었다. 압도적 군사력을 가진 원소는 식량저장고 오소를 탈취당하면서 대패하고, 조조가 중국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이때 전풍은 "지구전을 하면서 시간을 벌자"고 주장했는데, 원소는 사기를 떨어뜨린다며 그를 가두었고, 전쟁에서 지고 나서는 전풍을 죽였다.

2. 조조의 모사인 순욱과 순유는 어떤 관계일까?

1) 부자간
2) 조카지간
3) 전혀 관계없다
4) 동명이인

답: 2
이런 문제는 대개 "전혀 관계없다"가 답인데, 조카지간이 맞다.

3. 유비의 밑에 있던 모사가 아닌 사람은?

1) 제갈량
2) 방통
3) 곽가
4) 서서

답: 3
곽가는 조조의 모사로, 조조가 "오직 곽가만이 나의 뜻을 확실히 알고 있다"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4. 제갈공명이 7번 잡았다 7번 놓아준 남만의 왕은?

1) 맹달
2) 맹추
3) 맹물
4) 맹획
답: 4


5. 제갈량에 버금가는 천재 전략가의 한 사람으로 나중에 쿠테타를 일으켜 권력을 쟁취한 사람은?

1) 등애
2) 사마의
3) 종회
4) 사마휘

답; 2
사마의가 공명에 비해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은 바로 쿠테타 때문이다.

6. 다음 중 삼국지에 나오는 절세미인이 아닌 사람은?

1) 손책의 부인 대교
2) 주유의 부인 소교
3) 조비의 부인 견씨
4) 공명의 부인 황씨

답: 4
위 세명이 모두 절세미인으로 이름났지만 공명 부인 황씨는 "용모가 괴이하고 추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장정일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며, 공명을 돋보이게 하려는 수작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어쨌든 공명은 첩도 안두고 황씨와 쭉 같이 살았다. 당시 고급 인사라면 10명 이상의 첩을 두던 시대로 보건대, 공명이 도덕적인 사람이라는 건 맞지 않을까?

한가지. 조조가 원소를 패전시켰을 때, 조조의 아들 조비는 원소의 아들 원희의 부인 견씨를 보고 첫눈에 반해 자기 마누라로 삼았다. 문제는 그때 견씨가 원희의 아들을 임신한 상태였다는 것. 그렇게 태어난 애가 바로 조예인데, 조비가 조예를 미워했고 태자 책봉도 안하려고 별의별 수를 다쓴 점, 조예가 조씨 집안에서 드물게 잘생긴 점 등을 보면 그가 원희의 아들이 맞을 것 같다. 어찌되었건 조예는 위왕이 되었으니, 원소가 얼마나 고소했을까.

7. 관우의 아들이 아닌 사람은?

1) 관평
2) 관색
3) 관흥
4) 관로

답: 4
관로는 유명한 관상가다.

8. '계륵'과 관계있는 사람은?

1) 계백
2) 서황
3) 양수
4) 관우

답: 3
다 아는 얘기겠지만, 계륵은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맛이 없는 부위다. 한중에서 조조가 전쟁을 할 때, 날도 안좋고 전쟁은 장기화되고, 이겨봤자 별볼일 없을 것 같고, 해서 그날 구호를 '계륵'으로 정했더니 양수가 그걸 알고 철군을 명령했다. 자기 속을 간파당한 조조는 양수를 죽여버렸는데, 정사에 보면 조조가 철군한 건 그해 봄이고, 양수가 죽은 건 그해 가을이며, 죄명은 군사기밀을 누설했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조조를 악인으로 묘사하려는 잔대가리란다.

9. 촉의 장수로 제갈량이 죽고나서 모반을 일으켰는데, "누가 감히 나를 죽이겠느냐"고 세번 외치다가 마대에게 살해당한 사람은?

1) 마초
2) 위연
3) 능통
4) 도겸

답: 2
위연을 발탁할 때부터 공명은 이런말을 했다. "쟤는 재주는 좋은데 두상을 보니 모반을 일으킬 놈이다" 한두번도 아니고 매번 그런 말을 들으니 누가 좋겠는가. 위연이 나중에 반란을 일으킨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10. 인물과 나라의 이름이 바르게 연결되지 않은 것은?

