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일반화의 오류'-자기의 특수한 경험을 범우주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짓거리를 일컫는 말로, 난 이 말을 신민아가 나온 <마들렌>에서 배웠다. 우리 시대 제일의 유머꾼 성석제의 <번쩍 하는 황홀한 순간>은 그의 명성에 걸맞게 무척이나 재미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그가 '과잉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

162페이지부터 시작되는 '찬양'이라는 제목의 이야기는 작가가 어릴 적 동네 학예회에 나갔던 내용이다. 작가가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는 중 평소 신데렐라로 군림했던 여자애가 오더니 자기 걸 써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서 멋드러진 시를 한편 써줬는데, 글쎄 그게 대상을 탄거다. 하지만 그 여자애는 약속과는 달리 상으로 받은 노트와 연필을 자신에게 주지 않았고, 한술 더떠서 그 시를 자신이 쓴 거라고 우긴다.

그때의 충격이 컸는지 글 말미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찬양한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찬양한다. 그들의 놀라운 적응을. 찬양한다. 여성이 만들어가는 세상의 아기자기함을. 얼마 전 수상 경력이 화려한 어느 아름다운 시인으로부터 전자우편을 받았다. 문득 그때 생각이 나서 적어둔다 (172쪽)"

아니라고 우기면 할말이 없지만, 저자는 성공한 아름다운 여성들이 다 남의 것을 베끼거나 미모로 덕을 본 것처럼 생각하는 듯하다. 그의 생각과는 반대로 우리 사회는 여성들의 업적을 남성들이 자기 것인양 가로채는 사회다. 비단 우리 사회 뿐 아니라 외국도 그런가본데, <여성...??> 어쩌고 하는 책에서 남녀가 공동으로 혹은 여성이 더많이 일을 했는데도 노벨상은 남자 혼자 탄, 그러면서도 여성의 공헌을 끝내 인정 안하는 파렴치한 얘기를 읽은 바가 있다. 성석제가 만난 그 신데렐라는 분명 뻔뻔스러운 애였지만, 그걸 가지고 '여자는 다그래'란 가설을 세우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유머에도 윤리는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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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1-31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석제도 얘기 떨어졌는지 그 얘기 자꾸 우려먹는군요. 벌써 몇번째야...--; 내가 성석제에게 꼭 해주고 싶은 충고가 하나 있다면, '제발 장편소설은 쓰지 마세요~'인데. 쨌든, 첨엔 성석제 소설 좋아했었는데 이젠 같은 패턴이 넘 지겹더군요. 제 생각엔 성석제도 자숙의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아요.

진/우맘 2004-02-01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만근은...>으로 성석제를 처음 만났었지요.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성석제를 좋아하기에, 호기심으로 읽었는데 괜찮더라구요. 그런데, 그 이후 읽은 <번쩍하는...>과 <재미나는 인생>에서 두 번 실망했습니다. 콩트가 장기라고 하던데, 별로 모르겠더라구요. 30~40대 남자가 아니라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적은 것 같아요.
좋아하고 싶은 작가인데...실망하지 않게 되는 작품을 빨리 만나면 좋으련만.

마태우스 2004-02-01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와 이럴수가!" 하면서 쪼르르 달려가 님들에게 이르고 하는데, 님들은 이미 다 알고 계시는군요. 그런 게 내공 아니겠습니까. 저도 님들처럼 되기 위해 열심히............술을 마시겠습니다.

연우주 2004-02-01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성석제는 꽁트가 정말 예술인데...^^; 웃다가 뒤집어지는데, 어재 성석제 꽁트가 별로셨는지 모르겠네용. ^^

진/우맘 2004-02-01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근데 제가 원래, 단편엔 약합니다. 좀 둔한가 봐요. 꼭 한 템포 늦게 뒤따라가느라고.^^;; 제대로 필 받으려면 최소한 중편은 돼야 한답니다. 참, 필립 K 딕은 제외하구요.