1) 제갈량 - 촉
2) 제갈탄 - 위
3) 제갈근 - 오
4) 제갈성렬 - 촉

답: 4
제갈성렬은 스케이트 선수다. 제갈탄과 제갈량, 제갈근은 모두 형제인데, 한 집안에서 세 나라의 참모를 모두 배출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제갈근이 맏형으로 제갈량이 학문을 배운 것도 그를 통해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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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맞추신 분은 없구, 라스꼴리니꽃님이 9개를 맞춰 1위를 했습니다. 맨 마지막 문제를 2번이라고 답하셨네요. 사실은 상품권 한장을 보내드리려고 했는데, 알라딘 내에서는 서로 보낼 수가 없네요? 이멜주소를 알아야 한다는데, 라스꼴리니꽃님, 원활한 상품 수령을 위해서 이멜 주소를 제게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 음...보안상 안되신다면 아무한테도 말 안할 테니, 제 이멜로 이멜주소 보내 주세요. bbbenji@freechal.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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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준 2016-05-07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답가리고 풀어봤는데 다맞음
 

 

 

 

 

 

'과잉일반화의 오류'-자기의 특수한 경험을 범우주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짓거리를 일컫는 말로, 난 이 말을 신민아가 나온 <마들렌>에서 배웠다. 우리 시대 제일의 유머꾼 성석제의 <번쩍 하는 황홀한 순간>은 그의 명성에 걸맞게 무척이나 재미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그가 '과잉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

162페이지부터 시작되는 '찬양'이라는 제목의 이야기는 작가가 어릴 적 동네 학예회에 나갔던 내용이다. 작가가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는 중 평소 신데렐라로 군림했던 여자애가 오더니 자기 걸 써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서 멋드러진 시를 한편 써줬는데, 글쎄 그게 대상을 탄거다. 하지만 그 여자애는 약속과는 달리 상으로 받은 노트와 연필을 자신에게 주지 않았고, 한술 더떠서 그 시를 자신이 쓴 거라고 우긴다.

그때의 충격이 컸는지 글 말미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찬양한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찬양한다. 그들의 놀라운 적응을. 찬양한다. 여성이 만들어가는 세상의 아기자기함을. 얼마 전 수상 경력이 화려한 어느 아름다운 시인으로부터 전자우편을 받았다. 문득 그때 생각이 나서 적어둔다 (172쪽)"

아니라고 우기면 할말이 없지만, 저자는 성공한 아름다운 여성들이 다 남의 것을 베끼거나 미모로 덕을 본 것처럼 생각하는 듯하다. 그의 생각과는 반대로 우리 사회는 여성들의 업적을 남성들이 자기 것인양 가로채는 사회다. 비단 우리 사회 뿐 아니라 외국도 그런가본데, <여성...??> 어쩌고 하는 책에서 남녀가 공동으로 혹은 여성이 더많이 일을 했는데도 노벨상은 남자 혼자 탄, 그러면서도 여성의 공헌을 끝내 인정 안하는 파렴치한 얘기를 읽은 바가 있다. 성석제가 만난 그 신데렐라는 분명 뻔뻔스러운 애였지만, 그걸 가지고 '여자는 다그래'란 가설을 세우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유머에도 윤리는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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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1-31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석제도 얘기 떨어졌는지 그 얘기 자꾸 우려먹는군요. 벌써 몇번째야...--; 내가 성석제에게 꼭 해주고 싶은 충고가 하나 있다면, '제발 장편소설은 쓰지 마세요~'인데. 쨌든, 첨엔 성석제 소설 좋아했었는데 이젠 같은 패턴이 넘 지겹더군요. 제 생각엔 성석제도 자숙의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아요.

진/우맘 2004-02-01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만근은...>으로 성석제를 처음 만났었지요.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성석제를 좋아하기에, 호기심으로 읽었는데 괜찮더라구요. 그런데, 그 이후 읽은 <번쩍하는...>과 <재미나는 인생>에서 두 번 실망했습니다. 콩트가 장기라고 하던데, 별로 모르겠더라구요. 30~40대 남자가 아니라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적은 것 같아요.
좋아하고 싶은 작가인데...실망하지 않게 되는 작품을 빨리 만나면 좋으련만.

마태우스 2004-02-01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와 이럴수가!" 하면서 쪼르르 달려가 님들에게 이르고 하는데, 님들은 이미 다 알고 계시는군요. 그런 게 내공 아니겠습니까. 저도 님들처럼 되기 위해 열심히............술을 마시겠습니다.

연우주 2004-02-01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성석제는 꽁트가 정말 예술인데...^^; 웃다가 뒤집어지는데, 어재 성석제 꽁트가 별로셨는지 모르겠네용. ^^

진/우맘 2004-02-01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근데 제가 원래, 단편엔 약합니다. 좀 둔한가 봐요. 꼭 한 템포 늦게 뒤따라가느라고.^^;; 제대로 필 받으려면 최소한 중편은 돼야 한답니다. 참, 필립 K 딕은 제외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